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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2월 05일 (월) 00:00:00 [조회수 : 27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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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에 반해 구덕산을 헤매며 잘 알지도 못하는 “시몽!”이란 이름을 부르며 땅에 떨어졌어도 여전히 요염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낙엽을 주워 시집 사이에 끼우던 소녀가, 가을 단풍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자 높고 푸른 하늘로 날라가 버린 삼돌 엄마를 생각하는 성숙한 처녀로 급성장을 한 2년의 세월이었다. 홍능에 살면서도 처음으로 홍능 안으로 들어와 단풍이 떨어져 있는 벤치에 앉아 언니가 보내준 편지를 품 속에서 꺼내어 다시 읽어 본다.
<나의 여동생 영이에게>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딘지도 한 달이 지났구나. 신혼의 첫날밤부터 아내로서 며느리로써 자리를 잡았던 기간보다 타국에서의 두 달이 더 가슴이 설레는 날들인 것은 아마 세 아들의 어미라는 변화된 위치 때문인 것 같구나. 너무나 정신이 없어 소식이 늦음을 이해 주었으면 한다.
조국의 공항의 검사대를 통과하는데 시어머니의 짐에 문제가 생겼다. 너도 알다시피 잘 사는 나라에 오는데 입은 것 외에는 몽땅 버리고 오라는 고모의 말에, 최소한의 짐을 준비를 했지만 시어머니의 짐에서 조그만 항아리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세관원들은 무슨 국보급인 청자라도 밀반출되나 기대를 하며 조사를 했으나 집의 장독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그만 단지라 웃기만 하더라. 그런데 단지의 쌀 속에 호랑나비의 표적이 나왔는데 이것은 미국인들이 비웃는 일이라 빼고 가라는 것이야.
시어머니는 ‘미국 놈은 미국 놈이고 나는 아직 한국 촌년이라 내가 믿는 것을 가져가는 것도 불법이가!’라고 고래 고함을 지르며 항의를 하다 혈압이 올라서 비행기를 탈 수가 없을 정도였는데 국제선은 역시 다르더라. 식구가 다섯이나 되고 출발시간이 늦어지면 항공사의 손해라 그들이 세관에게 부탁을 하고는 의사가 와서 진찰을 할 정도이더라. 겨우 혈압 약을 자시고 재검사를 한 후에 통과를 하였다.
생전 처음 타 보는 큰 비행기가 구름을 뚫고 올라가면서 땅이 보이지 않자 도로 한국으로 가고 싶은 생각뿐이더라. 그러나 철저히 외부와 차단되어 창문도 열지 못하는 공간 속에서 무서운 속도로 목적지로 가고 있는 상태는 각 자의 운명 따라 가고 있는 인생 길이란 생각을 하고 신기해 하는 자식들 얼굴을 보는 것이 여자이더라.
하늘에서 별을 보았는데 땅에서 본 별과 똑같기에 나 혼자 한참이나 웃었고, 구름의 등도 보았는데 앞과 똑같기에 또 웃었더니 연신 지나가는 음식물을 마다 않고 먹던 삼돌이도 웃는다. 새벽에 미국의 수도인 워싱톤에 도착을 했는데 공항시설이 궁전 같고 많은 사람들이 질서 정연하게 조용히 움직이나, 나에게는 자갈치 시장보다 더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인가 보더라. 고모가 사는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을 당한 텍사스의 달라스로 가려면 여기서 비행기를 한번 더 타야 하는데 고모가 일부러 워싱톤까지 마중을 나왔더라.
“엄마요! 대식아!”
“니가~”
18년 만에 어머니와 딸이 상봉을 하는 순간은, 사실 나와 자식들은 조연이었기에 낯설기만 했지만, 나 자신도 한국에 남은 부모 형제들과 이런 상봉이 있으리라 생각을 하니 울음을 참을 수가 없더라. 공항 대기실에서 모녀가 부둥켜 안고 어찌나 우는지, 바쁘게 지나가던 미국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기뻐도 울고 슬퍼도 우는 한 많은 민족을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 보더라. 누군가 ‘지구는 넓고 둥글다’는 말을 한 것처럼 그들이 호기심을 가지며 보는 이 광경을 만든 장본인은 구경하는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알 날이 오리라 믿는다.
텍사스로 가는 비행기가 올 때까지 모녀의 눈물이 워싱톤 공항을 홍수 속에 빠지게 할 것 같았는데, 나의 뒤에 숨어서 슬픈 표정으로 지켜보던 삼돌이가 할머니 품에 있는 고모를 밀침으로 울음이 그치고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었다. 과거의 슬픔이나 기쁨도 내일을 향해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일이기에 삶의 역사는 진행이 되는 것 같다.
영이야, 내가 좀 이상한 말을 하고 있제? 너에게는 편지를 처음 쓰고 갑자기 변한 환경에 내가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시커먼스는 여전히 바람 피우러 다니는지? 이곳에는 너무나 잘 빠지고 잘 생긴 개들이 많아 데리고 왔으면 호강을 하는 건데…, 모르지 시커먼스에게는 된장 냄새가 나는 애인이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골목 구멍가게 할머니 몸은 좀 나아졌는지? 옆 집 남자 하숙생들은 반찬 투정을 안 하는지? 이제 조금씩 적어 두 달에 한번은 편지를 꼭 보내마. 영어가 왕왕거리는 공간에서 너와 용준에게 한글로 편지를 쓰는 순간이 나에게는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고모는 달라스 시내에서 좀 떨어진 교외에서 넓은 밭이 있는 집에서 직장을 다니며 채소농사와 가축을 키우더라. 우리가 이민을 간다고 결정을 했을 때 배추, 무우, 마늘 씨를 많이 보냈는데 이놈들이 자라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라. 여기 한국 교포들은 맨 마지막에 한국에서 온 식구들의 김치가 제일 고국 맛이 난다며 고모에게 김장김치를 주문을 해 두었더라. 이민가면서 많이 가져간 고추가루와 젖갈로 얼마나 많은 김장을 했는지 시어머니는 웃으며 “딸년이 김장 노가다 시키려고 날 불렀나?”할 정도였다.
가축은 닭과 돼지를 기르는데 미국돼지는 미국사람처럼 크고 희며 호텔에서 살고 있더라. 깨끗한 막사에서 스위치를 누르면 천정에서 자동으로 물이 나와 청소와 목욕을 시키더라. 냄새가 거의 없을 정도로 위생적인 사육방식인데 시어머니가 데모를 한 것이다.
“물러가라! 힘내라!”
너도 이 구호를 기억할 것이다. 돼지는 자주 씻기고 사료만 먹이면 맛도 없고 영양가도 떨어진다는 시어머니의 주장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한국식으로 키우면 냄새 때문에 이웃에서 싫어할 것이고 불결하면 가축의사도 오지 않기에 고모가 단호하게 거절을 하더라.
“물러가자! 짐 싸라!”
미국이란 문화는 부모님의 말이면 무조건 복종을 해야 하는 한국 유교문화와는 차이가 나 고모가 미국식으로 나오자 시어머니가 홍능의 데모 구호를 외쳤기에, 놀란 고모가 싹싹 빌며 5동의 돼지 막사에 2동을 한국식 사육법으로 양보를 했으며 여름철에는 큰 한국식 돼지는 키우지 않기로 단서를 달고 빈 다음에야 데모가 끝나고 혈압이 내려 갔다.
“헤어져라! 국산품 이용하자!”
나도 장래에 자식들이 미국여자와 결혼을 한다는 경우가 생기면 이런 구호를 외치는 할머니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걱정이 되는구나. 특히 시커먼스는 더욱 곤란한데…. 나 피곤해서 잔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내가 미국에서 이 글자를 적어볼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해 본적이 없이 해마다 년 말이면 꼬부랑 글씨를 적던 기억이 나구나. 너의 답장 잘 읽어 보았다. 가족들에게도 읽어 주고 나 혼자서 몰래 읽으며 웃어도 본다. 온지 두 달 반밖에 되지 않지만 어른들의 마음은 홍능의 골목길에 가 있고 아이들의 마음은 미국에 와 있다.
오늘 삼돌이 만나러 이웃집의 흑인 소녀가 왔는데 시어머니가 기겁을 하여 문을 열어 주지 않기에 원호가 “미국 시커먼스 왔는데 문을 열어 주세요”하며 사정을 하기에 할머니는 자신의 방에 가서 “호랑! 호랑!”만 외우고 있었라. 그러나 심하게 반대를 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떠난 후에 시커먼스가 밤마다 울었다는 너의 편지가 감동을 준 것 같다.
솔직히 나도 할머니처럼 두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달라스에는 한국사람이 많이는 없지만 단결심이 강해 같은 교회에 나가고 서로 형제처럼 도우며 지내기에 할머니를 제외하고는 다 교회에 나간다. 철수 전도사가 제일 기뻐할 소식 같구나.
학창시절의 크리스마스는 동생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에 용준 교회에서 학생들이 찾아와 집 앞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불러준 것이 제일 추억에 남았는데, 이곳에는 이 예식이 제일 큰 행사라 교회 초신자인 우리 가족도 참석을 하였고 남자가 많은 집이라 소녀 중창단이 끊이지 않아 잠을 못 잤으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1974년은 하나님이 나에게 여동생을 주셨고 삼돌 아빠는 잃어버렸던 누나를 만난 만남의 시간이자 이별의 시간이었다. 만남과 이별은 기쁨과 슬픔처럼 대조적인 모습이나 이 둘이 있어야 생명력이 있는 것 같구나. 내가 힘든 문자 쓰제? 이상하게 글을 쓰면 점잖아지고 어려운 문자가 술술 나온데이. 글은 본대로 느낀대로, 붓 가는대로 적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 나는구나. 1975년에는 나의 여동생에게 멋진 남자가 프로포즈를 하길 빌며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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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서인 ‘회심’30page(6회 정도)로 마감이 됩니다. 그 동안 미비했던 점을 보완하고자 많은 생각을 하며 지우개로 지웠으나, 섭섭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글이 나오는 대로 적기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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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칠
(195.72.251.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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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이 [88]번 입니다. |
| 첫 눈의 사연을 읽다보니 실수를 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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