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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평화협력지대는 군사 문제를 경제 문제로 해결하려고 했던 엄청난 아이디어...지금이라도 추진해야”백종천 전 참여정부 청와대 안보실장, 계간 <통일코리아> 인터뷰에서 밝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하고 무단 반출 혐의로 기소됐던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조명균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24일 항소심 재판부는 “회의록 파일은 수정, 보완돼 완성본으로 되기 전 초본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NLL 포기 발언’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남북정상 대화록을 폐기했다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기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백 전 실장은 계간 <통일코리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1차 재판이 끝나면서 확인된 것 한 가지는 초안을 수정·보완한 원본(정본)을 국정원에 주었고(국정원본), 또 하나는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이지원시스템)을 통해 국가기록원에 올렸다”며 “그리고 이 이지원에 복사한 것이 노 대통령이 봉화에 가져간 ‘봉화 이지원안’에는 다 들어 있다. 이것을 통해 노 대통령께서는 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 확인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 계간 <통일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유코리아뉴스 최형만 기자

18대 대선 정국이던 2012년 10월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노무현 대통령-김정일 위원장이 비밀회동을 했고 거기서 NLL 포기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백 전 실장은 “그걸 듣고 하도 황당해서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같이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기자회견을 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문제가 증폭되어 선거정국에 이용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백 전 실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거가 끝나서 그걸로 끝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정부가 어려운 시기가 되면 다시 NLL 문제를 터뜨리고, 국정원도 나서서 요약본이라는 것을 터뜨렸다. (중략) 이후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가 대통령기록관에서 (원문을) 찾아봤는데, 참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원문이 없다는 거다. 원문이 없으니까 사초폐기 논쟁으로 바뀌어져 버렸다.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께서 NLL 포기 의향이 있었으니 없앴을 것이라고 엉뚱하게 증폭이 되었다. 그러면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참여정부에서 청와대에 있었던 인사들을 고발했다.”

이렇게 해서 백 전 실장을 비롯해 조 전 비서관 등이 검찰로부터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하지만 같은 혐의로 고발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같은 당 서상기·조원진·조명철·윤재옥 의원, 권영세 전 주중 대사, 남재준 전 국정원장 등은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1심에 이어 2심마저 무죄가 되자 당장 검찰의 편파적인 기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서해평화협력지대 통해 군사문제 해결하려던 노무현 대통령의 아이디어는 지금 봐도 좋은 아이디어”
백 전 실장은 당시 10.4 정상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서해평화협력지대(이 때문에 새누리당 등 일각에서 NLL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제기했었다)와 관련해 “그것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한강 하구 개발, 공동어로, 해주항 개방 등 그 전에 산발적으로 제기되고 논의되었던 문제들이었다”며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더 이상 남북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NLL이라는 일종의 군사분계선을 남북이 공동으로 경제개발해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경제적 번영의 지대로 만들자고 생각했다. 이것은 사실 엄청난 발상이었다. 군사적인 문제를 경제적인 문제로 해결하려고 하는 아이디어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하셨던 내용이다. 기존에 있던 여러 아이디어를 한데 뭉쳐서 ‘서해평화특별지대’를 만드는 것으로 종합을 하는 데 대통령께서 좋은 방향을 주셨던 것이다. 지금 봐도 좋은 아이디어이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 전 실장은 “불행하게도 그 이후 NLL문제 때문에 정치적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대선과정에서 이 문제로 시끄러웠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혹시 NLL을 양보한 것이 아닌가 의혹이 있었다. 하지만 이미 국정원 전문이 다 공개되어서 많은 분들이 읽어 봤겠지만 대통령께서 NLL을 포기했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김정일 위원장과 대화하는 과정 속에서 얘기하다 보면 상대편의 입장에 대해 추임도 해야 하다 보니까 (그런 것이지) 그런 부분만 따로 떼어보면 포기발언이 있나 싶지만, 전체를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NLL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한 대로 한다, 그리고 그것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이 지역에서 더 이상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NLL 문제는 덮어놓고 경제적인 협력과 교류를 통해서 평화지대를 만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이게 국민들에게 잘 설명이 안되고, 설명을 해도 정략적인 틀에 박혀 벗어나지 못해 서운한 면이 있다. 서해평화특별지대는 NLL 문제는 전혀 터치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하려는 그런 노력이었다. 앞으로도 기회가 열리면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서해평화협력지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해평화협력지대 위한 대화 이뤄졌다면 천안함·연평도 사건 없었을 것”
백 전 실장은 “만약 지금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차원에서 협의를 하고 특히 군 당국간 대화가 이루어졌다면, 천안함, 연평도 사건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 서해에서 남북간 군사적인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군사회담을 계획하고 추진하지 않았나? 그래서 장성급회담도 열리고, 실무회담도 지속적으로 열렸다. 서해에서 무력충돌 방지를 위해서 남북 상호간 연락신호체계에 대해 협의하고, 휴전선에서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확성기라든지, 비방선전 같은 것을 다 제거했다. 우발적인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결해나가는 군사회담이 5년 동안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서는 남북간에 군사적 충돌이 한 번도 없었다. 또 남북간 군사적 충돌로 인해서 우리 병사, 우리 국민들이 피해를 받은 것도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남북관계, 군사회담이 다 끊어지고 기존에 있었던 합의도 지키지 않게 되니까 천안함, 연평도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북측에 의한 지뢰사고가 발생해 다 합치면 50여명의 우리 젊은 분들이 희생을 당했다. 이것만 비교해보더라도 우리가 남북간 군사적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적인 쪽으로 가려고 한다면 다양한 방면의 협상과 대화도 필요하지만, 특히 군사문제에서는 대화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군사적 차원에서 계속해서 대화가 되면 미리 일어날 사고를 감지할 수도 있고, 예방할 수도 있고, 그 채널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백 전 실장은 “지금이라도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나가면서 군사적인 차원에서의 대화와 협상은 꼭 이루어지도록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2007년 10.4 선언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당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를 북한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이명박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는 신뢰를 기반으로 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해서 기대를 했었다”며 “그런데 ‘신뢰’를 북쪽에 엄청나게 강조하고, ‘먼저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보이면 우리가 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는 북쪽이 신뢰할 만한 정책 제안을 했던가? 이런 의문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쪽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메시지보다는, 남쪽 보수층을 의식하는 강경 발언을 많이 했다. 북쪽 입장으로는 남쪽이 말하는 신뢰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았을까? 이것이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8월 지뢰사건 이후 급반전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백 전 실장은 “현실적으로 5.24조치를 당장 해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 문제는 접어두고, 일단 8.25합의를 한 단계 한 단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회는 지금도 살아 있다고 본다. 만약 제가 정부에서 일한다면 이것 하나 붙들고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계간 <통일코리아> 배기찬 발행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유코리아뉴스 최형만 기자

국내 안보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백 전 실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미국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육군준장으로 예편해 세종연구소 소장으로 있었다. 합리적인 안보론자로 분류되는 백 전 실장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안보실장에 기용됐다. 저서(공저)로는 <국가안보론>(1972), <국가방위론>(1985), <한반도공동안보론>(1993), <평화안보론>(2007) 등이 있다.

계간 <통일코리아>의 백 전 실장 인터뷰는 지난 11월 7일에 있었고, 오는 26일 출간되는 최신호에서 인터뷰 전문을 볼 수 있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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