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하나님과 인간을 오해시킨 신학

신학은 하나님을 전지전능하면서 동시에 사랑이신 분을 부족함 없이 설명하여 낼 수 있는 이치(理致)구조여야 한다. 전지전능은 설명이 되나 사랑이 설명될 수 없다면 그것은 결격성이 있는 신학이요. 사랑은 설명이 되나 전지전능이 설명되지 않는 신학이라면 그것 역시 결격성(缺格性)이 있는 것이다.


1. 구원론(救援論) 중심 신학

구원론 중심 신학이라 함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건을 필연으로 이해하는 대속신학을 말한다. 모든 신학적 이해를 이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신학체계이다. 하나님은 만세 전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구속 사건이 있도록 예정하셨으며, 이 사건을 통하여서만 인간을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시고, 구원하신다는 논리 구조의 신학이다. 인간창조와 타락도 이 사건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이 신학체계가 나름대로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이 신학체계만큼 해가 되는 것도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신학체계는 하나님과 인간을 오해시키고, 서로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친부(親父)를 원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무력한 하나님, 폭군의 하나님으로, 인간을 하나님의 장난감이나 노리개로 만들었다.


2. 구원론 중심 신학의 논리적 결격성.

논리와 내용 측면에서 구원론 중심 신학의 결격성을 생각해 보겠다.


a) 인간 창조목적의 견지에서.

기존의 신학에서 말하는 인간 창조 목적은 대략 다음과 같다. ‘영광을 받으시기 위하여 창조하셨다, 찬양을 받으시기 위하여 창조하셨다, 지구에 대한 하나님의 대리 경영자로 창조하셨다’ 등.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목적은 영광을 받으시기 위하여 창조하셨다고 하는 것이다.



(1) 과연 하나님은 이 목적을 이루시는 전지전능자이신가?

하나님은 영광을 받으시기 위한 목적으로 우주를 만들고 그 가운데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셨다. 그런데 이들은 뱀의 유혹을 받아 하나님께 불순종하여 배역하였다. 하나님께서 이 사건으로 인하여 영광 받으시려는 목적이 상실되었는가? 여전히 유효하는가? 상실하였다고 말하면 하나님은 전지 전능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된다. 한걸음 더 양보하여 타락한 인간들을 구원하여 영광받기 목적을 회복하셨는가? 이것 역시 실패하셨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예수를 믿어 하나님께 참 영광을 돌리며 사는 사람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결론은 영광을 돌리기 위해 창조된 인간이 하나님을 위하여 무엇을 해드리는 방식으로는 영광받기 계획이 상실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진리적으로 하나님이 실패자라고 결언할 수는 없다. 신학자들이 인간창조 목적을 ‘영광 받으시기 위해서’라고 설정하고서 그것을 고수하면서 하나님의 전지 전능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타락과 구원이 하나님의 전능성의 계획이라고 설명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나님 자신의 주권적 명령이 절대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것을 사람들에게 과시하여 영광을 거두시는 분이라고 억지 설명을 하는 것이다.

인간들의 존재성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하나님의 절대 주권성 행사에 대하여 영광을 받으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에는 진정한 사랑이라든가 존재성의 영광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