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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를 위한 무기도입인가, 무기도입을 위한 안보인가?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37호

방위사업 합동수사단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7월까지 수사한 결과 지난 7년 간 우리나라 국방에서 비리와 연관된 무기도입 사업 규모는 총 9809억 원에 달했다. 올해 국방부 방위력개선사업비 11조 140억 원의 8.9%에 해당된다(<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 중간 수사결과 개요). 그러나 실상을 보면 합수단이 밝혀낸 방산비리란 무기의 계약과 납품단계에서 적발된 비리를 말하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무기도입 비리는 계약 및 납품과정이 아니라 무기에 대한 소요결정, 즉 무기를 도입하기로 군사정책을 수립하는 단계에 있다. 만일 내가 무기중개상이라면 소요결정 단계에서 군 고위층에게 로비를 집중시킬 것이다. 나머지 계약과 납품은 관리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예컨대 무기중개상 이규태 씨가 터키로부터 500억 원 규모의 공군의 전자전훈련장비(EWTS: Electronic Warfare Training System)를 구매하면서 1000억 원으로 부풀려 그 중 500억 원을 가로챘다는 사건을 보자(이규태 이면계약에 놀아난 1천억대 공군 EWTS 사업). 애초 이 장비는 국내에서 개발 중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정책 고위관계자 누군가 개입하여 해외구매로 정책을 바꾸고 이규태 씨가 새로운 개발 사업을 추가하는 것을 조장하거나 방조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수사에서는 이규태 씨가 500억 원을 가로챈 것만 수사하고 해외구매로 정책이 결정된 과정 자체는 수사 결과 어디에도 없다. 비리의 90%는 무기소요결정 그 자체에 있다. 그러나 합수단은 올해 7월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소요결정 단계에 대해서는 수사 능력 밖이라서 수사하지 못했다”고 실토하였다. 계약이나 납품 과정에서 관리가 잘못되어 무기 성능의 문제가 우연히 발견된 ‘운 없는’무기들만 수사를 받은 셈이다.

무기 소요결정에 부실이나 비리가 있다면 그 규모는 이번 합수단이 적발한 비리 규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천문학적 수준일 것이다. 북한의 불확실한 위협이 부각되는 데서 공포를 조장함으로써 거대한 무기도입사업은 시작된다. 그 주된 사례를 보자. 한국군은 고속 공기부양정을 타고 침투하는 북한 특수부대에 대비하여 1단계는 항공 전력으로, 2단계는 해상 전력으로, 3단계는 지상 전력으로 차단하는 9중 방어막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북한이 남한에 침투할 수 있는 특수부대가 20만에 달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요란하게 부각된다. 여기서 조성된 불안심리가 육군이 약 3조 원어치의 미국의 아파치 공격헬기를 도입하는 명분으로 활용되었다. 그런데 전 세계에 불과 수 시간 내에 적의 후방에 20만의 특수군을 침투시킬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나라는 없다. 언론은 북한 특수부대의 늘어난 숫자 자체만 부각시켰지, 그 많은 특수부대가 무슨 운송수단을 통해 침투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한편 공군은 산의 전면에서 남한을 겨누고 있던 북한의 장사정포가 산의 후면으로 굴을 뚫어 이동했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이제는 전면에서 북의 장사정포를 무력화할 수 없으니 적지의 후면으로 은밀하게 침투하여 북한 포병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스텔스 전투기 F-35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결과 어떤 일이 발생했나? 2013년에 F-15SE로 결정된 한국의 차기전투기사업(F-X) 기종이 그해 9월에 아무런 검토도 거치지 않고 사실상 F-35로 기종이 변경되었다. 스텔스 성능 외에는 무장, 속도, 항속거리가 빈약한 미완성 전투기를, 그것도 가장 비싼 가격에 불리한 기술이전 조건을 감수하며 40대를 7조 3000억 원에 도입하기로 했다. 개발한 지 40년이 넘은 북한의 구형포가 단지 산의 전면에서 후면으로 이동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스텔스기 도입이 합리화되자 올해 10월에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 경위를 두고 큰 논란이 발생했다.

작년 3월에는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서울과 백령도에 출현하였는데, 군은 폭탄 탑재량이 5㎏을 넘을 것 같지 않은 조잡한 무인기를 위협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이 중량이 15㎏에 불과한 이 무인기에 20~30㎏의 폭약을 장착할 수 있고, 생화학무기까지 탑재한다는 허황된 괴담을 유포시키면서 청와대가 이에 동조하자 군은 이에 부응하여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을 바꿨다([Why뉴스] "무인기 논란 왜 호들갑을 떠는 걸까?"). 그 다음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갖추지 못한 저고도 무인기 탐지 레이더를 도입하는 것으로 정책이 변경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북한의 새로운 공포는 무기도입을 위한 거대한 사업거리다. 작년 3월에 북한의 중거리 노동미사일이 발사 각도를 높여 단거리 미사일로 사용할 것처럼 보여지는 미사일시험이 있었다. 이를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언론을 통해 부각시키며 미국의 고고도요격시스템(THAAD) 도입의 명분으로 활용했다(한반도 북단에 새로운 ‘군사 강대국’이 출현했나). 우리는 전 세계 어떤 중거리 미사일이 단지 발사각도만 조정하여 단거리로도 사용된다는 이야기를 이제껏 들은 적이 없다.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는 연료량으로 조절하는 것이지 발사각도로 조정되지 않는다.

더 이상한 일도 있다. 작년 5월에 북한이 잠수함에서 미사일 발사(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에 성공했다며 그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미국의 제임스 윈펠드 합참차장은 “북한의 비디오 영상 편집자들이 미국을 믿게 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직 기술 수준이 못 미친다”며 그 동영상은 “영상 편집”이라고 그 의미를 깎아 내렸다. 이 말은 북한의 SLBM이 조작이거나, 조작이 아니라하더라도 초보적인 사출시험에 불과한 것으로 실제적인 위협이 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같은 시기에 한국의 국회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은 “실제 개발까지 4~5년 걸린다”며 가까운 미래에 북한의 SLBM이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논조의 답변을 했다(한민구 국방 "한미,北 SLBM 면밀히 평가해와"). 이렇게 되면 한국의 미사일방어(KAMD) 체계는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되는 재편이 불가피하다. 지금껏 전면의 북한만 바라보는 미사일방어 구상에서 이제는 후면까지 커버하는 전방위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권력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단 25분 만에 제거하여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차단한다는 ‘킬체인(kill-chain)’이나 ‘참수전략’이란 것도 그 자체의 실효성보다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기 위한 명분일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이 빈라덴을 제거하는 데는 9·11테러로부터 10년,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는 데는 이라크 전쟁 발발로부터 8개월이 소요되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을 전쟁이 발발하기도 이전에 불과 25분여 만에 먼저 제거하고 그 결과까지 확인한다는 이런 선제공격계획은 누가 그 실효성을 검증한 것일까? 더군다나 이런 계획이 공표되면 북한은 한국이 선제공격을 하려는 조짐이 조금만 보여도 지체 없이 핵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높인다. 과거 소련이 미국의 이런 지도부 제거계획에 “지도자가 제거되어도 핵미사일은 발사한다”는 대응개념을 내놓은 바 있다. 이걸 ‘죽은 자의 손 전략(Dead Hand Strategy)’이라고 하여 핵전쟁의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분류된 무모함의 전형이었다. 지금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그가 국방장관으로 재임할 당시에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와 킬체인 구축을 위해 정부의 예비비까지도 동원하여 긴급한 사업 착수를 다짐한 바 있다. 이 모두가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극단 전략들이다. 이런 군사전략은 한국군의 전투기, 미사일, 조기경보기, 구축함, 대공방어시스템을 도입하는 훌륭한 명분들이다.

그 과정이 군사적 합리성과 투명성을 갖추지 못한 채 국방 조직들 간에 격렬한 경쟁의 양상으로 연결된다. 이것이 먼 훗날에는 엉터리 무기도입이라는 방산비리의 배경이 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국가 안보를 위한 무기도입인지, 아니면 무기도입을 위한 국가 안보인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의 무기도입의 사업적 성격을 재빠르게 간파한 한탕주의 세력이 지금도 또 다른 비리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 국방의 현주소 아니냐는 의문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 문제가 되었지만 국방부는 차기전투기(F-X)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국형전투기개발(KF-X)에 소요되는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F-35를 도입하자는 맹목적인 목표는 향후 한국 항공·방위산업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마저 희생시킨 것이다. 여기서도 마치 안보가 당장의 무기도입이라는 단기적 목표에만 국한되어 있다. 장기적 안목에서 안보의 기본을 튼튼히 하는 관점이 실종되었다면 한국은 시한부 국가나 다름없는 것이다. 안보를 위해 무기를 도입하는 것인지, 무기를 도입하기 위해 안보를 하는 것인지, 우리 군사정책은 그 본질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김종대는 현재 디펜스21+ 편집장으로, 14대, 15대, 16대 국회 국방위 보좌관을 역임하였다, 또한, 저자는 16대 대통령직인수위 국방전문위원, 대통령비서실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무총리비상기획위 혁신기획관,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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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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