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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같은 남북 통일을 향해서

아직까지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전쟁의 포연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 이 시대에는 전쟁으로 영토를 넓힐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전쟁뿐 아닌 그 어떠한 방법으로도 영토를 넓힐 수는 없다. 영토는 넓힐 수 없어도 우리의 활동 영역을 넓힐 수는 있다. 스포츠, 문학, 예술, 과학 아니면 우리의 일상 생활을 통해서도 우리는 우리의 영역의 세계 곳곳으로 넓힐 수 있다. 음식의 맛이나 우리 특유의 멋, 전통적인 소리를 통해서도 그렇다.

뉴욕에서 내려온 권이주 씨, 권혜순, 이병환 씨와 그의 처, 그리고 워싱턴의 변영옥, 김정숙, 이정훈 씨 등 8명이 새벽 여명이 밝기도 전에 한인들이 많이 사는 센터빌의 숙소를 출발하여 백악관으로 향했다.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최고사령관 리 장군을 기리는 리하이웨이를 타고 우리는 진군하는 병사들처럼 보무도 당당하게 미국의 심장 워싱턴을 향하여 달려나갔다.

   
▲ 4개월을 달린 끝에 지난 6월 1일 워싱턴DC에 입성한 강명구씨(오른쪽 세번째) ⓒ강명구

알링턴 메모리얼 다리를 건너면서 내려다보이는 포토맥강은 잔잔하게 흐르는 유속이나, 보트의 노를 짓는 사람들이나, 천천히 하늘을 나는 새나 모두가 평화로워 보였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맞아 관광객들로 우리의 당당한 행군의 속도는 지체되고 말았지만 우리도 그 평화의 한 조각이 된 것을 충분히 즐겼다.

워싱턴은 얼핏 보아서는 세계의 정치, 경제를 죄지우지하는 초강대국의 수도로서의 위엄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서 유일 초강대국의 힘이 나오는지 나는 해독할 수 없는 암호 앞에 선 느낌이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 도시 같은 아름다움이 보일 뿐이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보면 워싱턴에 서 있는 건물 하나하나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건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반도 분단과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이곳 워싱턴에 달려와서 조국의 평화통일을 상기하는 일은 뜻 깊은 일이다. 마라톤이라는 이름으로 뉴욕과 워싱턴 교민이 함께 모여 의미를 되새겼다는 것은 통일로 가는 하나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달려오는 마라톤을 위해 나는 엄청나게 큰 경비를 지불했다. 시시때때로 몰려오는 고통과 좌절, 외로움은 기차요금과 같은 것이다. 사막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태평원에서 만난 폭풍우, 로키산맥과 아팔라치안산맥의 거친 언덕길은 완행열차 안에서 마주친 삶에 찌든 여자의 악다구니처럼 화풀이를 해댔다. 나는 그런 여자의 잘 길들여진 남편처럼 대자연의 심술궂음을 들은 체도 안하고 옆에 지나가는 젊은 여인을 희롱하듯 대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정신이 나가 있었다. 역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몸의 근육에만 의존하는 여행의 삯은 어떤 의미에서 혹독하기까지 했다.

엄청난 삯을 치렀지만 땀이 나고 모공이 열리는 순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열려 젊음의 복원을 충분히 즐겼고 드넓은 세상과 새로운 시간을 만나보았다.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어쩔 수 없는 절규 같은 것들도 사막에 다 쏟아버리고 왔다. 무엇보다도 지금껏 만나보지 못한 전혀 다른 나와 만나 희망을 노래하고 왔다.

   
▲ LA를 출발해 뉴욕으로 가는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오른쪽이 필자 ⓒ강명구

통일의 경비는 대륙횡단 마라톤을 하는 데 지불한 경비보다 더 엄청난 경비가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대의 막이 걷히듯 휴전선이 걷히는 순간 우리의 새로운 역사의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한반도는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이라는 공연이 펼쳐지는 커다란 극장이 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조각보를 만들었다. 통일은 비슷한 사람끼리 뭉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모든 이질적인 것들을 공들여 마르고 꿰매어 무지갯빛 조각보를 만드는 것이다.

강명구/ 미국 뉴욕 거주

*강명구 선생은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열망을 담아 지난 2월 미국 서부 LA를 출발해 4개월의 마라톤 끝에 6월 1일 워싱턴DC에 도착했다. -편집자 주

강명구  kara.runner@face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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