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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의 창조적 전환을 가져올 ‘제2의 7.7선언’을 제안하며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5.06.0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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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치닫는 상호비방과 남북관계 교착의 장기화
남북한간의 상호비방과 심리전이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각종 북한매체들은 연일 박 대통령을 겨냥해 “희세의 악녀”, “정치매춘부” 등 원색적인 비난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남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박 대통령의 6월 14일 방미에 대해 6·15행사에 재 뿌리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방과 중상을 일삼는 것은 남북관계의 관점에서 볼 때도 매우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측의 태도도 썩 온당한 것만은 아니다. 얼마 전 국정원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금년에만 북한에서 여러 명의 고위간부들이 처형됐고, 특히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고사총으로 무참히 처형됐다는 설(說)이 있다고 보고하면서 언론에 유포시켰다. 박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지금 북한이 내부 숙청작업으로 공포정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북측에게 비난의 빌미를 준 셈이다.

국내 최고의 정보기관이 국회에서 ‘정보’가 아닌 ‘첩보’를 보고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여하튼 이러한 ‘고사총 처형설’은 마치 사실로 확인된 것인 양 국내에서 퍼져나갔다. 때맞춰 중국 웨이보에 한국식 이름을 가진 ‘作家 崔成浩(작가 최성호)’가 만들었다고 하는 동영상이 나돌았다. 이 동영상에는 현영철의 처형장면이라는 설명 아래 고사총으로 한 남성이 처형당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동영상이 IS가 저지른 만행장면을 짜깁기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이와 같이 남북한이 서로 상호비방과 심리전을 펼치는 가운데, 남북관계는 풀리기는커녕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개성공단의 임금인상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앙금을 남겨 놓았다.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6.15 및 8.15 공동기념행사도 개최 장소와 내용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면서 무산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이해 이번 공동기념행사를 남북관계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정부 구상이 이래저래 틀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교착은 북핵문제를 비롯한 대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측이 이미 승인했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하루 앞두고 전격 취소하는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 그런가 하면,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를 하겠다던 정부가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대북 압박을 강화해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뒤이은 한중, 미중 접촉에서 중국 측이 대북 압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고 북한이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6자회담의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정부의 ‘7·7선언’이 주는 교훈
몇 년째 남북관계의 교착국면이 지속되자, 통일정책 전담부서인 통일부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홍보성 사업에만 힘을 쏟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수백억 원의 남북협력기금을 각종 연구용역에 사용하여 용처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박근혜 정부도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가 나서서 통일박람회, 유니뮤직 레이스 경연대회, 평화·통일 영화제작지원 시나리오 공모전, 세계평화회의 등 각종 전시성 이벤트에 돈을 뿌리고 있다.

이제 남북관계의 개선과 직접 연관이 없는 ‘우리들만의 리그’는 중단해야 한다. 지금 국제정세의 흐름은 공허만 통일담론에 매달린 채 우리끼리 잔치를 벌일 만큼 한가롭지 않다. 미국과 중국은 각기 일본과 러시아와 한층 관계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주도하려고 하고 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약소국 북한도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잠수함용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는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 작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거론한 이후 우리 정부는 작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 작년 12월 통일준비위원회의 대북 대화제의, 금년 3.1절 기념사에서의 대북 대화제의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제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대북 제의들은 단발성에 그치는 것으로, 꽉 막힌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종합구상이 되지 못했다.

장기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과 관련해, 우리는 지난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특별선언」, 이른바 ‘7·7선언’에서 교훈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7·7선언’은 기존 대북인식의 틀과 접근방법을 창조적으로 파괴한 획기적 조치였다. 이 선언을 기점으로 적대관계였던 남북한이 공존관계로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본격적으로 남북교류가 시작되었으며, 역사적인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과 같은 합의의 도출이 가능했다.

   
▲ ‘7·7선언’은 기존 대북인식의 틀과 접근방법을 창조적으로 파괴한 획기적 조치였다. 이 선1988년 노태우 정부의 7.7선언은 남북한 공존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이끌어낸 창조적 조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8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연설 모습 ⓒ대통령기록관

이처럼 ‘7·7선언’은 냉전이 해체되는 국제질서의 전환기에 한국정부가 능동적으로 한반도문제를 관리했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새로운 국제질서의 전환기를 맞이한 오늘날에도 한반도문제의 능동적인 관리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이래 계속되어 온 남북관계 경색국면의 고리를 끊어내고 특단의 대북 종합구상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제2의 7·7선언’으로 남북관계의 경색을 주도적으로 해소한다면,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통일준비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패러다임의 전환을 위한 조치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가칭)을 발표할 것을 제안한다. 북핵문제의 진전이나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 등이 진전되지 못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의 ‘특별선언’은 이를 뛰어넘어 급변하는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응하고 교착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각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창조적 전환을 위한 결단, ‘대통령 특별선언’
‘대통령 특별선언’은 무엇보다 남북관계에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 비정상적인 남북관계의 정상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특별선언을 통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고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도 가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만약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한반도문제에서의 주도권 확보와 국민통합을 통해 당면한 외교적·경제적 난제를 극복하는 창조적 역량도 제공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2의 7·7선언’에 어떤 내용을 담는 것이 좋을 것인가? 첫째로 국제정세의 흐름과 우리 민족의 진로를 진단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의 틀을 재정립해야 할 절박성을 강조한다. 둘째로 남북간 적대관계의 종식을 선언하고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짚어 두도록 한다. 셋째로 기존 남북 합의사항의 이행과 준수를 확인하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남북관계를 지향해 나갈 것임을 밝히고, 이를 위해 ‘조건 없는 5·24조치 철회’ 의향을 담을 필요가 있다. 넷째로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구상과 의지를 밝히고 그 구체적 실행방안의 협의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끝으로, 이러한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협의할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도록 한다

작년 3월에 발표됐던 ‘드레스덴 구상’도 비교적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담고 있었지만, 충분한 사전조치와 후속조치가 결여됐기 때문에 북측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2의 7·7선언’이 효과를 거두도록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조치와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먼저, 사전조치로는 특별선언의 취지 및 내용을 우리 정치권에게 사전 설명함으로써 초당적인 협력을 확보하고, 주요언론사 간부들에게도 사전설명을 통해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또한 특별선언의 발표 전에 미중일러 등 주요국가들에 사전 설명해 줌으로써 국제적 협력과 지원의 틀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측에게도 특별선언의 내용을 사전에 전달함으로써 북측이 오해 없이 우리의 제안에 호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다음, 후속사업으로 특별선언을 뒷받침할 조치들을 발표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측의 반응을 보아가며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위한 협상 제의, 전방지역에서 대북 전단 살포 행위의 중단 명령, 민간 경제 및 사회문화 교류협력의 점진 확대 등을 취해 나간다. 아울러 특별선언의 이행을 위한 남북 총리회담을 제의한다. 총리회담의 의제로는 △남북 당국회담 정례화 및 정상회담 개최문제, △군사적 긴장완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 △5.24조치 해제문제, △남북 경제협력 및 북한 경제개발구 참여문제 등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대통령 특별선언에 북측이 호응하고, 후속의 남북총리회담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서울이나 제주도 또는 제3국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추진하도록 한다. 여기서 김정은 위원장의 핵 포기의사를 공식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총리회담에서 마련된 통일에 대비하는 새 시대 남북관계의 장전이 될 「남북기본협정」(가칭)의 체결에 합의하도록 한다. 새로운 기본협정에는 기존의 남북 합의들을 변화된 현실에 맞게 발전시킨 내용과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을 담도록 한다.

이와 같은 특별선언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동아시아 질서재편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에서 적어도 한반도문제만큼은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결기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특별선언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정부․여당을 설득하고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전환시켜 국가발전의 새로운 전략을 짜는 일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의 시대적 과제로 되었다.

*이 글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staff@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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