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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핵 비확산정책과 한반도한국핵정책학회-APLN 공동학술회의

한국핵정책학회(KNPS)와 아시아태평양 핵비확산군축 리더십 네트워크(APLN, Asia-Pacific Leadership Network for Nuclear Non-Proliferation and Disarmament)는 2017년 2월 15일 서울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트럼프 행정부 핵 비확산정책과 한반도”라는 주제의 학술회의를 공동 주최했다. 핵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 정책이 한반도 핵문제에 미칠 여파에 대해 논의했으며, 북핵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 핵무장의 선택 가능성에 대해 논쟁했다.

이 회의에는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비롯하여 전·현직 정부 관계자, 주한 외교사절, 국내·외신기자 등 14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하여 핵 이슈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기를 보여줬다.

이상현 한국핵정책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을 주도로 수십 년간 지속된 핵비확산 기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며, 기후 변화 문제를 불신하는 트럼프가 전통적 에너지 산업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갈수록 악화되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 측에서는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공로명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전 외무부 장관) 역시 축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우려를 표명하며, 북한 정권 존립의 본질이 걸려 있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전은 요원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래 미국은 물론 세계의 앞날이 불확실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지 자신의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며,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타산에 맞는다고 판단할 경우 대북 협상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동북아에서 핵확산을 포함한 군비경쟁을 억제하는 길은 북한 핵 문제와 한국의 사드 배치를 하나로 묶어 협상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본 회의는 2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원자력 및 비확산 정책”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1부는 조청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사회로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임만성 카이스트 교수의 발표와 황일순 서울대학교 교수, 류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팀장,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조청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세션 진행에 앞서 해당 세션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한국이 원자력을 필수 에너지로 사용하고 모범적인 핵 비확산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임을 강조하며 4년 내지는 8년 동안 미국 행정부와 함께 해 나가야 할 원자력 에너지의 개발 방향과 핵 비확산 정책의 방향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용수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및 원자력 개발 정책”에 대한 전망을 통해, 아직 에너지 정책을 진두지휘할 에너지청 장관이 임용되지 않았고, 예산 재조정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merica First Energy Policy”에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행정부와는 달리 자유시장의 원칙에 입각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과 같은 대체에너지 사업보다는 전통적인 석탄 및 석유 산업의 발달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와 함께 사용후핵연료 관리 사업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한 트럼프가 거대한 공공연구개발에 투자할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정책 변화는 향후 어떤 전문가가 에너지청의 부장관과 차관으로 임명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한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원자력에너지뿐 아니라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임을 덧붙였다.

임만성 카이스트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비확산 정책”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국제적 핵비확산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 전부터 동북아 핵무장 지지의 의견을 표명한 바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음을 지적하면서, 트럼프의 주된 공약인 미국 실리 추구의 입장이 현재 세계의 핵 비확산 흐름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트럼프가 미국이 동맹국을 일방적으로 보호해주는 현재 상황에 반대하며, 자유무역주의를 타파하고자 하며, 권위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요약하면서 앞으로는 과거의 다자적 협력 또는 법과 윤리의 준수를 통한 세계 질서의 확립보다는 미국의 국익이 더 우선시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약소국의 안보, 윤리 문제가 외면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라 판단되는 문제, 예컨대 북핵 문제 등에는 전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또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특성을 볼 때 전 세계적으로 분쟁이 늘어날 것이며, 경제적으로 힘이 없는 나라들이 핵무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 황일순 서울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현재 원전 관련 규제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며 전문적이므로 앞으로도 이러한 규제가 크게 바뀔 일은 없을 것이지만, 경제성 측면에서 새로운 원전 개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핵 비확산과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초기에 보여줬던 우려스런 행보는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전 행정부가 견지해 온 비확산 기조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오히려 국방 부문에서 한국의 지나친 대미의존도를 지적하며 한국 스스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어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류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팀장은 트럼프가 오바마와는 달리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석탄 및 석유 산업 부흥을 위해 주로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가들을 대상으로 에너지 수출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했다. 또 원자력 기술 리더십을 중국이나 러시아에게 빼앗겼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 기술 개발에 시선을 돌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의 신념을 ‘부국강병’이라고 표현하며,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경제적인 이익을 바탕으로 하는 협력의 그림이 그려질 수 있으리라고 밝혔다.

박지영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우리가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것이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핵 비확산 관련 문제에서도 취임 전에 뚜렷한 정책이나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점, 그리고 오바마가 리더십을 가지고 비확산 정책을 추진한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의 엄격한 입장을 따를 것이라는 점을 볼 때 자국의 비용을 들여가며 핵 감축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트럼프는 기후 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경향이 강해 원자력 발전과 그에 관한 정책이 관심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며, 대신 제조업 부활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아직도 본인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보이며, 앞으로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세션에서는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과 평가”라는 주제 하에 한용섭 국방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전봉근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 김태우 건양대학교 교수(전 통일연구원장)가 발표에 참여했다. 또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이정훈 신동아 전문기자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한용섭 국방대학교 교수는 새롭게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그리고 이미 북한 제일주의가 30년, 선군정치가 20년 동안 이루어진 배경을 토대로 북한의 핵 위협 평가와 한국의 핵무장 문제 분석을 주문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수준과 핵전략 전망”이라는 주제로 북핵의 위험을 검토하기 위해 북한의 핵 교리를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소프트웨어인 핵무기 사용 조건 및 방법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먼저 북한은 지금까지 3번의 기회에 걸쳐 상이한 핵 교리를 주장한 바가 있는데다가 공언한 핵전략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 전력과 핵 태세간에 큰 격차가 있어 핵전략이 아직 불안정하다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는 핵 억제, 보복 원칙,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제시했으나 한미동맹으로 대표되는 ‘침략적인 적대세력’의 핵을 구실로 하여 북한이 선제 핵공격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어 북핵의 위협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 교리와는 별개로 북한이 선제공격을 당할 시 필요한 보복 핵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 개수를 늘리고 다양화 및 이동성을 구축하며 SLBM을 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을 향해 비대칭적 확대 교리를 펼치며 공세적인 대응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북한에 대한 비핵화 외교 및 군사적 대응 강화를 면밀하게 검토하여 북핵 위협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 외교안보적 측면”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버전의 평화적 핵 주권’에 대해 발표했다. 평화적 핵 주권론이란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나 위기상황에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국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NPT 탈퇴와 핵탄두 생산 자체만을 제외한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북핵 사태는 안보 위기의 심각성, 군사적 억제의 중요성 증대, 동맹 안보 의존도 심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으며, 핵무장에 대한 여러 국내 입장 중 여권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는 조건부 외교적 단계적 핵무장론 외에는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지극히 대외의존적인 한국의 경제·안보 구조, 핵 보유국에 둘러싸인 지리전략적 불리점, 한국사회의 갈등과 분열 등을 종합할 때 핵무장이 초래할 국익 손실을 간과한 남한 핵 무장론은 무책임한 대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강해져 가는 시점에서 국가적인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동맹을 지속하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잔류하되, 진일보한 동맹외교, 충분한 투발수단, 핵무기 관련 기술적 역량, 정부의 컨트롤타워 조직, 핵보유 마스터플랜 등을 준비해 최악성의 창(window of vulnerability)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토론자 발언을 통해 북한이 나름대로 핵 교리를 정리하며 국제사회의 인정과는 별개로 핵보유국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를 단번에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에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비핵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한의 핵무장은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 옵션이기에 최대한 실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의 요구인 한미 군사 훈련 중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결국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방안은 미국 핵우산과 THAAD 등을 통한 확장 억제, 비핵억지 강화, 국제 공조 압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 공조의 측면에서 중국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허점(loop hole)을 막을 방도를 연구해 정책적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국이 역으로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한미동맹에 비해 여전히 절대적 약자인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모호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핵 교리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은, 한미 동맹의 군사력보다는 문제를 풀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을 연기 및 중단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서 “핵동결 대 평화협정(Nuclear Freeze for Peace Treaty”을 제시했다. 평화협정에 북핵 폐기 대상, 방식, 시한을 명시하는 방안, 즉 기본협정에 추가의정서를 추가하는 방식을 제안하였다.

이정훈 신동아 전문기자는 핵무장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며, 행동 없이 말로만 끝나는 것보다 미국의 동의 없이도 핵무장을 위한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갑작스런 김정남의 사망 소식으로, 김정남을 중대 사항 발생시 북한에 투입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던 중국과 북한간에 갈등과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러한 상황이 한국으로서는 핵무장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마무리 발언을 통해, 김태우 교수는 핵무장 감행에 따른 경제 충격, 동맹 손상, 중국-러시아의 압박으로 인한 안보 불안을 언급하면서 핵무장은 동맹 유지를 최소한의 전제로 깔고 병행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제도적 장벽을 피하기 위한 예시로 이스라엘의 불확실 전략, 즉 비공식적으로 핵보유 사실을 알려 국제적 위상은 가지지만 제재를 피하는 전략을 들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전략이 고난도 계산을 요하는 것인 만큼, 정부가 이런 문제를 두고 고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봉근 교수는 한국이 안고 있는 핵 문제에 비해 턱없이 적은 관련 전문가의 수와 국민의 낮은 관심도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작년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 선제 사용 포기(No First Use Policy) 선언이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많은 의견이 오갔지만,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초래할 영향에 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전 교수는 핵 개발에 반대하지만 국가안보의 중요한 축인 만큼 핵무기 옵션에 대한 정책 연구의 체계적인 진행을 주문하기도 했다.

기사 작성 : 조수경 간사(APLN 사무국)

조수경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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