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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중단된 한반도의 음악이 다시 연주된다면이승철의 가나안 묵상(3)

문화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한 땅이 있고, 그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문화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문화는 그 땅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러시아라는 땅에 대한 호기심이 처음 생겨난 것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고서부터입니다. 톨스토이가 글을 통해서 그려낸 러시아 땅은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땅이 아니었습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땅이었고, 어딘가 슬픔을 간직한 광활하면서도 서정적인 땅이었습니다.

이런 러시아 땅의 특징은 차이코프스키 음악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품번호 35’는 매우 장엄하면서도 슬픈 서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톨스토이의 문학을 떠올리게 됩니다.

   
▲ 영화 'The Concert' 포스터

영화 'The Concert'는 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위한 영화입니다. 그의 음악이 러시아 땅의 슬픈 서정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영화의 주요 줄거리도 러시아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구소련 브레즈네프시절 레아라는 이름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는 연주회에서 차이코프스키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연주를 끝내지 못한 채 시베리아로 유배되어 생을 마치게 됩니다. 그녀가 유배되기 전 그녀의 딸은 극적으로 프랑스로 보내지게 되고,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하게 됩니다.

30년이 흘러 당시 지휘자였던 안드레이는 레아의 딸 안네 마리와 함께 30년 전에 끝내지 못했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다시 연주하게 됩니다. 강제로 멈추어졌던 음악이 다시 흐르게 되고, 단절되었던 역사가 다시 이어진 것입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13분은 30년 만에 다시 연주되는 바이올린협주곡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곡을 처음 듣는 사람마저도 감동케 하는 아름다운 선율과 30년 만에 이어진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모녀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잘 배치되며 영화는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면서 마무리가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반도의 슬픈 역사가 떠올랐습니다. 영화에서 연주회가 강제로 중단되듯이, 한반도의 역사도 강제로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는 사실 한반도라는 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라는 땅이 있었기 때문에 한민족도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땅이 잘렸습니다. 허리가 잘렸습니다. 잘 진행되던 연주회가 갑자기 중단된 것입니다. 흐르던 한반도의 음악과 역사가 멈추어 선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멈추었던 음악이 다시 흐르기까지 30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한반도 전체에 흐르던 음악과 역사가 멈추어진 지는 벌써 70년이 다 되어갑니다. 한 세대가 아닌, 두 세대의 간극이 생겨났습니다. 그 사이 북은 북대로, 남은 남대로 각자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반도가 ‘두’반도가 되었으며, ‘한’민족이 ‘두’민족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70여년의 사이에는 이미 수많은 슬픈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슬픈 역사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 1세대의 슬픈 이야기, 북에 있는 가족들과 만날 날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탈북민 이야기, 최근 북송으로 끝이 나버린 Save My Friend까지. 이 모두 ‘한반도’의 역사가 아닌 ‘남한’의 역사와 ‘북한’의 역사를 고집한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이 70년의 역사를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 간극을 메우고 갈 방법 또한 없습니다. 슬픔은 슬픔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슬픔은 기쁨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연주가 더 아름다웠던 까닭은, 30년의 단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슬픔과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에 마지막 연주는 더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70년의 단절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단절을 넘어 중단된 한반도의 음악과 역사를 다시 흐르게 할 수만 있다면, 그때 들려올 선율은 이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 것입니다.

다시 흐를 한반도의 음악과 역사를 기다립니다.

<평화한국 사무국장>

이승철  napals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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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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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쟁이 2012-04-20 18:24:38

    볼 수 없었지만 느낄 수 있고 공감이 가는 두 만남(영화와 남북)이 만질 수 있는 우리의 미래가 되길 소원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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