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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홀 부페의 홍어회 유감무슨 음식이든 최상품은 맛보지 않는 게 개인적으로 더 행복하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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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2월 20일 (화) 00:00:00 [조회수 : 2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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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집사람에게 오기를 부려 맛 본
김장 포기김치를 과식한 탓에 배는 불렀지만
강정임이라는 집사람 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따라나섰다.
부평역사 5층 웨딩홀부페 식당, 혹 연어를 맛볼까 해서다.
부주만 하고 식장에 안 가 주는 게 최고의 미덕이라고 해서
지난 토요일 20살 연하의 제자와 쌍을 이룬
세기의 결혼식에조차 안 찾아갔는데,
긴 얼굴에 제법 어울리는 챙 모자를 쓴 아내의
배불뚝이 보디가드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다.
자린고비라 자비로는 최고급 부페 구경을 한지도 오래지만
웨딩홀 부페는 심심찮게 맛보게 된다.
최근에 호텔 요리사들 사이에서도 그 질을 알아준다는
이태원 캐피털 호텔 부페는 제법 먹을 만했다.
부페에서 손이 자주 가는 음식이 있다면 딱 두 가지이다.
하나는 훈제 연어-그 부드럽고 연한 연분홍 살빛이 일품이다.
또 하나는 최상등급 비프 스테이크-롯데호텔 부페에서 맛 본 적 있는
피가 밴 기름진 스테이크가 연상된다.
무슨 음식이든 최상품은 맛보지 않는 게
개인적으로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어느 친구의 충고가 떠올라
질이 떨어지는 음식이라도 지족하기로 했다
웨딩홀 부페라 그런지 연어는 냉동인 데다
특선 코너에는 힘줄 같이 질긴 LA갈비다.
의외로 홍어회가 눈길을 끌어 먹어 보니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호남 사람 잔치에는 홍어회가 빠지면 잔치가 아니라는 게 상식인데
혼주가 홍어와 인연 없는 경상도 사람이니 눈감아 줄 만하다.
한 입 먹어 보니 칠레산 홍어 같다.
삭힌 냄새가 코를 찔러 폐부를 도려 내는 듯해야 진짜일텐데
눈물 콧물 재치기는 커녕 간재미를 씹는 맛 같다.
썩어도 준치라고 태어난 호남에 8년밖에 못 살아 봤지만
한려수도와 시모노세키를 누비던 활어선 선장 아들 아니랄까 봐
제대로 된 흑산도 홍어회쯤은 알아본다.
이따금 길거리의 '홍어삼탁'이란 간판만 보아도
울컥 차에서 내려 들어가 보고 싶지만
무슨 재미로 나홀로 진짜를 믿을 수 없는 홍어회를
먹으러 가 보겠는가.
엄니가 살아계실 적에
가락동 수산시장 건어물상인 큰형수 전가(全家)네 아들 결혼식 때
흑산도 홍어를 500만 어치나 떴다던데
못 가 본 게 두고두고 후회스럽다.
진짜 홍어회가 나올 듯한 잔치집에만 찾아간다고
나를 탓하지 말기를...
2005-12-20
화율숲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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