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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진달래꽃 감상-2내가 떠나 바람되어 그대를 맴돌아도 그댄 그녈 사랑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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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2월 02일 (금) 00:00:00 [조회수 : 2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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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진달래꽃 가사 전문>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날 떠나 행복한지
이젠 그대 아닌지
그댈 바라보며 살아 온 내가
그녀 뒤에 가렸는지
사랑 그 아픔이 너무 커
숨을 쉴 수가 없어
그대 행복하게 빌어 줄께요
내 영혼으로 빌어 줄께요
<후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내가 떠나 바람되어 그대를 맴돌아도
그댄 그녈 사랑하겠지'
일찌기 마야의 진달래꽃에 대한 평을 한 적 있다.
그 때는 소월의 시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으나,
그 전후에 실린 노랫말이 내 눈을 더 끌었다.
오늘은 시가 아닌 그녀의 가사를 음미하고 싶다.
노래의 시작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태풍을 전조하는 잔 바람처럼
음악을 모르는 나라도 그 시작 부분은
락이 아니라 발라드풍 같다.
처연한 혼잣말, 뼈저리는 독백.
아마 실연의 아픔이
그녀로 관조하게 했을 듯.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의 흐름처럼 깊고 무겁다.
"다신 보지 말자."
그의 말을 듣고 무게 중심을 잃었을까?
연줄을 끊듯 넋을 놓아 버렸을까?
허공에 뜬 구름처럼 까닥까닥 흔들리며
입가에 흘리는 탄식 같은 신음은 혹 아니었을까?
그렇게 읽기 시작해 보는 거다.
'사랑 그 아픔이 너무 커'
가슴 저리는 그 감정이 너무 직설적이라
시적인 표현은 못 될 것 같지만
시보다 더 가슴을 파고 드는 것은
보편적인 이별의 현실성 때문일 것이다.
'숨을 쉴 수가 없어'
숨 막혀 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숨막힘이
비단 작은 키의 당당한 처녀
마야 한 사람의 아픈 경험만 아니리라.
이유는 간명하다.
'날 떠나 행복한지'
'이젠 그대 아닌지'
'그녀 뒤에 가렸는지'
아마 소월이 진달래꽃을 쓴 배경일 수도 있겠다.
소월은 남자로서 여자의 입을 빌어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되
마야는 여자로서 남자의 입을 빌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다면 절묘한 조화이다.
사랑과 이별의 감정은
남녀의 구별이 없는 까닭일 게다.
한때 붉게 타오르던 사랑도 바래고 잊혀지고 시들고
혹 다른 사람에게 가려도 진다.
나보기가 역겨워 떠남보다 실은
다른 사람에게 홀려 떠나는 게 더 속이 아릴 게다.
살포시 즈려 밟게 할 진달래라는 모티브가
사랑과 이별의 그 현장에 없다면
얼마나 비통스러울까?
그 둘은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핀
영변의 약산에서 사랑을 꽃 피웠을 것이다.
진달래꽃 더미에 쓰러져
그 가지를 뚝뚝 분지러뜨리며
사랑을 맺었을 게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다운 곳에서 해야 하나 보다.
헤어짐도 그 꽃잎의 즈려밟힘으로
처연한 이미지로 막을 내리게 하자는 것.
그래서 헤어지는 장소도 아름다워야 할 것 같다.
"내 눈을 보고 말해 봐.
날 두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차마 눈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오늘날 보통사람들 사이에는 진달래도 없기에
밤하늘을 뒤덮어 불야성을 이룬 벚꽃도 없기에
풍천장어와 검붉은 복분자주 이별상도 없기에
차라리 온 천하를 덮어 버릴 듯한 황사도 없기에
또 하나의 이별시를 만들 수 없음이 아쉬울 것 같다.
'그대 행복하게 빌어 줄께요
내 영혼으로 빌어 줄께요'
여기선 그녀 새가슴에서 울림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감정이 격앙되고 핏대가 선다.
저주 대신 행복을 빌어주는 게 사랑답지만
목소리는 보내주는 게 아니다. 여기서도 반어법?
'차라리 가슴 찢어질 것을 미리 알았음
그까짓 사랑을 하지 말 것을.....'
후회해 보련만.
사람은 사랑으로 사랑을 익혀 가고
이별의 정서도 배워 가지만
그 사람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그것을 터득할 때 쯤이면
머리에 새치가 살얼음처럼 반짝일 때인 걸.
마야 씨! 그래도
이 부분은 너무 슬프지 않나요?
'내가 떠나 바람되어 그대를 맴돌아도
그댄 그녈 사랑하겠지'
결국은 허무하게 체념하고 말 건가요?
'바람 되어 목도리처럼 그댈 감돌아도
그댄 그녈 사랑할 거야. 날 저버릴 거야."
정녕 그렇게 물러설 건가요?
2005-12-01
화율숲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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