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입력 : 2005년 11월 14일 (월) 00:00:00 [조회수 : 2722] |
|
“언니, 오늘 낮 기도회에 참석 합시다.”
은주가 나타나서 기도회에 가자고 성화를 되는 것은 잦은 계엄으로 학업에 리듬이 깨어져 버린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았다. 영이는 가끔 자신의 방에서 은밀히 기도하는 성격이라 특별히 모여서 합심기도를 하는 모임에는 가 본적이 없어 어찌 답변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기도회에는 한번도 가 본적이 없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기도 하는 것은 싫어 하는데…”
“언니, 비싼 등록금 내고 학교를 쉬는 것도 억울하지만 여자라서 데모를 못하니 우리 데모하는 학생과 진압하는 경찰을 위해 기도라도 해 주는 것이 도리인 것 같네요.”
서로의 의견이 달라 무력으로 충돌하는 극한상황까지 가는 현실이지만 여자로서, 믿는 자로서, 아픔은 서로 나누어 가지면 덜 아프기에 양쪽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도라도 하자는 은주의 말이 일리가 있기에 영이는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라합교회에서는 금요일 저녁 7시에 기도모임을 가지나 밤꽃들과 주부들을 위해 낮 3시에도 기도모임을 가지는 것이다. 낮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수요모임처럼 시작 전에 밴드에 맞추어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수요모임과 다른 점은 단상에는 밴드들이 그대로 있고 기도할 자들이 앞 자리에 앉아 있었으며 사회자도 없이 진행되는 것이다.
원하는 자는 미리 앞 좌석에 앉아 있으면 단상에 나와 2~5분 정도 개인기도를 하면 성도들의 간단하게 기도한 자를 위해 합심기도를 하고 이어 밴드에 맞추어 찬송가를 부르는 순서가 계속되며 사이 사이에 교회와 사회를 위해 합심기도를 하는데 남의 눈치나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죄인이 주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주님도 잘 알다시피 저의 집에 둘남이가 목숨을 끊기 위해 자신의 왼쪽 손목의 동맥을 잘라 신음하는 것을 예레미아 선지자의 도움으로 발견되어 병원에 실려 가서 목숨은 건지게 되었음을 감사 드립니다. 그러나 상처가 깊어 왼손을 쓰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주님의 보혈이 둘남의 손에 전달되어 완치 되는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주여, 둘남의 어려운 형편과 착한 마음을 아버님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얼굴에 철판을 깔아 부끄러움도 모르고 아버님의 집에 나오고 있지만, 아버님의 은혜를 갈망 하면서도 밤꽃이라는 직업이 부끄러워 교회에 못 나오는 착한 마음을 가진 여자입니다.
주여, 둘남이를 주님의 품으로 인도해 주시고 올바른 앞길을 열어 주소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뻔뻔한 저는 살아가고 착한 둘남이는 어두움으로 빠지면 말이 안됩니다. 은혜를 베풀어 주시어 살려주세요. 어둠 속에서도 소망을 갖고 살 수 있는 거듭난 여인이 되도록 해 주십시오. 둘남이를 구해주세요!!”
<눈을 들어 산언덕을 바라 보아라. 네가 창녀처럼 행하지 않은 곳이 한군데라도 있느냐?
너는 사막에 있는 아랍 사람처럼 길가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며 더러운 매춘행위로 이 땅을 더럽혔다. 그래서 소나기도 없고 봄비도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너는 창녀처럼 뻔뻔스럽게 부끄러운 줄도모르는구나> (예레미아 3장2~3절)
“둘남이가 죽어가고 있을 때 제가 읽고 있었던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뻔뻔스럽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저 였습니다. 둘남의 마지막 일기장에 ‘애자 언니처럼 용감하게 교회에 나가고 싶으나 나 자신이 부끄러워 못 간다.’는 글을 읽고 저는 한없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교회에서 문둥병자 같은 저를 형제로 맞아주는 고마움에 맑은 웃음을 드리는 것이 도리라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님의 전에 다녔습니다.
아직도 동생들이 2명이나 학교에 다닙니다. 배운 기술도 없고 몸뚱아리로 버티어 온 5년의 이 바닥 세월이 저의 가진 것 전부입니다. 그러나 빈 손이었던 저의 가족을 오늘까지 먹여주신 은혜에 감사를 드리며 지금 이 시각부터 부끄러운 줄을 아는 둘남을 통해 뻔뻔스러운 밤꽃의 생활을 청산 하겠습니다. 착한 둘남을 살려 주시고 밤꽃들이 인간답게 살수 있도록 빛을 주시며 이 죄인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 주소서. 이 모든 말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애자 자매의 기도 도중에 밤꽃들의 흐느낌이 실내를 맴돌고 있는 것은 뻔뻔하고 부끄러운 일 인줄 알고 있으나, 늪에 빠진 현실에서 허우적거려야 하는 자신들의 신세가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애자의 기도가 끝나자 교회는 나오지 않으나 죽음 속을 헤매는 이웃인 둘남과 사창가를 박차고 나가는 애자 자매의 미래를 위해 중보기도가 힘차게 터져 나온다.
은주는 눈물을 흘리며 애자와 둘남을 위해 통성기도를 하고 있었고, 영이는 자신들의 형제인 밤꽃들의 아픔과 탈출에 대해 깊은 고뇌에 빠져 들게 되었으며 단순한 성격인 애자의 탈출사창가 선언은 영이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너 근심 걱정 말아라 주 너를 지키리
주 날개 밑에 거하라 주 너를 지키리
주 너를 지키리 아무때나 어디서나
주 너를 지키리 늘 지켜 주시리
모두의 중보기도가 끝나면 주님이 기도를 들어주신 줄로 믿고 밴드에 맞추어 다 같이 찬송가을 부르는 것이다. 금요기도회는 술집에서 술이 취한 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하듯이 평상시에 하지 못하는 솔직한 심정을 성령에 취해 하나님께 고하는 모습이었다.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기도를 한 일이 이루어 졌다는 감사의 기도에는 철수전도사의 북소리가 힘차게 울리고, 자식의 병을 낳게 해 달라는 젊은 어머니의 울음의 기도, 바람난 남편의 마음을 돌려 달라는 여인의 호소, 하나님이 살아 계신지 확신이 없다는 솔직한 고백들을 할 때마다 밴드는 그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연주를 하는 것이다.
애자는 기도회를 마치고 7층의 개인 기도실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작은 방에는 성경이 놓여있는 작은 앉은뱅이 상과 넓은 방석, 벽에 걸린 십자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3개의 조그만 기도실은 방음장치가 잘되어 있어 사창가에서는 통곡의 방이라 부른다. 애자는 무엇인가 붙들고 있어야 안정이 될 것 같아 성경책을 붙들고 방석 위에 엎드려 조금 전에 단상에서 하나님 아버지께 사창가를 떠난다는 즉흥적인 약속에 대해 마음을 정리하고 한번 더 자신에게 다짐을 하고 싶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70년 7월, 고향 강원도 제천에서 노름꾼 아버지 때문에 마지막으로 남은 집마저 빚쟁이들 손으로 넘어가자, 고 3인 애자는 병이 든 어머니와 고1, 중2, 국민학교 6학년의 동생들을 사글세 움막집에 남겨두고 바람이 난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중앙선을 탄 것이다. 비록 공부는 못했지만 정든 친구들과 졸업사진도 못 찍고 다른 세계로 가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서러웠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라 후회는 없었으나 이 길로 가야 하는 인생의 지난 일을 생각해 보았다.
애자가 중2 때까지만 하여도 애자의 아버지는 제천 시장에서 식당에 재료를 공급하는 식품점을 하면서 단란한 가정을 이끌어 가는 가장이었는데, 사교춤을 배운 후로는 여자에 빠지고 노름까지 겹쳐 폐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바람이 나 젊은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리고서는 가정에는 겨우 먹고 살 돈만 보내더니 마침내 부모들이 남겨 준 집까지 노름꾼들에게 넘겨 버린 아버지이다. 지난 겨울은 연탄도 없는 집에서 식구들의 체온으로 겨울을 지내온 생각을 하면 모든 것이 원망스러워 지는 것이다.
중3 때에는 술 취한 아버지가 잔소리 하는 엄마를 마구 때릴 때마다 부엌의 칼로 아버지를 찌르고 싶다는 생각을 참으려고 자신의 허벅지를 쥐어 뜯은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착실한 아버지를 폐인으로 만든 것은 신들의 장난인가, 자신의 팔자인가?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은 흉년으로 전체가 굶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웃이나 친척에게 동정도 받고 돈도 꾸었기에 이제 나 자신이 미안해서 손을 내밀 처지가 못 되는 것은 나의 몰염치가 그들을 시험의 길로 가게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면 간단하게 해결을 하자. 나 자신이 돈을 버는 것이다. 공장에 들어 가면 나와 가족들이 입에 풀칠은 하나 어머니의 약값과 동생들의 학비는 감당을 못한다. 다방이나 술집은 봉급이 많으나 손님들이 마지막으로 노리는 것은 나의 육체일 것이다. 돈을 벌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정면으로 도전을 하자. 내가 희생이 되면 나의 식구는 꿈을 가지고 살 수가 있다. 나의 꿈을 접고 가족을 꿈을 펴자. 그래 다리를 벌리자. 동네 오빠들의 공갈이나 유혹에 다리를 벌렸듯이 가족을 위해 나 스스로 다리를 벌리자. 나의 꿈이 있다면 언젠가는 돈 앞에서 다리를 벌리지 않는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다.
------------------------------------------------------------
밤꽃인 애자의 이야기 입니다. 이보다 더 슬픈 사연을 가진 밤꽃들도 많으나 저의 역량이나 환경이 이 정도의 표현 밖에 하지를 못 했습니다. 다만 저는 세상 사람들이 추하다 손가락질 하는 공간 속의 운명을 헤치고 나와 자신의 부모를 이해를 하는 인간을 그리고 싶습니다.
이런 긴 소설을 만들어 주신 주여! 쓰레기더미에 묻힐 원고지만 탈출의 소망을 버리지 말고 새 모습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그릴 수 있는 지혜를 주십시오. 함께 하여 주소서. 아멘!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093 |
 |
|
|
|
|
|
|
|
| 이일배
(222.121.215.78) |
 |
|
|
| 정말 진실한 이런 기도를 응답해 주옵소서 |
| 밤꽃들이 인간답게 살수 있도록 빛을 주시며 이 죄인에게도 새로운 길을 열어 주소서. 아멘!!!!!!!!!!!!!!!!! |
|
|
리플달기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