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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저질나는 유감스럽게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 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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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2월 15일 (목) 00:00:00 [조회수 : 16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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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식탁에 수저 놓는 게 내 일이다. 이사 오기 얼마 전부터 아내와 딸이 수저부터 개비했는데, 두 사람의 취향이 달라 두 종류가 생겼다. 하나는 눈에 안 띄는 클로버 무늬, 다른 하나는 초록색 나뭇잎이 두드러진 녹색 무늬이다. 그것을 골라 놓을 때마다 통일하지 않아 불편하다고 자꾸 투덜거리게 된다.
학교를 전근할 때마다 받은 은수저를 주로 써 왔지만 색이 바래고 휘어져서 흔한 합금 수저를 즐겨 사용한다. 그래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수저는 없다. 아내는 내것만 구분해서 사용하게 했지만 이제는 가족끼리 혼용한다. 가장의 권위가 사라지는 한국의 세태를 우리 집도 따라가는 듯 하다.
서양의 식사 도구가 포크라면 우리나라 것은 수저이다. 시저(匙箸)라고도 불리는 이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 한 벌을 칭하는데, 식탁에 둘이 함께 사용된 것은 삼국시대부터라 한다.
나는 유감스럽게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 배웠다. 집은 것을 자주 빠뜨리곤 해서 곤혹스럽다. 어릴 적부터 왼손으로 수저질을 하고 글도 왼손으로 쓴다고 밥상머리에서 아버지는 야멸차게 내 손을 때리셨다. 결국 나는 어느 쪽 젓가락질도 서투른 사람이 되고 말아 슬프다.
대지의 작가 펄 벅 여사가 1960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여러 가지 우리 문화의 우수성에 찬탄했다지만, 초등학생의 젓가락질을 보고 써커스라고 할 정도로 놀랐다 한다. 그녀가 혹 서툰 내 젓가락질을 보았다면, 그런 소리는 접었을 게다. 비애국자(국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 나는 한 손에 수저를 함께 잡고 빨리 먹는 게 습관이 되어, 옆사람에게 걸거친다고 잔소리를 들으며 산다.
수저질이 나와는 이렇게 악연이지만, 수저는 대다수의 한국인의 삶에 평생 반려자와 같은 존재일 듯. 돌날에는 오래 잘 살라는 부모의 염원이 깃든 수저를 첫 선물로 받는다. 나이가 들 때마다 그것을 바꾸어 주지만 혼인할 때도 새 수저를 받는다. 어느 날 사람이 숟가락을 놓았다면,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다. 숟가락을 사용할 때도 술을 가까이 잡으면 이웃으로 시집가고, 멀리 잡으면 먼 데로 간다는 말도 있을 만큼, 수저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아참, 오늘이 장인 어른 기일이다. 우리 장인은 먼 데 사람하고 결혼해야 머리 좋은 사람이 태어난다는 명분으로 우리 결혼을 허락해 주셨는데, 집사람이 술을 멀리 잡는가 다시 보아야겠다.
2005-12-15
화율숲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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