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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18일 (금) 00:00:00 [조회수 : 28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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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둘남의 자살소동은 사창가의 담을 헐었고 주 애자의 밤꽃 생활의 청산은 교회의 담까지 헐어 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애자는 둘남의 A형의 피를 공급하기 위해 손님과 자는 밤꽃들을 깨웠으며 치료비를 위해 진정한 잠자리채를 들고 사창가를 다녔는데, 밤꽃들은 이성보다 정에 강한 면을 보여 일수돈을 밀려가며 성금을 했기에 금새 잠자리채가 채워진 것이다.
애자는 왼쪽 손목에 붕대를 감고 잠들어 있는 둘남을 보며 새벽의 악몽을 되새겨 보았다. 어제는 초저녁부터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사창가에는 손님들이 거의 없어 공친 품팔이 노동자처럼 오랜만에 한가로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노동으로 먹고 사는 노다가 판의 남자들도 비가 오는 날이면 막걸리로 시름을 달래듯이, 매음으로 먹고 사는 사창가의 밤꽃들은 잡담을 하거나 화투놀이로 시름을 달랜다. 술은 손님들이 매일 권하므로 보기도 싫고 화투놀이는 낮에만 하게 되어 있으나 오늘은 밤까지 화투판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고참인 애자의 옆 방에는 신참들이 들어오면 고참의 감시를 받는 보호방인데 신참인 둘남이가 낮에 집을 나가서는 비에 흠뻑 젖어 통행금지 전에 들어와서는 이불을 덮어쓰고는 펑펑 울더니 차츰 울음을 삼키고 있는 같았다. 애자가 본 둘남은 착한 성품으로 세상은 낙원이 아니라 치열한 전쟁터임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세상을 꿈을 꾸며 살아가는 꿈 많은 소녀로 보였다.
한달 전부터 둘남이는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고 다정한 젊은이를 안 다음부터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다. 창녀가 사랑을 한다고 하면 날아가던 참새도 쳐다보는 세상이지만, 많은 남자와 육체적인 사랑을 하는 창녀도 정이 가는 남자가 있는 법이라 하루살이 나방처럼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사창가에서 맺은 사랑은 유행가의 눈물의 씨앗이 아니라 불행의 씨앗인 것이다.
남자들은 월급을 타거나 눈 먼 돈이 생겼을 때 술에 취해 본능적인 욕구를 풀기 위해 이 곳을 찾고 여자들은 열차에 우연히 합석하게 된 우연히 만난 남자라 생각을 하며 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둘남은 애인이 돈이 없이 찾아오면 자신의 돈으로 맞아들인다. 남자는 일 못해서 손해며 여자는 돈 못 벌어 손해지만 사랑에 눈 먼 연인들에게 무슨 충고가 필요하겠는가.
애자가 교회에 다니고부터 변화가 있다면 통속소설이나 주간지 외에 성경을 읽는다는 점인데 가방 끈이 짧은 자신은 성경책의 어려운 글자에 욕을 했지만 현대 말로 쓰여진 읽기 쉬운 성경책을 철수 전도사에게서 선물을 받고는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무협소설 같기도 하고 삼국지 같기도 하면서도 점잖은 이야기 속에 창녀의 이야기도 유난히 많이 끼어 있기에 낯설지 않았다. 특히 오늘같이 빗물이 내리는 저녁에는 눈물의 사나이 예레미아의 이야기가 더욱 실감이 난다.
<눈을 들어 산언덕을 바라 보아라. 네가 창녀처럼 행하지 않은 곳이 한군데라도 있느냐? 너는 사막에
있는 아랍 사람처럼 길가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며 더러운 매춘행위로 이 땅을 더럽혔다. 그래서 소나기도 없고 봄비도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너는
창녀처럼 뻔뻔스럽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구나 designtimesp=32058> (예레미아3장2~3절)
성경에 무슨 창녀 이야기와 비타령은 그리 많은지 투덜대며 이 구절을 보다가 지붕을 두드리는 장대비 소리 속에서 가냘픈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평소의 신음소리는 지금 옆 방에서 어느 정도의 일이 진행되고 있으며 어떤 남자인지 알 정도인데, 지금 들리는 신음소리는 천국이 아니라 죽음으로 가는 소리 같았다.
불길한 예감에 일어나 옆의 둘남의 방을 가보니 손님도 없는데 불이 커져 있었으며 문이 안으로 잠겨 있는 것이다. 아무리 두드려도 갸날푼 신음소리 외에는 응답이 없기에 밑으로 뛰어내려가 내실에서 비상열쇠를 가지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비린 피냄새가 코를 찌르고 이불은 붉은 피로 젖혀 있었으며 둘남의 왼쪽 손목에선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애자는 자신의 머리를 묶었던 수건으로 둘남의 손목을 매고는 등에 업고서 역 광장에 있는 파출소로 뛰었다.
“둘남아! 자지 마라.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려고 몹쓸 짓까지 한 것은 아니잖니. 서럽더라도 이를 악물고 견디면 언젠가 소나기처럼 주님이 찾아 와 우리의 죄를 씻어 준다고 한 전도사가 말했어. 우리도 햇볕보고 한번 살아보자. 가시나야! 정신 차려라.”
억수같이 내리는 비는 둘남의 죽음을 재촉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늘도 서러워 우는 눈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파출소에는 라합교회에 다니는 김 순경이 있기에 경찰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김 순경이 보증을 서 주어 수술실로 옮겨 동맥을 잇는 수술을 하는 동안, 애자는 수술비와 입원비를 준비하기 위해 단심언니에게 맡겨둔 동생들의 등록금을 위해 준비한 돈과 단심언니의 일수돈과 주인집의 돈을 다 털어 다시 병원을 찾은 것이다.
상처가 깊어 1분만 늦었더라도 환자의 생명이 위험했다는 담당의사의 말을 듣고 뒤죽박죽 적혀 있는 예례미아 선지자가 오늘 따라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것이다.
“애자 언니, 미안해요.”
깨끗한 침대에 누워 있던 둘남이가 저녁 늦게야 정신을 차리고 내 뱉는 첫 말이다. ‘미안합니다’ 라는 말은 인간이 죽은 후에 다른 세상에서 내 뱉어야 하는 첫 말이기도 하다.
“정신이 들어? 아무 생각하지 말고 편안히 쉬어.”
죽는 것보다는 고통 속이나마 살아있는 것이 나은 것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새 세상을 믿지 않는 인간들의 생각이나 현재의 애자의 심정도 죽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것이 나은 것 같았다.
낮에 둘남이를 재워두고 사창가로 돌아와서 업소마다 다니며 동네 방송국의 업무인 병원비 모금을 하였는데 자신들의 심정을 행동으로 보여준 둘남의 행동에 모두들 성의를 보여 주었다. 애자는 평소 같으면 ‘죽고 싶은 사람은 호텔을 이용하세요.’라고 농담을 했겠지만 옆 방의 둘남의 일 인지라 침묵으로 다녔다.
철수 전도사는 저녁 기도회 모임에서 애자의 기도를 녹음기로 성도들에게 들려 주었는데 많은 분들이 형식적인 기도보다 마음의 문을 열고 기도를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철수는 저녁모임을 마친 후 옥상으로 올라와서 아담과 하와에게 밥을 주고서 영업을 개시한 사창가의 집들을 바라 보면서 애자의 기도에 대해 생각을 하였다.
신학대학원 때 읽은 하비 콕스의 <세속도시
designtimesp=32077>에서 ‘하나님의 세계는 성(聖)과 속(俗)으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속도시 안에서 그의 역사는 이루어진다. 따라서 콕스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배척하며 현대의 세속도시가 바로 성서에서 비롯되었던 만큼, 세속도시는 바로 성서적 신앙의 발로요, 신앙이 있음은 곧 하나님의 임재가 아니던가?
교회는 고고하게 성직자들이 절대적인 높이에 계신 하나님과 통화한다고 믿고, 신도들에게 그것을 엿들으러 오라 하지만 정작 하나님은 세속 도시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들과 함께 하시며, 그들의 삶 즉 가정, 직장, 희망, 실망 속에 역사하시어 빈곤 속에서 정의를, 핵무기 속에서 평화를 이루도록 노력 하시는 중이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과 더불어 인간이 인간답게 되도록, 미신적 신앙이나 주술적 신앙을 버리고 참 인간으로 성숙해야 한다!’는 말을 되새겨 본다.
6년 전에만 하여도 용준집사와 함께 뻔질나게 드나들던 장소였다. 이 곳에 라합의 붉은 줄을 매달고 구원을 기다리는 창녀들을 위해 라합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지화자에 이어 애자 자매를 선두로 3명이 더 붉은 줄을 매단 것이다. 이곳의 여인들을 나의 누이와 여동생이라 생각하여야 하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신 예수님처럼 나는 이들을 위해 기도를 해야 함을 절실히 느낀 하루였다.
“전도사님, 이 헌금은 한번 보아야 하겠습니다.”
애초의 약속대로 돈에 대해선 보지 않기로 한 철수 전도사에게 회계담당인 남기윤 형제가 많은 특별헌금봉투와 이름과 금액이 적힌 종이를 내 민다. 특별헌금봉투는 성도가 특정인이나 특정사업에 써 달라는 부탁과 함께 내는 예물이다.
“방송국의 힘이 역시 세군요.”
철수 전도사는 자신의 이름도 적혀 있으며, 삼일 만에 60여명이 애자의 새로운 삶에 보태 달라는 헌금의 액수 특히 정병철 집사와 장병규 성도의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 용지에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헌금은 전도사님이 애자 자매에게 직접 전해주시고 교회에서 책정되어 있는 새 삶 선물은 평소처럼 예배시간에 전해 주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라합교회의 일차 목표가 밤의 꽃들에게 새 삶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얼마간의 생활정착금을 주기로 집사회의에서 결정이 되어 성도들의 동의를 받은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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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감리교단의 부부목회자 문제가 거론되는 날인 것 같습니다. 인간은 서로 상충된 의견으로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거늘 상황윤리 불가(不可)를 고집하는 골통보수도 뜻이 있나 봅니다.
예장도 문제가 되었던 두 교회를 받지 않음으로 겨우 고비를 넘겼는데 감리교단도 부부목회자 문제가 뜨거운 감자인 만큼 잘 해결되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좁혀가는 교단이 되었으면 합니다.
둘남의 자살소동은 밤꽃들을 깨우며 어려운 현실을 돌파하는 기폭제가 되어 새로운 빛을 보게 됩니다. 1인 시위가 헛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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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210.103.56.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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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남=차남? |
"우리도 햇볕 보고 한번 살아 보자. 가시나야! 정신 차려라."
둘남이란 사람이 사내인 줄 알았는데
내 빈약한 상상력을 무참하게 깨뜨리네요.
가시나란 그 말이...
오늘 중앙알보에 나온
암을 이긴 요리사의 말이 떠오릅니다.
죽을 힘이 있으면
살아야 한다고...
이 소설이 금방 끝나는 줄 알았는데
몇 해까지 이어지려는지요.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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