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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보수, 통일=진보’ 말고 원수된 것 풀고 용서와 화해로 하나되는 게 성경적 통일관”윤은주 평통기연 신임 사무총장 인터뷰

‘신학과 이념의 갈등을 넘어 진보와 보수가 성경적인 통일관으로 하나되고, 한국교회의 잠재된 통일역량을 결집하겠다.’ 창립 당시이던 5년 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평통기연)의 비전선언문이다. 5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의 통일역량은 어떨까.

26일 평통기연 창립 5주년 총회(관련 기사: 평통기연, 한국교회 통일역량 결집에 나선다) 에서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윤은주 박사(북한박 박사, (사)뉴코리아 상임대표)는 총회 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교회가 각종 스캔들로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는 현실이지만 실추된 이미지 못지않게 숨은 곳에서 드러나지 않게 하는 역할도 크다”며 “하나님의 섭리가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감이 없다면 현재 한국교회 모습으로 인해 낙심하기 십상이다. 겸손한 마음과 거룩한 태도로 하나님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만이 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또 “신학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있지만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다 같이 분단 상황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것인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분단을 지속하자는 쪽을 보수라 하고 통일하자는 쪽을 진보라고 할 수 없나?”라고 반문하고, “성경적인 통일관은 다름 아니라 원수 되었던 것을 풀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하나가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를 받은 윤은주 사무총장은 현재 (사)뉴코리아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것 외에도 한반도평화포럼,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등 기독교와 일반을 넘나드는 통일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다음은 윤 총장과의 인터뷰 전문.

   
▲ 26일 오후 7시 연세대 알렌관에서 열린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평통기연) 설립 5주년 총회에서 손인웅 상임공동대표(왼쪽)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는 윤은주 사무총장. ⓒ유코리아뉴스


Q. 평통기연 창립 5주년에 평통기연 사무총장을 맡으신 소감은?
평통기연은 보수와 진보 인사들이 뜻을 합하여 평화적 통일을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지금도 변함없이 견지되는 입장인데요,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남북화합을 추진해야 할 때에 평통기연이 구성된 것은 하나님의 섭리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Q. 사무총장을 맡지 않으시려고 여러 차례 고사하신 걸로 아는데?
평통기연은 보수와 진보 통일운동인사들이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한국교회 공조직과 조직적 연계를 맺고 있지는 않습니다. 장단점이 있을 수 있지요. 조직적 의사결정구조를 거쳐서 행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특정 사안에 대한 대응이 빠른 점은 장점인 반면 한국교회 전반을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무총장직은 교단이나 교단연합체 등 공조직과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분이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신학도 외국에서 했고 또 교계 내에서 여성리더십이 과연 어디까지 수용될 수 있을지 미지수여서 마지막까지 망설였습니다.

Q. 전임 사무총장이 남편 최은상 목사십니다. 평통기연 창립 멤버이자 국장으로 남편의 사무총장 사역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아내 눈에 남편은 항상 부족해 보이는 거 아닌가요?(웃음) 성서한국 초창기에도 남편과 팀워크를 했었는데 고생 많았습니다. 집 안팎에서 의견이 충돌할 때는 숨을 곳도 없이 괴로웠습니다. 평통기연에서는 다행히 제가 함께 실무책임을 맡지 않고 일정 부분만 거드는 정도였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넘겨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최 총장님은 임기 중 그동안 채택되었던 남북합의서들을 돌아보고 계승•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사업을 전개했습니다. 국회포럼을 시작으로 국제포럼과 전문가 포럼을 진행했고 평화칼럼집도 두 권 출간했습니다. CTS와 공동기획으로 특별좌담을 진행하는 등 크고 작은 사업들을 꾸준하게 이어왔습니다. 그동안 주어진 여건 속에서 애 많이 쓰셨지요.

아쉬운 점은 평통기연 내부 인사들과 좀 더 많은 스킨십이 이루어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300분 이상의 목회자, 전문가, 그리고 활동가가 결합해 있는 조직의 장점을 거의 살려내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오랜 기간 피와 땀을 흘려 기도하고 활약해 오신 분들의 집단지성과 협업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Q. 평통기연이 그동안 해온 일을 보면 청년 통일대회, 세미나, 방송, 그리고 3.1절이나 8.15에 성명서 발표, 평화칼럼 게재 등인데, 평통기연의 지난 5년간의 사역을 평가하신다면?
평통기연 주요 사업 중 하나가 평화통일 담론 형성입니다. 한국교회가 분단을 해소하고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지요. 성명서를 내고 포럼을 개최하며 책자를 발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지요. 이 같은 일들은 지금까지 비교적 목적에 맞게 잘 해오셨다고 봅니다. 단, 이러한 사업들이 한국교회 내부로 보다 촘촘하게 확산될 수 있도록 후속사업들과 더불어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각 교단 통일선교 담당기구나 지역교회 통일선교부서 연합모임 등과 통일선교네트워킹이 이루어지면 좋겠지요. 참여 인사들의 별도 조직과의 연계도 필요하구요. 당분간 이러한 연결망이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평통기연의 창립취지가 성경적인 통일관을 바탕으로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한국 기독교의 일치된 입장과 견해를 만들고 견지해 나가는 것이었는데, 중간에 일부 보수쪽 인사들이 탈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평통기연이 명실상부하게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기구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보수와 진보의 기준이 뭘까요? 신학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통일문제에 있어서는 다 같이 분단 상황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것인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지요. 분단을 지속하자는 쪽을 보수라 하고 통일하자는 쪽을 진보라고 할 수 없잖아요? 대북지원이나 북한선교에 나서는 대부분의 한국교회 보수적 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맞지 않죠.

성경적인 통일관은 다름 아니라 원수 되었던 것을 풀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하나가 되는 일 아닌가요? 한국교회는 북한과 화해하기 전에 대북관이나 통일방식을 놓고 보수와 진보 입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통일문제의 정치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대북관을 놓고 정쟁에 빠지는 일입니다. 종북논란이 그것이지요. 북한선교와 통일을 위해 북한정부와 협력하는 것을 놓고 무조건 종북으로 몰아세우는 풍토는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사회 내에서도 갈등만 유발하게 되지요.

   
▲ 평통기연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윤은주 박사가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보수쪽 인사들이 탈퇴했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꼭 평통기연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목적이 문제되었기보다 소통의 문제가 더 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는 일에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통일문제가 정치적 입장을 초월할 수 없는 민감성을 지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보다 많은 소통이 필요하지요.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 협력했던 경험은 사실 1993년 남북나눔운동 출범 이후 지속되어 왔습니다. 통일운동을 주도했던 NCCK가 한기총과 협력하면서 대북지원에 힘을 합치기도 했구요. 시민사회 다른 어느 부문보다 한국교회는 보수와 진보 통합노력에도 앞장섰습니다. 이러한 전통을 잘 복원해내면서 남남갈등과 남북갈등을 해소시켜 나가는 일이 곧 통일에 첩경이 될 것입니다.

Q. 평통기연 소개문을 보니까 국내 통일단체, 북한 조그련, 해외 단체와의 적극 연대를 모색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계획이나 구상이 있으신지요?
한국교회 내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한 통일노력들이 있었지요. 평통기연의 역할은 한국교회의 다양한 통일운동현황을 정리하고 사업적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공동의 장을 마련하는데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동안 크고 작게 국내 통일단체와 북한의 조그련(조선그리스도인연맹), 그리고 해외 대북지원단체 등과 연대를 해왔습니다. 조그련 같은 경우 성명서 발표 시 전달 창구로 협력했지요. 앞으로는 이 또한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확대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예컨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나 북미수교, 북일수교 등 통일환경 조성을 위한 여론형성 사업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협정체결은 남북관계를 포함해서 국제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기존의 네트워크에 참여하면서 청년이나 여성 등 새로운 지지그룹을 발굴하는 것이 큰 과제입니다.

Q. 평통기연도 결국 한국교회의 통일 역량을 결집하기 위한 것인데, 윤 총장님은 한국교회가 과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시는지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사명과 한국교회의 척박한 현실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한국교회가 각종 스캔들로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는 현실이지만 실추된 이미지 못지않게 숨은 곳에서 드러나지 않게 하는 역할도 큽니다. 지역사회 복지관이 교회와 협업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탈북민 정착지원사업에 있어서도 교회가 가장 큰 민간협력자일 것입니다. 대북지원이나 통일선교에 있어서도 한국교회는 중요 민간행위자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 종북논쟁의 중심에 서 있거나 특정 목사(일명 십알단 조직책)처럼 불법적으로 정권창출 이중대 노릇을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복음 정신으로 평화 통일을 이루어갈 하나님의 사도로서 거듭나야 합니다. 우리의 의가 아닌 하나님의 의가 드러난 십자가 정신이 발현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가 어떻게 완성될지 기대감이 없다면 현재 한국교회 모습으로 인해 낙심하기 십상이지요. 겸손한 마음과 거룩한 태도로 하나님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만이 답인 것 같습니다.

Q. 윤 사무총장님은 언제부터 통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셨는지요? 특히 대학원에서 북한학으로 박사까지 받고 (사)뉴코리아 등 NGO까지 설립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저는 1984년 대학에 입학해서야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눈을 떴습니다. 지방에서 올라 온 학생들이 많이 찾던 내수동교회 대학부에 다니면서 신앙생활도 다졌습니다. 학교에서는 단대 학생회장 배출을 목적으로 하는 지하 동아리 선배에게 낙점되어 활동했지요. 복음이냐 상황이냐를 놓고 양측 선배들로부터 교육받은 셈입니다. 그때 받은 교육이 인권, 민주화, 통일 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교회 선배가 저의 이런 2중 생활을 알고 강제로 동아리를 탈퇴시켰습니다. 우리가 칼자루를 손에 잡으면 그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에 설득당했지요. 그렇지만 떠나면서 본 동아리 선배 눈빛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후로 열심히 성경공부를 했지만 빚진 마음은 여전히 남았고 제 나름대로 복음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지요. 분단문제 해결이 남북한 인권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Q. 기도제목이나 개인적으로 바라시는 꿈이 있다면?
하나님나라의 복된 소식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각국에 널리 전해지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을 현대 한국사회 속에서 증거 하는 일 이외에 더 근사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남북 화해에 복음의 빛을 간직한 한국교회가 쓰임받기를 기원합니다. 평통기연 역시 그 같은 소명에 응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끝>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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