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이 한증 바빠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봄 가뭄이 계속된다. 어젯밤에 흡족히 내린비로 집주변 식목한 나무도 텃밭에 심은 마늘도 약비가 되서 잘자라나겠다. 요즘은 논갈이 하는 일로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우리 선장지역에 좋은 미담이 있어 주인공을 찾아 대화를 나누었다. 미담 주인공은 선장 소재지 장터 자리에 오래전 지은 목조건물을 전세얻어 오토바이 쎈타를 경영하는 김창수씨이다.

이곳은 선장지역 50-60대 되시는 각동네 분들이 모여지는 장소로 각동네 정담과 선장지역 발전을 위해 서로 논의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선장지역 소식 1번지라 할만큼 각종 소식이 제일 빠른 곳이기도 하다. 소재지에는 경노당이 2곳이 있다. 그 경노당에는 참여하기가 좀 젊은 분들이 모이시는 중간 경노당인 셈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지난 2월 1일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주인 김창수씨가 쎈타에 출근해서 몇 분들이 모이시게 되면 으례히 하는 것처럼 다방에 커피를 시키셨다. 커피 두잔을 시키자 잠시후 아가씨가 커피를 들고 들어와 너댓분이 차를 마셨다. 두잔값 1,600원을 주기위해 천원짜리 두장을 주고 잔돈을 주기 바라니 아가씨는 의연한 태도로 찻잔 보따리만 싸서 가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의아해서 그 중 한 분이 “거스름 돈을 왜 안주나?” 하고 물으니 아가씨는 “오늘부터 차값이 1,000원으로 올랐어요.”라는 말과 함께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어안이 벙벙하니만치 허탈하기까지 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밤사이 차값이 25%나 껑충뛰다니···.

농촌에서 차 한잔에 천원이라면 쌀이 한 되. 쌀이 한 되면 3명 식구의 하루 양식이 아닌가? 가뜩이나 우리 농촌이 수입농산물이다 UR이다 해서 초상집 같은 심정인데···. 커피만 해도 수입품이 아닌가. 이 곳 쎈타에서 하루에 커피값으로 허비되는 돈이 줄잡아 2-3만원은 된다. 하루에 커피를 5잔 이상 마시게 되는 주인 김창수씨는 몸에도 해롭고 출입하는 분들의 용돈도 축나니 다방에 커피시키는 일을 중단하고 국산차의 재료를 사다가 오시는 분들이 손수 타서 먹자고 의견을 제시하니 이 곳에 오신 분은 모두 찬성이었다. 단돈 만원만 가지면 이 곳에 오시는 분들이 삼일을 드신다고 하니 얼마나 경제적이고, 누이좋고 매부좋다는 격이며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 즉시로 각종 재료를 농협에 가서 구입하고 주인은 집에서 주전자를 갖다 겨울에 난방기로 쓰는 폐유사용의 난로위에 놓으니 건조한 쎈타에 가습도 되고 오시는 분들이 손수타서 친구나 형님, 아우님께 주니 한층 정도 두터워가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닐까!

절약되는 차값을 천원에서부터 어떤이는 이만원까지 재료값으로 자진해서 모은 돈이 한달여만에 무려 80여명이 참여 40여만원이 모금되었다. 이 돈을 커피 마시는 일에만 쓸 것이 아니라 좀더 보람있게 써보자는 논의 끝에 선장지역 네 곳의 노인정에 라면 4박스씩 전해주어 노인분들을 기쁘시게 해드렸다.

이후 정월보름에 선장지역의 제일 어렵게 지내는 8분을 선정하여 몸이 불편한 이에게는 약값으로 삼만원을, 좀 건강한 이들에게는 고기값으로 삼만원씩을 전해주니 이웃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한국고용복지 재활원에 15만원을 협조해 준 일도 있어 다방면으로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모두들 좋아하셨다. 연말 때면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백만원씩 혹은 기천만원씩 T.V 브라운관에 또한 신문에 대서특필로 나오는 사람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겠지만, 거짓없고 진솔한 이 분들의 풍요로움과 기쁜 마음은 그 어느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자기이득만을 위해 사는 생존경쟁의 각박한 현실 속에 이웃을 생각하고 특히 농촌에 많은 소외된 노인들을 공경

하는 경노효친의 마음이야말로 우리지역은 물론 모든이들의 귀감이 되는 일이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작은 뜻이 모여 더욱 큰 뜻을 이루고 어두워가는 사회에 등불이 되길 기원해 본다. 이 좋은 뜻에 참여하신 침창수씨외 80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토바이 쎈타 벽에 걸려있는 종이로 만든 허술한 모금함이 한층 돋보인다.

               정해곤(아산군 선장면) 푸른언덕

푸른언덕교회 소식

어둡고 망망한 바다위에 푸른언덕 호의 배를 띄운지 6개월의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배를 띄울 때의 희망처럼 우리 소망을 하늘에 두고 하나님이 함께 하시므로 하나님의 선교(사회선교)를 목적하여 기쁨으로 항해를 하고 있으나 결코 잔잔한 바다만은 아닙니다. 기쁨으로 목이 메이는 일도 많이 있었고, 슬픔을 가슴으로 삭여야 하는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구별하여 보자면 우리에게는 예수님이 지고가신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하는 모습입니다.

작은 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의료보험료 대납가정이 생기고 생활비 보조를 돕는 일들이 생기고 노인정 할아버지들에게 성탄절과 설날, 부활절을 교회 식구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일을 하였습니다. 며칠 전에는 마을 할머님 14분을 모시고 여주 <영릉>과 이천 온천에 모시고 갔었는데 얼마나 즐거워 하시는지 오히려 모시고 떠난 저희들이 송구스러웠습니다. 고속도로의 정체로 지루한 상경길에는 할머니들께서 돈을 모아 헌금을 준비하시며 “커다란 교회에서도 못하는 일을 이 작은 교회에서 하는데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시며 한마디씩 감사의 표현을 하셨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우리 푸른언덕교회에

관심을 가지고 기도를 하시는 많은 어른들이 계시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지고 또한 어렵고 힘든 상황을 잘 인도해 주시는 전도사님의 사랑을 이곳 주민과 교회 식구가 서로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멀리서 우리와 같은 처지에 계시면서도 매일 헌금을 보내주시는 효림교회 식구들에게 이 지면을 통하여 형제애 같은 사랑을 느끼며 감사드립니다. 푸른언덕교회는 4월 17일 처음 계약된 장소로 이전을 하는데 모든 일들은 오직 주님의 뜻에 의해 이루어 진다는 것을 느끼면서 실천하는 삶, 헌신하는 삶의 모습으로 전도하는데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푸른언덕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꾸 자꾸 보여 줄 것을 약속드리며 주 안에서 항상 평안이 깃들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조화자(김포 푸른언덕교회) 푸른언덕

벌교 소장수  김영순 집사님의 그 이후

김영순 집사는 옛날엔 소장수였다. 지금은 원동 마을에 몇 안남은 토박이 농사꾼이다. 그는 원래 우리 마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술꾼이었다. 그런 그가 예수 믿은 지 이제 6년여, 살마이 변했다는 얘기는 이미 했었다. 그런 김집사의 가정에 있어서 작년 한 해는 정말 힘든 해였다. 우선 안사람인 송정자 집사가 교통사고를 당해 8개월간 병원신세를 졌다. 장날에 배를 팔러 리어카를 끌고 갔다가 술취한 승용차가 덮쳐서 머리가 깨어지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전남대병원 응급실에서 의사는 냉혹하게 죽기를 기다리라고 하였으나 살아났다. 사람들은 목사가 살렸다고 했다. 피투성이가 된 사고현장에서 싣고 달리는 데서부터 몇달여 숨돌리기까지, 시골 목사는 때론 주일예배도 마다하고 병상을 지키면서 그 잘난 기도를 해댔으며 보험회사와의 길고 지리한 승강이까지 도맡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난 11월엔 새 기계 들여와 소여물을 썰던 김영순 집사가 기계조작의 미숙으로 오른손이 잘려나가는 비통한 사건이 또 있었다. 그야말로 신형기계에 손이 말려들어가 의사의 말마따나 오른손 손가락 전부가 회쳐지고 말아 이제 그의 오른손은 뭉툭해지고 말았다. 농삿군이 이제 오른손 병신이란다. 안사람도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를 제대로 쓰질 못하는 데 이제 기계 잘 다루기로 소문난 김집사가 오른손이 없단다. 시골 목사는 벙어리 장갑으로 숨긴 집사님의 손을 볼 때마다 운다. 시골 목사는 허리가 아파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송집사를 볼때마다 운다. 시골 목사는 소처럼 일하면서 간질약 먹어가며 사는 28살짜리 아들 광수가 예배보러와서 끄덕끄덕 졸때마다 운다. 그래도 이들은 전혀 울지 않는다(아마 저들끼린 꽤나 많이 울고 심통도 부렸을껄). 여전히 신앙생활도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 물론 짓던 농사를 대부분 그대로 짓는다.

얼마전 이 집의 막내아들 두환이가 가난한 지역의 어린이를 돕는 부스러기선교회 주최 백일장에서 1등을 하였다. 우리 원동공부방이 1등, 2등, 단체상을 휩쓸어 두환이도 정동교회로 상받으러 갔는데 종내 두환이는 배 아프다고 버텨 다른 애가 대신 상을 받아 주었단다.

<으뜸상>

태풍치던 날 - 김두환(벌교원동공부방, 6학년)

얼마전 우리나라에 찾아온 태풍으로 인해 우리집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저희 집은 작은 산을 깍아 층층인 곳에 집이 있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늘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걱정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소외양간 언덕이 무너져 부서지고 만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저희집 논도 물이 차고 언덕이 무너져 논 절반쯤 황토흙이 쌓였습니다. 이런 힘든 일들을 우리 가족만 나가서 치우는데 너무나 힘들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소외양간에 쌓인 흙들을 파서 나를 때는 무척 힘들었습니다. 친구들과 놀 수도 없고 비도 오는데 비를 맞으며 한다는 게 싫었습니다. 엄마는 얼마전 교통사고로 몸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집에서 내가 할 일도 많아졌습니다. 할머니나 아버지께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나도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부터는 열심히 집안 일을 돕고 공부도 잘하겠습니다.

물론 이글은 김집사가 사고나기 전에 쓴 글이다. 김집사네는 이제 빨간 영세민 카드를 받게 되었다. 한 가정에 장애자가 셋이니까 나라에서도 돕는단다.

                                          이필완(전남 벌교원동교회 목사) 푸른언덕

          작은 실천

논두렁 밭두렁 일구며 고향을 묵묵히 지켜온지 60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한편으로는 도회지 생활을 채 못한 아쉬움도 없진 않지만 이모님(선장교회 창립자이신 최선아 권사님)의 신앙을 바탕으로 어린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주님 영접하며 기도속에 지내고 있다.

86년 어느날 풍체크고 활달한 옆집 홍정애 아주머니가 중풍으로 몸을 가눌 수 없게 되었다. 이웃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홍씨 아주머니는 몸은 말할 것도 없고 손발 모두 꼼짝도 못하게 되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 병원, 저 병원, 이 약, 저 약 다 써보았으나 소용없는 일이었으며 병을 고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방안에 누워 구둘장 신세만 져야 했다.

아들은 있지만 열사의 나라 리비아에 돈벌러

갔고 갓난 어린애 데리고 며느리가 병시중을

들고 있으니 처지가 말이 아니다.

처음엔 문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날이 갈수록 찾아오는 이는

뜸해지고 기거하는 방은 악취로 가득

메워졌다. 그래도 김수국 장로님은

하루에도 몇번씩 방문하여 위로와

용기를 심어주었으며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도록 했다. 심한 악취로 코를 진동하는 방을 무슨 방법으로 냄새를 줄여 볼 수 없을까 생각한 끝에 방 한구석 구멍을 뚫고 약식 수세식 화장실을 만들기로 하여 시멘트, 모래, PVC 통을 장만 멋진 화장실을 만들었다.

환자 스스로 그 곳에서 용변을 보고 물을 쏟으면 배수구를 통해 빠져 나가고 뚜껑을 덮으니 심한 악취가 없어짐은 물론이고 편리함도 이루 말할 수 없게 되었다.

환자 홍정애씨는 교회에 나가 본 적은 없다. 지금은 성경읽기, 찬송, 기독교방송을 듣는 등 주님을 영접하여 하루하루 삶을 지내고 있으며 김수국 장로님에 대한 고마움과 완쾌 되라라는 희망을 갖고 남은 여생을 주님께 맡기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김수국 장로님은 오늘도 교회 이 구석 저 구석을 돌보며 헌신적인 봉사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노인분들께 남들이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은 작은 실천을 통하여 주님의 사랑을 전하시며 그 속에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오늘도 아픈 다리에 부황기를 대고 뜸을 뜬다.

               서승원(선장교회 집사) 푸른언덕

          나의 스승

한 영혼이 지니는 무게의 정도는 얼마나 될까?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 주면서 퍼지는 파장의 넓이는 또 얼마나 될까? 푸른언덕에서 베어나오는 진실한 영혼들의 삶의 무게는 분명 천근만근 헤아리기 어려우며, 그 상큼한 감동들은 멀리멀리 퍼지고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되리라!

최근 나는 목회현장에서 느끼는 잔잔한 감동을 맛보며 산다. 그 감동들은 내게 자극으로 이어져 목회의 짭짤한 맛(?)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김순기 성도!

남편, 아들 둘 그리고 단촐한 스레트 기와집!

현재 전기회사에 근무중. 신앙생활 한지는 4년.

내가 이런 짧은 이력서를 지닌 그 분을 안 것은 93년 봄이었다. 그 당시 남편은 허리가 아파서 무직의 상태였고, 처음 그 집에서 예배 드릴 때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침대가 놓인 작은 방, 예배를 진지하게 드리는 모습, 말씀을 사모하며 잘 받아들이는 못습, 예배 후 기쁨이 넘침, 어두컴컴한 밤 상대방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하던 모습 등.

남편은 매우 자상한 인상이다. 실제로 설겆이도 잘하시고 집안일도 잘 거두신단다. 실직후 인생을 술로 달래시기도 하고, 시름을 잊으려 낚시를 다니시기도 하셨다. 교회에 나오시면 서툴고 설득력 없는 나의 설교를 무던히 잘 들어 주시기도 한다. 예배가 끝나면 허리를 반쯤 굽혀 학(?)실히 인사를 하시는 분!

92년 교회가 처음 지어지고 매주 금요일 저녁 심야 기도회를 인도하고 있을 때였다. 기도회가 무르익을 무렵, 술취한 어느 아저씨가 문을 활짝 열어 제끼더니 어슬렁 어슬렁 단으로 다가왔다. 순간 나는 겁을 먹었다. “불교터가 강한 이 지역인데··· 혹시 뺨이라도 얻어 맞는 건 아니야?” 긴장이 감돌았다. 그분은 두터운 손을 번쩍 들더니 강대상을 ‘탁’쳤다. 그리고는 무엇인가를 전해 주려는 듯 던져 놓고는 ‘꺼어억’ 트름을 하며 사라졌다. 알고보니 그분은 교회가 이 동네에 들어선 것이 고마와 축의금을 전달해 주러 온 것이었다. 나중에서야 나는 그 분이 바로 김순기 성도님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고, 며칠을 히죽거렸다.

그런데 그 분이 며칠전 취직을 하셨다. 그 가족들과 함께 나도 온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사실에 대해 벅찬 감사를 되뇌이는 분은 바로 김순기 성도였다. 그 분에겐 단순히 남편이 취직이 되어 돈을 더 벌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 이상의 것이 숨겨져 있었다. 성도님들은 이것을 통해 하나님께 드린 자신의 기도가 응답되었음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40일 새벽기도회에도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간절히 기도하시던 분! 그렇게 간절한 기도끝에 이루어진 일이니 얼마나 감사하랴!

그 분의 하루 일과는 이 땅의 한 주부가 살아내기에는 너무나 벅찬 하루하루이다. 새벽 4시30분 기상, 새벽예배, 7시30분 출근, 저녁 8시 퇴근, 집에 들어오면 8시40분경이 된다. 퇴근후 그 분은 요새 성경을 베껴 쓰고 있는 중이다. 가보로 물려주기 위해···. 피곤에 찌든 몸을 말씀앞에 다소곳이 순복시키고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동진아, 엄마의 이 모습을 잘 보아 두거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복된 것이야.”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새벽기도와 하나님 말씀을 통하여 하나님을 가까이 하려 노력하시는 분! 그 분은 역경을 믿음으로 넉넉히 이겨나가시는 분이다. 그러므로 그 분은 내가 배울만한 나의 스승이다. 그런 그의 삶속에서 하나님이 그의 기도에 응답하심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랴!

요즘 그 분에겐 또다른 고민이 있다. 그 분은 형광등과 백열등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데, 며칠전 수은농도 측정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성도님은 다른 사람들보다 수은농도가 더 짙다는 얘기이다. 가슴아픈 이야기이다. 이대목은 최소한 나에게 이렇게 번역된다.

- 근로자들의 건강을 담보로 하여 그들의 생명을 갉아먹으며 돈을 거머쥐는 기업현실!

- 근로자들의 건강을 온전히 유지시키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환경은 언제 오려나!

- 김순기 성도와 같이 순수하고 정직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맘편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나라, 그 하나님의 나라는 어디에 있고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

그 분은 지난 부활절 때 세례 받으신 기념으로 칠판을 봉헌하셨다. 자기 몸의 일부를 도려내어 바꿔온 돈이었을텐데도, 기쁨으로 하려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 한구석이 마비되듯 저미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귀한 한 영혼이 미치는 이 아름다운 삶의 파장과 영향이 이 땅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쳐서 잔잔히 스며든다면, 우리가 존경해도 되는 스승은 더 많아질텐데···. 

          장춘근(온양서지방 벧엘교회) 푸른언덕

       체험신앙

주일 밤 예배를 마치고 예배당을 나서는 이철호 권사님께서 다리를 절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지만 아무 일 아니라고만 하셔서 요즘 꽃게 그물을 치느라 일이 많아 무리하셨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집으로 가시다가 강남숙 속장님과 함께 부부가 다시 돌아와 차 한 잔 마시러 왔다면서 다리를 절게 된 내막을 말씀하셨습니다.

주일공동예배를 마치고 오후 둘째 형님네 닻 설치를 도우러 나갔다가 밧줄이 튀는 바람에 뒤 허벅지가 시퍼렇게 부어 오르도록 매(?)를 맞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작년 향순네 아버지가 당한 것처럼 그렇게 위험할 뻔 했는데 다행히 그 정도에 그쳐 감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주일에 배를 띄우고 일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풀어 놓으셨습니다.

신앙을 가지던 초기 이래 주일만은 일을 않겠다고 다짐하고 지키다가 어쩌다 한번 일나가는 날이면 번번이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장인 어른과 동업으로 뱃일을 했는데 장인 어른이 신앙이 없어 주일에 쉬어야 한다는 제안을 이해하지 못하여 배를 띄우고 일을 강행하는 날이면 꼭 무슨 일이 터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물이 터져 나가 손해를 보거나 이런 저런 일로 고생을 하였는데 그런 일이 반복되자 장인께서도 주일에 일을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 그 후 주일은 쉬는 날로 여기고 주일에 배를 안 띄우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이야길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어쩌다 한번 주일에 배를 띄우는 날이면 꼭 무슨 일이 생겨 후회 할 일을 겪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쩌다 주일에 일을 나갔다가 당했던 봉변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하느님의 의지와 일치되는 것인지를 과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고, 신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없기도 합니다. 또 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권사님과 강 속장님에게는 이런 경험이 신앙의 움직일 수 없는 사실적 증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종교는 본래 이러한 경험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교리나 신학은 이러한 종교적 체험을 해석하고 조직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체험은 신앙을 생활 속에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는 소중한 사건이 됩니다.

그날 밤 이 권사님은 다시는 주일에 배를 띄우지 않으며 얼마의 돈 보다는 주님 앞에 바르게 사는 것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믿음을 고수하기로 다짐하셨고, 예배 시간에 자주 지각을 하는 강속장님께서는 예배 시간에 지각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함께 하셨습니다. 함께 기도하며 그렇게 다짐하였습니다.

물결이 사나와 벌써 쳐 놓은 그물이 찢겨지고 새 그물을 쳐야 하는 어려움이 시작 되었습니다. 꽃게를 잡는 일이 거센 물결과 싸우는 고된 노동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물욕과 싸워야 하는 성전(聖戰)이 되기도 합니다. 꽃게를 잡아 많은 수입을 올린다면 우리 모두는 기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더 소중하고 기쁘게 생각하는 것은 그 노동이 우리의 생활신앙의 뿌리에서 나오는 노동이고, 이 거친 노동의 처음과 마지막까지가 기도하는 신앙심의 흔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올해는 많은 돈을 투자하여 좀더 큰 배를 새로 장만하여 한 편으로는 물결에 견디기 쉬워 질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하면서, 또 한 편으로는 꽃게가 많이 들고 꽃게 값도 좋아 배 짓느라 진 빚도 다 갚아야 할텐데 하는 염려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염려와 기대감으로 출발예배를 마치고 이제 은총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믿음이지만, 믿음대로 힘겨운 노동을 통해 많은 물질적 수입 못지 않게 노동 속에서 경험되는 주님의 은총을 경험하고 값진 신앙고백을 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기도하며 배를 띄워 바다를 나서는 우리 아차도 교우들을 위해 푸른언덕 가족들의 응원어린 기도를 요청합니다. 주님께 영광이 되는 거룩한 노동이 시작되도록 말입니다.

  심용섭(강화 아차도 성광교회 목사) 푸른언덕

우리는 주의 사랑을  이웃에서 보네.

지난 겨울부터 내겐 어려운 일이 있었다. 아니, 내가 속한 공동체의 운명이 달려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그 일을 풀어나가서 우리의 안정된 삶과 이익권을 정당하게 찾아보려고 한 겨울내내 무척이나 노력하고 고생했지만 모든 일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제 겨울은 가고 마당 앞의 온갖 꽃들은 피었지만 우리의 삶의 나날은 찬 서리만이 더욱더 진하게 내려질 뿐이다. 우리는 궁리끝에 이 지역에 일명 ‘민원해결사’란 별명이 붙어있는 김선흥 선생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혹시 누가 알겠나, 우리에게 봄을 가져다 주실지···. 그러나 그분에 관해서는 얘기만 들어왔지 실제로 만나 뵈온 일이 없어서 처음엔 많이 망설였었다.

우리가 처음 그분의 사무실을 찾아 갔을 때 선생님과 사모님께서는 생각보다 훨씬 친절하고 자상하게 대해주셨다. 사무실 안에는 ‘민원해결사’란 그분의 별명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분들도 한결같이 법에 눈이 어두워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볼까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들의 일부였다. 사모님께서는 조그마한 책상앞에 온종일 앉으시어 경리겸, 비서겸, 모든 사무처리를 다하시며 찾아온 손님들께 다과를 대접하며 함께 나누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다음날 찾아 갔을 때는 마침 선생님의 점심시간이었다. 넓지 않은 사무실 한구석에 간단한 주방용 싱크대와 주방기기 몇가지 그리고 김치수제비와 달걀찜···. 내 눈에 보기엔 그것이 고작이었는데 거기 찾아오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계셨다. 난 속으로 많이 놀라고 그토록 서민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시는 김선생님 내외분의 봉사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선생님은 경기도 강화군 화도면 상방리에서 태어나시고 그곳에서 벼농사를 지으시고 가축도 키우신다고 들었다.) 부자란 얘기는 전혀 들어 본 기억이 없는데 선생님의 사무실 안에는 언제나 이웃들과 함 께 나누시는 아름다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나는 생각했다. 그 많은 민원을 해결해 주시기 위해 현장으로 혹은 법원으로 국회로 수도 없이 뛰어 다니시는데 그 비용은 다 어떻게 충당하시는 걸까? 뿐만 아니라 사람을 수도 없이 상대해야 되는 일은 또 무척이나 피곤할텐데···. 그러나 이 분들에게서는 그 피곤함 마저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나는 부족한 글로도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이 분들의 하시는 일과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고서 적지 않은 감동을 받은 바가 있어 조금 미안한 질문이긴 했지만 사모님께 이렇게 넌즈시 여쭈어 보았다. “김 선생님께서는 남을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뛰어 다니시니 이 지역의 주민들은 선생님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왜 국회의원 총선에서는 낙선이 되셨습니까? 아마 다음 기회에 한번 더 나오시면 당선 되실 겁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니 사모님의 대답은 너무나 놀라왔다. “누가 국회의원에 당선 되든지 그것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우리 부부는 어차피 고생을 자청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니까 법에 눈이 어두워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힘이 되어 그들을 기쁘게 살도록 해 준다면 우리도 기쁘고 그것으로 만족하고 살아갑니다.

우리 지역에 진실한 봉사자 김선흥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정말 이런 분은 우리 공동체에도 희망을 가져다 주실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뜻한 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은 배후에 그토록 훌륭한 인격을 지니신 사모님이 계신 탓이리라. 나는 누구보다 사모님께 더 큰 박수를 쳐 드리고 싶다. 늘 부르는 성가의 한 구절을 연상하며 하느님의 일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시는 두 분의 앞날에 영광이 있으시길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우리는 주의 발 자취를 이웃에서 보네 / 가난한 우리 위한 사랑 불 태우심에서 / 돌 같이 차고 가진 것 없는 우리 마음 속에 / 주님은 빛과 사랑으로써 채우러 오시네. (가톨릭 성가 446장)

               송영순(강화 천주교회) 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