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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계간 [통일코리아] 2014년 겨울호
2015년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분단 70년인 2015년, 남북, 한반도 주변 환경을 보면 통일코리아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한반도는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통일코리아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인가. 국내 최고의 역사, 정치, 정책 전문가들이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기고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분단의 길, 통일의 길: 분단 70년, 통일 10년(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②2015년 미국과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전망(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③2015년 북한의 대외, 대남 전략(김근식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

④2015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및 남북관계 전망(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편집자 주

2014년 북한은 대내적으로 김정은 리더십의 안정성을 확대하고 경제 회복에 토대한 개혁개방을 시도한 데 이어 대외적으로 외교적 다변화를 모색한 한 해였다. 집권 3년차를 맞는 김정은 체제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치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5년 북한의 대내정치 역시 권력승계 이후 김정은의 독자적 리더십 확보라는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사람을 뒤로 물리고 김정은의 사람을 내세우는 한편 군부 핵심은 김정은이 직접 발탁한 상대적으로 젊은 야전형 인사로 채우고 당출신 총정치국장을 통해 노동당의 군부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 역시 장성택 흔적을 지우는 한편 최룡해 중심으로 빨치산 혈통을 중용하면서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할 수 있는 신실세를 포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내각은 박봉주 총리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춘 테크노크라트를 활용하면서 신경제관리개선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당우위의 당군관계는 지속적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정치국장과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의 정치적 비중과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당이 군대를 지도·장악하는 선당(先黨)정치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선당(先黨)정치 시스템 정착될 것
특히 대내적 권력장악에 성공했다는 일정한 자신감을 토대로 2015년에는 대외적인 관계 확대와 외교적 다변화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이미 2014년에 북러 협력 확대와 북일 교섭 재개 등 김정은 시대의 외교다변화 노력을 보여줬다. 2015년에는 북러 정상회담 개최로 북러 협력의 정점을 과시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북한 특유의 ‘시계추 외교’를 강화함으로써 결국에는 북중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시대 대외관계 정상화의 최대 과제인 북중관계 회복에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북중관계 강화를 통해 정치경제적 협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3차 핵실험 이후 껄끄러워진 북중관계를 정상회담으로 돌파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식 인정받는 효과를 챙길 수 있다.

북중관계 정상화에 나설 듯
대미전략은 미국에 협상을 구걸하기보다는 북한 스스로의 필요와 요구에 의해 보다 공세적으로 대결과 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3차 핵실험 이후 핵무장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통해 안보확보에 자신감을 갖게 됨으로써 대미 협상에 목을 매달지 않게 되었다. 이미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 국가로 자리잡았고 2014년 4월 ‘전략군’ 창설과 100여발 이상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시험 등으로 핵과 미사일의 결합운용체제를 모색하고 있다. 2015년에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과거의 경우처럼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의 일환으로 핵실험을 시도하기보다는 북한 스스로의 핵능력의 고도화를 위해 기술적 필요에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최근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압박이 김정은 개인에게 집중되면서 2015년 북한은 국제사회의 요구와 개입에 대해 반박할 것은 반박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동시에 개선할 것은 개선하는 적극적 외교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압박에 김정은 체제는 나름대로 적극적 맞대응을 높여갈 것이고 이는 사실상 김정일의 ‘무시’ 전략에 비해 김정은이 국제인권 프레임에 스스로 발을 들여놓는 효과를 보일 것이다.

북한의 대내외 정세는 남북관계 개선과 남북대화 진전을 마다할 리 없는 상황이다. 2015년 북중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처지에서 대결과 교착의 남북관계보다는 대화와 협력의 남북관계가 북한에게는 훨씬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다. 정치적 안정에 더하여 대외 경제개방을 적극 모색해야 하는 북한에게 남북관계 개선은 국제사회의 긍정적 평가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5년, 남북관계의 골든타임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다. 집권 3년차에도 남북관계의 정상화 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통일대박론이나 통준위 활동의 현실적 의미는 급감하게 될 것이다. 미중관계와 중일관계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라는 지렛대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의 적극적 개입력과 발언권을 상실한 채 여전히 미중일 사이에서 끼여 있는 어려운 형국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 3년차에 남북관계의 동력이 상실되면서 2010년에 북한의 천안함 도발과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가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린 경험을 반추해보면 2015년은 남북관계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015년은 이중적 의미에서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대화의지를 견지하고 상대방의 요구와 관심사항에 성의를 갖고 대하면서 관계 개선을 이루기 위해 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인 접근을 한다면 2015년은 모처럼 남북관계의 ‘골든타임’(黃金期)을 맞이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경제회복을 위해 대외관계 개선이 절실하고 외부로부터의 투자유치가 필요하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능주의적 접근을 무조건 백안시하고 거부할 게 아니라 인도적 문제와 민생 인프라 및 문화적 동질성 회복과 환경생태 협력 등 박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북접근에 대해서도 북이 적극적으로 응할 필요가 있다. 한국 역시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인 만큼 대화 재개를 위한 북한의 요구에 전향적으로 화답할 필요가 있다. 어렵게 마련된 대화재개의 우호적 분위기를 충분히 활용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당국간 대화를 성사시키되 여기에서 자신의 요구만을 반복할 게 아니라 상호 관심사와 요구사항에 대해 양보하고 절충하는 윈윈의 지혜를 발휘하면 2015년의 남북관계는 각자의 필요와 이해에 의해 오랜만에 맞게 되는 황금시간대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그러나 2015년이 안타깝게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쳐버림으로써 문제 해결의 ‘골든타임’(適期)을 허비해버리는 해가 될지도 모른다. 골든타임을 허송해버리면 슬기롭게 위기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게 되는 것이고 위기극복을 위한 골든타임은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된다. 2015년에도 남북의 엇박자가 지속되고 상호 관심사에 대한 유연한 대응 대신 자신의 입장과 원칙만을 내세워 기싸움과 고집으로 일관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은 지나가게 된다. 골든타임이 지나버리면 집권 3년차의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 추진과 남북관계 개선의 정치적 동력과 의지가 반감되고 북한 역시 임기 후반의 박근혜 정부와 진지하고 생산적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은 크게 줄게 된다. 관계 개선의 최적기를 보내버리고 남북의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북에 대한 인권압박이 지속되고 북미, 북중 관계가 원만하게 진전되지 않을 경우 북한은 무모하게 4차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2015년은 관계개선의 기회를 놓치는 골든타임이 아니라 남북관계 정상화를 꽃피우는 골든타임이 되어야 한다.

북한의 공세적인 대화 제의에 우리 정부도 유화적 자세 필요
결론적으로 2015년 북한 정세는 당분간 대내적으로 정치경제적 안정성을 회복하고 김정은 체제의 리더십이 정착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다. 이를 토대로 대외관계 확대와 경제적 개혁개방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향후 이 같은 전망에 기초한다면 북한도 본질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강력한 필요성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정세를 호전시켜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만들고 외부로부터의 교류확대와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 없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을 직접 거론한 이례적인 모습도 사실은 2015년에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의 첫 돌파구이자 시험대로 남북관계를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중관계 정상화도 러시아의 문을 두드려 우회하는 것만으로는 동력이 부족하다. 북미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남북관계라는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해야만 사실상 북미관계 진전이 그나마 가능함을 김정은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임기 3년차인 2015년에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매우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대화 제의와 유연함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키리졸브 훈련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했던 2014년을 돌이켜보면 금년 초 북의 대화 공세는 훨씬 더 적극적이고 유연한 양보를 수반할지도 모른다. 북이 적극적인 대화의지를 견지하고 유연하고 통 크게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2015년이야말로 남북관계의 최적의 기회일 것이다. 따라서 밀고 당기기로 보내버린 2014년과 달리 남북간 실질적인 대화협력의 원년으로 2015년을 맞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가 좀더 사려깊고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 정책 방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남북의 상호 관심사를 포괄적 의제로 올려놓음으로써 남북대화의 접점을 늘려나가야 한다. 2014년 내내 박근혜 정부는 소위 기능주의적 접근, 즉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교류 및 인도적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북에게 제안했고 김정은은 정치군사적 의제, 즉 비방중상 중단과 군사적 충돌방지 및 적대행위 중지 등 통큰 담판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남북의 관심 의제가 다른 탓에 북은 박근혜 정부의 드레스덴 선언을 거부했고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국방위 대화 제의를 배척했다. 2015년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치군사적 의제와 경제적 사회문화적 의제를 동시에 논의하는 포괄적 협상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 내 대화제의는 되고 상대방의 대화제의는 묵살해버린다면 2015년도 다시 엇박자만 계속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대못을 박아 놓은 5·24조치에 대한 지혜로운 우회전략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전임 정부가 남북관계의 시작마저 불가능한 원천적 봉쇄조치를 내려놓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이를 무작정 철회하기도 그렇다고 끝까지 고수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5·24조치가 실효성을 유지하는 한 박 대통령이 제안한 드레스덴 선언이나 8·15 경축사도 사실 실행에 옮기기 힘들다. 그렇다고 천안함 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선뜻 없던 일로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결국 2015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정치적 제도적 걸림돌로 되어 있는 5·24조치에 대한 현명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향후 남북관계의 정상적 진전을 위해 5·24 조치를 형식적으로는 남겨둔 채 실제에서는 남북간 교역과 교류 및 투자를 승인해줌으로써 사실상 5·24 조치를 ‘무력화’하는 우회전략이 검토해봐야 한다.

   
 

5·24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도 북한의 영유아와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도 누차에 걸쳐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계속한다고 천명해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남북간 최소한의 신뢰가 쌓여야 하고 이는 사실 대북 인도적 지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이 먼저 행동을 바꾸고 우리에게 신뢰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먼저 조건 없는 인도적 지원을 일관되게 시행함으로써 북에게 신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사실상 ‘신뢰의 끈’ 역할을 해왔다. 2015년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 그래야 신뢰프로세스는 비로소 구동될 수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학)

김근식  kimo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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