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최초의 입학식은 부모의 손을 잡고 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고, 이때까지 자신이 본 제일 큰 운동장에서 담임선생님을 중심으로 친구들과 키로 순서를 만들고 옆의 여자 친구와 짝을 맞추면서도 눈과 마음은 뒤에 서 있는 엄마에게 가 있는 국민학교 입학식일 것이다.

이 꼬마들은 6년 후에는 남녀칠세부동석이요, 키높이 대신 눈높이 경쟁을 통해 실력이 비슷한 자들끼리의 모임인 중학교 입학식이며 또 3년 후에는 두 번째 경쟁을 통해 절반의 물갈이를 하여 애와 어른이 뒤섞인 듯한 고등학교 입학식이며 또 3년 후에는 전국에서 남녀동석으로 나라의 이목이 집중되며 외국에서는 미친 짓이라 흉까지 보는 최후의 경쟁으로 선발된 자들의 대학교 입학식이다. 게다가 학벌위주로 조직된 사회를 더 조직화 하는 것이 일류병인데 은근과 끈기의 한국인들은 몹쓸 병을 안고 경쟁이라는 치열한 현실과 독선을 체험하면서도 은근하게 조직에 순종하며 끈기 있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짙푸른 교복에 베레모를 쓴 젊은이들은 74년도에 전국에서 각 학과별로 최우수자로 선발된 축복의 자리에 모였는데, 여학생 아니 여대생들은 교복은 입지 않았으나 시대의 유행인 짧은 치마는커녕 화려한 봄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옷차림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1926년 경성제대로 시작한 한국대학은 제국주의 잔재인 교복마저 버리지 못하는 큰 남자아이들의 모습은 보수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들의 건강한 젊음과 순종으로 잘 다듬어진 이성을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것은, 이미 사회의 조직에서 이들의 선배들이 권위라는 탑을 세워 기득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수 많은 유명인사의 축사와 총장의 시국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를 걱정하는 연설 속에서 영이 또한 작은 희열을 느낀 것은 이 자리에 서기 위해 12년을 책을 벗삼아 아니, 책벌레로 살아 왔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수 많은 젊은이들이 세찬 도전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설수 있도록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가 갑자기 보고 싶어 12년 전의 어린 아이처럼 슬픔에 금방 빠지는 듯 했으나 영이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헤쳐 나올 때 마다 자신에게 다짐하는 버릇인 어금니를 꽉 물었다. 모든 일에는 농사처럼 열매를 맺어야 한다. 나의 동료이자 경쟁자들은 선발되고 선발된 두뇌들이다. 그러나 매번 이겨 왔듯이 이번에도 이겨서 4년 후에 어머니랑 양동이모의 머리에 제일 큰 사각모자를 씌워 드리는 날까지 달려야 하는 것이다.

“영이야, 입학을 축하한데이. 밥 묵은나?”
골목 입구에서 영이를 기다리고 있은 듯한 삼돌엄마가 달려오며 축하와 밥걱정부터 해주는 모습은 고향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듯 하였다.
“나도 처녀 때 너거 학교 배찌를 달고 싶었는데 오늘 니 저티(가슴)가 더 이쁘게 보이네. 내가 영이 입학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떡볶이를 준비 했으니 빨리 들어 가제이.”

삼돌엄마는 영이의 가슴에 붙은 배찌를 부러운 듯 한번 만져보고는 영이의 손을 잡았으며, 다른 한 손을 잡은 혹처럼 붙어 다니는 삼돌이의 입 언저리가 벌건 것을 보니 자신을 위해 일찍부터 음식을 준비한 것 같았다. 평범한 삼돌엄마가 자신보다 자라난 환경과 배움은 월등하나 자식을 키우는 평범한 삶에 행복해 보이는 것은 자신이 닦은 투자를 세상에서 발휘하는 것 보다 자식이라는 열매를 가꾸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는 평범한 진리에 순종을 하는 것 같았다. 여자를 고등교육을 시켜는 것은 돈의 낭비라는 보수적인 유교주의자는 엄마가 읽은 한 권의 책이 자식의 피로 흡수되어 간다는 정신적 유전의 법칙도 모르는 철부지들인 것이다.

객지에서 혼자 입학식을 하니 쓸쓸 하제.”
“조금은 그런네예~.”
언니 같은 삼돌엄마에게 자기의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아 영이는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나도 진짜 쓸쓸한 대학 입학식을 했데이.”
“언니가 와예?”
만난 지 일주일 만에 두 사람은 여러 가지 혈연으로 삼돌엄마에서 선배에서 언니로 돌변한 친숙한 사이가 된 것이다.
“내가 1차 대학에 떨어졌다 아이가, 재수를 하나 2차에 응시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내 친구가 숨차게 찾아와서 원서를 보여 주는데 서울의 세연대학인기라, 침이 넘어가데….”
영이가 떡볶이를 한 개를 씹고있는 동안 삼돌 엄마는 3개째가 지금 입 속으로 들어 가고 있었고 삼돌이도 두개째에 도전하고 있었다.

“평소에 좀 허풍이 센 친구의 말이라, 모교에 확인 해 봤더니 공문이 와 있긴 하나 직접 찾아가서 확인을 하라는 것이야. 구세주를 만나듯 온 사방의 낙방생에게 전화를 해서 한 무리가 영도다리를 건너 갔다 아이가. 영도다리는 혼자 건너면 죽고 싶고 너무 정이 들면 나오지 못하는 묘한 다리거든. 어느 남자고등학교 한 구석에 ‘세연대학 가정대학’이라는 조그만 팻말이 반듯하게 붙어 있더라.”
지금의 세연대 가정대학은 여고생으로는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선망의 학과이고 사회의 여성들에 대한 차별에도 최초로 가정대학을 설립했다는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학장실이라 써 놓은 문을 살그머니 열고 보니 아주 날카롭게 생긴 할머니가 금테 안경을 딱 쓰고 앉아 있는데 머리를 단정하게 빚어 넘겨 비녀를 꽂고 있더라. ‘노크도 없이 문을 여는 예의 없는 숙녀들이 어디 있어요. 다시 노크하고 들어와서 용건을 말하세요.’하기에 낙방생들은 얼른 문을 닫았다 아이가.”
삼돌엄마는 갑자기 책상다리를 하더니 입을 오물거리며 할머니 학장 흉내를 내는 모습에 떡볶이를 먹고 있던 삼돌이도 입을 벌리고 변신한 엄마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선생님, 아니 학장님. 진짜로 서울의 세연대학이 맞습니까?”
“여러분이 오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문교부 당국에서조차 한국에 가정과면 족하지 무슨 가정 대학이냐고 반발을 하는 실정이라, 먼저 시범적으로 일년동안 지방에서 시작을 해요. 일차대학의 합격자 발표가 있자 인가를 내 준 이런 무식하고 포악한 남자들을 깨우치기 위해 꼭 가정대학은 설립되어야 합니다. 광고도 하지 않고 여자고등학교에 공문만 보냈어요. 일년 동안은 부산에서 공부하고 2학년 때부터 서울의 본교로 옮기게 됩니다. 특채 원서 마감일은 내일 오후 6시까지 입니다.”
삼돌엄마는 학장의 흉내를 내기 위해 너무 입을 오므렸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떡볶이 하나를 통째로 입에 넣었다. 살이 찐 사람들은 역시 많이 먹어야 여유가 생기나 보다.

“보리 슝년에 웬 떡인가 싶어 그 다음날 영도다리가 불이 날 정도로 바빴다 아이가. 그날 따라 마감시간에 영도다리가 들다가 고장이 나서 10여분 지체했는데, 이 때문에 일년 뒤에 힘들게 들어 온 친구도 있었제. 세를 낸 학교 운동장 구석에서 세찬 바다바람과 주인집 남자 고교생들의 야유를 받으며 우리끼리 입학식을 했는데 일차도 아니고 이차도 아닌 사생아의 꼴이라 비참하고 쓸쓸하더라. 그러나 우리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바다 바람에 펄럭이는 대학의 깃발과 카랑카랑한 할매 학장만 믿은 것은 할매 특유의 집념과 할매 학장의 오빠가 세연대학 총장이라는 정보가 있었던기라. 일년 뒤에 약속대로 서울의 본교로 옮겼는데 가정대학이 아니라 자갈치 대학이라 부른 것은 첫 신입생은 전부가 부산 가스나 판이었으니 당연하제.”

“언니, 철수식당이 어디에 있나요?”
“아~ 참, 내 정신 봐라. 니 그날, 6층 식당에도 갔다 왔나?”
“네.”
“뭐 주더노?”
“충무 김밥요.”
“월요일은 짜장면, 화요일은 비빕밥, 수요일은 충무 김밥, 목요일은 국밥, 금요일은 비빔밥, 토요일은 짜장면. 니 그럼 수요모임에도 참석했겠네.”
“네.”
족집게처럼 아는 삼돌엄마의 물음에 영이는 못 갈 데라도 갔다가 들킨 사람처럼 머리를 떨구며 힘없이 대답을 하였다.
“그날 철수식당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려고 설거지 하고 갔더니 어쩐지 없더라. 교회에 갔었구나.”

집안 분위기로 보아 삼돌엄마는 교회는 안 다니는 것 같았는데 어떻게 식당의 일주일 차림표를 다 외우는 것일까? 세원대가 선교사가 세운 학교임으로 교회에 다녔을 수도 있고, 먹성이 좋은 언니이기에 나처럼 ‘처음 오셨는데 부탁이 있습니다’에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수식당은 나함빌딩 6층에 있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짜식당인데 전도사 이름이 한철수라서 내가 철수식당이라고 부른기라. 그리고 영이가 그날 사온 빵을 보며 삼돌이가 삼촌을 찾은 것은 1층의 베들레헴 제과점 주인이 내 남동생인기라. 삼돌 아버지가 외아들이라 외삼촌을 그냥 삼촌이라고 부른다. 베들레헴이란 떡이란 뜻이고 디즈니 만화의 소가 그려진 것은 외양간에서 예수가 태어난 것을 나타내는 기라. 다 동생에게서 들은 풍월인데 괜찮게 들리나?”

서울에 살면 보고 듣는 것이 많아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이 평범한 주부인 삼돌엄마의 입에서는 계속 놀라운 소식만 흘러 나오는 것이다. 나함빌딩에 대해 조금씩 이해가 되어 머리를 끄덕이는 영이가 신기한지 삼돌엄마는 팔목을 걷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삼돌이 외삼촌 이용준과 한철수 전도사는 부산의 동광국민학교 동창인데 철수는 삼학년 때 상업은행의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은 아버지를 따라 대구에서 부산으로 전학을 왔다는 것이다. 철수전도사와 삼돌 외삼촌은 한 반이었고 은행 사택이 삼돌엄마 집과 가까이 있어 가족간에도 상당히 친했다고 한다. 4학년 말에 철수아버지가 서울로 발령을 받아 헤어지게 되었으나 중학교 이학년 때 우연히 연락이 되어 두 친구는 편지를 주고 받고 방학 때에는 서로 번갈라 방문을 하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용준이가 수학여행을 설악산에 가면서 오는 길에 서울에 들렸는데 서울에 연고가 있는 사람은 하루 저녁 더 묵고 오기로 학교에서 허락을 하였기에 남산에 있는 철수네 집에서 잔 모양이더라. 그날 따라 철수 부모님들은 대구에 제사를 지내려 갔기에 중3의 철수 여동생과 중1의 남동생 그리고 밥하는 처녀만 집에 있었는데, 이 두 놈이 만남의 기쁨으로 철수 아버지께서 선물로 받은 애지중지하는 죠니 워카 양주를 훔쳐 소주 마시듯 들이킨기라.”
삼돌엄마는 주전자로 삼돌에게 보리차를 먹이고 벌거케 된 주전자 꼭지를 닦지도 않고 자신의 입 속으로 들이민다.

“으~응, Kiss me quick!”
“웅~, 끽! 끽!”
주전자 꼭지에서 입을 뗀 삼돌엄마는 남자들이 소주를 마시면서 한번씩 감탄의 한숨을 쉬는 소리를 내자 삼돌이도 합창을 하기에 영이는 신기하게 바라본다.
“언니예~ 물먹고 신음소리가 와 나옵니꺼?”
이상한 풍경과 소리에 영이는 이곳이 서울인지 부산인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사투리는 계속 터지는 것이다.
“신음이 아니라 타향살이의 서글픈 소리다.”
삼돌엄마의 표정은 막걸리를 한잔 부어드리면 당장에 ‘타향살이’라는 유행가가 나올 것 같았다.

“약속대로 2학년 때 신촌에 가서는 자갈치 회의를 했는데 절대 사투리를 쓰지 말 것, 옷을 깨끗하게 입을 것, 말을 조용하게 할 것 등의 결의를 했제. 그래도 부산이 제 2의 도시인데 이름값은 해야제.”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은 하늘과 땅인 것처럼 수도인 서울과 항구도시 부산은 모든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의 수준이었다. 오직 몽둥이 들고 화풀이 하는 것 빼고는.
“운동장이나 실내에 수도 꼭지들이 있었는데 자갈치 자야들은 목이 마르면 덥석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빨았제.”
“그게 어뎄어요?”

“니도 자갈치라, 으~웅, Kiss me quick은 이 모습을 본 서울남자 대학생들이 불러준 파크 숑이다. 자갈치 입은 시끄러우나 입술은 잘 빠는 매력을 지녔다는 해석이다.”
영이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라 자신의 입술을 손바닥으로 만져 본다.
“세연 대학생들은 먼저 손을 씻고 손바닥에 물을 받아 먹더라. 그리고 커피 값은 없어도 신발은 닦는다는 소문도 맞더라. 이는 다 성경에서 나온 이야기라. 참! 내가 어데까지 이야기를 했더라?”

삼돌엄마는 떡복기를 먹기 위해 일부러 뜸을 들이는 것 같았다.”
“둘은 술을 훔쳐 먹었죠.”
“아~ 맞다. 철수 여동생이 걱정이 되어 살펴보니 철수는 방에서 뻗어 버렸고 내 동생은 마당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빤쯔를 내린 채 엉덩이를 변소구멍에 박고 자고 있더라는 것이야. 내 동생은 어릴 때 변소에 두 번이나 빠진 경험이 있기에 내가 다 씻겨 주었고 떡까지 해 먹었는데, 지금도 술이 취하면 변소를 안방으로 생각을 하는기라.”

“올케가 언니에게 섭섭하게 대해 줍디까?”
“아이다. 너무 잘 한다. 그런데 우리 엄마가 본전을 못 찾았다고 며느리에게 섭섭하게 생각을 한적은 있다.”
며느리에게서 본전을 찾으려는 삼돌 외할머니의 심보가 곱게 보이지 않았지만 삼돌엄마의 어머니라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결혼 때 신부가 예물을 적게 가져 왔나 보지요.”
“아이다. 우리 동생은 막내라서 엄마가 나의 혼인물건을 준비를 하면서 며느리 것까지 일제 밀수품으로 미리 다 준비를 했거든. 문제는 동생의 신조가 ‘돈 안주고 안다리걸기에 걸리는 여자가 나의 마누라이다’라고 호언장담 하고 생활 한 점이야.”
영이가 예측하여 질문을 하면 삼돌엄마의 대답은 언제나 다른 방향에서 정답을 하기에 계속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돈 안주는 안다리걸기가 뭐예요?”
어린애처럼 숨도 쉬지않고 질문을 하는 영이를 삼돌엄마는 재미있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내 말이 좀 힘드나? 꿈 많은 대학 초년생이라 그럴끼라. 씨름에서 빤쯔를 붙잡고 자신의 오른편 다리로 상대의 왼쪽 다리를 안으로 걸고 젖티를 맞대면 안다리걸기이고, 자신의 오른쪽 다리로 상대의 오른쪽 다리를 바깥에서 걸고 젖티를 맞대면 밭다리걸기 기술인기라.”

삼돌엄마는 초년생에게 시범을 보이기 위하여 일어서더니 삼돌이를 붙들고 다리를 걸려고 했으나 이미 여러 번 당해본 삼돌이가 자기 엄마의 발등에 올라가서 양손으로 엄마의 굵은 허벅지를 꼭 붙들고 있기에 넘어질 생각을 않는다.
“언니도 형부에게 안다리걸기에 넘어 갔어요?”
“니 그 머리 갖고 어떻게 한국대학에 들어 갔노, 담치기 했나? 내 다리를 봐라. 별명이 도라무통 즉 꽉 찬 드럼통이다. 어떤 남자가 드럼통에 안다리를 거노. 안다리걸기는 니 같이 날씬해야 된다, 이 말씀이야. 난 호미걸이에 맞선보고 10일만에 잔치 했다.”

“와~ 미치겠네. 영이는 확실히 담치기 했다. 니는 무드도 모르나? 너무 고지식한 냄새가 난데이. 그게 아니고 동생이 간판만 갖추려는 부모의 대학교육에 반항을 해서 공부를 소홀히 했거든. 우리 엄마가 대학에 사정해서 찬조금으로 해결 했는데 대학을 안 나온 며느리를 구했으니 헛된 돈을 썼기에 본전 생각이 나서 꿍꿍거리며 ‘그 돈을 대학에 주지 말고 며느리에게 현찰로 주는 건데….’하며 며칠 들어 누웠다.”
실제로 영이는 삼돌 엄마 말대로 담치기 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 온 후로 자신의 생각은 공식적인 교과서이고 세상은 국민의 기본법을 박탈하는 부정과 부패 속에서도 다양한 모습으로 어울려 지낸다는 사실이다.
“왜 우리 동생이 처음부터 밭다리가 아니고 안다리걸기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겠노?”
“……. “

“이것도 못 맞추면 니는 진짜로 담치기 했다. 잘 생각해 봐라.”
대학도 담치기는 물론이고 후배의 명칭마저 없어질 판이라 영이는 삼돌 엄마의 한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드럼통, 작은 자, 혈통…직선과 대각선의 길이!!
“삼돌 삼촌은 언니처럼 키가 작고 뚱뚱한 편이고 올케는 나처럼 키가 크고 날씬한 체격이지요?”
영이는 아리송한 주관식 문제에 애교를 부리며 조심스럽게 대답을 하면서 삼돌엄마의 판결을 기다린다.

“영이는 나의 사랑하는 후배가 맞다. 동생은 짜리몽땅이다. 니는 키가 얼마고?.”
“163센티인데 언니는?”
“미국에는 여자에게 나이를 물으면 실례고 한국에는 아줌마에게 키를 물으면 실례다. 신장 156센티에 체중 68키로. 도라무통 아줌마!!”
둘은 새로 탄생한 프로 복싱 세계참피온을 소개하듯 삼돌의 팔을 한쪽씩 들면서 한바탕 크게 웃는 것은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 똑같이 어리석음을 알기 때문이다.
“언니, 씨름 기술은 조금 알겠는데 돈 주는 씨름과 돈 안 주는 씨름은 어떻게 다르지요? 혹시 왼씨름과 오른씨름을 말하나요?”
“왼씨름? 오른씨름? 니 지금 영어공부 10년에 미국사람보면 말 한마디 못하고 도망가는 문교부 영어정책을 닮아가나? 시커먼스야! 이 동네 개들 비상을 걸어라. 이 몸이 오랜만에 원색적인 본능에 대한 강의를 해야 하겠다.”
삼돌엄마는 후배의 씨름 용어에 당황을 하면서도 처녀들이 잘 모르는 성교육으로 유도를 하여 선배임을 보여주고자 결심을 한 모양이다.

“돈을 주는 자는 남자고 돈을 받는 자는 여자이며, 돈을 안 주는 자도 남자고 돈을 안 받는 자도 여자이다. 그러나 요점은 서로 주고 받는 다는 점이다. 단순한 것 같지만 삼손의 퀴즈같이 해석을 잘 하지 못하면 희대의 창녀 들릴라가 된다.”
고승의 설법처럼 많은 풀이가 나올 수 있는 문제를 내 놓았는데 평소의 삼돌엄마의 해답은 언제나 뒤에 있었는데 여자는 무엇을 받았을까?

“니가 아직 처녀라 답을 하기가 힘들끼라 내가 설명을 하마. 에~, 성관계에 있어서 여자는 진정한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남자가 주는 돈을 받는 여자는 창녀이며 반면에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도 주지 않는 남자는 늑대 사기꾼이다. 서울에 상냥하고 멋진 늑대들이 많으니 주의를 하거라이.”
삼돌엄마의 말대로 부산 남자는 바다처럼 솔직하며 넓은 마음을 가졌으나 바다바람처럼 억양이 거세고 무뚝뚝하며 자갈치 시장처럼 모이면 시끄러운 반면에 서울 남자들은 개인주의자나 매끈한 말씨처럼 문화적으로 훨씬 앞서있기에 영이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우리 동생은 단순한 성격 아니 솔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어. 여자의 손을 잡으면 팬츠까지 잡으려는 조급함이 있기에 아예 돈으로 상대하는 창녀들과 친구가 된 셈이야. 영이야, 삼돌이 좀 보고 있거래이, 나 처갓집에 좀 갔다 오께. 아침에 삼돌아빠가 남긴 밥을 다 먹었더니 배탈이 났나….”
처갓집과 화장실은 멀리 있는 것이 좋다는 말처럼 홍능의 집들도 화장실이 마당의 문쪽 담에 있었다. 영이는 하품을 하는 삼돌을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삼돌엄마의 ‘돈을 받으면 창녀’라는 말을 되씹어 본다.

영이가 고2 때, 어머니의 잦은 기침 때문에 한약을 다려 5분 정도 걸리는 영업장으로 간 일이 있었다. 낮이라 사창가 골목도 평범한 골목과 다름이 없듯이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나 구슬치기를 하고 있었고, 대기방에는 3~4명이 모여 선풍기 앞에서 화투를 치면서 영이를 반겨 주었는데 엄마는 잠시 봉사 할멈에게 갔다고 하였다.

“왼쪽으로 두 번 드리볼, 방향을 바꾸어 또 다시 드리볼, 중심을 엉치뼈에 싣고 피봇, 피봇, 연속 동작이 부족해.”
“딱!”
“날아 갈듯이 더 부드럽게 움직여. 같은 기술을 연속으로 사용하지 마. 앞에 장애물! 후크슛! 이단 뛰기로 점프! 트위스트 슛! ”
“붙으면 치고 들어가고 떨어지면 쏘는 척 해! 항상 반대야.”
“너 혼자 하나! 개인 플레이를 하지마. 팀윅이 더 중요해.”
“노마크! 덩크슛! 다음 선수 입장.”
이층에서 무슨 라디오 스포츠 중계소리가 들리는데 스포츠 중계에 여자 아나운서는 없는 법이라 더 이상한 일이다.
“영이야! 무슨 소린지 궁금하제?”
화투를 치면서 나의 표정을 살피던 옥자는 싱긋이 웃으면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용자 언니, 이번 여름 봉 잡았다. 이 더위에 어떤 놈들이 대낮부터 밑에 더운물을 흘리고 다니겠노. 그런데 너만한 까까머리 두 놈이 부모의 누런 패물을 훔쳐와 7일 동안 용자 언니에게 실전 성교육을 받기로 했는데 오늘이 4일째다.”
이 골목에 까까머리 고등학생들이 간혹 출입은 하지만 대낮에 부모에게서 훔쳐 온 패물로 실전 성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은 영이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공부에 취미 없으면 그 짓이라도 미리 배워 두면 마누라는 즐겁게 해 줄끼라.”
“미친년, 이 공부 빨리 하는 년놈치고 자가용만 타고 다니는 것 봤나? 길에 깔린 것이 영업용인데.”

제일 고참이나 심술이 많아 동료 사이에 인기가 없는 미자의 퉁명스러운 말인데 아마 패물이 고참인 자기에게로 오지 않은 화풀이도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영이야, 너 피봇이 무엇인지 아나? 에~,농구란 보기에는 덩크슛, 후크슛, 트위스트슛 같은 화려한 독수리들의 싸움 같으나 실제로는 닭싸움이데이. 유식하게 말하면 ‘스로우~스로우~퀵!퀵!의 스텝운동이데이.”
“언니! 나는 롱슛은 아는데 덩크슛, 후크슛, 트위스트슛은 잘 모르겠네요.”
실제로 영이의 학교에 농구부가 있기에 체육시간을 이용해 응원을 다녀본 경험이 있어 제법 아는 편이었으나 옥자의 용어는 낯설기만 하였다.

“아이구~ 공부 잘한다고 소문난 영이도 모르는 것이 있네. 영이야! 롱숫은 미국놈 코처럼 긴 것을 말하는 롱(long)이제. 그러면 반대인 짧은 숕숫(short)은 뭐고?”
“쇼트패스는 알겠는데….”
“골밑숫이데이. 덩크슛은 덩치가 큰 사람이 힘 자랑하는 슛이고 후크슛은 권투에서 라이트훝! 레프트훝! 즉 후리 치는 슛인데 차이점은 덩크슛은 수비가 없을 때 가능하고 후크슛은 키 큰 수비를 세우고 하는 환상적인 슛이데이.”
“환상적? 환장하고 자빠졌네. 무조건 갖다 박는 놈이 임자라. 환장슛은 점수 더 주나?”
아직도 심술과 패물에 대한 욕심이 덜 풀린 미자는 계속 슛을 하듯 옥자를 쏘아 부치는 것이다.

“언니는 무드 대신 심술만 있네요. 인생은 한번 죽으면 끝인 것은 남자 고추도 마찬가지지만 이왕이면 무드 있게 살다 죽어야제. 위에서 용자언니가 말하는 트위스트슛은 상당한 기술이데이. 손님이 죽었다 싶은데 금방 살아나 공격해 오는 슛이데이.”
“아~! 그기 튀위스트김이가. 나는 매일 이런 손님만 온다이.”
“인자 바른말 하네. 환상적인 슛 한번 당하면 점수가 문제가 아니라 수비자는 사기가 빠져 뿅가요. 그런데 그것도 자랑이라고 하요. 서방을 이런 슛쟁이 만나야지…. 이런 손님은 돈 안 되요.”

환상적인 슛에 밤새도록 고함을 질러봐야 받는 돈은 같고 몸만 축남을 경험한 미자는 입만 종끗거리며 대꾸를 않는다.
“에~, 피봇이란 좁은 장소에서 몸싸움을 하여야 하는 농구 경기에서 쓰는 기술인데, 공을 잡은 채 한 쪽 다리는 박아 놓고 다른 다리로 방향을 바꾸며 상대를 제치는 고도의 기술인데, 박아 놓은 발을 떼면 ‘워~킹(walking)’이라는 반칙이므로 공을 패스하여 다시 시작을 해야 하지만 양 발이 동시에 떨어지는 것은 반칙이 아니데이. 남자들이 꼭 익혀야 할 기술이고 동시상영은 트위스트슛처럼 상당히 연습을 많이 해야 몸에 붙는데이.”
옥자는 일어나서 화투를 손에 쥔 채 한 다리를 고정시키고 나머지 다리로 빙글 빙글 돌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였다.

“저 년, 중학교 때 농구 선수인 용자에게 확실히 배웠네. 용자는 감독하고 너는 코치 해라. 영이야! 엄마에게 내년 여름에는 저 미친년을 코치로 승진시키기 위해서 선수를 대폭 보강하자고 해라.”
자신에게 열성 있게 설명을 하던 옥자가 미자 언니에게 계속 구박을 받는 것이 민망하여 말을 계속하게 거들어 주었다.
“그런데 옥자 언니, 한번씩 딱 하는 소리는 뭐예요?”
이 곳의 소리에 익숙한 영이는 사람의 피부에 무슨 도구로 때리는 소리인 것 같았으나 처음 듣는 소리였다.

“아~ 저 소리, 나도 궁금해서 문구멍으로 살짝 훔쳐 보니 용자 언니가 밑에서 선수가 틀리게 움직이면 파리채로 등판이나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다. 여자는 빤쯔 벗고 누워서 때려가며 돈 벌고 남자도 빤쯔 벗고 날아다니는 똥파리가 되어 맞아 가면서 돈 뺏기는 거지. 배움이 뭔지…”
“미친년도 오래간만에 똥치 철학을 말하네.”
“씨끄럽소! 안 미친 언니, 화투 판에서 외상이나 하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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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험에 낙방을 한 누나부대를 이끌고 보디 가드가 되어 영도 다리를 지난 공로로, 고1때 중앙일보(?) 초청으로 농구선수권 대회 예선전이 연세대학 체육관에서 벌어졌는데 자갈치 부대의 응원으로 막내인 주전자 담당도 5분이나 뛰는 횡재를 한 일, 남산의 철수집에서 변소 귀신이 될뻔 한 일, 엄마의 패물을 훔쳐 영이 집을 찾아 교육을 받은 나와 너(?), 이 모든 죄를 덮어주신 주님께 내가 어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가 있으랴.
지금 모 게시판에 여증의 출현으로 신학논쟁이 붙었기에 “덩크슛, 훜슛, 트위스트슛을 비유를 들었더니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를 못한다. 길거리 농구를 하는 젊은 교회세대는 이해를 하리라 믿습니다. 쌍스러운 말이 글에 있으나 밤꽃들을 이해하기 위한 일이므로 이해를 하시고 읽어 주기 바라며 고쳐야 할 부분은 바로 지적을 해 주시면 참고하여 즉시 시정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