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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시험으로 파산한 미국의 전략적 인내북한 수소탄 시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3)

제4차 핵시험이 진행되자 동북아에서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매우 분주하다. 다만 그 속에서 한국, 일본과 미국의 입장이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제4차 핵시험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며 미국에게 실질적 대응책을 요청하는 반면, 한-미-일 3각 공조를 사실상 책임지는 미국은 북한의 이전 핵시험 시 대응 매뉴얼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분기탱천한 한일
북한의 수소탄 시험을 두고 한국과 일본은 그야말로 분기탱천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공식입장이 발표되기도 전인 오전 12시에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개최하고 이번 핵시험이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이 있”다며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 대해 반드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일본)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결코 용인할 수 없다.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대한민국 영토에 재반입하자는 주장까지 제시되었다. 새누리당 김을동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은 북한의 용납할 수 없는 행태를 대북 정책의 전면적 재검토와 핵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우리 스스로 힘을 기르고 스스로 지키기 위한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을동 최고위원은 “만약 우리의 핵 개발을 인정하지 않으면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나 그에 상응하는 가시적 조치를 해야 한다.”며 결국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아니라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반입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이처럼 핵시험에 분기탱천하려는 것은 북한의 제4차 핵시험을 자신들의 통치카드로 활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제4차 핵시험을 이번 총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지난 연말의 위안부 관련 한-일 굴욕협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제4차 핵시험을 계기로 대일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묻어버리고 “종북공세”를 앞세워 총선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타산이다.

일본의 아베정부는 북한의 제4차 핵시험을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일본우경화의 근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북한의 핵시험을 일본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를 빌미로 이제 공개적으로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시민진영 일각에서는 북한의 제4차 핵시험을 계기로 박근혜 정권이 위안부 졸속협정 비판에서 빠져나갔다면서 북한의 제4차 핵시험이 박근혜 정권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오해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책마련에 부심 중인 미국
그러나 동북아에서 한-미-일 진영의 의사결정은 핵심적으로 미국의 몫이다. 그런데 정작 북한이 수소탄과 SLBM의 타격대상이라고 공언하고 있는 미국은 사태확산을 막느라 분주하다. 미국 백악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계속해서 한국을 포함한 이 지역의 우리 동맹국들을 방어하고 어떠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 발표로 북한의 기술이나 군사력에 대한 미국 정부의 평가가 달라지는 일은 없다"고 주장하였다.

   
 

향후 미국의 행동도 북한의 지난 2차, 3차 핵시험 당시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략자산의 한국 배치를 논의하겠다고 하고는 B-52 전략폭격기를 진입시켰다. 이는 2013년의 북한 3차 핵시험 당시 대북대응과 유사한 행보이다. 추가할 것이 있다면 휴전선에서 한국군이 대북확성기를 틀었다는 점 정도지만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입장으로 진행되는 사안으로 차후 교전이 발생한다고 해도 미국은 지난 8월처럼 ‘중재자’의 역할을 자임해버리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이 4번째 핵시험을 단행하고 수소탄을 시험했다고 발표하는데 동맹국 방어만 언급하며 북한은 핵보유국이 될 수 없다고 우기는 미국의 모양새는 동북아에서 수세에 빠진 “전략적 인내”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첫 핵시험을 하였을 때에는 결코 살려두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던 미국이, 북한이 4번째 핵시험을 하고 나니 “대수롭지 않으니 놀라지 말라.”며 한국과 일본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그러니 미국 내에서는 벌집을 쑤신 분위기이다. 미국 대선 공화당 경선주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트위터에 “(북한의 수소탄) 실험이 확인된다면 이는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외교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 사례가 될 것”이라고 하며 “전 세계에서 ‘미국의 적’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나약함을 이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은 올해 있을 미국 대선에서 북한의 수소탄 시험을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실패사례로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상의 핵증산에 나선 국가를 상대로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 아래 3년간이나 우두커니 지켜보다 4번째 핵시험을 허용하였으니 비판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도 이미 예전부터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 민주당과 초당적 협력을 해왔음을 고려한다면 공화당의 공세는 대선표심을 노린 정치적 수사일 뿐, 답답함은 오바마행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볼 수 있다.

전략적 인내밖에 할 수 없는 한미
한미일이 취할 수 있는 대응으로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전면에 나선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다. 그러나 북한은 수소폭탄을 터트리고 있는데 거기에 고작 확성기를 트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장담하였던 “도발에 상응하는 대가”가 아닌 것이다. 지난 8.25 공동보도문의 북측 발표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와 북한군의 준전시상태 진입을 연동시켜 놓았다. 휴전선에서 대북확성기를 다시 켜게 되면, 북한은 방송중단을 요구하며 방송 지속시 확성기 타격을 공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미일은 두 번째로 유엔결의안에 제시되어 있는 제재강화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제재 외교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2013년 이후 북한의 “경제건설과 핵무력 병진노선”에 “전략적 인내”로 참고 견뎌왔다. 지난 2015년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기간에 벌어졌던 휴전선의 군사대결 과정에서도 <CNN>은 미국이 한반도 전쟁계획을 다시 수립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지금 미국은 북한의 늘어나는 핵과 미사일을 어떻게 제압할 것인지 세부작전항목이 서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군 당국이 강조한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는 지금의 계획으로도 2023년에나 현실화될 예정이다.

결국 한미일의 대응은 유엔의 대북제재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유엔의 대북제재도 이미 가능한 제재는 모두 항목에 올린 상황이라 미국이 군사적 제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다. 공해상의 북한 선박을 강제 예인하려 시도하는 등의 행동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사실상의 핵증산에 대해 전략적으로 인내해왔으며 제4차 핵시험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동맹국들을 방어하고 어떠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공은 미국과 중국이 만나 서로 대북제재에 앞장서라고 권고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국은 중국의 제재가 실효성이 있다고 할 것이며 중국은 전면적 대북제재에는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일본
한미일의 세 번째 대응으로는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배치 시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대북공세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애당초 일본이 평화헌법을 재해석하고 위안부 전쟁범죄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굴욕을 이끌어 낸 것은 일본의 목표가 군사대국화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한의 수소탄 시험을 계기로 동북아 안보지형에 목소리를 높여 군사대국화에 박차를 가하고자 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북한의 수소탄 시험을 계기로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이 불가피함을 역설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베 정부가 분명히 알아야 할 사안은 대북대결은 누구나 뛰어들면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북대결이 그토록 향긋하고 달콤한 것이었다면 애당초 미국이 그 열매를 일본에게 양보할 리가 없다. 더구나 미국은 지난날 일본군국주의를 제압하느라 태평양전쟁을 치렀던 교전국이다. 미국의 200년 역사에 유일하게 당한 선제기습공격은 바로 일본이 주도했던 진주만 공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허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용인해주는 것은 대북대결이 막대한 힘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반해 실질적 이익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수소탄의 과녁은 미국과 더불어 일본
또한 일본은 대북대결에 뛰어들기 전에 북한과 일본의 지난 역사를 떠올려야 한다. 북한은 정권의 출범부터 항일독립활동에서 찾고 있으며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일체의 보상도 받은 적이 없을 정도로 일본제국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뼈 속에 각인된 나라다.

북한의 수소탄 시험은 애당초 “미국을 위수로 한 적대세력들의 날로 가증되는 핵위협과 공갈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철저히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이다.”라는 입장으로 단행되었다. 북한은 수소탄 시험의 대상을 “미국을 위수로 한 적대세력들”로 규정하였다. 일본의 아베정부가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을 추구하면 할수록 일본 자위대는 북한 수소탄의 과녁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2월 28일, 아베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게 위안부 굴욕협상을 안겼다. 박근혜 정부의 굴욕적 행태와 위안부 피해자 분들에 대한 일본의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협상태도는 북한주민들의 TV에도 소개가 되었을 것이다. 1월 6일의 북한 수소탄 시험은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아베 정부와 일본 자위대에게는 머지않아 맞닥뜨릴 불일 수 있다.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다시 들어온다는데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분노가 뿌리깊은 북한이 일본에 대한 핵공격을 검토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이번 수소탄 시험은 미국의 한미일 3각공조 권고를 믿고 한일 협상에서 온갖 무책임과 오만방자한 행태를 일삼았던 일본 아베정부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샌드위치에 눌린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핵시험을 한 가지 압박으로 하고 이와 더불어 동맹국 내부의 “북한징벌” 요구를 또 한 가지 압박으로 하는 샌드위치에 완전히 눌리고 말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수소탄 시험을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미국만 쳐다보는 박근혜 정부와 여차하면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일본 아베 정부를 휘어잡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대응을 찾아야 한다. 자위대가 한반도로 다가올수록 북한의 수소탄은 일본열도를 겨누게 될 것이다. 미국의 대북압박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일본 아베 정부는 결국 은밀히 핵보유를 검토할 수도 있다. 이는 한미일 3각 공조의 총파산을 의미하며 미국의 동북아 지배체제의 총파산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의 바람대로 한반도 핵전쟁에 나서 북한정권을 붕괴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이 북한을 징벌하려 하다가는 2013년 3월에 겪었고 2015년 8월에 겪었던 것처럼 정말로 북한의 선전포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3각 공조를 묶어 북한을 정벌하고 이후 중국을 제압하면 미국의 세계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이다. 그런데 그 전략적 목표가 북한의 수소탄 시험과 SLBM 시험이라는 엄중한 난관에 봉착하였다. 북한 정벌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한미일 진영부터 우왕좌왕하는 모양새이다. <끝>

곽동기  dkkwa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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