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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과 신앙' "똥누며 드리는 기도"잘 먹는 것 못지않게 잘 싸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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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16일 (수) 00:00:00 [조회수 : 2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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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샘]에 실렸던 故 채희동목사의 글채희동 (2002-09-21)입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똥을 눈다
사람은 누구나 밥을 먹고 똥을 싸며 살게 되어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똥을 누게 되어 있다. 소 돼지 사슴 노루 같은 동물들이 똥을 누지만, 지렁이 메뚜기 잠자리 같은 곤충들도 똥을 눈다. 이처럼 똥을 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고, 이러한 똥 누는 일은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의 약 95% 이상은 몸 속에서 흡수되고, 나머지 5%만이 배설물로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오줌과 똥이다. 사람은 하루에 500g 정도의 똥을 누지만, 사자는 하루에 300-400g의 똥을, 코끼리는 100-200kg의 똥을 누는데 소화가 덜 되어 영양가가 높은 똥을 배설하기 때문에 곤충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제주도에서는 사람의 똥을 돼지에게 먹임으로써 '똥돼지'로도 유명하다.

우리는 하루 이틀 똥을 누지 않으면 살 수 있지만, 여러 날을 똥을 누지 못하고 뱃속에 음식물이 쌓이면 병이 되고 만다. "변비는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말이 있다. 또한 "창자가 가난해야 오래 산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우리 뱃속에 쌓인 노폐물을 배설하고 장을 비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똥 누기 전에 기도하라
우리는 매일 밥을 먹을 때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밥 먹을 때만 드릴 것이 아니라 밥을 먹고 똥을 쌀 때도 하느님께 기도를 드려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먹은 밥이 잘 소화되어 똥으로 잘 쌀 수 있게 하옵소서." 밥 먹는 것이 거룩하며 소중하듯이 똥 싸는 일 또한 거룩한 일이다.

어쩌면 내 몸에 채우는 일보다 비우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우리 입으로 이것저것 허겁지겁 집어넣는 데에는 관심이 많지만, 우리 몸을 비우는 일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슨 고기를 먹을까, 어떻게 요리해서 먹을까, 그러나 정작 우리 몸을 비우는 일에는 먹는 것만큼이나 정성을 드리지 않는다. 그래서 배불리 넉넉하게 먹으며 사는 현대인일수록 몹쓸 놈의 질병에 걸려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뒷간에 앉아 똥을 누기 전에 기도하라.
"이렇게 뒷간에 앉아 똥을 누게 하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 똥을 누고 내 몸을 깨끗하게 비워주소서." 그리고 내가 눈 똥을 바라보고 묵상하라. 똥의 색깔은 어떤지, 굵기는 어떤지, 길이는 어떤지를. 그리고 반성하라. 오늘 내가 눈 똥으로 어제의 나의 삶을 되돌아 보라. 오늘 내가 눈 똥이 어제의 나의 삶을 말해 주고 있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나의 똥은 남의 살을 먹고 싼 똥이요, 작은 덩어리똥은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가지고 음식을 먹은 것이며, 설사 똥은 죽은 음식을 먹은 탓이다.

4살인 아들 녀석이 싼 똥은 무엇을 먹어도 노랗고 굵고 길다. 그러나 이것저것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어도 내가 눈 똥은 늘 시원치 않은 것은, 아들 녀석은 무엇을 먹어도 마음이 늘 즐겁고 신나고 꾸밈이 없고 언제나 막힘이 없이 잘 놀기 때문이고, 나는 무엇을 어찌하며 살까 근심 속에 살며, 무엇을 이루며 살까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 아닐까. 건강하고 생기 있는 살아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밥을 먹은 후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똥을 밥으로 여기는 믿음
경기도 여주에 사는 어느 농부 할아버지는 서울에 사는 손주 녀석들이 방학을 맞아 시골에 내려오면 첫날과 이틀 날까지는 뒷간에 똥을 누지 못하게 한다. 그것은 서울에서 햄버거와 소시지 등 오염되고 죽은 음식을 먹고 온 손주들의 똥이 제대로 썩지 않아 농사 질 거름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골집에서 2-3일 동안 건강한 먹거리를 먹은 후에 비로소 뒷간에서 똥을 눌 수 있게 하였다.

요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똥은 고약하다. 냄새도 고약할 뿐만 아니라 그 독성도 강해 제때에 썩질 않고 심각한 오염을 유발한다. 돼지 고기, 소고기, 양고기에 노루고기, 개고기에 뱀까지 온갖 몸에 좋다는 육류는 주식으로 삼고, 어린 아이들은 햄과 소시지를 비롯하여 온갖 가공식품을 주식으로 삼아 먹고 싸니 그 똥이 제대로 된 똥이며, 잘 썩어 거름으로나 쓸 수 있을까. 이처럼 오늘 현대인들이 누는 똥은 똥 구실도 못하는 못된 똥이 되었다. 늘 공장에서 찍어낸 죽어있는 음식, 육류에 기름진 음식, 화학조미료에 범벅이 된 음식, 농약에 오염된 음식을 먹는 현대인의 똥은 아무 쓸모도 없고 다만 지구를 오염시킬 뿐이다.

여주의 할아버지는 당신이 어쩌다가 서울에 올라갈 일이 있으면 조그만 똥통을 가지고 간다. 하루 이틀 서울에 묵게 될 때에는 똥을 누게 되면, 자기 똥을 그 똥통에 담아 집으로 가지고 온다. 그것은 황금보다도 귀한 똥을 서울에다 버릴 수 없기 때문이란다. 자기의 똥이 자기가 농사짓는 작물에게는 가장 소중한 밥이기 때문이다.

똥을 밥으로 보는 이 할아버지의 믿음을 배워야 한다. 지렁이는 흙을 먹고 흙 속에 있는 유기물을 삭혀 양분으로 쓰고 나머지는 똥으로 배설한다. 그런데 이 똥이 식물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거름이 된다. 지렁이 똥은 천연 비료이며 식물의 밥이다.

어렸을 때, 온 마을 사람들이 낫과 지게를 지고 들로 산으로 다니며 풀을 베어 마을 공터에 풀을 쌓아 놓고 거기에다 뒷간에서 인분을 떠다가 뿌리는 광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 사람이 눈 똥은 다시 사람의 먹을 밥을 위해 뿌려진다. 이 얼마나 놀라운 하느님의 섭리인가. 이처럼 하느님이 주신 자원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고, 다시 우리의 입으로 우리의 뒷구멍으로 돌고 돌아 우리를 살린다는 이 지당한 진리를 우리는 거슬러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우리의 밥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똥을 더럽히고 있다.



똥과 십자가
예수님께서는 일찍이 "한 알의 밀알이 썩어지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독교 신앙은 많은 열매를 맺기 전에 어떻게 하면 잘 썩을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잘 썩히지도 않고 제대로 된 거름을 만들지도 않고 어떻게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말인가.

오늘날 교회는 많은 열매만을 관심한다. 자기 자신을 하느님 앞에서 온전히 썩히지도 않고, 마음 속에는 욕심과 이기심으로 가득하면서, 자기 것은 하나도 내어놓지 않으면서, 어찌 많은 열매를 맺게 해 달라고 그렇게 떼를 써가며 기도한단 말인가.

한 알의 밀알이 썩어져야 열매를 맺고, 똥이 썩어 거름이 되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십자가란 나 자신을 하느님 앞에서 온전히 썩히는 것이다. 예수께서 자신을 십자가에 매달아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 앞에 썩힌 것처럼 나 자기를 썩히고 썩혀서 희생하고 헌신하며 부정하고 내어놓게 하는 것이 십자가이다. 십자가는 나의 욕망, 이기심, 탐욕을 썩히고 썩혀, 삭히고 삭혀 생명의 거름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 십자가를 통해 내가 세상의 거름이 되고, 세상의 밥이 되어 생명의 열매, 구원의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십자가 앞에서 자신을 내어놓고 썩히고 썩혀 거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 알의 밀알로 썩어 이 세상에서 생명의 열매를 맺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채희동 (200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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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누며 드리는 기도


하느님,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신 당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밥상에 앉아 생명의 밥이신 주님을 내 안에 모시며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처럼
오늘 이 아침에
뒷간에 홀로 앉아
똥을 눌 때에도 기도하게 하옵소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내 뒷구멍으로 나오는 것이오니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을 것을 반성하게 하옵시고
남의 것을 빼앗아 먹지는 않았는지.
일용할 양식 이외에 불필요한 것을 먹지는 않았는지.
이기와 탐욕에 물든 것을 먹은 것은 없는지.
오늘 내가 눈 똥을 보고
어제 내가 먹을 것을 묵상하게 하옵소서.

어제 사랑을 먹고 이슬을 마시고 풀잎 하나 씹어 먹으면
오늘 내 똥은 솜털구름에서 미끄러지듯 술술 내려오고
어제 욕망을 먹고 이기를 마시고 남의 살을 씹어 먹으면
오늘 내 똥은 제 아무리 힘을 주고
문고리를 잡고 밀어내어도
똥이 똥구멍에 꽉 막혀 내려오질 않습니다.

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똥 한번 제대로 누지 못하며
살아가는 가엾은 저를 용서하소서.

내일 눌 똥을 염려하지 않고
오늘 내 입으로 들어갈
감미롭고 달콤함에 눈이 먼
장님 같은 내 인생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하느님,
어제 먹은 것을
오늘 비우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뒷간에 홀로 앉아 똥을 누는 시간은
내 몸을 비워 바람이 통하게 하고 물이 흐르게 하고
그래서 하느님 당신으로 흐르게 하는 시간임을 알게 하소서.

오늘 똥을 누지 않으면
내일 하느님을 만날 수 없음에
오늘 나는 온 힘을 다해
이슬방울 떨구며 온 정성을 다해
어제 내 입으로 들어간 것들을 반성하며
똥을 눕니다.

오늘 내가 눈 똥이 잘 썩어
내일의 양식이 되게 하시고
오늘 내가 눈 똥이 허튼 곳에 뿌려져
대지를 오염시키고,
물을 더럽히지 않게 하옵소서.

하느님
오늘 내가 눈 똥이
굵고
노랗고
길으면
어제 내가 하느님의 뜻대로 잘 살았구나
그렇구나
정말 그렇구나
오늘도 그렇게 살아야지
감사하며
뒷간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오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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