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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방문기8> 용맹스런 인민군???
박인환  |  gojumool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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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2월 02일 (금) 00:00:00 [조회수 : 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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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받은 가장 큰 충격은 인민군을 본 것이었다. 인민군을 북한에서 보았다고 해서 무어 그리 충격을 받을 일이었냐고 반문할 것이다. 인민군이야 군 생활 중 전방에서도 많이 봤고 판문점에서도 가까이 본 적이 있었다. 그렇다. 인민군은 인민군일 뿐 별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지난 달 그들의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다. 남포에서 평양으로 가는 길에 혹은 검문을 하고 혹은 경계를 서고 있는 인민군들을 여럿 보았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20여 년 전 전방 GP에서 멀리 넘어다보던 활기 찬 인민군의 모습도 아니고 몇 년 전 판문점에 가서 보았던 침착한 인민군의 모습도 아니었다.

너무 작았다. 그리고 너무 말랐다. 키는 하나같이 어찌 그리 작은지. 눈짐작으로 160cm 넘는 군인들을 보지 못했다.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어린 시절 만화에서 보던 ‘깡마르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인민군’의 모습이었다.

“인민군들이 먹지 못해 키가 작고 가냘프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기에 그렇거니 하고 보았지만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전혀 상상치 못했던 그들의 또 다른 모습 때문이었다.

   
남포외국인 숙소를 경비하는 인민군들을 보니 나이가 어려 보이기에 “소년병들인가?” 하고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그 후 여러 곳에서 본 인민군들의 얼굴이 모두 하나같이 십 오륙 세의 소년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들 가운데 소년병은 하나도 없고 모두 제 나이에 입대한 20대의 인민군들이었다.

아, 나이는 들었어도 얼굴이 아직 소년인 인민군들! 먹지 못해 키도 자라지 못했지만 얼굴마저 어른으로 변하지 못한 젊은이들. 그들이 인민군이었다. 우리네 군인들과는 너무도 다른 외양 때문에 “이들이 과연 우리와 한 핏줄이란 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구 소련이 와해되고 공산주의 국가가 모두 사라짐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붕괴된 후, 1995년부터 북한사람들이 굶주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부터를 그들은 ‘고난의 행군’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인민군들은 한참 잘 먹고 커야 할 10대 초반을 굶주림에 시달리며 자라난 것이다.

북한도 여늬 공산국가처럼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을 했다거나 개방을 했다면 그렇게 굶주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 망할 놈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백성들이 그렇게 굶주리고 체형과 얼굴모양까지 색다르게 바꾸어 놓다니...

우리교회는 올 해 북한선교주일 헌금을 하긴 하되 힘내어 하지는 않았다. 막연하게나마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북한을 위해 헌금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었는가보다.

또 어쩌면 “대북한 퍼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대북지원하는 양식이 군량미로 전용되니 보내주면 안된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세뇌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번 북한방문을 하고 나서 엉뚱하게도 인민군을 보고나서 그들을 열심히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사람이 굶주리는데, 거기에 무슨 조건이 필요하며 단서조항이 필요할 것인가?

좀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불쌍한 인민군들을 위해서 쌀을 보내자”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일설에 의하면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 200만 명이 굶어죽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이 어린이와 노인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인민군 병사 세대들은 고난의 행군 동안에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살아남았으되 아직 얼굴은 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이의 모습을 한 불쌍한 이들이다.

인민군들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을 한 번 해 보았다. “중국이 북한을 도와주지 않고 미국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지금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재래식 무기로 남북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물론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만의 하나라도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80년대 초 3년 동안 전방근무를 하면서 매일 북쪽에서 해대는 대남방송을 들었었다. 그 중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이 '우리의 용맹스런 인민군'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난 달 북한에 가서 만난 인민군들은 결코 용맹스러워보이지 않았다.

북한을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내 눈 앞에는 아직도 인민군병사들의 핏기어린 앳된 얼굴들, 그리고 초점을 잃은 듯 퀭한 눈동자들, 땅에 끌릴 듯 간신히 소총을 메고 있는 가냘픈 어깨들이 맴돌고 있다.

그리고 검문을 하면서 “어디 가십네까?” 하던 ‘군기’라곤 찾아 볼 수 없던 힘없는 말투들이 내 귓전을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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