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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04일 (금) 00:00:00 [조회수 : 25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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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 언니야, 내 기억 나요?”
상대에게 ‘나’라며 자신을 알리는 표현은 한 지붕에 사는 가족이나 은밀한 사이에서 쓰이는 법인데, 홍자에게 ‘나요’라며 20년 만에 나타난 여인은 홍자가 귀여워 해 주던 한 살 어린 박화숙이었다.
“박하야! 안 그래도 너의 소식이 궁금했어. 이 동네에서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어. 반가워!”
20년 전에 이런 생활에 묻혀 살기엔 너무 고운 마음씨를 가진 혜숙에게 홍자가 서울로 떠나면서 그 동안 자신이 언니의 충고대로 살아온 방법을 전수를 해 줄 정도였다.
“맞소! 박하 냄새가 나는 박하요. 나는 언니가 나를 잊으면 어쩌나 하며 걱정을 하며 살았는데…. 고마워요.”
화숙이는 방바닥에 주저 앉아 홍자의 무릎에 얼굴을 박고 흐느끼며 만남의 기쁨을 표현을 하였는데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세월에 만난 자가 울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인 것이다.
족자가 38족발집에서 제일 큰 접시에 푸짐하게 담은 족발을 안방으로 가져오자 영이 엄마는 어제 구입한 새 홈마이커 상을 펼친다. 방에도 안방 손님용으로 헌 홈마이커 상이 둘이나 있었으나 동생과는 새 상에서 마주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홍도 이모와 어머니의 만남을 축하하기 위해 제 돼지저금통이 준비를 한건데예~ 무드 있게 촛불도 있어예.”
홍자의 방문을 안 족자는 프랑카드는 당연하였고 남포동에 나가 조그만 케이크도 준비를 하고 홀에는 친구 한 명이 이미 일을 도울 정도로 준비를 다 해 놓은 것이다.
“이모도 활발한 조카가 생겨 기쁘네. 그런데 초 하나 더 없을까?”
“있어예. 스페아 초 3개나 더 얻어 왔어예.”
홍자는 족자가 건네주는 색깔이 다른 3개의 초를 케이크에 두 개만 서 있는 초 사이에 하나씩 정성스럽게 꽂는다.
“분홍은 영이 것, 파랑은 족자 것 그리고 살구색은 박혜숙 것.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호이팅!”
초대 이 대통령의 구호를 홍자가 얼굴을 붉히며 외치자 안 방의 촛불들이 약간 흔들리는 것이다.
“잘 살아 보세보다 더 박력이 있네.”
“우리 회사 구호예요.”
“니 회사도 차렸나?”
“나중에 상세히 이야기 해 드릴께요.”
오빠주라며 족자가 가져온 OB 맥주를 건배를 한 후 혜숙이가 홍자에게 맥주 한 잔을 부어주는데 약간 손이 떨리는 것이다.
“언니, 저는 소주 한 잔 해도 되겠어요?”
“박하야, 홍자도 왔는데 오늘은 하루 쉬지…”
영이 엄마는 박하에게 눈치를 주며 말을 하는데 홍자는 박하가 매일 독주에 묻혀 산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소주 한 잔 해라. 나는 소주 근처에도 못 가는 것은 너도 잘 알지?”
홍자가 부어 주는 소주잔을 만지며 박하는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둘의 밤꽃 시절 손님들이 홍자에게 술을 권하면 박하가 다 마셔 주었기에 술에 약한 홍자의 도우미였던 것이다. 영이 엄마와 홍자가 피난민 출신과 달리 박하는 남해섬 출신이었기에 가족과 친척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남해 특유의 사투리 소리만 들려도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를 않았기에 이때는 홍자가 도우미가 되는 것이다.
한번은 박하에게 소주를 즐기는 이유를 물었더니 술을 즐기는 아버지를 따라 구멍가게에 가면 자신에게 꼭 과자를 사 주었고 소주를 한 병든 아버지의 행복한 모습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독주를 마시고도 주정을 하지 않았으며 박하처럼 하얀 얼굴에 미소만 더 가득해지는 것 같았다.
“언니, 전 사람을 믿지 않아요.”
소주 반 병을 비운 박하의 말인데 얼굴은 미소가 사라지고 찬 바람이 이는 것 같았는데 그 동안 사람들에게 배신을 많이 당한 인상이었다.
“그래도 서로 믿지 않으면 어찌 살 수가 있겠어. 속는 줄 알면서도 믿고 사는 것이 인생인 것 같아.”
속는 줄 알면서도 믿고 살자고 박하에게 위로의 말을 했지만 서로의 믿음이 없었으면 이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으며 믿지 못하는 세상살이에서도 서로 믿지 못하면 한 순간도 불안하여 살 수가 없을 것이라는 홍자의 생각이었다.
박하는 자신의 잔에 술을 부으며 두 언니가 궁금하게 생각한 지난 일들을 이야기를 하였다. 홍자가 떠나고 1년 동안 야무진 생활을 하여 돈을 모은 박하는 양품점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고향으로 간 것이 아니라 바다가 없는 충청도 청주로 갔다고 한다.
학교 때부터 미술선생으로부터 칭찬을 받아 왔던 박하는 색깔에 대한 감각이 뛰어났기에 조그만 양품점을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서울까지 물건을 하러 가야 하기에 세 들어있던 10년 연배의 토박이 주인 아주머니와 자연스럽게 동업을 하게 된 것이다. 두 여인이 손발이 잘 맞아 1년 만에 변두리에서 청주 시내에 조그만 점포를 갖게 된 것이다.
박하의 나이도 24살이 되어 결혼을 생각할 때였으나 독립을 하여 재미를 붙인 양품점과 자신의 과거에 대한 수치를 잊을 수가 없기에 장사만 열심히 하였는데, 운명이란 법칙은 박하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은행에 다니는 멋진 젊은이를 보내 준 것이다.
아무리 잘 훈련이 되고 내슝을 잘 떨어도 처녀총각은 눈이 마주쳐 전기(feel)가 통하면 이미 주어진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전기가 잘 통하라고 물벼락 화장을 하는 자나 전기가 통하여 몸이 뜨거워지는데 숯덩이가 될 때까지 참는 자도 어리석은 자유의지의 소유자일 뿐이다.
게다가 장래가 촉망이 되는 박세인이란 총각은 박하의 동업자 언니와 먼 친척이 되었기에 퇴근을 하면 매일 들러 은근한 미소로 구혼작전을 펼치는 것이었다. 집안이 뿌리 깊은 청주 토박이, 부모님부터 시작한 기독교 가정, 굳이 흠을 든다면 32살의 3대 독자라는 사실뿐이었으나 총각의 결혼한 누이들이 찾아와 박하냄새가 나는 하얀 피부의 박하에게 부탁을 할 때는 도리가 없었다.
25살 가을에 박하는 고향 부모님들과 시댁 사람들의 축복 속에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림으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안정된 환경에서 사는 것이 꼭 행복이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결코 나쁜 것도 아님도 알게 될 정도로 꿈 같은 생활이었다. 단지 임신을 하지 못하여 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 자식이 없다는 말에 고민을 하였으나 자식을 낳게 해 달라고 2년 동안 예수의 발을 붙들고 호소를 했더니 29살에 임신을 하여 혁명 다음 해에 첫 딸을 낳은 것이다.
3대 독자면 처녀들이 도망을 친다는 말처럼 31살에 또 딸을 낳자 선하던 시댁 식구들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들은 낳아야 한다며 압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을 하였다. 자식을 낳는 것만 해도 복이며 아들 딸을 구별하는 것은 하나님임은 매일 교회에서 듣지만 가정이나 사회는 공자가 주도하는 유교적인 사상인 것이 한국이었다. 시댁의 극성스러운 민간처방이나 죽기살기로 예수의 허리를 붙들고 기도를 하여도 한번 유산을 한 후에는 임신이 되지를 않기에 아들이 아니라 임신을 포기를 하고 두 딸에게 사랑을 부어주며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만족을 하며 산 것이다.
첫 딸 다정이가 11살이 되던 해, 시어머니가 박하에게 남편이 7년 전에 바람을 피워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애가 내년에 학교에 입학해야 하므로 남편의 호적에 올려 대를 잇게 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청천벼락 같은 소리에 놀라울 뿐이었으나 남편이나 시어머니의 성격으로 보아 애까지 낳은 것은 일시적인 남편의 바람이 아니라 남편의 정이 담겨있었던 일이며 시어머니의 아들을 위한 음모라는 생각이 들어 단호히 거절을 했던 것이다.
3개월 동안 남편에 대한 미움은 있었지만 별 탈이 없었는데 시어머니의 입에서 며느리의 밤꽃 생활을 들추며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돈이면 다리를 벌렸던 여자를 며느리로 인정을 못한다는 폭탄선언을 한 것이다. 눈 앞이 캄캄해진 박하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굳게 믿었던 동업자 언니뿐인 것이다. 남편이 바람 피워 낳은 자식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동업자였던 언니를 찾아 갔더니 자꾸 피하던 태도, 언니 남편의 사촌 여동생이었으며 남편의 은행에서 일하다 같이 동업을 하던 여자와 그가 키우고 있던 남자 아이는… 일주일 전에 남편에게 동업자 언니 남편의 대부를 명령하던 시어머니… 믿고 있었던 동업자 언니가 남편의 대부와 친척을 위해 박하의 비밀을 누설하였다고 한다.
작년 봄에 시어머니는 남편에게는 아내의 과거는 알리지 않고 바람이 난 것으로 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박하는 거의 쫓겨났기에 고향 남해에도 갈 입장이 못되어 한국에서 제일 큰 섬인 제주도에서 자신의 패물을 판 돈으로 조그만 횟집을 하다 자식들 생각에 술에 젖었기에 망하고 올 봄에 다시 완월동으로 흘러 들어 휘파리 겸 마담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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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진정으로 회개를 하면 과거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이에 대해 성경으로 이견을 달 분은 없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인간 사회나 교회에서 사람의 과거를 묻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고질적인 악습을 없애기 위해 의외의 대통령을 선발하여 분투를 하고 있으나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새로운 악습만 생기고 있습니다.
박화숙(박하)라는 새로운 여인은 밤꽃 출신은 아니지만 다른 이유로 기독교 시댁에서 강제이혼을 당한 재외동포 체험수기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여인을 모델로 삼았습니다. 소설 속의 박하 같은 여인이 다시는 생기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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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210.103.56.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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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 |
이름을 잘 지었내요.
우리 집에 참박하는
머리만 만져 주면
진한 향을 선사합니다.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향이
박하향이랍니다.
건축자들에게는 버림을 받았지만
coner stone이 되신 주님에게는
인정받는 박하님이 되실 것을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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