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김은석 기자의 기사입니다.

	▲ 한강하구평화의배띄우기 조직위원회가 7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정부를 향해 평화를 촉구했다. 유엔사에 대한 재인식을 두고 토론회도 열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7월 27일은 정전 협정을 맺은 지 56년째 되는 날이다.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전환하길 염원하는 몇몇 사람들은 2005년부터 한강 하구에 평화의 배를 띄워왔다. 하지만 올해는 배를 띄우지 못했다. 경색된 남북 관계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유엔사령부가 한강 하구의 관할권을 주장해 항행에 걸림돌이 됐다.

'7.27한강하구평화의배띄우기조직위원회'(평화의 배 조직위·공동대표 김정택·김혜정·박성준·박성렬·최태봉)와 비폭력평화물결(대표 박성용), 생명평화기독연대(공동대표 박종렬, 윤인중, 김영호)가 7월 27일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 정부를 향한 평화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평화의 배 조직위'는 한강을 화해·상생·생명의 강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할권을 주장하며, 평화의 배 출항을 막고 있는 유엔사령부의 권한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박성용 대표(비폭력평화물결)는 "한강 하구 문제가 제대로 풀리면 남북 관계에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56년 전 정전 협정 당시 유엔군과 북한은 한반도 육지에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만들었지만, 한강 하구 우도 이후의 바다에 대해서 경계를 정하지 못했다. 이후 서해는 늘 군사적 긴장이 감돌았고 우발적으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양국에 경제적으로 보탬이 될 가능성을 지닌 곳이어서 남북 장관급 회담이나 정상회담에서 비중있게 다루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재정 교수(전 통일부장관·성공회대)는 "한강 하구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는 서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 정책을 이루는 중요한 과제다"고 말했다. 박성용 대표(비폭력평화물결)는 "한강 하구 문제가 제대로 풀리면 남북 관계에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전 협정 어디에도 없는 유엔사의 한강 하구 관할권

정전 협정상 한강 하구는 비무장지대가 아니다. 또 민간 선박의 안전 운행 조항에 따르면 한강 하구에서 민간 배가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다. 4년 전 평화의 배를 띄울 수 있었던 것도 이 조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평화의 배 띄우기는 많은 국민에게 알려지면서 한반도 화해와 교류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매년 1000여 명이 행사에 참여했고 국내외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유엔사령부는 휴전 협정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강 하구 '관할권'을 주장하며 평화의 배가 자유롭게 항해하는 것을 막아왔다. 평화의 배를 띄우기 시작한 2005년부터는 항해를 하려면 유엔사령관의 허가를 받으라고 강요해왔다. 평화의 배는 매년 안전하지 않다고 항로를 차단당해 원하는 지점까지 항행하지 못하고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지난해 <한강 하구>라는 책을 펴낸 사진작가 이시우 씨는 "정전 협정 어디에도 한강 하구 민간 선박 항행에 대한 허가권 언급이 없음에도 유엔사령부가 군사관할권을 주장하는 것은 정전 협정이 파기되고 전쟁으로 돌입했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평화의 배 띄우기 조직위'는 성명을 통해 남북 당사자들이 한강 하구의 민간선 안전 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합의하고, 한강 하구의 생태 건강과 평화적 자원 개발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한강 하구 유역에서 민간인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강 하구의 평화와 생태적 건강성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 '한강하구평화정책협의회'를 구성하라고 제안했다.

	▲ 사진작가 이시우 씨는 한강 하구를 찍은 사진 10여 점을 기자회견장 밖에 전시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