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색이 하얀색 되다.

인간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은 억울함을 당했을 때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악은 항상 선을 짓밟고 억울한 자들의 애통한 잔을 높이 들고 축배를 누렸다.
세파에 휩쓸리다 고인이 되신 두 분 대통령 죽음 앞에서 현대판 헤롯 안티파스들의 위선을 애통한 심정으로 지켜보아야 했다.
통일과 민주를 위해 헌신하신 두 분 대통령을 평생 색깔론으로 몰아세웠던 우리사회 지식인들의 허위의식에 이제는 침묵을 깨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성도로서 외치고 싶다.

▲ 2003년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6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행사장을 나오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자료사진). ⓒ2007 2005 주간사진공동취재단

기득권은 누리는 것이 아닌, 나누는 것이다.

소수 그들은 서구적인 교육혜택을 누린 자들로서 사상의 자유를 포식한 사람들이다. 소위, 엘리트이즘에 젖어있는 외식하는 율법주의자로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창출하는 기득권자들이기에 개혁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이다.

또한 신의 자식들이 많다. 그래서 대한민국 군대는 그들에게는 당연히 가서는 안 될 곳이다. 태평양건너 잠시 시민권자가 되어 안식을 취하다가, 한 자리 탐이 나면 다시 돌아오는 인간 철새들이다. 행여, 남쪽으로 잠시 떠나는 철새들이 성토를 벌릴 것 같다. 그래도 철새는 떠날 때와 다시 돌아올 때를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응한다. 철새 자신의 유익과 이기를 위해서 위장하지 않기에 말이다.

이들은 긴 세월 발 없는 말을 만들어 두 분 대통령을 협박과 감금, 투옥과 납치, 그리고 도덕적인 모멸감과 내란죄를 씌워 사형까지 선고해 낭떠러지로 밀어 버렸다. 그들은 기득권을 누리며 반공을 앞세워 언론이라는 총칼로 이념의 덧을 씌워 남과 북, 동과 서로 갈등을 일으켜 회칠한 무덤으로 잔을 채워갔다.

기득권이란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나누며 섬기는 것일 진데 이들은 도대체 유치원에서 배운 것도 실천하지 못하니, 이들을 향해 학벌보다 먼저 사람이 되라 하고 싶다.

나는 김 대통령이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거물급 정치인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분 병세가 일 촉 일각임을 느꼈다. 그들은 잠시 짙은 화장들을 지우고 모두가 하나같이 ‘병을 이기고 일어나시라’는 착한 말들을 질서 있게 남겼다.

발 빠른 자들은 후에 닥칠 원망을 피하기 위해 병원 앞에 줄을 서서, 그들이 수 세월 입혀주었던 빨강색옷을 하얀색 옷으로 갈아 입혀주고 큰 선심을쓰고 떠났다.

그들은 수년간 발 없는 말을 퍼트려 그분을 공격하고, 심지어 치매 노인 취급까지 했다. 고고하게도 얼빠진 엘리트들은 이제는 더 이상 말로, 언론으로 죽였다가는 국민의 몽둥이에 살아난 길이 없음을 감지한 것이다. 기득권을 더 휘두르다가는 좁은 땅에서 발 붙칠 곳이 없음을 감지하고 지금껏 우겼던 빨강색옷을 하루아침에 하얀색 옷으로 갈아 입혀놓고 그분을 높였다.

평생 색깔론으로 밀어 부쳐보았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더 이상 발 없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나보다. 혹시 그들의 눈은 색명인지, 아니면 강아지 눈알인지 ...

말은 바로 그 사람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말을 적게 하고, 듣기도 더디 하는 것이 유익하다 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떨어져 죽어라’ 악담했던 김똥길씨가  또다시 김 대통령을 향해 ‘그 다음은 당신이 떨어져 죽어야 할 차례다.’는 말이 아닌 말로 회칠했다. 자칭 지식인이라 지껄이고 다니는 자가 이런 악담을 할 수 있는지, 역시 양심이 비어있는 빈 깡통은, 깡통 소리 밖에 낼 수 없는가보다.

성서에 나오는 “독사의 새끼들”을 바로 이런 때 써야 할 것 같다. 나는 추악한 지식인을 향해 꼭 한 마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부디 부디 장수하여 그 이름대로 똥을 벽에다 덧칠해 바르며 오래 오래 살아라!”는 말을 하고 싶다.

어찌 평생 우려먹었던 빨갱이를 지금에 와서 ‘큰 별이 떨어졌네, 역사의 거인이 영면 하셨네, 몇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할 민중의 지팡이셨네, 민주와 평화의 상징이셨네...’ 한평생 목숨 걸고 민족화해를 위해 몸을 던졌던 그분을 마지막 순간까지 빨갱이라는 색깔론으로 주홍글씨를 달아준 자들이 이제는 무슨 색으로 누구를 몰아 붙칠 것인지 과연 기대도 된다.

의인은 멸시와 고난의 굴레에서 살다가 죽어서야 큰 발자국으로 남는 것을 보면서 우리 예수님과 닮은 점이 많아 더욱더 두 분의 삶이 한 길가는 좁은 길에서 진리를 쫒아 살았던 삶으로 다가와 한없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한 시대 공존하며 살았던 것이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하다.

악을 선으로 갚고 국민을 두려워하고 약자들을 소중히 여겼던 두 분의 흔적이 부드러운 흙이 되어 그 발자취가 크고 깊게 남아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야 할 사람들은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발 없는 말을 퍼트려 갈등을 초래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자들을 보고 침묵하는 것은 훈련된 무능력자들이다.

진정 가장 가까운 이웃은 성도이며, 또한 섬겨야 할 이웃은 국민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