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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4년: 포지티브섬 관점에서 평가해야동아시아재단 정책 논쟁 제56호

지난 3월 15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발효한 지 4년이 지났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중산층 그룹의 득표율을 높이기 위한 선거전략이 눈에 띈다. 경기침체 및 실업률 상승 등의 경제정책 실패 원인을 FTA 정책에서 찾는 것이다.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폭이 커지면서 한미FTA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는 형국이다.

미국은 한국의 8번째 FTA 파트너이다. 한국은 15개의 FTA를 통해서 총 52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아세안(ASEAN), 중국과 함께 4대 거대시장권 파트너 중의 하나이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최근 발간한 ‘한미FTA 4주년 평가와 시사점’에 의하면,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국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전체 연간수출량의 12%로, 중국(26%)과 아세안(14%)의 다음이다. 주요 수입국 순위는 5위로서 전체 수입량의 10%를 차지했다. 중국(21%), EU(13%), 일본(10.5%), 아세안(10.3%)의 다음이다.

KITA 통계에 의하면, 2015년 한미 양국의 총 교역량은 1,138억 달러로 한국의 전체 교역량의 11.8%를 차지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대비로 8억 달러가 늘어난 258억 달러이다. 미국은 한미FTA 때문에 미국의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한미 FTA의 “여파로 대 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 개나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주장이 아니다. 한국의 대미 수출량의 2/3 이상이 FTA비수혜 품목(67.2%)이기 때문이다. FTA 혜택을 받지 못한 승용차, 무선전화기, 반도체 등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KITA 자료에 의하면, 2015년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액 698억 달러 가운데 승용차(175억 달러), 무선전화기(63억 달러), 반도체(25억 달러)가 전체 수입액의 40%에 육박한다. 승용차의 경우, 작년까지 기존의 2.5% 관세율이 적용됐고, 무선전화기와 반도체는 한미FTA 발효 이전부터 무관세 품목이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증가는 한미FTA보다는 전반적으로 상품무역에서의 적자 폭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균형감을 잃은 중간평가
지난 6월 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세계경제연구원 초청강연에서 한미FTA의 남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여전히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법률서비스 시장개방 등에 대한 한미FTA의 ‘완전한 이행(full implementation)’을 요구했다(리퍼트 美대사 “법률시장 개방·기업규제 완화” 촉구). 한국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TPP) 가입도 촉구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면서, 한미 FTA 재협상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Economic Impact of Trade Agreements Implemented Under Trade Authorities Procedures’이 발간되면서 국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미국의 13개의 FTA 가운데 한미FTA의 수출증가 효과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는 보도내용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속히 반박자료를 내놓았다. USITC 보고서의 본문이 아닌 부록에 포함된 내용으로 이번 보고서를 위해 준비된 자료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각기 다른 시점의 연구자료가 포함되어 각각의 수치를 단순비교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균형감 잡힌 언론보도를 찾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왜 법률시장 개방에 집착하나?
미국 행정부는 ‘완전한 이행’을 촉구하며 최근 개정된 ‘외국법자문사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리퍼트 대사가 법률서비스 시장개방에 대해서 유독 강조하는 이유를 짚어보자. 세계은행 통계에 의하면, 2015년 미국은 서비스가 국내총생산(GDP)의 78%를 차지하는 서비스 강국이다. 60%를 기록한 한국보다 무려 18포인트나 높은 수치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자료에 의하면, 작년 미국의 대(對)한 서비스수지 흑자는 107억 달러로, 상품수지 적자규모의 거의 절반이다. 미국의 대(對)한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는 방법으로 법률서비스 시장개방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법률시장 개방에 관한 사항은 한미FTA 부속서 2 대한민국의 유보목록(Annex II Schedule of Korea )에서 찾을 수 있다. 법률서비스 분야에서는 외국법자문사(Foreign Legal Consultant: FLC)라는 전문용어가 사용된다. 관련 주해(Explanatory Notes)에 의하면, FTA 당사국은 부과된 의무와 합치하지 않는 기존 조치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또는 더 제한적인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정부는 FTA 협정문에 합의한 대로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 조항 등에 대한 비합치조치(Non-Conforming Measures)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측에서 주장하는 한미FTA의 완전한 이행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정부는 법률시장의 전면개방을 약속하지 않았다.

지나친 정부규제: 외국인지분제한
한국정부는 한미FTA를 통해서 법률시장을 3단계로 개방하기로 약속했다. 발효 5년 이후인 3단계는 미국로펌과 국내로펌간의 합작법무법인 설립이 허용되고 국내변호사 고용도 가능해진다. 지난 2월 발효된 ‘외국법자문사법’에는 관련내용이 포함됐다. 외국로펌들은 다양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없도록 하는 외국인지분제한이다. 외국합작참여자는 100분의 49를 초과하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고, 지분비율에 따라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로펌들이 합작법무법인 설립을 꺼리는 또 다른 이유는 손해배상 책임제도에 있다. 합작 주체인 외국로펌 본사가 합작법무법인 대표와 연대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합작법무법인의 다른 한 축인 국내 합작참여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최소한 3년 이상을 정상운영한 국내로펌에게만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의 동병상련: 글로벌 공급과잉
상품교역 중에서 한국정부가 대표적인 통상이슈로 뽑은 철강제품에 대해서 논해보자. 지난 6월 KOTRA는 “미국의 대 한국 통상압력 배경과 전망”을 출간했다. 통상압력의 배경이 TPP 의회비준을 위해서 선행모델로 알려진 한미FTA를 철저히 이행하려는 미국행정부의 입법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국의 17개의 FTA 대상국 중 한국과의 무역수지가 가장 빠르게 악화된다는 사실이다.

KOTRA 보고서는 국내산 철강 수입규제 강화를 미국의 대표적인 통상압력으로 규정하고 심층있게 다뤘다. 한미FTA 체결 이후 불어난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을 반덤핑, 상계관세 등으로 풀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한국산 철강 및 금속제품에 대한 조사는 7건으로 중국(11건)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한국산 7개 품목에 대해 7건의 반덤핑 및 4건의 상계관세 조사가 진행 중이다.

KOTRA 보고서에는 눈여겨 볼 사실이 있다. 2015년 해당품목의 대미수출액은 16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3%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한미 통상이슈로 다루기에는 비중이 너무 낮은 측면이 있다. 미국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건수(330건) 중에서 5.5%(18건)에 불과한 수치이다. 중국(40%), 인도(7%), 대만(6.6%) 다음으로 네 번째로 높다. 중국 주도의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으로 한미 양국의 철강업계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한미FTA 평가: 포지티브섬 게임 관점으로
한미 양국은 이미 십여 개의 FTA를 통해서 각자의 mini-WTO를 구축해 가고 있다. FTA 상대국들로 구성되는 역내교역량은 늘고, 역외교역량은 상대적으로 주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KITA 자료에 의하면, 작년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15년간 최고치(3.2%)를 기록했고, 한일 점유율 격차는 사상 최저치(2.65%)까지 좁혀졌다.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지난 5년간 최대치(10.1%)를 기록하고, 미일 점유율 격차는 최저치(0.4%)까지 좁혀졌다. 2016년 1월에는 미국이 일본을 앞질렀다.

한미 양국은 아이러니컬하게 서로 자국이 더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각자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분석 위주로 내놓고 있다. 한국은 전체 수출량의 2.3%밖에 안 되는 철강분야를 대표적인 통상쟁점으로 부각시킨다. 미국은 화이트칼라가 벌어들인 107억 달러의 서비스수지 흑자는 언급하지 않는다. Third Way는 ‘Night and Day: Post-NAFTA Trade Deals Yield Steady Surplus’에서 미국의 서비스수지를 보고서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적시했다. 미국의 서비스무역 흑자규모가 너무 커서 상품무역의 결과를 모호하게 할 수 있고, 안전모(hard hats)를 쓰는 공사장 인부 등의 블루칼라에게 FTA혜택이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제는 FTA의 긍정적인 효과가 가려진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USITC 보고서에 의하면, 한미FTA 덕분에 미국의 대(對)한 무역적자가 158억 달러가 감소한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고 추정했다.

한미FTA 발효 4주년을 즈음하여, 섣부른 중간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 상품무역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관세철폐가 발효 5년차인 올해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FTA효과를 평가하려면 추가시간이 필요하다. 서비스무역에서는 외국법자문사법의 외국로펌 지분제한 등의 불합리한 정부규제는 지양해야 한다. FTA는 상대방이 손해 본 만큼 내가 이득을 보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FTA를 무분별하게 비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양국의 교역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상대국가의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 또한 상승할 것이란 점이다. 역내시장 규모를 키우고 그 혜택을 FTA 당사국끼리 서로 나누는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 sum game)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할 때이다.

안준성 (미국 메릴랜드주 변호사)
안준성은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학사 및 J.D.,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협상의 이론과 실제, 국제비즈니스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IT통상전략센터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당시 한-싱가포르 FTA, 한-일 FTA, 한-EFTA FTA 협상 및 한미 통상현안 점검회의(Korea-US Quarterly Action Meeting) 등에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상법률자문관으로 참여했다. 베트남정부에게 WTO 가입 협상전략을 자문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ODA프로젝트였던 베트남IT입법지원사업에 법률전문가로 참여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방송통신그룹 미국변호사로 근무하면서 해외투자, 글로벌 M&A 등의 국제거래 관련 자문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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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성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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