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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09일 (수) 00:00:00 [조회수 : 25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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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나무를 더욱 아름답게 하는 나무결(나이테)은 아픔의 흔적입니다.
가을을 물들이는 단풍은 나뭇잎의 헌신이자 버림받음입니다.
우리는 일회용입니다.
우리는 쌀쌀한 초봄에 어미 나무를 위해 피어났죠.
그리고 한순간도 쉬지 않고 햇빛을 모으며, 나무를 위해 일했죠.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힘껏 일하며 몸 속으로 에너지를 공급했죠.
가을이 왔어요.
사람들에게는 '단풍'을 볼 계절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죽음의 계절이지요.
나무를 위해 피어났다가, 나무를 위해 져야하는 우리의 운명을 슬퍼하는 이는 아무도 없어요.
우리를 달고 있는 나무는 자신을 위해 서서히 우리를 버릴 준비를 합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영양분들을 서서히 빨아들이며, 자기로부터 우리를 떼어낼 준비를 합니다. 너무도 냉정합니다. 우리의 몸은 서서히 빨갛게 변해갑니다.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중입니다.
'토사구팽' 당하는 그 느낌, 그 배신감, 여러분은 아시나요?
여러분은 우리의 죽음이 단지 즐거울 다름이죠?
우리는 일회용입니다.
자식같은 나뭇잎으로 떠나보내는 어미 나무의 심정은 어떨까요?
사랑하는 내 자식들아!
내 어찌 너희를 사랑하지 않겠느냐?
내가 낳은 자식이고 기른 자식인데...
내 어찌 너희를 일회용품으로, 소모품으로 생각할 수 있겠느냐?
너희를 떠나보내는 내 마음도 찢어지고... 찢어진다.
사랑하는 내 자식들아!
내가 있어야 너희도 있는 것이기에, 너희를 떠나 보낼 수 밖에 없는 이 에미의 마음을 이해해다오.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는 너희를 보면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찢겨진다.
그러나, 그렇게 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걸, 우리가 사는 방식인걸...
얘들아! 너희는 죽는 것이 아니다.
다시 썪어 내 몸 속으로 들어와, 다시 사는 것이니, 내가 너희를 떼어버렸다고 해서 날 원망하지 말아다오.
혹독한 겨울을 보내려면, 나는 너희를 떠나보낼 수 밖에 없단다.
사랑하는 내 자식들아!
난 결코 너희를 이용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너희를 낳은 것이 나 혼자 잘 살겠다고 그런 것이 아니다.
겨우내내 난 눈보라를 맞으며, 너희를 생각하며 울고 있을 것이다.
그 눈물은 다시 봄이 되어 너희를 만날 때 그치게 될 것이다.
너희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이 에미는 추운 겨울과 맞서 싸워야 한다. 아무리 칼날같은 바람이 불어도, 폭설이 나뭇가지를 부러뜨려도 이 에미는 이를 악물고 서 있을 것이다.
내 몸에 얇은 선이 그어진 것은 바로 너희를 다시 만나기 위해 참고 참은 증거이다.
사랑하는 나의 나뭇잎들아!
너희들은 다시 부활할 것이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잠깐 이별하는 것을 너무 슬퍼하지 말며, 이 에미를 원망하지 말아다오.
봄에 환한 얼굴로, 싱그러운 햇살처럼 다시 만나자.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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