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의 용산 철거민에 대한 중형구형을 규탄한다.

국민이 국가에 세금을 내고 각종 권력을 위임하는 것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보장해 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국가는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권력의 주권자인 국민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용산참사를 통해 극명하게 발견하다.

‘살려고 올라갔는데 죽어서 내려왔다’는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처절한 절규가 무시된 지 벌써 열 달이다. 꼬박꼬박 세금 잘 내면서 그저 작은 일상들을 가꾸며 악착같이 산 죄밖에 없는 영세자영업자들이 어느 날 개발의 미명아래 갑자기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 것부터가 심각한 상황이다. 철거민들은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였으나 정부가 철저한 무시로 일관하자 비장한 결단으로 망루로 올랐다. 그들은 폭력투장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와 대화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24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집행된 강제진압은 결국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데 열 달 만에 철거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일어났다. 재판부에서는 이 참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렸고 5-6년의 중형을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남일당 건물 화재는 농성자들의 화염병 투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충연 용산철거대책위원장 등 농성자 5명에게 진압경찰관의 생명을 앗아간 책임을 물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이 판결에 대해 유가족은 ‘자기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이 어디 있느냐’면서 분개하였다. 무리한 진압을 행한 경찰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억울하게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치솟는 화염 속 망루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 화재가 났으며 어쩌다가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생겼는지에 대해서 객관적인 증거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사건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린다는 것은 이 재판이 객관성을 잃었다는 것은 증명한다. 증거도 없는 추정으로 중형을 구형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상식적이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

예언자 스가랴는 하나님의 말씀을 이렇게 전한다. “나 만군의 주가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공정한 재판을 하여라. 서로 관용과 자비를 베풀어라.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와 가난한 사람을 억누르지 말고, 동족끼리 해칠 생각을 하지 말아라.(스가랴 7:9-10)"

재판부는 판결의 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이들을 억압하는 도구로 남용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정권의 눈치를 봐서도 안 된다. 법적 판결은 신성한 영역이다. 신성한 영역을 탐욕과 비겁으로 모독해서도 안 된다. 더 이상의 오류를 국민들은 용납하지 못한다. 물론 하나님의 자비도 기대하지 말라!

사법부는 이어지는 항소와 상고의 판결을 국민과 하나님이 준엄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2009. 10. 30
감리교평화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