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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인생곰곰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차분히 결산해 보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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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01일 (화) 00:00:00 [조회수 : 2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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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90편, 모우지스의 기도에 따르면
인생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 했는데
20이라는 수를 나타내는 영어는 스코어(score)이다.
모두가 강건하게 산다고 치면
인생은 4 스코어가 되는 셈이다.
인생을 춘하추동 사계로 구분하자면
봄은 20세까지
여름은 40세까지
가을은 60세까지
겨울은 80세까지다.
그러니까 나는 어느 계절에 해당하는가?
쉰 고개를 넘은 나같은 사람은
바야흐로 가을에 해당하는, 즉 가을 인생인 것이다.
봄에 씨를 뿌려 싹이 자라고
여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 맺고 씨를 거두고
겨울에 이듬 해 농사를 기다리는 농한기가 돌아오듯이
인생도 출생과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밟는다.
노우어의 홍수 이후 지구에 계절이 생긴 이후
천연의 순환은 반복하지만
손바닥만한 넓이만 할 뿐이라는 인생은
죽음으로 끝장이 난다.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고 바쁜 계절은 가을철, 수확기이다.
통산 52회의 가을을 맞았지만 나로서는 어느 해보다
가을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는 계절이 된 것은
올해야말로 내가 처음 농부가 된 해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평창의 밭을 내 이름으로 등기할 때 신고를 했지만
올 여름 부천시의 노는 시유지에 무단으로 경작을 시작하면서부터
진정한 농부로서 그 고생과 보람, 애환을 쬐금이나마 맛보게 되었다.
콩과 총롱무, 키 작은 피마자와 잎들깨 씨를
종묘상에서 구입해서 7월 초에 그 밭에 뿌렸는데
그 중에 가장 잘 된 작물이 콩이다.
콩을 심고 나서 내 마음은 비둘기처럼 온통 콩밭에 가 있었다.
길 넘는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뽑아 내고,
흙을 골라 잔돌을 파 내어 경계를 삼고,
이랑을 만들어 물길도 냈다.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까지면서 배운 사실은
농부는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단에 복직할 때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내 교육 경력을 산정할 때
출판사에서 십여 년간 학습지를 만들고 계발한 경력이
단지 40%만 인정받는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농부의 경력은 30%까지 인정받는 게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농부가 되고 보니 농부 일도 보통이 아니었다.
밭을 갈고 다듬는 일만 아니라
작물의 품종을 고르는 것부터 씨 뿌리기,
비료 주는 법, 건사하기, 그날 그날 날씨까지 알아야 하니
그 일도 전문적인 자식이 필요한 일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무식하고 게으른 초보 농부 실적은 한심할 정도였다.
물밭에 흩어 뿌린 들깨잎은 하나도 싹이 안 텄고
여름 가물에 모처럼 고개를 드밀던 청롱무싹도
싸그리 말라 버렸다.
간신히 한자 크기 만큼 자란 피마자 잎은
몇 번 따서 쌈도 싸 먹고 참기름에 무쳐 먹기도 하였다.
그에 비하면 콩농사는 거저 얻은 것처럼 일이 쉬웠다.
싹이 틀 때 통통하게 살찐 콩알을 비둘기에게 먹히긴 했지만
초보 농부에게 성경의 씨뿌리는 자의 비유처럼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어 준 게 신기하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콩농사만 짓기로 했다.
콩농사는 좋은 게 씨만 뿌려 주고 자라는 것만 봐 줘도
스스로 뿌리에서 질소를 만들어 거름을 공급해 주는 데다
병충해도 거의 입지 않는 거였다.
게다가 작년만 해도 국산콩 10킬로그램에
40만 원 이상을 호가한 것으로 안다. 오지다.
약 2주 전에 한 이랑을 먼저 수확해서 콩밥을 해 먹었다.
이제 서리가 내리기 전에 나머지도 수학할 예정인데
오는 수요일 따기로 했다.
참으로 내가 대견하지 않을 수 없다.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속담도
난생처음 피부로 느껴 보았다.
농사 일은 취미라지만
내 인생에서 나는 무슨 열매를 거두었는가?
곰곰 이 가을이 다가기 전에
차분히 가을 인생을 결산해 보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바람은 차고 낙엽이 쌓인다.
내 곡간에는 과연 무엇이 얼마큼 쌓여 있을까?
인생의 가을철에 월동 준비를 하듯
내 마음도 조금은 긴장되고 조급해지려는 것이다.
2005-11-01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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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배
(210.103.56.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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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청춘 |
겨울은 또다른 봄을 배태하는 것 맞나요?
하늘의 삶을 위한 ...
님의 외눈의 의미를 이제야 알만합니다.
불편을 감수하고 젊게 사시는 선배님이
더 훌륭해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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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칠
(195.72.238.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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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는 봄인데요(?) |
솔직히 말해 나이가 드니 한쪽 눈도 안 보이고 무릎 관절도 아파 즐겨 하던 운동도 못하지만 마음을 주체 못하던 젊은 시절보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주위나 친구들과 잣대를 대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된 것 같습니다. 잣대는 정확하지만 마음을 상하게 하는 독소를 지닌 것 같더군요. 유행가 가사에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예수쟁이는 총리 요셉이 꾸었던 꿈을 지닌 청춘이어야 합니다.
주님이 주신 꿈과 자신의 마음의 개성대로 사는 것이 겨울 청춘을 맞이하는 자세 같습니다. 겨울 청춘! 제법 근사하네요. 겨울 청춘을 위해 기도도 하고 글도 쓰고 김장도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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