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좁은 복도안에서 소화기가 분사되었고 고함과 욕설, 위협이 난무하였다. 발아래에서 십자가가 나뒹구르고 소화기 분사로 뿌옇게 되버린 좁은 복도 안에서 밀고 들어가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이 하얀 분말을 뒤집어 쓴 채 치열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이규학 직무대행은 김국도 목사측 인사들에 의해 현행범 체포되듯이 끌려나와 감독회장실에 감금되었고 몇몇 전 현직 감독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오전 11시, 본부 16층의 회의실 복도 앞과 비상계단에 ‘안내’라는 명찰을 목에 건 이들 5-60여명이 앉아 있었다. 본부에서 모집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본부에서 동원한 이들로 보이는 젊은 경호원 20여명 역시 안내명찰을 걸고 복도 입구와 후미쪽에서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주변과 반대편 복도, 행정기획실 앞 등에는 재선거를 지지하며 각처에서 올라온 목회자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재선관위 구성을 막기 위해 모인 김국도 목사측 인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일촉즉발의 전운을 연출하고 있었다.

회의시작 시간인 오후 1시가 다되도록 아직 회의가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그 사이, 김국도 목사측은 큰소리로 이규학 직무대행과 재선거 구성의 불법성에 대해 알리고 있었고 동시에 이규학 직무대행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디 있는지 알려만 주면 천만원을 주겠다는 즉석 현상수배(?)도 제안했다. 이들은 기자들의 행보에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본부회의실에서 회의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 외부에서 모일지도 모르며 그렇게 되면 본부측에서 기자들에게 연락이 갈 것이고 그에 따라 기자들이 이동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심지어 기자들에게 미행을 붙이기도 했다.

1시 20분쯤 회의실 옆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규학 직무대행과 몇몇 선관위원들이 회의실로 들어갔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때부터 팽팽했던 긴장감이 깨지면서 양측이 정면충돌하였다. 이규학 직무대행의 회의진행을 막기 위해 김국도 목사측 인사들이 밀고 들어가려 하자 경비업체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막아선 것이다. 도무지 기독교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지경의 심한 욕설과 폭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멱살을 잡고 고성을 지르며 거친 몸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난무하는 욕설을 묻히게 하려는 것이었을까. 자원봉사자들은 '예수 나를 위하여'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몸싸움이 벌어진지 3분여 지났을 때 자원봉사자들이 조금씩 밀리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와중에 경비업체 직원들 사이에서 분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직사된 것은 아닌듯 보였으나 분명 누군가에 의해 소화기가 분사된 것이다. 이어 누군가 응사하듯 소화기를 들고와 복도 안쪽으로 쏘아댔다. 누가 먼저 쏘았는가가 후에 논란이 되었다. 경비업체 직원은 상대측에 의해 발아래로 분말이 분사되기에 소화기를 뺏었다고 주장하고 김국도 목사측은 그 경비업체 직원이 소화기를 먼저 쏘았다고 주장했다. 눈을 뜰 수 없고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매케한 분말이 복도 안에 가득하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틀어막은 채 복도 안에서 튀어 나왔다. 전열이 깨진 것이다.

본부16층 로비에서 4주째 금식을 하고 있는 조언정 목사는 이런 혼란의 와중에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 십자가가 넘어 지며 밟히려 하자 그는 언른 십자가를 주웠다. 그가 깔고 앉아 있던 녹색 메트리스는 ‘치외법권(?)’을 허락받지 못하고 마구 짓 밟혔다. 분말가루가 밀려오자 그는 무릎을 덮고 있던 담요로 입을 막았다.

기자가 반대쪽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회의실 가까이의 비상출입구에 다다랐을 때(1시24분) 김국도 목사측 인사들이 이미 회의장 코앞에 까지 와 있었다. 이들은 비상계단에서 회의장으로 진입하려는 이들을 결사적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동시에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였다. 비상계단에서 진입하려던 이들은 머리와 옷에 온통 하얀 분말을 뒤집어쓰고 있었기에 이들이 재선관위원인지 안내위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비상계단엔 회의실 바로 앞을 지키던 여성 경호원들도 피신해 있었다. 이처럼 소화기의 분말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 분말이 회의실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비슷한 시각(1시26분) 회의실 안에서는 이규학 직무대행이 1차 재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속개하였다. 그러나 기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기자들이 회의실 밖에 있었기에 내부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선관위원들이 입장할 때 기자들 중 유일하게 같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모 신문사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보도했다.

“1시 20분경에서 직무대행과 재선거관리위원 몇 명이 비상계단을 통해 회의실에 들어왔고 이규학 직무대행의 기도로 회의가 준비됐다. 그러나 이때 회의실 전기가 차단돼 조명이 꺼졌고, 유리창 커튼을 젖혀 조명을 대신하며 잠시 몇 명의 선관위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회의실 문 쪽에서부터 소화기 가루의 연기가 들어왔고, 회의장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며 회장을 지켰다. 1시 26분 회의실 밖에는 고성이 난무했다. 곧 회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회의실 안으로 난입 할 것처럼 고성이 점점 크게 들렸다. 이규학 직무대행은 속개를 선언했고 곧이어 (직무대행이 자벽으로 선임하도록 동의재청한 직전회의 결정에 따라) 강환호 위원장을 선임한 후, 폐회기도를 요청, 회의봉을 내리쳤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이 회의장 안으로 들여 닥쳤고 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흥분된 사람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사람들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 중 한사람은 욕설과 고성을 지르며,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에게 폭행을 가하려고 하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폭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위협하는 선에서 끝났으나,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회의장을 나가는 길을 봉쇄했고 이 상황에서 몇 분 동안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 급박한 상황속에서 직무대행은 재선관위원장만 선출하고 폐회한 것이다. 그리고 곧 회의장이 뚫렸고 직무대행은 처참한 모습으로 김국도 목사측 인사들에 의해 끌려가듯 행정기획실까지 ‘이동’되었다. 김국도 목사측 인사들을 지휘하는 모 인사는 이규학 직무대행만 잡고 있으면 된다며 다른 재선관위원들에 대한 제동은 하지 않았다. 행정기획실 안에서도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직무대행은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측근 몇과 함께 감독회장실로 들어갔다. 사실상의 감금상태였다. 한편, 본부 건물을 빠져 나간 재선관위원들은 모처에 모여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곧 경찰 두 명이 출두했지만 사람들의 흥분은 가라앉질 않았다. 양측이 서로 경찰에게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쪽에서는 양측이 충돌하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기자는 이 상황에서 사무실로 돌아가 기사를 정리하려고 행정기획실을 나오는데 자원봉사자인듯한 분이 소화기 분말이 잔득 깔린 복도 바닥에 나뒹구르며 “주여 이게 뭡니까”라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그러고 있었는 듯 했다.

후에 비디오 자료와 기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알아낸 바로는 기자가 현장을 떠나고 얼마 후 전 현직 감독들이 이규학 직무대행과의 면담을 위해 찾아왔다고 한다. 이때 경찰과 기자들, 그리고 양측 인사들 몇몇이 함께 감독회장실로 입장했는데 직무대행이 경찰에 귀가의사를 밝혔으나 김국도 목사측 인사들은 직무대행의 재선관위 조직결정 무효 선언을 요구하며 막아섰다고 한다. 심지어 중부연회의 감독을 지낸 김모 목사는 매우 흥분에 찬 어조로 이규학 직무대행에게 “야! 너 지금 양심이 있어?”라며 재선관위 구성에 대해 항의했고 직무대행은 이에 대해 “내가 할 소리를 한다”고 맞받고는 방을 나갔으나 곧 행정기획실 출입문 앞에서 김국도 목사측 인사들에게 저지당하여 방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약 4시 30분까지 3시간여 동안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기자가 사무실로 돌아가서 사진을 정리하고 있던 중 아현교회에서 재선관위가 모인다는 제보를 받고 급하게 사무실을 나갔다. 아현교회는 사무실과 불과 한 정거장 거리다. 기자가 회의실 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회의시작을 알리는 듯 강환호 재선관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었다(2시 40분경). 감리교 본부의 한 관계자는 회의 장소가 아현교회로 변경된 것을 2시 30분 경에 위원들에게 휴대폰 문자로 공지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 다른 기자는 없었다.

아현교회에서 속개된 재선거관리위원회는 매우 긴장감이 흘렀고 또한 서두르고 있었다. 직무대행에 의해 선임된 강환호 재선거관리위원장이 사회를 보며 회의를 시작했고 그사이 본부직원들이 부지런히 의사정족수를 확인하며 참석한 재선관위원들에게 사인을 받고 있었다.

기자가 나중에 강환호 재선관위원장과의 인터뷰 현장에서 참석한 정족수를 물었을 때, 27명의 선관위원들이 참석했다고 동석한 본부 관계자가 답해주었다. 이중에 4명은 호남선교연회원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이들을 제외하면 23명이 되는 것이다. 선관위 구성인원에 대해 질문하자 그동안 미주와 호남의 회원권에 관한 법적시비가 있어 오늘은 장정에 따라 42명으로만 위원점명을 하였다고 답했다. 또한 오늘 회의 결정에 따라 회원권이 부여된 호남선교연회와 미주특별연회의 8명의 재선관위원까지 합쳐지면 앞으로 50명이 활동하게 된다고 답해 주었다. 본부의 관계자는 정족수와 관련하여 부연설명 하기를 “선관위 구성인원이 42명일 경우 22명 이상, 50명일 경우 26명 이상이면 과반을 넘는 통상적 의사정족수가 되기에 오늘 이 성원을 다 채워 시비를 없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후에, 김국도 목사측의 한 인사는 의사정족수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3명이 허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누군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한편, 서기에는 그동안 임시서기를 맡았던 서울남연회 최효석 목사가 선임되었다. 이어 재선관위원장인 강환호 목사는 각 분과 위원장, 위원회 구성, 호남선교와 미주 연회의 회원권 처리 등을 안건으로 상정하였고, 위원들은 이를 ‘자료집에 나온 공천원칙에 따라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를 임원회(재선관위원장과 서기)에 위임키로 하자’는 동의와 재청을 거쳐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또한 호남,미주 연회의 회원권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로 결의하였다. 재선관위원들은 본부에 있는 김국도 목사측 인사들이 곧 닥칠 것이라는 외부 연락에 의해 서둘러 폐회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렇게 본부 주도의 재선관위는 반대파들이 본부에 갇힌 직무대행에게 집중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20여분이 채 못 미치는 시간 동안 전격적으로 재선관위 조직 관련 의제를 모두 처리하였다. 그 과정은 그야말로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첩보전이었다. 양측이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대비를 했던 것으로 보이며 일사불란한 행동과 심리전, 정보전을 펼쳤다. 앞서 2차례의 재선관위 구성의 현장에서 일어난 충돌과정을 모두 지켜본 바, 힘의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던 본부가 오늘은 어쨋거나 목적한 바를 이루면서 승리를 만끽할 것이다.

감리교사태의 해결과 정상화에 대한 해법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는 현시점에서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7.6조정합의라는 이 느닷없고 근본이 모호한 에미에 의해 탄생한 재선거 국면이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해결의 실마리였다고 해도 그 실현방법에서 이처럼 저급하고 파괴적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도 크게 느껴진다. 그 결과가 아무리 좋다 해도 반쪽의 성공일테고 아픔은 너무도 깊을 것 같다. 과연 이 처절한 대결이 결국 ‘나뉘는 수순’이냐 ‘합치는 수순이냐’를 점쳐봤을 때, 전자 쪽에 더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모를 일이다.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시는 저 윗분이 어떤 마술을 부리시어 이 혼란한 상황을 한방에 정리해 주실지도.

재선관위를 마친 후 본부가 마련한 공식기자회견에서 강환호 재선관위원장은 “이런 모습을 보여줘 미안하다”고 운을 뗀 뒤 “오늘 일로 정적이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누군가 희생해야 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연회전에는 힘들겠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재선거를 실시하겠다며 재선거 공고, 후보등록, 자격심사 등의 일정들을 곧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