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날치기 난동에 대하여

지난 7월 22일. 국회에서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이 수적 우위를 무기로 삼아 미디어관련 법안을 자기들 마음대로 처리한 사건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날치기 난동’이라고 규정한다. ‘날치기’라 함은 남의 물건을 날쌔게 가로채는 짓을 말하는데, 미디어란 본디 국민들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성과 공공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그래서 이를 민주화의 정도를 판단하는 잣대로도 삼고 있다.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들이 미디어법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론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처리했다는 점에서 날치기이다. 또한 ‘난동’은 문란한 행동을 말하고 ‘문란’은 도덕이나 질서가 어지러움을 말하므로 ‘난동’이라 함은 도덕이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을 말한다. 재투표란 본디 적법한 재상정 절차에 의해 이루어져야 마땅하고, 일사부재의의 원칙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불문율이다. 굳이 권한쟁의심판 청구로 헌법재판소에 가지 않더라도 초중등 수준의 상식에서 볼 때, 대리투표는 한나라당의 것이나 민주당의 것이나 똑같이 부정투표가 명백하다는 점에서 양심과 도덕 그리고 헌정질서를 어지럽게 만든 행위이므로 난동인 것이다.

언론은 사회를 바라보는 렌즈이다. 이 렌즈를 통해서 국민은 알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은 소수의 소유가 되어서는 안 되며 공공의 영역으로 언론의 자유가 자본과 권력에 의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추진하려고 했던 명분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1조 5,600억 원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였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한정된 광고 시장에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 일자리창출과 관련된 통계가 조작이었다는 것으로 밝혀졌던 점을 볼 때,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추진 명분이 허구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미디어법 난동 이후, 족벌언론에 공영방송을 통째로 헌납하겠다는 김형오 국회의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한나라당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다.

한나라당이 의도한 바는 대기업과 족벌언론에게 방송사지분을 허용케 함으로써 방송사의 광고수입을 통제가 가능케 하고, 이를 통해서 공영방송에 대한 민영화 압박을 하면서 공영방송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구미에 맞는 방송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대기업과 족벌언론에게 지상파의 10%, 종합편성의 30%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삼성이 6%의 지분을 가지고 전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현상과 30대 기업과 족벌언론 및 정계인사들이 혈연․사돈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특정한 사람들이 소수의 지분만을 가지고도 언론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소수의 특권층(자본가와 족벌언론)에게 사회의 언론이라는 공적영역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줌으로써 자신들의 부당한 정책들을 왜곡시켜 선전케 하고, 진실과 부조리를 은폐하려는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은 국민의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자들이다. 그들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력기관으로서 국회의원과 정부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함이 마땅하다. 이는 기독교인이 누구나 야훼의 뜻을 따라야 함이 마땅함과 같은 맥락에 서 있는 것이다. 성서에서는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낫다”(사무엘상 15:22)라는 말이 있다. 이를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보자면, “국민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 “국민들을 위한답시고 하는 입법행위”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 된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 아니겠는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그렇지 않은 세상의 모든 권력들, 특별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향해 오늘날 성서는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아, 너희가 비참하게 되리라. 악법을 제정하는 자들아, 양민을 괴롭히는 법령을 만드는 자들아!
너희가 영세민의 정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내가 아끼는 백성을 천대하여 그 권리를 짓밟으며 과부들의 재산을 털고 고아들을 등쳐 먹는구나. 너희는 어떻게 하려느냐? 벌을 받게 되는 날, 먼 곳에서 태풍처럼 재난이 닥쳐 오는 그 날에 누구에게 피하여 도움을 청하고 그토록 소중히 여기던 재산은 어디에다 숨겨 두려느냐?
포로들 틈에 끼어 쪼그리고 앉았거나 시체들 사이에서 뒹굴 수밖에...
그래도 그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아 그 드신 손을 내리시지 않는다. - 이사야 10:1-4 (공동번역)


<우리의 요구>
- 절차적 민주주의 무시하고, 부정투표 일삼은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이 원천무효임을 자각하라.
- 족벌언론 배불리는 미디어법 폐기하라.
- 국민을 기만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 이명박 대통령은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