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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통미봉남(通美封南)우리 정부, 또 다시 통미봉남(通美封南) 신세?

지난 21~22일 이틀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북미 접촉이 열렸다. 북한 측에서는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등이 참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북미 제네바 합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 특사와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비확산센터 소장,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과장 등이 참석했다.

회담 결과에 대해 북한 측은 “현안을 다 얘기했다”고 했고, 미국 측은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북한은 기존 입장대로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를, 미국은 선(先)비핵화, 핵 동결을 강조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같은 북미 접촉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미국 정부는 이번 협의가 민간 차원의 ‘트랙2’ 대화로 미 정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아래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 국면의 변화가 없을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북미 대화가 주목받는 것은 북한의 핵 및 대외정책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당국자들이 나왔다는 것이고, 미국 측도 힐러리 차기 정부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국내 언론들도 이런 점에서 북미간 대화에서 우리 정부가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기존 제재 일변도에 대한 자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24일자 조간 사설들을 비교해봤다.

우선 <중앙일보>는 “첨예한 대결 국면 가운데 모처럼 이뤄진 대화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한 일”이라고 규정했다(북·미 회동, 유연한 대북 전략에 활용해야). 한·미 외교 당국이 이번 회동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신문은 “하지만 북측 면면을 보면 얘기가 다르다. 대표로 나온 한성렬 외무성 미국 국장과 장일훈 유엔 대표부 차석대사는 명실공히 미국과의 접촉 및 협상을 담당하는 핵심 당국자다. 이런 인물들의 인식과 전략이 북·미 관계, 나아가 북핵 문제까지 영향을 줄 거라는 건 불문가지다. 이번 회동을 민간 전문가간 접촉을 의미하는 ‘2트랙’이 아닌 ‘1.5트랙(반관반민)’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고 했다.

미국 측 참석자들에 대해서도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국 측 참석자들은 북측 의사를 정리해 차기 행정부에 전달할 게 분명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간 오바마 행정부가 채택해온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대화 없는 일방적 제재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은 역사가 증명한다”면서 “일각에선 김정은 정권을 압박해 내부로부터 무너뜨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외국인들이 전하듯 김정은 정권의 붕괴 조짐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말레이시아 회동을 유연한 대북 전략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중앙일보>의 입장이다.

<동아일보>는 “느닷없는 北-美 접촉… 한미 전략목표 엇박자 없는가”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북미 접촉을 “민간의 비공식 접촉이라지만 미 정부가 대북 압박과 제재를 전례 없이 강화한 상황에 진행된 사실상의 북-미 간접대화”라고 규정하고 “이번 접촉은 클린턴이 집권할 경우를 상정해 미 민주당과 가까운 한반도 전문가와 북측이 서로의 의중을 탐색한 자리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통미봉남(通美封南)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신문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이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교섭하는 통미봉남에 대한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면서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한미는 향후 대북 압박의 출구전략에 대해 충분히 의견 교환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 역시 “북-미 ‘탐색적 대화’를 주목한다” 제목의 사설에서 통미봉남을 우려했다. 신문은 “정부가 이번 대화를 두고 ‘미국 정부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정부는 대북 제재·압박에 틈새가 생기는 것을 우려하지만 제재·압박만으로는 핵 문제를 풀 수 없다. 모든 대화를 거부하다가는 실제로 협상이 시작될 경우 우리만 소외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정부는 제재·압박 강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에게 가장 나쁜 결과는 효과적인 제재 결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대화에서도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역시 “기대보다 우려가 큰 북·미 말레이시아 대화” 제목의 사설에서 통미봉남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바라는 통미봉남의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핵·미사일 관련 대북 접촉에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트랙 1이니 트랙 2니 따져 가며 지켜볼 겨를이 없다”고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주목되는 북미 대화 움직임, 방관만 할 일 아니다” 제목의 사설에서 “최근 미국 조야에서 북한과의 협상 재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연관 지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가 이번 북미 접촉에 대해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아래 강력한 제재·압박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강행과 관련해 이렇다 할 태도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압박 기조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이해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몰아붙이기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미국 내에서 최근 협상 재개론이 대두하는 것은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심각한 홍수피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까지도 외면한 정부다. 대북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다양한 상황 변화를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유연한 자세가 아쉽다”며 정부의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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