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류기석칼럼
농촌과 농업공동체의 위기는 문화농부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2) 생태순환적인 농업문화가 대안이요 희망이다!
류기석  |  yoogiseo@yonsei.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입력 : 2005년 12월 05일 (월) 00:00:00 [조회수 : 3250]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텔레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농촌과 농업 그리고 공동체문화의 위기 

지난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경북봉화와 상주, 문경의 농촌을 찾아 순례하고 돌아왔다.

그때의 짧은 느낌으로는 역시 어려운 농촌을 보다 건강하게 살아내고 지켜 나아가시는 분들은 농촌과 농업을 사무실에서 걱정하시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각종사업을 진행해온 농림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단위농협의 직원, 마을의 이장 분들이 아닌, 그냥 자연에 순응하며 정직하게 농사짓는 농부임을 느꼈다.

   
▲ 경상북도 봉화의 오지마을 @ 류기석 2005
뜻하지 않게 봉화춘양목송이축제의 전날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에서 몇 대째 작은 야산을 개간하여 자연농법으로 사과농사를 일구고 있는 중년의 농부를 만났다. 옛날 호랑이들이 자주 나타났다는 범바위골 깊고 깊은 산골마을 농부의 집 앞에는 벌써부터 그의 어머니가 마중나와 계셨다.

어머니의 친절한 안내로 사과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너그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던 농부를 만났다. 송이 산을 30분정도 산책을 하며 한바퀴 돌아보자는 제안에 별 기대 없이 따라나섰던 것이 생전처음 경험해본 송이찾기 체험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하루에도 여러 번 3만평의 야산을 돌본다는 농부의 상기된 얼굴에는 자신이 넘쳐보였고, 산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달라 보였다. 적당한 햇빛을 받은 양지쪽의 20년생 소나무 그늘아래에서만이 송이가 자란다는 것과 참되게 키워내는 비법(?)을 행동으로 보이시는 모습에서 뚜렷한 농촌다움과 농민다움의 문화체험이 무엇인지 온전히 알 수 있었고, 이런 것이 자연스러운 생태순환의 지역문화요 축제인 것에 잠시 흥분했다.

변변치 못한 농부의 살림살이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으로 초대하여 막 찌어낸 단호박과 싱싱한 사과를 내주었다. 특별히 커다란 송이를 정성스럽게 솔잎위에 썰어 차려낸 음식상은 정성 그자체이기에 더욱 감동했다.

   
▲ 화 춘양목송이축제 기간중에 열렸던 한옥짓기체험 행사 @ 류기석 2005
늦은 오후 춘양목 송이축제의 성공적인 기원을 다짐하는 춘양면지역 유지 분들의 조촐한 저녁식사모임에 춘양면 만산고택의 어르신과 새마을지도자 그리고 이장님들과 함께 참여하여 지역문화행사의 단합을 인상 깊게 확인했다. 이윽고 춘양면 운곡천변 야외무대에서는 지역축제 전야행사가 많은 주민들의 성원을 받으며 개최되었다. 약간은 지루했던 여러분들의 관행적인 격려사와 일방적인 팝 오케스트라 경음악보다는 좀더 농촌다운 정겨움이 살아있는 음악들도 함께 곁들여 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날 춘양면내 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각종행사들은 많은 준비와 수고로움이 느껴졌다. 농촌에서 농민들을 상대로 하는 축제는 외부에서 이벤트 전문가들을 모셔와 억지로 즐기는 문화가 아닌, 농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준비로 축제의 장을 스스로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다. 그동안 같이하지 못했던 사람과 사람간의 정을 즐겁게 먹고 마시는 장으로 소통하고, 역사와 자연을 연계시킨 고향의 회복으로 타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어 진정한 고향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한산한 축제의 장터인 춘양면사무소를 뒤로하고 잠시 소천면으로 축제장소를 이동했다. 가는 길에 현동양조장에서 막걸리 서너 통을 사서 소천면 분천리라는 산골로 귀농하여 7년 째 야생초발효농사를 짓고 있는 이 선생님을 만났다.

꼬불꼬불한 여우골 개천을 건너 산기슭 중턱에 위치한 집으로 오르는 길에 이 선생님이 마중을 나오셨다. 일행은 책으로 가득한 방안으로 안내되어 반갑게 우리의 막걸리로 목을 축여가며 안부를 주고받았다. 오지의 산골에서 풀 농사로 바쁜 농부의 삶을 살고 있지만 짬짬이 역사와 철학, 문학과 종교서적 등을 매달 천권이상 탐하고 있다는데 놀랐다.

   
▲ 봉화춘양의 한 농부 어머니가 차려낸 송이상

풀잎으로 담근 효소를 여신 내어주신 안주인에게 고마웠고, 당찬 아들을 소개하면서 지긋이 웃어 보이시는 이집이 현실의 축제장보다도 더 깊이가 있어 오래도록 지금여기의 대화를 즐겼다.

홀로 자급자족하는 농사도 힘이 들지만 더욱 아쉬운 것은 함께 공부도하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지기의 모임이 자주 열렸으면 하는 눈치다. 돌아가는 길에 출판농사도 짓겠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고, 더욱이 도시에 살면서 생태순환적인 참 문화를 알리고, 힘써달라는 당부에 많은 힘을 얻었다.

어두움이 시작될 무렵 봉화를 떠나 상주시 외서면에 있는 환경농업학교를 찾았다. 때마침 실상사 도법스님일행이 생명평화순례단을 이끌고 상주지역에서 환경농업을 짓는 분들과 자리를 함께한다하여 만남과 대화 그리고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생명평화의 실천염원으로 자연과 농촌, 농업, 농민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대부분의 농부들은 농촌의 삶에 대한 사랑은 물론 자부심을 잃은 모습들이 역력했다. 늦은 저녁까지 도법스님일행과 상주지역농민들이 지적한 위기의 원인은 대부분 생명의 위기이자 공동체붕괴로 집약되었고, 이러한 문명의 위기의 대안을 각자가 찾았던 시간이었다.

스님과 함께 아침식사를 나누면서 자연과 농촌, 농업, 농민의 문제들은 결국 도시에 뿌리를 둔 반생명문화에서 찾을 수 있어 그 대안도 그곳에서 찾아야 됨을 서로 공감했다. 스님께서는 그날 저녁 무심히 먹었던 막걸리 속에 담겨진 생명의 문화를 전해 듣고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그날 쌀 막걸리를 통하여 이야기했던 농업의 역사는 단적으로 농촌사회가 않고 있는 밑바탕의 문제와 함께 새로운 농산물의 다각적인 이용과 소비, 적절한 부가가치의 창출과 유통흐름까지도 대안으로 짚어보았던 자리였다.

이는 쌀뿐만이 아닌 다양한 농산물로 단순하고도 뿌리 깊은 토착발효음료인 막걸리에 대한 과학성, 건강성, 문화성 등을 면밀히 살펴 죽임의 음료가 아닌, 살림의 음료문화를 만들어 나아 가자는 것이다.

이제 의식이 살아있는 농부들이 힘을 합쳐 무조건적으로 독한 양주나 맥주, 와인문화로부터 빼앗겼던 정신을 되찾고, 활력이 넘치는 농촌의 공동체문화는 물론 국민 한사람 한사람 건강한 식문화를 책임지는 진정한 농부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요즘 김치나 된장, 청국장 등 가장 한국적인 발효음식이 세계인들에 의해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비단 음식뿐만이 아닌, 원적외선의 발생으로 음식물들을 중화시키는 토기와 자기 등도 현대의 첨단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의 우수성이 또한 입증되었다.

아직도 많은 우리역사속에 실존했던 우수한 전통문화들이 올바른 가치인식과 이해부족으로 잘 보살펴져 존경받기는커녕 그냥 방치되거나 쓰레기통으로 내동댕이쳐지는 현실은 단기적인 자본의 이익과 물질중심으로 세상이 조망되고 있음을 반영함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침햇살 참 고운 하늘아래 상주의 풍성한 논과 밭들을 바라보던 나의 발길은 어느덫 문경시 가은읍 안모래실 작은누리공동체로 향하고 있었다.

   
▲ 여우골 풀꽃으로 뒤덮인 농부의 마음밭 @ 류기석 2005

[관련기사]

류기석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074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의견나누기(0개)
 * 100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20000byte)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20-012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2가 35 기사연빌딩 401호 ☎ 02-393-4002(팩스 겸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자득
제호 : 당당뉴스  |  등록번호 : 서울아00390  |  등록연월일 : 2007.7.2  |  발행인 겸 편집인 심자득(010-5246-1339)
Copyright © 2005 당당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angdan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