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목회자를 위한 <설교자노트> 2010년 3·4월 
 
                                                                  정연복(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저는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으로 일하면서 1997년부터 격월로 나오는 <설교자노트>라는 책을 번역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83권이 나온 <설교자노트>는 '교회력에 맞춘' 설교 본문에 대한 성서 주석, 그리고 그 본문에 따른 미국의 실력 있는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최신의 설교를 번역하고, 아울러 설교 내용에 적합한 기도문과 예화 자료를 풍부하게 제공하여 목회자들의 설교 준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특히 <설교자노트>에 실린 설교들은 설교자들에게 성서에 충실하면서도 독창적인 설교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이 <설교자노트>는 시중 서점에서는 팔지 않고 신청하시는 목회자들에게 직접 우송합니다. '영성적이며 공동체적이며 생태학적인 신앙 공동체를 위한 자료'인 <설교자노트>를 구입하기 원하는 분들은 한국기독교연구소(전화: 031-929-5731)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설교자노트>는 격월로 나오며 두 달치 분량의 설교 자료를 담고 있는데, 2010년 3·4월호 중 3월 둘째 주 설교 자료를 참고로 첨부합니다.

설교 제목: 실패를 넘어서

* 성경 본문: 누가 15:1-3, 11b-32
* 성경 주석

재빨리 읽으면, 오늘 본문 서두의 절들은 비교적 하찮고 거의 해석학적인 분별력을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예수의 청중은 뚜렷이 구별되면서 분명히 적대적인 두 집단으로 이루어진다: "세리들과 죄인들", 그리고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1-2절). 세리들과 죄인들은 예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1절). 반면에, 종교 관리들은 투덜거린다: "이 사람이 죄인들을 맞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구나"(2절). 이 두 집단 사이의 긴장을 인식하고서, 예수는 "그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3절).

그러나 이 도입부는 몇 가지 이유에서 몹시 중요하다. 첫째, 그것은 무의식중에 공동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두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을 대조시킴으로써, 이야기의 무대를 설정한다. 둘째, 그것은 비유의 두 아들을 예시한다. 셋째, 맨 처음의 발언들은 누가의 문학적 통찰력을 또한 입증한다. 왜냐하면 이 구절을 읽는 모든 사람은 타락한 죄인들 혹은 독선적인 자기 의로움에 사로잡힌 자들, 이 둘 중 어느 하나 혹은 둘 모두와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다. 누가의 독자들이 이야기의 드라마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비유의 줄거리의 참여자들이 된다. 

비유는 불쾌감을 주지 않는 어조로 시작된다: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는데"(11절). 그러나 서두의 평온함은 일시적이다. 왜냐하면 작은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재산 가운데서 내게 돌아올 몫을 내게 주십시오"(12a절). 인습적인 지혜에서는, 아버지가 작은아들에게 그가 더 기다려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응은 모두를 놀라게 한다. 아버지는 아들의 요구를 비껴가거나 묵살하지 않고 존중하여 "살림을 두 아들에게 나누어주었다"(12b절).

작은아들의 의도는 맨 처음에는 불투명하지만 곧 분명해진다. 그는 자신이 갓 획득한 재산을 가지고 욕망에 탐닉할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의 집을 떠난다: "며칠 뒤에 작은아들은 제 것을 다 챙겨서 먼 지방으로 가서, 거기서 방탕하게 살면서 그 재산을 낭비하였다"(13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운명은 꼬여, "그가 모든 것을 탕진했을 때에, 그 지방에 크게 흉년이 들어서, 그는 아주 궁핍하게 되었다"(14절). 살아남기 위해, 그는 남의 집에 가서 더부살이를 하며 돼지를 치게 된다. "그는 하도 배가 고파서 돼지가 먹는 쥐엄나무 열매로라도 배를 채워 보려고 했으나 그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15-16절). 종교 지도자들의 관점에서, 작은아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는 자신이 뿌린 대로 거두고 있다. 낭비적이고 타락한 생활 때문에 그가 불결한 동물 취급을 받는 돼지만도 못한 비참한 지경에 빠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예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만일 이야기가 이 지점에서  끝나고 말았다면, 하나님의 섭리에 따르는 삶의 지혜에 대한 교만하고 독선적인 이해를 가진 종교 지도자들은 매우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예수는 작은아들이 어떻게 "제정신이 들어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는지를 묘사했다. 이 아들은 그곳에서 무슨 축복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인식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음도 뼈저리게 인식했다. 그 결과, 그는 자기 죄를 고백하고 자기 아버지가 그에게 줄 어떤 위치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17-19절). 작은아들의 이런 개인적인 통찰에도 불구하고, 이 망나니 아들이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큰 책망을 받을 것이라고 예수가 결론적으로 말할 것을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수의 비유에서, 아버지의 반응은 그런 논리에 공공연히 도전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멀리서 본 아버지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달려가 아들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기" 때문이다(20b절). 아버지의 은혜로운 행동에 대한 응답으로, 작은아들은 자신의 입으로 종종 연습했을 고백을 반복한다: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21절; 18-19절 참조).

아버지의 기쁨과 자비의 표현은 압도적이다. 그는 참으로 낭비하는 사람이다. 그는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에게 아낌없이 온갖 축복을 한다. 그는 하인들을 불러 "어서 제일 좋은 옷을 꺼내어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신을 신겨 주어라"고 말한다(22절). 이뿐만이 아니다. 아버지는 또한 "살진 송아지를 끌어내다 잡아라. 먹고 즐기자"라고 하인들에게 명령한다. 왜? "죽었다가 다시 살아온, 잃었다가 다시 찾은" 아들의 부활과 돌아옴을 경축하기 위함이다(23-24절).

본문은 예수의 청중들의 반응을 보도하거나 분명하게 암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반응에 관해 추측하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누가의 간결한 문체는 독자들을 비유 속으로 이끈다. 한편으로, "죄인들"은 이 비유를 듣고 안심하고 통쾌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예수는 그의 비유를 듣고 투덜거린 종교 지도자들을 당연히 혼내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종교 지도자들은 이 지점에서의 이야기의 결론에 다소 실망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아들의 돌아옴에 대한 아버지의 반응을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집단 모두 그 다음에 들은 것은 그야말로 뜻밖이었다.

두 번째로, 비유는 다소 악의 없는 방식으로 새로운 장면을 펼치기 시작한다. "밭에 나가 있던 큰아들이 돌아오다가 집 가까이에서 음악 소리와 춤추며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25절). 그는 자신이 본 것과 들은 것에 당황하여 "하인 하나를 불러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26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는 궁금하기 짝이 없다. 하인은 큰아들에게 대답한다: "아우님이 돌아왔습니다. 그분이 무사히 돌아오셨다고 주인께서 살진 송아지를 잡게 하셨습니다"(27절). 그러자 큰아들은 금방 "화가 나서 집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28a절).

바로 그때, 작은아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아버지는 집 바깥으로 나와서 큰아들을 맞아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큰아들은 아버지에게 투덜댔다: '아버지, 저는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아버지를 위해서 종이나 다름없이 일을 하며 아버지의 명령을 어긴 일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에게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새끼 한 마리 주지 않으시더니, 창녀들에게 빠져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날려버린 동생이 돌아오니까 그 아이를 위해서는 살진 송아지까지 잡아 주시다니요!"(29-30절).

큰아들은 자기 아버지 및 자기 동생과의 그의 관계를 오해했고, 그리고 그의 동생에게 자비와 용서를 제공해야 할 필요를 포함하여 그 자신이 회개해야 할 필요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분노가 어디까지나 정당하다고 믿는다. 그는 지금까지 종이나 다름없이 성실하게 일했고 아버지의 명령에 불순종하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생은 "창녀들에게 빠져서 아버지의 재산을 다 날려버렸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그런 동생을 위해 살진 송아지를 잡아 주었다. 두 형제 사이의 이 불균형은 아버지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의 행동은 도무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었다.

그러나 큰아들의 분노는 부당하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모두 네 것이 아니냐?"(31절). 그들의 아버지 소유의 모든 것과 함께, 살진 송아지도 늘 두 형제 모두에게 속한 것이었다. 그 결과로서, 죽었고 잃었던 작은아들이 다시 살아서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우리가 먹고 즐기자!"(23절)고 감탄했던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 "이 기쁜 날을 어떻게 즐기지 않겠느냐?"(32절).

빼어난 문학적·예술적 기교를 구사하여, 누가는 죄인들과 독실한 신자인 체하는 사람들을 회개에로 부르기 위해 예수의 비유를 사용했다. "모든 세리들과 죄인들"을 대표했던 작은  아들은 제멋대로의 방종하고 타락한 삶, 즉 그의 정욕, 탐욕, 폭음과 폭식, 그리고 나태함으로부터 돌아설 필요가 있었다.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상징했던 큰아들은 자기 중심적인 겸손과 생색내는 듯한 태도, 즉 그의 교만과 시기와 분노에서 돌아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비유가 분명히 드러내듯이, 아버지는 두 아들 모두를 은혜롭게 받아들였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늘 그의 상속자들이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러할 것이기 때문이다.

* 설교 본문

기원 후 1세기의 상황에서는, 예수의 청중들은 전체적인 이야기 속의 최대의 실패를 맨 처음에는 아버지에게로 돌렸을 가능성이 컸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방탕한 아들보다도 실제로는 더 비중이 큰 비유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첫째로,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아버지가 작은아들에게 그의 재산을 기꺼이 주기로 한 것에 "실패"라는 낙인을 찍었을 것이 확실하다. 훌륭한 아버지라면 재산을 선뜻 물려주기보다 아직은 철없는 자식의 반항을 묵살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무례한 아들이 뻔뻔스럽게도 가족 농장에 다시 얼굴을 내미는 용기를 발휘하였을 때, 아버지는 "그가 아직도 먼 거리에 있는데,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서 달려가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는"(20절) 외견상 망신스러운 일을 서슴지 않는다. 기원 후 1세기 이스라엘에서는, 자신의 명예를 손상시킨 사람을 집밖으로 달려나가 맞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뭔가를 위해 어디든 달려가는 것은 남자, 특히 가장(家長)에게는 최고로 불명예스러운 행위로 간주되었다.

그것뿐이 아니다. 작은아들이 스스로 가족과 인연을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너그럽게 용서하고 아들의 지위를 회복시켜 준다. 꾸짖음은 어디에 있었던가? 교훈은 어디에 있었던가? 이 모든 일에서 정의로움은 어디에 있었던가?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행동을 일삼은 아버지는 실패자였음이 확실하다.

큰아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아버지가 어리석은 자기 동생을 위해 그런 가증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 그는 아버지가 동생에게 베푸는 잔치의 바깥에 서서 몹시 화가 나서 뿌루퉁한 얼굴을 한다. "큰아들은 화가 나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28a절). 아버지는 이번에도 자신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한다. 아버지는 집밖으로 나와서 큰아들을 달랜다(28b절).

큰아들은 아버지를 원망한다. 그는 자신이야말로 늘 충성스러운 아들이었는데도 그 동안 아무런 대가도 누리지 못했음을 아버지에게 상기시킨다. 큰아들은 공평한 정의를, 동생의 나쁜 행동에 대한 응분의 징벌을, 그리고 자신의 수고에 대한 정당한 몫을 원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너의 이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으니, 즐기며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32절).

복음서들을 주의 깊게 읽어 보라. 그러면 당신은 예수가 실패를 그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로 돌리는 외견상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있었음을 본다. 예를 들어, 기원 후 1세기의 상황에서는 수사학적 모순 어법인 "착한 사마리아인"(누가 10:25-37), 그리고 "불의한 청지기"(누가 16:1-13)의 비유가 바로 그렇다. 예수는 세리와 같은 인생의 패배자들을 제자로 선택하였으며, 그리고 예의 바르고 경건한 사회 속의 모든 사람이 어느 모로 보나 실패자들로 간주했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그는 이런 행동 때문에 자신 또한 실패자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사랑이 많은 아버지와 두 아들의 비유는 자기 의로움에 사로잡힌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어떻게 그들이 큰아들 꼴이 되었는지를 똑바로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들은 제멋대로의 죄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 하나님이 베푸시는 기쁨과 경축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마음이 비뚤어져 있다. 그러나 이 비유는 하나님이 그리스도의 인격 속에서 그러한 따뜻한 포옹의 홈커밍(homecoming)을 실제 현실로 만들려는 마음이 얼마나 크고 깊고 간절한지를 우리 모두에게 상기시키려는 의도 또한 담고 있다.

사순절은 우리에게 무엇을 상기시켜 주는가? 예수의 이야기는 불가피하게 십자가, 즉 실패와 수치의 궁극적인 그림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성금요일에 온 세상이 볼 수 있도록, 예수는 발가벗겨지고 매맞고 알몸으로 십자가에 못이 박혀 실패자로 들어올려지는 당혹스러움을 기꺼이 경험하려 했다. 하나님은 외견상 바로 이 예수의 실패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신다. 바울은 이 점을 올바로 인식하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전합니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리셨다는 것은 유대 사람에게는 거리낌이고, 이방 사람에게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러나 부르심을 받은 사람에게는, 유대 사람에게나 그리스 사람에게나, 이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의 지혜보다 더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함이 사람의 강함보다 더 강합니다"(고전 1:23-25).

『어느 금요일의 여섯 시간』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막스 루카도는 사랑이 많은 아버지와 두 아들의 비유를 말하는 동안 예수가 그의 양손을 어떻게 사용했을지 궁금하게 여긴다. 기쁨에 넘친 아버지가 완전히 망가진 아들을 만나기 위해 달려나가는 이야기의 지점에 이르렀을 때, 예수는 그 점을 예증하기 위해 양팔을 활짝 벌렸을까?

루카도는 말한다: "그가 그렇게 했는지 안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가 나중에는 그렇게 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중에, 그는 할 수 있는 한 그의 양손을 쭉 뻗었다. 아픔이 느껴질 만큼 양팔을 활짝 벌렸다. 그리고 그 팔들은 결코 접어지지 않고 그 손들은 결코 닫혀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는 그것들이 못에 박혀 활짝 펴지게 했다. 그것들은 아직까지도 그렇다."

당신의 교인들이 장기간 행방불명의 방탕한 자식들이나 자기 의로움에 빠진 융통성 없는 사람들처럼 느끼든 아니든, 오늘은 그들의 실패를 십자가로 가져와서 거기에 남겨 두도록 초대할 위대한 주일이다. 그들을 양편을 활짝 벌려 맞이하여 기도와 치유의 시간을 마련하라. 그리스도 안에서는 그들의 실패가 최종적이거나 운명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닫도록 도와 주라.

<가능한 설교 주제들>
* 용서의 급진적인(radical) 성격
*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크고 넓고 깊은 사랑
* 인생의 실패 만회하기      

* 예화

+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시인)

+ 하늘에 계신 아버지처럼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내려주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아버지의 마음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십시오.
그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하느님의 참된 자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사랑에 한계를 두지 말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당신을 거역하는 자녀들에게까지도
한없이 은혜를 내려주시는 아버지처럼
그렇게 여러분도 관대하십시오.
여러분을 좋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호의와 선의와 큰 사랑을 갖고 대하십시오.
여러분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감싸 안으십시오.
인간의 대립을 초월하는
드높은 사랑,
하느님께 뿌리박은 사랑이
그대 안에 자라게 하십시오.
사랑은
어떤 것보다도 강하며
어떤 분열이나 대립에도 꺾이지 않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관대한 마음과 사랑을 닮아
완전한 사람이 되십시오.
(작자 미상)

+ 탕자의 노래

내가 지금 방황하고 있는 까닭은
사랑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헤매고 있는 까닭은
진실을 배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멀리 떠나고 있는 까닭은
아름다운 순간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사랑을 알고 진실을 배우고
아름다움을 보았지만
나에게 믿음이 없는 까닭입니다.

나의 작은 집이 방황의 길 끝에 있습니다.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줘요. 집으로 갈 수 있게
믿음의 빛을 주어요.
개미구멍만한 내 집이 있기에
나는 지금 방황하고 있어요.
(이어령, 74살에 세례를 받음)

+ 삶의 여백이 소중한 이유  

사랑의 체험은
남의 말을 듣기 위해 필요하고,
고통의 체험은
그 말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 필요합니다.

한 곡의 노래가 울리기 위해서도
우리 마음속엔 그 노래가 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질투, 이기심, 같은 것으로
꽉 채워져 있는 마음속엔
아름다운 음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없습니다.

주위를 가만히 살펴보세요.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 치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저 소음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고통의 체험이 없는 사람은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채울 수 있는
아량과 깊이가 부족하게 마련입니다.

고통은
인간을 성숙하게 하고
겸허하게 자신을 비우게 하니까요.

마음속에 빈 공간이 없는 사람에겐
어떤 감동적인 시나 어떤 아름다운 음악도
울림을 줄 수 없습니다.

마음의 여백이 없는 삭막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잘난 줄 착각하고
용서와 화해에 인색합니다.
(작자 미상)

+ 실패와 경험

인생이라는 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때로는 사랑에 실패하고,
일에 실패하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주저앉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이 말을 꼭 기억하세요.

"우리는 실패했을 때
실패라고 쓰고, 경험이라고 읽는다."

넘어지셨습니까?
이제는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작자 미상)

+ 내 안의 목소리

우리가 남들을
용납하지 못하거나 비난하게 되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용납하지 못하거나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살아오면서 만든 것으로
일종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배재국, 『사랑, 심리학에 길을 묻다』)

+ 용서하고 잊도록 노력하십시오
 
만약 당신이
잊는 것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행복한 기억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용서하고 잊는 것을 배우십시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일생 동안 그것을 거듭 상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을 해쳤으면
그 사람과 만나 해결을 하십시오.
그것은 힘든 일이겠지만
계속 노력해 보십시오.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은 용서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용서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M. 메리 마고)

+ 자기 용서, 자기 사랑

나는 먼저
나 자신을 용서해야 했다.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지나간 일들로부터 배워야만 했다.
내가 남을 받아들이고
남한테 진실해지고 남을 사랑할 수 있으려면,
먼저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한테 진실해지고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참사람 부족이 내게 가르쳐 주었다.
(말로 모건, 『무탄트 메시지』)

+ 죽음을 맞이하며 깨달은 한 가지 진실 

나 자신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쉽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만일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묘지에 있는 한 영국 성공회 주교의 무덤에 적혀 있는 글)

+돌아온 탕자

성서에는 ‘돌아온 탕자’에 관한 하나의 놀라운 구절이 있다.

그는 집을 떠나 제멋대로 사치스럽게 살다가 가진 것을 모두 탕진하고 갖은 고생을 한다. 그러다가 이윽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가 심정의 변화를 일으키는 대목을 성서에서는 "그제야 그는 제 정신이 들었다"고 표현한다(누가 15:17).

나는 이 구절에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감동을 받는다. 왜냐하면 내게 있어 믿음으로 복귀하는 것은 그와 같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은 뭔가 특출하거나 별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전혀 새로운 경험에 들어서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가장 깊은 의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과 같다.

당신은 믿음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뭔가 낯선 것, 혹은 어떤 새로운 발견이나 특별한 지식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제 정신이 드는"(come to oneself) 것, 즉 당신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단 웨이크필드)

+ 내 마음의 중심을 이해하는 분

론 멜 교수는 『고통받은 마음의 치유』라는 유명한 책에서 저자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고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그에게는 몇 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그들 중 한 아들이 큰 고민에 빠졌다. 근심과 걱정, 상심, 실의, 그리고 결국은 절망감에 빠져 헤매고 있었다. 아버지는 그가 괴로워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아들에게 "왜 그러니?"라고 물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물으면 아들이 더 괴롭고 마음이 아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아버지가 대신 해결해 줄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었다.

너무 괴로워 절망에 빠진 아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궁리를 한 끝에, 아버지는 아들이 잠든 방에 몰래 들어가서 아들 옆에 누웠다. 밤새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옆에 있는 이 아들의 괴로운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아무리 생각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누웠다가 나왔다. 다음날도 아들이 자는 방에 들어가서 말없이 옆에 누워 있다가 나왔다. 그렇게 여러 날을 아들 방에 들어가 옆에 누워 밤을 지새웠다.

아들은 아버지가 들어와서 조용히 옆에 눕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아무 말이 없어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아버지가 자기 자신보다 더 괴로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내 마음의 중심을 깊이 이해하는 분이 있다.’

아들은 용기를 얻어 마침내 절망을 떨치고 일어나 새로운 인생을 계획할 수 있었다.

+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집안과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아름다운 하얀 꽃 한 다발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막상 그 꽃을 꽂으려 하니 꽃병이 더러웠습니다. 그래서 꽃병을 깨끗이 닦았습니다. 꽃병이 놓인 책상이 더러운 것 같아 그것마저 말끔히 닦았습니다. 그는 방안까지 깨끗이 치운 후 자신의 몸과 마음도 올바르게 했습니다. 그러자 마음까지 상쾌해졌습니다. 그 후 그의 생활 태도는 변화되었습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질책이 아닌 따뜻한 마음이고, 채찍이 아닌 한 송이 꽃입니다. 날카로운 열 마디 꾸중보다 진실한 한 마디 칭찬이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거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작심하고 칭찬해 보십시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반복해 보십시오. 분명히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사랑과 칭찬과 격려 속에서 자란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 됩니다. 반대로 불신과 억압과 질책 속에서 자란 사람은 남을 사랑하지 못하고 의심하며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 될 것입니다. 오늘 그 사람의 모습은 그의 과거를 보여 주는 거울입니다. 때로 사람은 사소한 일로 삶에 변화를 겪습니다. 당신이 가진 하얀 꽃 한 다발을 망설이지 말고 전해 보십시오. 타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당신이 쏟는 작은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송재영, 『감자를 맛있게 먹는 방법』)

* 예배 자료

+ 예배에의 부름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호승·시인, 햇살에게)

+ 새봄을 위한 기도

새봄에는 새로이 눈뜨게 하소서.
낡고 오랜 집에 그대로 살더라도
다시 살게 하소서.

미루나무 빈 가지에도 새로운 피가 돌고,
얼음장 밑 물고기들과
빈 들판 위를 나는 새들의 기다리는 눈빛에도
새로운 꿈 반짝이게 하소서.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게 하소서.

가위눌리고 구겨진,
뒤틀리고 이지러진 우리,
마음의 어둠과 그늘이
막 태어나 퍼덕이는 햇살에
말끔히 씻겨지게 하소서.
오로지 생명과 사랑의 길로 나아가는
지혜와 너그러움이 돋아나게 하소서.

낡은 책장을 덮듯,
컴퓨터의 칩을 갈아넣듯,
어제의 허물들 죄다 지워버리소서.
새봄에는 진정 다른 세상,
둥글고 따스하고 넉넉한 세상이게 하소서.

주먹 풀고 자기 가슴이나 치는,
눈먼 바람 앞에서 속으로 고개를 젓는,
그런 안개 마을의 사람들을 위하여,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양떼의 이마 넓은 목자를 위하여,

새봄에는 새 은총이
온 누리 가득 내리게 하소서.
오래되고 낡은 길을 걷더라도
그 길 위에서 거듭 태어나게 하소서.
(이태수·시인)

+ 사순절의 기도

하나뿐인 목숨보다
더 사랑하겠노라고
형식에 젖은 입술로
신앙고백을 드렸지만

좁고 넓은 길
순종과 불순종의
갈림길을 만나면
당신을 잊은 적이 너무나 많습니다

인연으로 묶어주신 사람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외식의 옷을 입고
경건의 거리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당신 앞에서
사람 앞에서
온전하지 못한 죄 회개하오니
주여 받아주시옵소서
(손희락, '사순절의 기도')

+ 탕자의 기도 

당신과 만나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며
내 나의 인생에 소망을 품던 그 자리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여
회상(回想)의 마음을 길동무 삼아
지나온 시간을 따라 여행을 떠납니다.
그 길이 헛되지 않도록
주여, 당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기쁨이 있게 하소서.

떠나는 자의 객기가 수그러들 즈음
되돌아오고픈 마음 간절하여
당신의 밤하늘에 수놓인 별들 바라보며 위안을 얻사오나
용서에 대한 믿음,
이 가난한 자의 마음속에 자리하지 못하여
날더러 오라 하시는 당신의 손짓에
쉬이 기쁨 마음 드러내지 못하오니
주여, 당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기쁨이 있게 하소서.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으로
세상에 나아가 보았지만
가진 것 없어지고 초라해져 볼품없어지게 되니
돼지 먹는 쥐엄 열매 한 줌 나에게 허락되지 않더군요.
후회 어린 마음 감추며
아버지의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즈음에
내가 떠나온 길이 너무 멀어
아버지 찾아 쉬이 발걸음 옮기지 못하고 있사오니
주여, 당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기쁨이 있게 하소서.

나의 돌아온 길,
떠난 그 길보다 더욱 멀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 두려움, 두 팔 벌린 당신 바라보며 단숨에 사라지니
기쁨으로 아버지 품에 안긴 염치없는 이 아들,
나를 사랑하시는 당신께 무어라 용서를 구하리이까.
허나 나를 기다리신 당신에게
되돌아온 염치없는 이 모습이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임을 당신 눈물로 알겠사오니
주여, 당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기쁨이 있게 하소서.

나의 자리를 찾기 위해 길 떠났지만
그 길 여행, 당신의 품으로 끝마쳐집니다.
(작자 미상)

+ 헌신에 대한 묵상 기도

누군가는 내게 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돈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입술을 대주고
누군가는 내게 어깨를 대주고

대준다는 것, 그것은
무작정 내 전부를 들이밀며
무주공산 떨고 있는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져
더 높은 곳으로 너를 올려준다는 것
혈혈단신 땅에 묻힌 너의 뿌리 끝을 일깨우며
배를 대고 내려앉아 너를 기다려준다는 것

논에 물을 대주듯
상처에 눈물을 대주듯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한 생을 뿌리고 거두어
벌린 입에
거룩한 밥이 되어준다는 것, 그것은

사랑한다는 말 대신
(정끝별·시인, '세상의 등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