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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골 고서점가을에는 고서점의 책 향기가 먼저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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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08일 (화) 00:00:00 [조회수 : 2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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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해서
한때 나도 고서점에서 잠자고 있던 특정한 책값을 인상시킨 데 공헌한 적이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헌책방 마을을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육성시키고 있는데, 문화 사업이 열악한 우리나라에는 폐업하는 서점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교보문고 등의 대형서점과 급성장하는 인터넷 서점의 틈바구니에 끼어 동네에서는 조그만 책방을 만나기 조차 어렵게 되었다.
1990년대 초부터 성경과 그 자료 수집을 위해 동분서주할 때 만난 고서점이 유명한 공씨책방이다. 공씨는 소설가 지망생으로 나까마 출신인 전설적인 고서점 주인이었는데, 광화문의 말씀사 맞은편 육교 부근의 개미굴 같은 공씨책방을 찾았을 때 이미 그는 고인이었고 그 처제가 서점을 맡았다. 내가 진작 그를 알았더라면 더 많은 희귀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그가 죽고 나서 그 서점은 자꾸 규모가 줄어들었다. 신촌 성결교회 맞은편 개소주집 옆으로 옮기더니 거기서 다시 약간 언덕배기로 이사했다. 몇 천권 이상 되는 장서에 빠져 탐나는 책을 고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처제는 차도 내 주고 공씨의 유고집도 주며 값도 깎아 준다. 이따금 그의 책을 즐겨 꺼내 읽어 본다. 공진석 씨의 책 사랑에 감명을 받는다. 그 책방 부근에 친한 학부형의 약국도 있고, 내 신혼집과 주례자도 살고 계시는데, 요새는 바뻐서 발걸음이 뜸해졌다. 이젠 고서점가에서도 잊혀지는 공씨책방을 언제나 다시 둘러 볼 것인가? 아마 주인은 단골인 나도 잊을 것 같다.
인천에
내려와 알게 된 고서점은 배다리의 아벨서적이다. 그 주인인 권현숙 여사는 여러 번 매스컴을 타 인천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소문난 여인이다. 동인천역에서 내려 포목점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배다리가 나온다. 옛날엔 인천항에서 배가 거기까지 들어왔다고 한다. 그 집을 수백 번 드나들며 자료가 되는 책을 사들였다. 거기는 우리 식구가 때마다 몰려가 책을 사는 단골집이다. 집 주인은 오랜만에 찾아가도 나를 반겨 준다. 문득 중요한 자료를 구하고 싶을 때는 그 집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게다가 그 주인은 자비로 인천의 역사나 풍물, 문학 책 등의 자료를 수집하여 작은 박물관을 하나 차렸다. 헌책방으로 돈을 벌어 문화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또 하나 추억의 서점은 청계천의 책가게들이 옷가게에 밀려 내려와 서울역 부근에 우후죽순으로 책점이 생겨났을 때 알게 된 별빛서적이다. 거기는 단골이 아니었지만 가끔 킹제임스 성경과 일치하는 구역 중국 성경 등 귀하고 오래된 책들을 만난 곳이라 인상깊다. 아쉽게도 서울역 부근의 서점은 다들 문을 닫았다.
신촌성결교회 왼쪽에 새로 생긴 헌책방 '숨어 있는 책'(02-333-1041)은 인터넷 소문을 듣고 서너 번 찾아갔는데, 책도 싸고 좋은 자료도 많지만 책방이 작은 게 흠이다. 웹스터 사전 원본을 거기서 헐값에 산 게 너무 좋았다. 그 가게가 아직 살아 남았다면 가끔 들르고 싶은 곳이다.
끝으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서점은 집 근처의 동네 서점이다. 부평 부삼파출소 옆에 있던 헌책방은 작년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알콜 중독자 남편 대신 열심히 사는 그 여주인은 서양화 그리기를 즐기고 젊은 데도 머리가 센 여인이다. 그분은 내 시를 좋아하여 갈 때마다 차를 대접하고 책도 싸게 대 주곤 했다. 이 집에서 동아백과사전 전집을 구한 게 값지다.
가을이 가기 전에 단골 고서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와야 하는데... 남산의 고운 단풍이 벌써 다 진다고 와 보라고 친구들이 아우성인데 가지 못했다. 오죽하면 이종형이 백혈병 투병중인 데도 못 가 볼까? 정말 눈코뜰새 없다. 새 집에 책짐을 풀어 놓지도 못해 걱정이 태산이고....
2005-11-08
리일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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