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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停戰) 체제에서 농성-공성전(籠城-攻城戰) 체제로의 전환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6.03.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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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제재만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3월 2일 유엔 안보리는 7번째 대북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저지하는 ‘끝장 결의’를 도출하고자 한 우리 정부의 의지와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만들어 낸 결과다.

유엔 제재조치는 유엔헌장 7장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는 군사 조치(42조)와 비군사 조치(41조)로 나뉘는데 한반도 현 상황에서 42조를 원용하는 것에는 우리를 포함한 모든 관계국이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41조를 원용한 제재조치도 포괄적 제재와 표적 제재의 두 가지가 있는데, 1990년 이라크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제재조치가 이라크 민중들의 무고한 피해가 너무 컸었다는 비판과 반성이 있은 이후, 안보리에서 내린 제재 결의는 모두 표적 제재이다.

이번 안보리 결의(S/RES 2270)는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에 대한 전수 조사, 의심물품을 적재한 항공기의 영공통과 금지, 석탄과 희토류 등 북한산 광물거래 제한 및 금지, 북한 은행의 해외지점과 회원국 은행의 북한지점 설치 금지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줄을 차단하는 조치가 망라되었다.

중국도 이번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설령 중국의 기업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북한에 자금이 흘러들어가게 하더라도 얼마 전 발효된 미국 국내법(HR 757)에 따라 2차 제재(Secondary Boycott) 대상으로 미국과의 거래를 규제당할 수 있다. 나름의 대북 봉쇄망이 잘 갖추어진 셈이다.

이번 안보리 대북제재는 표적 제재로서 역대 최강의 조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에 치명상을 줄 정도인지 여부는 시작부터 불확실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봐주며 문단속에 느슨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이번 제재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면 이들 국가의 책임이라는 면피성 발언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결의를 철저히 지킨다고 해도 제재내용에는 큰 구멍이 많아 북한에 치명상을 주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최대 돈줄인 해외송출 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규제가 없고 북한산의 광물자원도 민생용이라는 명분을 달면 수출을 막지 못한다. 북한을 들고나는 일반물자도 세관의 전수검사만 받으면 거래에는 지장이 없다. 무기거래 등 불법행위 연관 거래는 이미 이전 안보리 제재 결의에 의해 금지된 지 오래이다.

북한으로서는 대외 수입이 조금 줄고 대외 거래가 조금 더 불편해질 뿐, 기존의 제재와 비교해서 격과 결이 다를 정도로 강한 타격과 압박이 되어 북한을 핵 포기로 나오게 할지는 의문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대북제재가 아니다
개성공단은 이번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중국의 상응한 희생을 유도해내지 못했다. 이 정도 수준의 안보리 제재를 끌어내기 위해 개성공단을 희생시켰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유엔 제재의 목적은 제재대상 국가의 나쁜 행동을 바람직한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유엔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데 대해 벌을 가하고 재발을 막는 것이지, 일반회원국들이 주권국가로서 누리는 권리와 지위를 불인정하고 그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 내지 박탈하려는 것은 아닌 것이다. 말하자면 해당 국가를 소멸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을 통해 북한에 유입되는 자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자금줄로 전용되었는지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해외로 송출된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도 마찬가지다. 어찌되었든지 이러한 것은 합법적 돈벌이로서 유엔제재 대상으로 지목하여 그 자체를 못하게 할 명분이 서지 않는다.

개성공단의 폐쇄는 대북제재의 범위를 넘는 조치이다. 포괄적 제재에서나 가능한 조치이고, 포괄적 제재는 사실상 북한주민을 볼모로 북한을 포위해서 고사시키겠다는 농성-공성전(籠城-攻城戰, Siege)의 한 방식이다. 남북은 이미 전쟁의 또 다른 방식인 심리전도 재개한 상태이다.

1953년 체결된 한반도 정전협정은 이미 1990년대부터 무실화되기 시작하여 급기야 북한은 2013년 3월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심리전이 재개되고 이제는 농성-공성전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한반도의 정전체제는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고강도 수위의 군사 분쟁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 또한 현재로선 이런 움직임을 제어할 장치도 보이지 않는다.

공성전은 기본적으로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 농성하는 쪽뿐 아니라 공성하는 쪽도 장기간 안보위기와 함께 추가적인 경제적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고난의 행군’을 통해 농성전을 겪어낸 바 있다. 손자는 철저한 방어태세로 농성에 돌입한 적을 이기는 것은 어렵다며 공성전을 피해야 할 하책의 전술이라 했다. 혹시 내부의 급변사태를 통한 북한의 붕괴를 유도할 목적으로 공성전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기대와 전략 목표를 혼돈한 것으로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적을 고사시키기 위한 공성전이 우연한 충돌로 전면전으로 확대되거나, 공성하는 쪽에서 더 많은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이다.

공성전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것일까? 이달부터 두 달간 한미군사훈련도 역대 최대 규모로 실시된다. 북한은 이미 인민군 최고사령부 중대 성명으로 “적들의 특수작전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수행에 진입할 것”이라며 1차 타격 대상으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또 핵탄두를 임의의 시각에 발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도 공개되었다. 북한의 언술을 통한 위협은 이제 넘겨듣기 거북할 수준이며 남북간의 상호 적대감은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경고와 함께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는 최첨단 무기를 연일 한반도에 선보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논의로 자극받은 중국은 공산당기관지 등을 통해 “만에 하나 개전(開戰)하게 된다면 중국 공군 폭격기 편대가 1시간이면 한국의 사드 기지를 파괴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혼란이나 전쟁이 발생한다면 두려워하지 않고 상대해야 한다. 중국의 다리가 물에 잠긴다면 누군가는 허리, 심지어 목까지 잠기게 된다”며 한국은 ‘(미·중이 벌이는) 바둑판 위의 돌’이라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누구를 막론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전쟁 불사의 분위기를 부채질하는 행태는 이제 멈추어야 한다. 한반도가 다시 강대국들의 바둑돌이 되고 무력충돌의 장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6.25 당시 입었던 피해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6.25 때는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했던 무기가 총동원되었고 초음속 제트기와 네이팜탄, 전투용 헬기가 처음 작전에 사용되었다. 이제 한반도에 또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최신 무기들이 동원될지 상상만으로도 괴롭다.

미국은 중국 포위를 염두에 두고 ‘아시아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한강 이북에 주둔함으로써 대북 억지력을 제공했던 주한미군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중국을 바라보는 서쪽을 향해 재배치되었다. 평택기지는 해외 미군기지로는 최대 규모이며 우리나라는 미국무기의 세계 최대 구매국이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포기하면서까지 국가안보를 강화해온 노력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대북정책, 어디까지가 목표인가?
북한의 핵 위협을 더 이상 묵과하지 못하겠다는 대통령의 결의가 있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와 평화통일의 전제조건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중단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20년 대북제재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이번 안보리의 역대 최강급 대북제재조치 역시 구멍이 많다. 안보리 제재조치가 갖는 근본적 한계와 한반도 주변국의 기본적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대북제재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북한정권은 주민희생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는 역사상 유례없는 독재체제다. 압박하면 굴복할 것이라는 기대는 판단착오라고 볼 수 있다.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안보리의 대북제재 논의의 수위를 높이는 데 영향을 주었을지 모르나 대북제재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당장 남북 사이에는 극도의 적대감과 긴장만 높아지고 있으며 남북관계는 모두 중단되어 ‘7.4 공동성명’ 이전의 냉전적 적대관계로 돌아갔다.

북핵문제는 남북문제의 최우선 과제일 뿐 남북관계의 전부가 아니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이후 한반도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북한은 어떻게 도발 수위를 높여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지, 미국과 중국은 우리의 머리 위에서 어떤 흥정을 할 것인지 걱정거리가 하나 둘이 아니다.

한반도 정전체제가 농성-공성전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지금, 우리 정부는 한반도 위기상황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이며 대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확실히 밝혀주어야 할 때다.

박정희 대통령은 엄중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7.4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위기를 극복하고 남북대화를 시작했으며,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열었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은 국방부 연두순시(1.24)에서 “우리가 정말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온 것은 전쟁만은 피해야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무력을 쓰면 통일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수십 년 통일이 늦어진다. 통일이 좀 늦어지더라도 평화적으로 해야 한다는 방침에 추호의 변화가 없다”라고 국방 관계자들에게 훈시한 바 있다.

북한 핵문제라는 새 난제가 생겼다고 해서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이 이제 더 이상 상황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성전의 전략적 의미와 허실을 정확히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개성공단 폐쇄 이후 대북정책의 근본목표와 방향을 검증하고 재정립해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yoomi@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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