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목회세미나의 둘째날은 오전 9시에 홍정수 박사의 강의로 시작되었다. 홍 박사는 ‘목회자 바울의 예수 믿는 기쁨’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준비하였다. 다음은 홍 박사의 강의 요약이다.

한국기독교연구소의 예수목회 세미나는 해마다 목회현장에서 예수목회를 이뤄가는 목회자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증언을 듣는 시간을 마련해왔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목회의 증언 시간이 마련되었다. 이번에는 현장의 증언을 위해 희년마을공동체의 최철호 목사, 내일을 여는 집의 김영선 목사, 홍천 동면교회의 박순웅 목사를 초청하였다.

최철호 목사는 농촌공동체가 생명평화적 공동체이므로 농촌공동체를 회복할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도시에서 농촌공동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모임을 결성, 운영하고 있다. 최 목사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일일이 예수목회의 기쁨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 다양한 생각을 대표해서 전했다. 그는 예수공동체가 누리는 해방의 기쁨과 새로운 생성의 기쁨의 두 가지의 기쁨으로 분류하며 ‘예수목회의 기쁨을 정리하다 보니, 예수목회가 주는 해방의 기쁨은 주로 세속화된 국가교회의 관습, 시대의 우상에 종속된 종교적 삶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예수목회가 주는 새로운 생성의 기쁨은 결국 오랜 국가교회 전통에서 은폐되었던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이 복원되는 공동체의 삶에서 오는 기쁨이다. 너무 오랫동안, 심지어 다양한 종교개혁의 흐름에 까지 깊게 도사리고 있었던 세속화된 국가교회 전통을 극복하고 예수의 하나님나라 복음을 온전히 증언하는 공동체들이 더욱 다양하고 힘 있게 솟아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함께 모여 나누는 대화와 증언이 이미 그 일을 이루고 계시는 하나님의 사건을 확인하고 서로 힘을 주고받고 새로운 연대를 생성하는 사건이 되길 소망한다’고 정리하였다.

김영선 목사는 1990년대에 인천지역에서 실업자운동을 시작한 부부목회자이다. 이 부부는 외국유학을 준비 중이었는데 우연찮게 민중교회 목회를 떠맡아 하게 되어 오늘날까지 지속하고 있다. 1980년대에 설립된 해인교회는 인천해방, 인간해방을 기치로 노동자들이 모여 설립한 교이다. 그러나 교회가 존립의 위기를 맞자 이 교회를 맡아 신앙공동체, 교육 공동체, 생활공동체를 지향하며 목회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노숙인 쉼터, 푸드뱅크, 결식아동, 가정폭력피해여성, 독거노인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을 섬기고 있다. 김 목사는 노동자, 취약계층, 가정폭력 가해 및 피해자 등등 사회적 소외계층을 상대로 하는 일이 힘들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고 기쁘다며 ‘너무나 아름다운 형제의 모습 속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용서의 비밀을 깨달아가며 하나님의 사랑의 품에 안겨 있는 형제를 보며 예수 목회의 기쁨을 맛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난한 자로 이 땅에 오셨고, 가난한 자로 일생을 사셨으며, 가난한 자와 더불어 친구가 되셨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신 것처럼 예수를 따르는 우리가 그렇게 살아감은 삶의 의미이며, 기쁨이다‘라고 증언하였다.

홍천 동면교회에서 20년 동안 목회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 박순웅 목사는 농촌목회자였던 아버지와 나눈 어린 시절의 대화로 증언을 시작하였다. 교인들에게 이런저런 먹거리를 받아 먹던 아버지를 보면서 아버지께 ‘ 난 목사가 되도 아빠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는데 지금은 무척 후회가 된다고 하였다. 그는 지금 자신이 처해있는 농촌의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유기농이건 관행농이건 어쨌거나 농촌을 살리는 일이 시급함을 역설하였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5% 가량 된다지만 쌀자급률을 제외하면 잡곡의 경우는 3%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교회의 역할은 농업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며 농민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박 목사는 농촌과 소농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만흔 관심과 지원을 부탁하며 현장의 증언을 마쳤다(박순웅 목사의 강연은 두 번째 특강 이후에 오후 시간에 이어졌다).

박순웅 목사의 현장 목회자의 증언을 마친 후에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특별한 시간이 마련되었는데 의외로 많은 교회 개척 목회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안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여기에 약 15명 정도 참여하여 열띤 분위기로 각자의 목회현장, 개척의 과정과 진행상황을 나누었다. 필자는 불행히도 이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였다.

저녁식사 후에는 한인철 연세대학교 교수가 ‘삶을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사영리(四靈理)’라는 주제의 특강이 이어졌다. 한국기독교연구소는 그동안 꾸준하게 하나님 앞에서 죄인인 인간이 예수라는 대속자에 의해 구원을 받고 천국에 가게 된다는 사영리가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대치 보완할 신앙적 논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는데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그 첫 걸음을 뗀 것이다. 한 교수는 사영리를 사생리(四生理)로 대치한다.
한인철 교수는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를 ‘삶의 부재’에서 찾는다. 그는 ‘오늘의 한국 기독교는 더 이상 예수의 가르침이나 삶에 관심하지도 않고, 더욱이 이를 계승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그 동안 한국 기독교의 신앙체계를 대변해 온 사영리가 그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이번 강의는, 기독교가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기 위한 한 방편으로, 삶을 중심으로 다시 생각해보는 기독교 사영리라는 주제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며 강의를 시작하였다.
한 교수가 제시하는 사영리는 ‘1. 우리는 참 삶의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길치 인간 2. 하나님은 우리가 가야할 참 삶의 길을 가리켜주시는 분이시다: 길잡이 하나님 3. 예수는 우리가 가야할 참 삶의 길을 앞 서 가신 분이시다: 선생 예수 4. 기독교인은 예수를 벗 삼아 예수와 같은 길 가는 사람들이다: 길벗 기독교인’의 네 가지 원리를 제안하였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대체로 재물, 권력, 명예로 대변되는데 한 마디로 길을 잃은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방향을 가리켜주는 손가락으로 우리의 길잡이가 되신다. 예수는 여기에서 그 방향을 가장 완벽하게 살아냄으로 인간에게 모범이 되고 스승, (먼저 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먼저 살아냈다는 의미로써의) 선생이시라는 말이다. 인간이 예수를 따를 때 기독교인으로 거듭나게 되며 예수의 길벗, 예수가 길벗이 되어주는 존재로 거듭난다는 원리이다. 한 교수는 ‘세상에는 이미 예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예수의 길벗으로 살지 못할 때에는 그러한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가 예수의 길벗으로 사는 순간, 그 사람들은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의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과연 예수의 길벗으로, 평생 예수와 같은 길 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여기에 기꺼이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히 기독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의를 정리하였다.

한 교수가 제안한 사생리는 역시 참석자들의 많은 질문과 도전을 받았다. 목회자들에게 있어서 교회라는 틀, 그것도 과거로부터 이어온 목회현장으로써의 교회가 이 원리를 용납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교회의 존재 근거를 구원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구원사역을 펼치시는 하나님과 그 뜻에 따라 기꺼이 대신 죽음으로 세상을 구원하신 구세주 예수로부터 찾는 것이 교회의 전통적인 신학이다. 사실 이것이 사영리의 근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한 교수가 제안한 사생리는 하나님과 예수로부터 전능하시며 구원의 의지를 가지신 분, 대속자라는 상징을 제거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라는 준거를 통해 인간, 하나님, 예수, 구원을 되돌아본 시도는 매우 의미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첫 걸음이지만 함께 고민하면 보다 나은 대안으로 다듬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강의와 토론은 밤 열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대부분의 강의와 증언들이 둘째 날에 집중되어 있어서 강의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강의 한 강의가 매우 소중하였으며 신앙적 신학적 도전을 주었다. 물론 참여하는 이들 모두 진지하였고 열의가 있었다. 이미 이 자리에 예수의 길을 가는 기쁨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