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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맑은 공기 마시기: 쉽지 않은 미션동아시아재단 정책 논쟁 제54호

미세먼지가 가져온 대기환경에 대한 관심
지난 5월, 계절의 여왕에 대한 기대와는 다르게 수도권 지역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미세먼지 “나쁨” 이상의 예보가 나오면서 미세먼지는 대기환경 오염의 대명사로 국민들에게 각인되었다. 파란 하늘이 사라졌다는 국민들의 감성적인 분노도 있겠지만,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오염원에 대한 관리라는 점에서 미세먼지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온실가스에 이은 미세먼지 문제까지, 대기환경 오염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파괴적인 가능성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나, 무시해 왔던 문제이다. 그러나 이제 그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13년 이미 우리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선진국의 2배를 넘어서게 되었고 이로 인한 수도권의 연간 조기사망자는 약 2만 명, 폐질환 발생자는 약 80만 명에 달하게 되어, 그 피해를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약 12조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연구된 바 있다. 한편, OECD의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 (Better Life Index 2016)”에서 한국은 대기환경에서 OECD 회원국을 포함 조사대상 38개국 중에서 최하위로 기록되어 있다. 더구나, 앞으로도 대기오염으로 인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대기오염이 지금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여타 OECD 회원국들과는 달리, 2060년 한국은 회원국들 중 유일하게 미세먼지로 인한 연간 조기사망자가 100만 명당 1천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적 피해 역시 OECD 국가들 중 가장 큰 GDP의 0.6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맑은 공기: 公共財에서 共有財로
물과 공기는 우리가 걱정 없이 소비해왔던 대표적인 공공재였다. 공공재는 말 그대로 누구나 공유하며 자유롭고 무한하게 소비할 수 있는 재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도시화와 산업화의 과정에서 상하수도 기반시설 구축에 따라 물의 사용에 비용을 요구하게 되었고, 언젠가부터 마시는 물을 공공재가 아닌 일반재화로 여기며 그 소비에 비용을 치르면서 살게 되었다. 공장 폐수와 같은 산업재해나 가뭄과 홍수 등의 자연재해는 이미 오래 전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물의 관리와 사용에 대한 비용 분담 문제도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논의되어 왔다. 이에 반해, 공기는 최소한의 환경규제만으로 관리 가능한 공공재로 여겨져 왔고, 따라서 그 사용과 오염에 대한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맑은 공기는 이제 더 이상 누구나 자유롭게 영원히 향유할 수 있는 공공재(public goods)가 아닌 듯싶다. 누군가의 오염으로 점점 더 고갈되어 가고 있는 공유재(common goods)가 되어가고 있다. 공유재가 숙명적으로 지니게 되는 남용과 고갈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가적 책임과 관리가 요구된다. 그리고 그 해결은 대기환경 관리와 오염원 처리 비용의 부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함께, 과거 산업화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거버넌스 체제가 마련되어야 가능하다.

대기환경 오염에 대한 사회적 비용 부담
우리나라에서 공기, 즉 대기환경의 사용과 오염에 대한 사회적 비용 부담 문제는 고도의 산업화를 이룬 2000년 후반에 들어서야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였다. 최근의 미세먼지 문제 이전에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대기 중 온실가스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정부의 “녹색성장”이라는 미래전략의 일환으로 국가 단위의 탄소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한 것은 산업계의 반발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 환경법의 대원칙인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s Pay Principle)”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는 물론 국민적인 지지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과감한 신재생에너지 투자 정책을 펼쳤던 유럽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경제성장과 환경오염의 비동조화(decoupling)가 실현되면서, 대기환경 오염에 대한 비용 부담의 위기를 녹색기술과 신성장동력 투자를 통해서 경제 도약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차이점과 공통점
대기환경과 관련된 문제라는 측면에서, 미세먼지는 기존의 온실가스 문제와 비교될 수 있다. 두 문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온실가스 문제는 범지구적(globalized)이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권역적(regionalized)이라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문제가 지구의 양 극점을 포함한 전세계적 문제임에 반해서, 미세먼지 문제는 그 지역 범위에 있어서 제한적이다. 즉, 온실가스 배출 문제의 해결은 190여개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의 협력을 통한 정보와 기술 교류, 그리고 재정적 협력이 필요한 문제이지만, 한반도의 미세먼지 문제는 영향을 주는 오염원을 지닌 우리나라와 중국 양국의 노력과 대응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 할 수 있다.

미세먼지 문제가 지니는 권역적 성격은 그 당사국들을 소수로 한정 지으며 무임승차(free-riding)를 불가능한 대안으로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부분에서 한국은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책임을 오랜 동안 중국에게 전가시켜 왔다. 중국은 “황사”라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한반도 대기환경 오염 문제의 발원지이며, 실제로 한반도 미세먼지 발생의 30-50% 정도의 책임을 지닌 것으로 연구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더 큰 미세먼지 발원지가 한반도 내에 있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되며, 우리의 책임으로 여기고 대응해 나갈 때 중국과도 제대로 된 협력이 가능하다.

온실가스나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환경 오염이 지니는 가장 큰 유사점은 근본적인 오염원이 동일하다는 점으로, 바로 화석연료의 사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탄소에너지는 그 연소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등의 온실가스와 1차 미세먼지를 직접 배출하는 동시에, 대기 중 화학반응으로 2차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도 배출하게 된다. 탄소에너지원의 종류가 무엇인지 혹은 연소 과정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든지간에 반드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배출될 수밖에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외는 없다. 과학적으로 규명된 발생원인을 알고 있으면서,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공공재와 공유재를 관리해야 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산업화 시기 동안에 마련된 탄소에너지 기반의 사회경제적 기득권에 대해 수구적인 입장을 지니고, 에너지 및 환경 관련 부처들간의 이해관계 조정이나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비용 부담에 대한 논의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화된 관성을 넘어서
“오염자 부담 원칙”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국제적 대응방안을 마련해 가고 있는 온실가스 문제와 달리, 미세먼지 문제는 여전히 국내외 대응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중국이라는 주변국가를 포함하는 권역적 성격과 그 주요 발생원인이 여전히 우리 경제와 산업의 기반인 탄소에너지의 사용에 있다는 점에서, 다시 맑은 공기를 무한한 공공재로서 마음껏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하지만, 동시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미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의 오염원 문제는 중국에 대한 비난에서 벗어나 공동대응을 위한 환경협력의 장을 모색해야만 한다. 환경협력이라는 것이 주권 영역을 벗어나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다루고 있으나, 그 주체는 결국 주권국가라는 점에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는 상대국과의 외교적 조율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상대국의 변화와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기에 앞서서 우리의 내부적인 노력을 시작해야만, 상대를 협력의 장으로 이끌 수 있는 국격을 갖출 수 있다.

맑은 공기의 유지와 관리에 있어,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재화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가지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 자세와 해결책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무엇보다 큰 실망은 정부의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에 접근하는 정부 부처의 초기 대응에 있어 주요 관심 및 대상은 경유자동차와 고등어, 삼겹살 등의 직화구이 음식에 모아졌다. 경유자동차 지원제도는 개선이 필요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미세먼지 오염원으로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고등어 구이를 지적했던 정부는 국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전체 국내 대기오염원 중에서 경유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와 주거용 및 상업용 시설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PM10)는 전체 배출원에서 12%에 지나지 않는다. 더 큰 문제인 제조 및 발전 부분에서의 미세먼지 대책에 있어서는 여전히 현재 치러야 하는 비용을 부담으로 여기며 과감한 대책을 미루고 있다. 또한 유류세 조정, 유류보조금 인하, 화력발전소 감축, 전기요금 정상화 등 미세먼지 발생의 근원이 되는 에너지의 사용과 관련된 모든 정책에서 환경, 산업, 재정 등을 관할하는 각 정부 부처의 입장과 정책들이 여전히 국가적 차원에서 조율되지 못 하고 있다. 관할이라는 명분으로 가로막혀 있는 부처들간의 이해 관계는 그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 일차적 사명인 듯 보인다.

대기환경 오염이 결국 산업화의 부산물이라면, 산업화 시기에 제도화된 거버넌스 체제로는 이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정부 시스템과 사회구조는 성공적인 산업화를 이루었던 경험에서 얻어진 소위 “제도화된 관성(institutional inertia)”에 빠져 있다. 값싼 에너지의 지속적인 공급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와 환경 및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간의 이해 관계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해답을 찾는 것은 현재의 정부 거버넌스 체제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21세기 환경문제의 해결이 정부 부처간에 제도화되어 있는 기득권의 유지와 양립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할 때, 우리가 바라는 창조적 파괴도 가능하다.

맑은 공기는 국가경쟁력
당연한 공공재로 여겨 왔던 맑은 공기이지만, 이제는 그 관리와 유지가 국가경쟁력의 일부가 되었다. 대기환경 오염은 국민 보건은 물론 농업과 각종 산업에도 큰 손실과 피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오염이라 할지라도,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그 누적된 피해가 더욱 증폭되어 후세대들에게는 대재앙으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 미세먼지를 비롯한 모든 환경오염 문제의 핵심이다. 비록 조금 늦었을지라도 대기환경 오염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진지한 국가적 관심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 부처가 지닌 제도적 관성을 넘어서기 위해서, 과거 산업화 시기와는 달리 에너지와 환경 담당 정부 부처를 하나로 통합한 유럽 국가들의 새로운 제도적 변화 노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소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탈피하는 과감한 정책적 투자와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종 중심인 우리 산업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 양립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하는 국가전략의 틀에서 조율되고 실현되어야만 할 것이다.

최현정(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현정은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와 석사학위, 퍼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글로벌거버넌스센터 연구위원 및 대외협력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과 녹색성장기획관실에서 선임행정관을 역임했으며(2008-2013), 한국미래연구원 연구위원(2006), 일본 동경대학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2003-2004), 공군사관학교 교수요원(1995-1998)을 역임했다. 지속가능 성장 및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과 국가전략을 연구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Green Growth for a Greater Korea: White Book on Korean Green Growth Policy, 2008~2012 (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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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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