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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없이 변화와 개혁은 없다

오늘 4월 8일과 내일,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13일 투표일까지 합치면 사흘간이나 투표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이제 시간 때문에 투표를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사람 저 사람, 이 당 저 당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아 못가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래도 가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어느 사람, 어느 당을 선택했는가는 유권자의 권리다. 그 선택에 관계없이, 투표율이 오르면 정부가 유권자를 대우하게 되고, 겁을 내게 되며, 나중에는 존경하게 되며 국민이 원하는 정치 행정이 이뤄지게 된다.

새누리당이 엄살작전에 들어갔다. 언론에서는 석고대죄·멍석사죄로 표현했고 점잖게 읍소작전이라고도 했다. 그들은 한나라당 시절 천막당사를 통해 회개하는 모습을 보여준 이래 세월호 참사 후의 지방선거에서도 그 소위 읍소작전을 써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선거에 불리하다 싶으면 버릇처럼 써먹은 수법이요 구태다. 선거를 마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표변했다. 매몰찼던 유권자들조차 ‘미워도 다시 한번’의 심정으로 다시 꾹 눌러 지지해 주었다. 아마도 속으로는 ‘이것 봐라 읍소작전이 먹혀들어가네’ 하면서 늑대소년의 버릇을 거두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올해도 예외 없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집단적으로 ‘석고대죄’에 ‘멍석사죄’의 시늉을 보였다. 올해도 그 효과는 드러날 것이다. 그 지역이 어디인데.

그런데 이번에는 그 읍소가 진심이 아님을 너무 성급히 드러내고 말았다. 어느 양반이 만약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못얻으면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면서 ‘주가폭락, 금융혼란’이 온다고 큰 소리 쳤다. 이것은 말하자면, ‘과반수 안줄래? 그러면 더 어려워지는 것 알지!!’하고 국민을 겁박한 것이다. 이 말은, 이미 망가지고 있는 경제를 걱정하는 체하면서, 자기들만이 이 정도로라도 경제를 유지할 수 있지 다른 세력은 불가능하다는 오만한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변화와 개혁, 인적 쇄신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들은 지금까지의 정책과 사람을 국회로 보내주지 않으면 경제가 더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망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석고대죄나 삭발읍소가 아니라 국민을 향한 협박이요 공갈이다. 투표가 답이 되려면 이런 거짓된 읍소작전에 또 속아서는 안된다. 그들은 구체적으로 반성한 적이 없었고, 선거 때 남발한 공약도 거의 공수표로 날려버린 전력이 많지 않은가.

여기서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을 일일이 매거해서 무엇하겠는가. 다만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매도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2001년부터 8년간의 경제성장이 4.9%인데 비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8년간의 경제성장 평균은 3.1%에 불과했다는 것은 지적하는 것으로 그쳐야겠다. 그나마 올해는 3%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보수는 성장을 목표로 하고 진보는 분배를 정책의 주지로 한다지만, 한국의 보수는 진보탓만 할 줄 알았지, 경제에도 전혀 능력이 없었음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려고 세계경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어리석음이다. 그들은 자주적인 국방문제와 사드 문제, 남북관계, 외교상의 난맥상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세월호사건’과 국사교과서 국정화문제에 이르게 되면 그들이 국민적 지지를 의식하고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이런 상황에서 4.13선거를 맞고 있다. SNS상의 말처럼 “시위보다는 투표가 답”이 되기 위해서는 현상을 유지하는 선거가 아니라, 변혁과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는 선거이어야 한다. ‘투표가 답’이 되려면 이제는 속지 않아야 한다. 그들의 읍소작전이나 석고대죄의 제스처에 매몰찬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석고대죄, 멍석대죄하려는 그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들은 진박·비박의 문제로 석고대죄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석고대죄감이겠는가. 자기 당 안의 그런 정치적 갈등이 석고대죄감이라면 새누리당은 1년 내내 석고대죄로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래 당신네들이 석고대죄하는 이유가 정말 뭐요?”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그 동안 ‘교만했다’고 했다는 말도 했는데, 그 또한 제스처가 아니라면 멍석대죄감이라고는 할 수 없다. 차제에 석고대죄 멍석대죄를 하려고 한다면, 정말 무엇이 잘못되었는가에 대한 답부터 정확하게 가져와야 할 것이다. 우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부터 정직하게 이실직고(以實直告)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유권자들은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는 야당에 대해서도 매를 들어야 한다. 비례대표는 원래 직역(職域)이나 전문가를 의회에 보내기 위해 설치된 제도다. 이번에 그걸 고려하지 않은 거대정당의 비례대표는 정말 한심하다. 따라서 거대정당보다는 오히려 전문가를 비례대표로 배치한 작은 정당에 눈을 돌리는 것이 어떨까. 비례대표에 대한 지지를, 그들 직역이나 전문가를 포진시킨 정당으로 돌린다면, 그리하여 47석의 절반정도라도 전문가 그룹의 의원들이 확보될 수 있다면, 20대 국회는 그것만으로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본다. 유권자들은 공명선거에 나서는 시민단체들이 작성한, 후보를 가리는 기준이라 할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그 기준에 따라 꼼꼼하게 후보를 점검하여 한 표를 눌렀으면 한다.

젊은이들이 투표소를 찾아야 한다.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서 국가에 무엇을 더 요구하겠는가. 프랑스의 대학등록금이 싼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학생 투표율이 87%라는 사실과 직결된다. 반값등록금은 결코!! 결코!! 결코!! 시위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투표소를 찾는 학생들의 발걸음으로 확실하게 이뤄진다.

이 나라에는 선거가 시작된 이래 그 동안 부정선거전문가도 양산되었다. 지금도 공명선거 대신 부정선거를 음모하는 세력들이 어디엔가 포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여러 번의 선거에서 우리는 여실히 보았다. 독재자 스탈린은 이런 말을 했다. “투표는 인민이 하지만, 개표는 권력자가 한다. 투표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오직 개표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독재자 스탈린만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미국 나사, 엑손모빌, 교통부 등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 클린턴 유진 커티스라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는 2004년 미국 대선 때 플로리다에서 공화당을 위해 전자개표기를 조작했던 인물로서 미국 의회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언제나 51% : 49% 비율로 선거결과를 조작할 수 있고,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다. 그리고 수작업개표 외에는 발각되지 않을 자신이 있고, 개표집계기 제조업체는 소스코드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현실이 한국에서는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6개월 이내에 처리해야 하는 선거무효소송을 6개월이 여섯 번이나 지난 지금에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대법관의 직무유기를 고발한 유권자들의 권리에 1년 내내 응답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 한국에서는 대법원과 검찰의 공조 속에서 선거부정을 척결할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시민단체가 컴퓨터형 계표기를 반대하고 시민단체들이 수개표를 감시하겠다는 것이 바로 개표부정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 일에 뜻있는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전 역사편찬위원장

*이 글은 이만열 교수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됐습니다.

이만열  mahny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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