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니까 좋다고 하겠느냐? 탐욕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니까 좋은 것이냐?"

"......"

"사랑이란, 무엇에 대한 사랑이지, 사랑 그 자체로서 존립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관념일뿐이다."

"그러니까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는 말에, 하나님은 관계속에 계신다는 뜻이 들어있다고 하겠군요?"

"잘보았다. 하느님은 관계속에 계시고 관계위에 계시고 관계를 통해 계신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어째서 모든 악의 뿌리가 되는 것입니까? 돈을 사랑하는 것이 전쟁이나 탐욕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고는 할 수 없잖습니까?"

"돈은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하느님께서 만든 것이라면 염소나 너구리도 돈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저를 지으신 하느님을 등지고 제가 만들어 낸 것을 사랑할 때, 거기서 일만 가지 악이 생겨난다."

"돈을 사랑한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님을 등져야한다는 법은 없잖습니까? 세상에는 많은 돈을 쓰면서도 하느님을 잘 섬기는 사람으로 추앙받는 이들이 있는 데요."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돈을 사랑하면서 아울러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는 안되는 게 아니라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큰 돈을 쓰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네 말대로 많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돈으로 하여금 자기를 통해서 오르게 할 뿐 그것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분간되지 않느냐?"

"알아듣겠습니다."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것에 자기를 온전히 내어준다는 말이다. 네가 무엇을 뜻하면, 하느님은 네가 뜻을 세우는 바로 그 순간 무조건 네 뜻에 동조하신다. 너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내 비유에 등장하는 두 아들의 아버지는 자기를 등지고 떠나려는 둘째 아들을 만류하기는 커녕 한마디 이의도 달지않고 질문도 없이 떠나 보내지 않느냐? 그것이 사랑이다. 네가 만일 돈을 사랑한다면 그것에 너 자신을 모두 내어주고 남은 게 없다는 말인데, 무엇을 가지고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말이냐?"

"그렇군요, 그런데 그것이 어째서 일만 악의 뿌리가 되는 겁니까?"

"피조물이 조물주를 등지고 제가 만든 것을 사랑하는 것은, 나무가 뿌리를 허공에 드러내고 가지를 땅에 묻는 것과 같다. 그래가지고야 어찌 나무로 살아갈 수 있겠느냐? 사람을 사람답게 살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곧 일만 가지 악이다."

"제 말씀은, 왜 하필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가 되느냐는 그런 말씀입니다."

"네가 '돈'이라는 말로 뜻하는 바가 무엇이냐?"

"돈이면 그냥 돈이지, 돈이라는 말로 뜻하는 바가 따로 있습니까?"

"사람 입에서 발음 되어 나오는 것은 '소리' 아니면 '말'이 있을 뿐이다. 네가 '돈;이라고 할 때 그것이 '소리'는 아니잖느냐? 그렇다면 '말'이겠는 데 모든 말은 그것으로 뜻하는 바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것이 없으면 말이 아니다. 이 정도 상식을 새삼 설명해야 하느냐?

"죄송합니다."

"네가 '돈'이라는 말로 뜻하는 바가 무엇이냐?"

"수단입니다."

"좋다. 수단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살아서는 안된다. 뗏목은 강 건너 언덕이 아니다. 서울 사는 사람이 서을 가는 길을 목적지로 삼으면 영원히 서울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돈을 사랑한다는 말은 수단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되는 군요?"

"네가 '돈'이라는 말로 '수단'을 뜻한다면 그렇다."

"선생님께서는 '돈'이라는 말로 무엇을 뜻하십니까?"

"사람이 저를 위해서 제 손으로 만든 모든 것이다."

"그러면, 돈을 사랑하는 것은 결국 제가 저를 위해서 만든 모든 것에 저를 모두 내어주는 것이군요?"

"그렇다, 너는 언제나 눈길을, 네가 만든 것에서 너를 만드신 분에게로 돌려야 한다. 네가 만든 것에 너를 내어주지 말고 너를 지으신 분께 너를 맡겨라. 그것이 일만 가지 선(善)의 뿌리다."   

* 이현주목사 글  기사는 이현주목사의 모든 글에 대한 사용허락을 받아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