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향심기도 이론과 실제
나는 이번 여정을 떠나면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천주교 수녀원이란 생소한 장소를 대하면서 자칫 내가 가진 종교적 편견과 선입관, 아집 때문에 정말 중요한 요소들을 망각하고 자칫 판단하고 비판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고 체험하여 신앙의 유익이 되게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사뿐사뿐 등장한 실비아 수녀의 특강시간
안니나 수녀의 찬미가 끝나고 우리가 누군가 기대하고 있을 때 뒤로부터 조용한 스탭으로 등단하는 수녀가
있었다. 그의 걸음걸이는 내가 이제까지 경험한 사람들 중에 가장 고요한 것이었다. 그녀는 카메라를 의식한 듯 자신을 찍지말라고 했고 그녀의
사진기와 녹음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나의 모든 행사 취재와 역행하여 파견 예전 시간까지 계속되었다. 그녀의 강의는 관상기도의 역사와 토마스
키딩 신부의 이론에 기초한 '센터링 프레이어'(향심기도 혹은 구심기도로 번역하는데 아직도 적당한 표현이 없슴)에 관한 것이었다. 인도의 한
스승(구루)의 이야기로 시작한 강의는 2시간 이상 계속되었다.
향심기도의 정의
흔히 카톨릭에서는 관상기도가 침묵 수행의 한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고 향심기도는 그 핵심이었다. 영어로
'Centering Prayer'로 알려진 집중기도는 최근 카톨릭의 영성과 자아의 재발견이란 프로그램으로 널리 소개되고 알려진
관상수도(觀想修道)의 요체였다. 뜨레스 디아스로 알려진 3일간의 영성 체험과 필적할 수 있는 아니 그 보다도 더 진일보하여 이론적 체계와 실제를
갖춘 카톨릭의 영성 모델이었다. 향심기도란 "우리 인간의 일상적 인식수준을 뛰어넘어 자아(마음) 속에 내재된 하나님(하느님)을 발견하고 만나는
체험"이고 '골방기도'와 같은 기도였다. 마더 테레사의 표현을 빌려 우리의 생각이 고요하여야 가슴이 고요해지고 가슴이 고요해 지면 마음이 고요해
지며 고요한 마음 속에 영혼이 고요해진다는 것이다. 분주한 일상과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자칫 껍데기만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고 주인이신 하나님(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이 센터링 프레이어의 핵심이다.
센터링 기도의 방법
인간의 내면 속에는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내적 상처 혹은 질병이 있다. 토마스 키딩 신부는 말하기를 "98%의 인간들은 무언가 중독에 빠져 있고 그들에겐 행복이 없다. 그런데 나머지 2%의 건강하다는 사람들 속에서도 그는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가운데 100%(거의 모두)가 인생살이에서 행복을 발견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간다니.... 얼마나 비극적인 사실인가? 계속해서 키딩 신부는 그의 책 '기슴을 열고 마음을 열고'에서 인간이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면 자신 속에 실재하는 하느님(하나님)을 찾아야 하는데 정규적인 관상기도야말로 인간의 질병을 치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실비아 수녀는 '인간의 조건'이란 특강에서 인간 자신의 노력으로는 결코 자신의 질병이나 중독증세를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자신 속에 내재된 아픔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치료될 수 없고 우리 안에 계신 '신의 현존'을 대면하고 직면할 때만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다고 역설한다.
센터링 기도는 분주하고 두 마음으로 갈라진 우리 자신 속에 있는 초자아(Super ego)를 넘어 가장 깊은 내면-inmost being,신의 현존-속으로 들어가는 최선의 길이다.
이어진 박봉석 요한의 강의와 실제 훈련
박봉석씨는 천주교인으로 향심기도(센터링프레이어)의 유익을 체험하고 나서 강의하는 평신도였다. 그는 기도의 실제들을 강의하면서 인간의 사고 가운데 오는 생각 막지 말고 가는 생각 잡지 말라는 'Letting it go, letting it come'을 역설하며 결국 'Let it be'로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받아들여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하고 솔직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과 화해할 때 남을 용서하고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한다. 이 기사에서는 직접 체험을 강조하고 현장으로 가서 해 보는 것을 원하는 수도원측의 요청에 따라 녹음한 내용과 강의 내용을 비공개하고 단지 이런 수행 방법을 통해 인간이 완전한 자아에 이르는 길이 있다는 것만 소개하려고 한다. 정말 관심이 있고 자신을 성찰하며 침묵 가운데서 말씀하시는 하나님(하느님)의 음성을 듣기 원하는 분들은 직접 논산에 있는 "씨튼 영성의 집"으로 가시길 권면한다. 강의를 마친 우리는 저녁 8:00시부터 실제 관상기도에 들어갔다. 종이 울리면서 깊은 침묵 속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마더씨튼 성당'은 깊은 침잠과 고요 속에 머물렀다. 대학원생들은 진지했고 우리는 20분간 기도에 전념했다. 촬영과 기사 취재에 심혈을 기울인 나도 그 20분간은 정말 조용히 자신과 떠오르는 갖가지 사고를 밀어내면서 각자가 택한 '거룩한 단어'예를들면 아버지,주님,어머니,예수 그리스도,빛, 진리등에 집중했다.
망상을 이기고 정념, 침묵 수행은 마치 禪과 요가(yoga)와 흡사
나는 이 수행에 대해서 흔히 불가의 선수행과 다른 것이 없다고도 생각했고-화두-를 가지고 집중해서 기를 모으고 생각을 모으는 수행 방법과 유사성을 발견했고 인도의 만트라(요가)-아트만(소우주)이 브라만(대우주)을 만나는 방법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지만 앉는 자세-결가부좌, 가부좌등-는 비슷했을 지 모르지만 자아 속에 깊이 내재된 '신의 현존'을 대면하고 삼위일체되신 하나님 특히 성령의 인도하심에 맡긴다는 점에서 여타의 종교와 다르고 오히려 개신교의 묵상과 골방기도와 유사하며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훈련이 부족한 개신교인들에게 더없이 필요한 기도 방법이었다. 강의 가운데 실비아 수녀는 "우리의 기도는 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법- 구성기도(소리내어 하는 기도), 사색기도(묵상기도),무시로 기도-을 지향하지만 관상기도는 수동적이며 기다리는 기도이고 성령께 전적으로 맡기는 기도라는 점에서 깊은 내면을 추구한다'고 역설한다. 떠들고 큰 소리로 기도하고 부르짖어 기도해야만 응답되고 기도의 효용과 순간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성을 떠나 자신을 비우고 그 분으로 채우는 이 기도야말로 부족한 개신교의 '빈 깡통'을 사랑으로 채우는 또 하나의 개혁적 영성이다.
촬영을 거부하고 복음의 상업성을 철저히 차단하다
강의내내 녹음등으로 수녀의 마음을 분심(分心,마음을 흩트러뜨림)시킨 나는 요주 인물로 찍혔고 다음 날 아침
이정배교수까지도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분이 난 나는 오전 수행과 오전 강의에 불참했는데 다행히 수녀님의 배려로 마지막 '파견
예전'을 촬영할 기회를 얻었다. 그 밤 나는 주님과 함께 씨름했고 주께서 내 기도를 들으셨나 보다. 자칫 도중 하차로 이어질뻔한 씨튼 수도원
동행 취재가 성공리에 마친 데는 모든 분들 특히 실비아 수녀의 인내심과 사랑이 맺은 결과였다.
우리는 수도원을 떠나기 전에 모두 도움형 성당에 둘러 앉아 파견 예전에 참여했다. 수녀들의 보좌로 각 사람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안수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나는 누가복음의 말씀인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신다'는 말씀, 곧 임마누엘 하나님의 말씀을 받았다. 모든
참가자들에게 말씀이 전달되고 이어진 사랑 나눔과 평화의 인사로 서먹한 관계는 사랑과 우정으로 가득찼는데, 실비아수녀도 나의 진심을 알고 촬영을
허락했고 동영상을 찍으며 '사랑의 사도'로 세상으로 파송하는 예전에서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평화의 인사에서 나에게 다가와 껴앉으며 '김목사님, 당신을 울타리로 세우신 주님의 뜻을 따라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하는 평화의 사도가 되십시오'하는데 그녀에게서 어머니 같고 누님 같은 따스함을 느낄 때 나의 분노는 사라지고 그녀의 몸을 받아들일 때 받은 짜릿한 감동은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한다.
신원사로 가는 길과 생명 밥상으로 갈무리된 모임
짐을 챙기고 작별 인사를
나눈 우리는 영성의 집을 떠나 신원사로 갔다. 고대 사찰인 공주 신원사에서 산행을 하면서 이정배 교수와 더 깊은 종교간의 대화가 필요함을
절감했다. 자칫 편견과 선입관으로 이단으로 매도할뻔한 약간 색다른 '관상기도' 체험과 사찰 방문등은 우리의 대화가 깊어지면서 서로에게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 가운데 일치되는 부분을 두고 종교간의 평화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더 많고 유익한 영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올
것이고 이런 사람들을 통해 진정한 화해와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로마서의 말씀처럼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평화하라'는 말씀을
실천한 좋은 경험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우리는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고 수녀님들에게 '축복송'을 불러 주고 축복하면서 사랑이라는 공통 분모를 찾는
이번 여정의 피날레를 멋있게 장식했다.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한 번 만날 것을 기약하며 버스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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