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현장

사랑의 공동체인 에덴 사랑의 집

외로움에 슬픔을 안고 사는 할머님들이 모여서 인생의 끝을 좀더 깨끗하고 따뜻하게 보내기 위한 에덴 사랑의 집을 마련하였다. 27평의 조립식 건물, 겉에서 보기엔 초라하고 쓸쓸하게 보이지만 그래도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훈훈한 인정과 사랑이 있는 여기가 천국이 아니던가!

박흥규 목사님을 통해 푸른언덕 가족이 되어 초창기에 나의 글을 한 페이지에 담은 적이 있다. 앞으로 나는 천대받으며 외롭고 불쌍한 노인들을 돌봐 드릴 수 있는 기회를 꼭 갖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정작 노인들을 모신다고 생각하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고 인간의 계산으로 나는 주판알 튕기듯 계산해 본다. ‘잡수시는 것고 신경써서 잘해드려야 하고 노인들이라 편찮으시면 돌봐드리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물질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돌아가신 후의 문제 등등 머리가 복잡해 오는 것이 역시 아직은 힘들고 어렵다’ 좀더 있어보자 좀더 기다려보자 하며 보낸 많은 세월 속에 몇분의 노인들을 초라하고 불쌍하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하였는가!

전능하신 하나님의 섭리보다는 자신의 머리로 계산해 주저하는 어리석은 부족한 제게 하나님께서 유복숙 전도사님을 통해서 깨달음을 주셨다. 내가 나가는 영천교회 심방전도사님, 겸손하고 주님의 성품을 닮은 사랑의 전도사님을 나는 존경한다.

얼마전 우리 주변에 혼자 사시는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신 것도 모른체 일주일 만에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그 전부터 전도사님도 노인들에 대한 문제를 늘 생각하고 기도했는데 불쌍하게 혼자 돌아가신 할머님 사건으로 인해 이일을 꼭 해야 하겠다는 뜨거움이 더해 갔으나 건물을 지을래도 토지가 없어 고민하던 중 나와 대화를 갖게 되어 잘 해드릴 수는 없지만 우리가 먹는대로 해드리면서 모셔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전도사님과 난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나의 마음과 생각을 알고 있는 남편에게 “여보, 우리 땅 갖고만 있으면 뭐해요. 좋은 일 합시다. 기존에 있는 7평의 조립식 건물에다 터지어 불쌍한 노인들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모실 수 있다면 어떻겠어요?” 하고 묻는 나에게 선뜻 “좋은 일이지. 우리 믿음을 가진 신앙인들이 당연히 해야 할 사명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 형편이 좀 해결되면 벽돌로 제대로 지어서 편히 모셔야 되지 않아?” 매사에 신중을 기하고 조심스레 행동하는 남편이라 역시 실수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역역히 보인다.

현재의 가정 형편이 말할 수 없이 어려워 모셔온 뒤에 감당해야 하는 물질적인 뒷받침이 무거운 대답을 하게 하는 것이리라. 이에 유복숙 전도사님은 우리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지만 함께 고통을 나누고 기쁨을 더해가는 생활이 어쩌면 하나님께서 더 원하시는 일일 것이라며 나약한 여자의 몸이지만 용기를 갖고 믿음으로 건물을 짓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보이셨다. 하나님의 멋진 섭리로 94년 2월에 27평 조립식으로 에덴 사랑의 집을 마련하게 되었다. 너무 감사하여 눈물짓는 전도사님을 보면서 그저 기쁘기만 하였다. 무이자로 자금을 빌려주시는 분, 세탁기, 청소기, 씽크대, 따뜻하게 덮으시라고 이불 10채, 여러모로 조그마한 힘이라도 도와주려고 애쓰는 많은 분들이 있었다.

제일 먼저, 이북에서 월남하고 작년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혼자 외롭게 사시던 문경숙 할머님을 모셔왔다. “여기가 천국이네요. 너무 좋아요. 너무 너무 좋아요.” 어린 아이와 같이 마냥 좋아하는 할머님을 뵐 때 가슴이 뭉클하였다. 하성에서 한 분, 박촌에서 한 분, 성환에서 봉사하겠다고 자주 왔다갔다 봉사하시는 노인 권사님, 둑실동에서 정신이상으로 있는 젊은 30대 여자 한 분, 가정형편이 문제가 되어 오신 할머님, 외로움을 함께 하겠다고 오신 할머님··· 그러고 보니 대식구가 되었다. 전도사님의 며느리인 박기자 집사님도 사랑의 은사를 받아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답게 얼마나 희생적으로 할머님들을 돌봐드리는지 모른다. 때마다 따뜻한 진지를 해드리고 편찮으시면 모시고 다닌다고 운전면허를 따서 여러차례 모시고 다니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얼마전에는 문경숙 할머님 생신이었다. 생신 차려드리라고 조옥자 권사님이 미역이며 고기며 사오셨다. 생신상을 받으시는 할머님은 제일 좋은 옷을 입고 평생에 이런 좋은 날도 있느냐며 하루종일 신나하셨다. 웃음이 절로 난다. 나야 있는 땅에 사랑의 집을 지을 수 있게 한 것뿐 아직 아무 힘도 되어주지 못하고 있다. 애를 쓰는 전도사님과 집사님을 보면 안타까워서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검단면 새마을 부녀회장으로, 교회적으로는 인천북지방 임원으로서 외부에 홍보하여 그들로 하여금 사랑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회원이 되도록 권면하는 일로 무거운 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하기 위해 노력해 본다.

그러나 생각지 않은 문제들이 일어난다. 혼자 사실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함께 공동생활을 하다보니 이해와 사랑이 전혀 없고 자신들만 생각하신다. 노인이 되면 어린애가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혼자 계실 때는 제대로 진지도 해 잡수시지 못하셨던 분들이 이젠 우리가 듣지 않는 곳에서 반찬이 나쁘다고 불평을 하신다. 어떤 분은 면에서 당신 몫으로 나온 쌀이라며 팔아달라고 하고, 방을 독방으로 달라고 하시지를 않나 정말 실망이 된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또 한번 인간적인 생각이 먼저 앞서게 된다. ‘아니 당신들 혼자 사실 때 어떻게 생활하셨는데 별소릴 다 듣겠네.’ 속이 상했다. 분한 마음에 배신감까지 속에서 열과 함께 올라온다. 그러나 유복숙 전도사님은 그래도 할머님들을 이해시켜 드리는 포용력있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 주신다. 우리가 아직도 생각지 못하는 많은 문제들이 앞으로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위로부터 주시는 사랑으로만이 덮을 수 있고 감당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하나님 봉사하는 마음에 더 큰 사랑의 은사를 주셔서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옵소서.” 주님께 간구해 본다.

▶ 이 글을 대하시는 모든 믿음의 형제님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위해서 기도해 주시고 돕고자 하시는 마음이 있으시다면 믿음으로 회원이 되셔서 함께 주님의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국민은행253-21-0040-042 유복숙  농  협 241095-52-005694 유복숙  김정옥(김포 검단면 당하리)                        푸른언덕

   힘주는 이야기

용암산에 전해 오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필자가 달월공부방 개강식에 들려준 이야기이다.>

얘들아, 거룩한 말씀(聖經)에 이런 말 있더구나.

“너희는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 2:5).

그리스도의 예수의 마음을 어디에 품으란 말이니? 그래 마음에, 내 마음에 품으란 말이구나. 사람의 마음이 하는 일중에 가장 돋보이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품는 일이로구나.

얘들아, 어느 봄날 어미닭이 달걀 열개를 품었더랜다. 가슴과 배의 부드러운 털로 품은지 스므날이 되었구나.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래 어디에나 성질 급한 녀석이 있게 마련이지. 병아리 한 마리가 깨어났구나. “삐약!” 스무하루가 되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병아리 일곱마리가 알을 깨고 나왔지 “삐약, 삐약, 삐약!···” 여덟마리 병아리의 부산함에 어미닭이 다 되었나 하고 살펴 보았더니 에그머니, 큰일날뻔 했네. 어디에나 느려터진 녀석도있는 법이구나. 급할 것 없다는 듯 소식없는 달걀이 두개나 있구나. 어미닭은 먼저 깨어난 병아리를 날개에 품고 따뜻한 가슴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알 두개를 더 품고 있었지. 하루가 더 지나서 느림보들도 다 깨어났구나. 열마리 노란 병아리는 삐약삐약 어미닭을 따라 벌써 세상구경 떠났구나.

얘들아, 품는다는 건 무얼 뜻하는 거니? “병아리요.” 그래, 달걀 속에 있는 병아리가 될 생명의 씨를 깨워서 스물한날 동안 한 마리 귀여운 병아리로 자라게 하는 것이로구나.

그런데 얘들아. 농부가 터밭을 갈아 골을 트고 씨를 뿌렸구나. 그래, 그래 살짝 덮어야겠지. 사람편에서 보면 씨를 뿌리는 것이지만 텃밭 편에서 보면 씨를? 그래 품는게지. 터밭의 흙속에 품겨진 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씨속에 감추어 있던 생명이 기지개를 켜고 깨어 일어나 뿌리로도 자라고 새싹으로도 자라났구나. 그러니 얘들아, 품는다는 건 무얼 뜻하는 걸까? 감추어진 생명의 씨가 깨어 일어나 자란다는 것이로구나. 거듭 태어난다는 것이로구나.

오늘 우리가 달월공부방에 다 들어와 있구나. 우리 생각에는 달월공부방에 들어와 있는 것이지만 달월공부방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래, 우리를 품어 안은거지! 씨가 흙속에서 뿌리와 새 싹으로 깨어 자라듯 공부방에 품어진 우리는? 우리 몸안에 뭐가 깨어 일어나는 걸까? 무엇이 자라는 걸까?

어리 어리둥절 이건 어렵구나. 그래, 독재권력 사십년의 혹독한 통치에 시달려 이제는 빼앗기고 잊혀진 말이 되었구나. 정신차려보자. 얘들아, 너희들 뜻, 얼, 넋, 영 이런 말들 들어보았니? 이런 말뜻을 아니?

사람의 마음에는 얼이 묻혀있구나. 영이 잠들어 있구나. 달월공부방이 너희를 품는 것은 뜻을 세워 너희 몸속에 깃들여 있는 얼을 깨우는 것이로구나 영을 자라게 하는 것이로구나. 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로구나. 그렇다면 얘들아, 뜻도 세우지 않고 얼도 없는 사람도 있을까? 그럼, 있지. 얼빠진 놈! 얼빠진 놈만 있을까? 어니지, 얼빠진 년도 있지.

얘들아, 태어난 병아리가 무얼 먹고 자랄까? 그래, 모이 톡톡 찍어먹고 물 한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며 자라지. 푸르게 깨어난 새싹은 무얼 먹고 자랄까? 그래, 그래 따뜻한 햇빛을 머금고 뿌리 통해 빨아드린 흙속의 양분을 먹고 자라지. 그럼 얘들아, 달월공부방이 품은 너희들 마음에서 깨어 일어난 일은, 영은 무얼 먹고 자랄까? 글쎄, 아아, 글쎄 무얼 먹고 자라지? 에이, 깜깜절벽 모르겠네? 무얼 맛있게 먹고 자랄까???

아 알겠다. 얘들아, 뜻을 세워 깨어난 얼은 이야기를 먹고 자란단다.

-이야기-

너희들 이야기 좋아하니? 그래, 그래 그렇지만 너희들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분이 있구나. 누군지 아니? 하나님! 그래 하나님은 얼이시거든 영이시거든 그래서 하나님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꾼이셨단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도 맛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하셨지. 얼마나 이야기를 좋아하셨는지 예수님은 자기가 이야기(말씀)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이야기인 내 살과 내 피를 먹고 마셔라 내어 주셨구나. 바로 너희의 얼을 자라게 하고 너희의 영을 빛나게 하시려고 그러신 것이지.

얘들아. 오늘 달월공부방 개강식에 내가 맡은 순서가 뭐니? 여길 좀 보렴. <힘주는 이야기>지. 자, 그럼 이제 맛있는 이야기 하나 해 줄께.

내가 홍도사만 했을 때였지. 강원도 바닷가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산골에 있는 꽃거리라는 교회의 담임전도사였구나. 그 마을 앞으론 싸릿개울이 흐르고 싸릿개울 국민학교가 있는 뒷산은 아주 거대한 바윗 덩어리 산이 서 있었구나. 그 산의 이름이 용암산이었지. 참 웃겨, 아무리 봐도 용 닮은 데 라고는 한 곳도 없는 바윗 덩어리 산이 용바위 산이라는구나. 나는 쳐다보고 빗겨서서 째려보고 거꾸로 허리 굽혀 다리 사이로 올려다 보았지만 용 닮은 구석을 끝내 찾아내지 못했구나. 그런데 한가지 그 용암산 중턱 넘어에 커다랗게 뚫린 보름달처럼 둥근 구멍이 이쪽과 저쪽에 나 있는거야. 그것 말고는 아무런 특색도 없는 거대한 바위산일 뿐이었어.

참 궁금하더라구. 왜 용암산이라고 했을까? 좀이 쑤셔서 모르면서도 아는 척 할 수가 없더구나. 그래서 나는 그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그 마을에서 사신 농부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물었지.

왜 저 바위산을 용암산이라고 하나요? 그 농부 할아버지가 들려준 용암산 이야기야.

아주 멀고 먼 옛날 옛적에 하지만 잘 따져보면 그렇게 멀지도 않은 옛적 간날에 동해 바다에서 올라온 용 한마리가 구름으로 용암산을 감싸놓고 머리와 꼬리로 용암산을 밀어내어 드넓은 평지를 만들려 했다는구나. 그곳은 울통불퉁 높은 산이 너무 많아 넓은 세상의 도읍지로는 도무지 쓸모가 없어서 용암산의 바위를 양편으로 길게 늘여 펼쳐서 넓은 세상의 도읍지로 삼으려했다는거야. 그후로 용암산은 밤낮으로 짙은 구름에 덮여 있었다는구나. 싸릿개울을 큰 강으로 삼고 푸르고 깊은 싸릿개울 사이로 넓게 펼쳐질 드넓은 평지를 생각하며 밤으로 낮으로 용은 머리와 꼬리로 용암산을 밀어내고 있었던거야. 그래 얼마나 머리로 바위를 세게 비벼대고 밀어냈던지 자, 보렴 이 머리가 그때 다 빠진거야. 다시 안나니 대머리가 된거지.

그런데 얘들아, 그 마을에는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었다는구나. 그 할머니는 가끔 용암산 아래 싸릿개울가에 나와 빨래를 하곤 하였다는구나. 그날도 용암산은 짙은 구름에 휩싸여 있었고 용은 벌써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이쪽 바위산에 머리를 디밀고 저쪽으로 바위산 구멍에 꼬리를 받쳐 넣고 용암산을 길게 밀어내는 일을 하고 있었구나. 너무 일에 몰두해 있느라 그날따라 바람이 살랑거리며 구름을 이리 밀고 저리 밀고 다는 걸 몰랐구나. 오랫만에 싸릿개울에 나와서 묵은 빨래를 하던 할머니가 아픈 허리를 잠시 펴고 쉬느라 무심히 고개를 들었는데 얘들아, 이를 어쩌니. 구름이 흩어진 사이로 비늘 달린 용의 몸통이 언듯 언듯 비쳤구나. 그 할머니가 그만 그걸 보았구나.

“에그머니, 저 용 봐라!”

깜짝놀란 할머니가 너무 경솔하게 소리를 지른거야. 아마 그 할머니는 얼빠진 할머니였나 보다. 할머니가 외친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우르릉-꽈-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용이 버둥거리듯 구름을 흩어버리며 그만 용암산 아래 깊고 푸른 물속에 풍덩 빠져 죽어버렸다는구나. 그 이후론 용암산에는 안개조차도 걸지지 않는다던가.

커다란 용이 죽어 빠진 그 깊은 용소는 죽은 용의 몸으로 채워져서 땅이 되어 버렸고 자연 싸릿개울의 물길은 저쪽 병풍바위 쪽으로 돌아 흘러 아쉽고 안타까운 그 사연들을 병풍바위에 절절히 새겨두려 했다나.

죽은 용의 몸으로 그나마 넓은 땅이 된 용암산 바로 아래엔 먼 훗날 싸릿개울 국민학교가 세워졌고 그 주변의 마을이 넓어졌다는구나. 그래서 나는 그곳에 다니는 어린이들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사는지 살펴 보았지. 그때는 아무도 넓은 세상 만들려던 동해바다 용을 마음에 품고 사는 어린이들이 없더구나. 넓은 세상을 만들려던 죽은 용은 그나마 넓은 땅이 되어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과 어린이들이 품고 살고 있었는데도 그곳엔 얼이 깨어나 넓은 세상 만들려던 용암산의 용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이 없더구나.

그래서 얘들아, 내가 용암산의 그 용을 내 마음속의 깨어난 얼 속에 담아왔단다. 고이고이 품고 살길 15년. 오늘 달월공부방 개강식에 참석해서 공부방의 이 넓은 품에 안긴 너희들에게 선물로 나누어 주는거야. 달월공부방이 너희를 품어주고 너희가 뜻을 세워 너희 몸에 깃든 얼과 영을 깨워내서 무럭무럭 자라날 때 어둠과 절망의 바위산을 넓히고 넓혀 드넓은 세상을 만들려던 용기있고 씩씩하고 착한 용을 잊지말려무나. 내가 너희에게 주는 선물, 용암산의 용 이야기를 너희 가슴의 얼속에 품어 간직하고 무럭무럭 자라나려므나!

   김영동(달월교회 부목사)                      푸른언덕

푸른언덕 가족란

새로운  밥상공동체를 열며

♥박혜성, 안혜숙 결혼식♥

지난 4월 21일 복사꽃과 싸리꽃이 만발한 대관령에서 푸른언덕 가족인 박혜성, 안혜숙 두 사람의 결혼식이 박흥규 목사님의 주례로 있었다. 결혼식은 2명의 증인 앞에서 치루어진 조촐한 것이었지만 그 엄숙함과 화려함은 여느 결혼식 못지 않았다.

결혼식의 주인공 신랑 박혜성씨는 지난 85년 박흥규 목사님의 푸른언덕인 대관령에 들어와 살면서 축사를 짓고 흑염소와 소를 키우며 밤나무를 가꾸고 생활의 터전을 마련코자 애썼던 사람이다. 지금은 간성에서 당구장을 경영하고 있지만 자신의 젊음을 바친 대관령은 영원한 자신의 고향이며 변치않는 푸른동산이라고 하며 새로운 인생의 출발끈을 여기서 묶었다.

식장은 옛날 지금의 국도가 나기 전에 옛길이라고 하여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가기 위해 넘던 그길, 길목에서, 소금장사들이 소금짐을 지고 넘던 그곳, 그곳 길목에서 지금은 다 부서지고 남은 것이 없지만 선황당이 있고, 주막이 있던 그 마당 앞에서 치루어졌다.

신부는 하얀 드레스를 입거나 면사포를 쓰지 않았고 신랑도 양복을 입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쪽두리나 사모관대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편안하고 간편한 일복차림이었다. 그러나 이 세상 어느 신랑신부보다 더 아름답고 고결한 것은 그들 가운데 진실이 있고 사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웨딩마치 대신에 찌르레미가 울었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축가로 화답하였다. 비디오는 없었지만 카메라가 있었고 녹음기가 있었다. 식장 바닥은 잔디가 깔렸으며 곳곳에는 바위가 하객으로 참석하여 자신의 모습이 흐뭇한듯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다. 주례 목사님의 벅찬 음성에 신랑의 팔에 얹은 신부의 손이 긴장하였고 신랑의 “즐거운 우리집” 찬송을 하는 목소리도 떨렸다. 기도는 문병하 목사가 했고 축도는 서경철 목사가 했다.

주례는 “두분의 만남을 하나님의 섭리로 보고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허락하신 만남을 소중히 여기며 사시라”는 주례사에 덧붙여 이곳은 선황당이 있던 자리로 민족신앙의 근거가 되었던 곳이며, 이 길은 조상들의 숨길이 베어있는 장소요, 또 이곳은 민족분단의 아픔이 있는 장소로서 이곳에서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꾸미는 선남선녀는 민족과 민중과 통일의 밑거름이 되라는 축복을 하였다.

예식이 끝난 후 계곡물이 합창하는 연회장에서 미리 준비한 돌밥과 즉석에서 모닥불을 피워 구운 삼겹살로 배를 채우며 새로운 밥상공동체의 시작을 열었다. 비록 결혼반지도 준비하지 못하고 수 많은 하객도 없는 결혼식이었지만 대관령을 화려하게 장식한 봄 꽃과 싱그러운 수풀의 향기가 결혼을 축하하며 봄바람이 손을 흔들어대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잔치였다. 우리는 결혼식에 참석코자 보낸 일곱 시간의 긴 여행이 이러한 진실한 선남선녀의 잔치에 참석키 위한 노력이었다면 결코 아깝지 않게 생각되었다.

신랑신부와 함께 내려오는 대관령은 결코 멀거나 힘든 땅이 아닌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은 푸른언덕이 현실화 된 곳임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오혜성, 안혜숙 그대들의 앞날에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 하기를···.

                    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