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스페셜
탈북자 70% "돈만 있으면 북한도 살만한 곳"새터민들의 북한 사회 인식(1)

지난번에 이어서 새터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조사에서는 북한 생활에 대하여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북한의 생활상과 관련하여 북한 사람들의 가치관 및 사회의식을 알아보고 이것이 통일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먼저 “일상생활에서 관심은 오로지 ‘먹는 문제’뿐이었다”에 대해서 “매우 그렇다”(42.3%)와 “조금 그렇다”(20.9%)를 합하여 63.2%의 긍정률을 보였으며, 5점 척도에 대한 평균은 3.81(100점 만점으로 76.2점)이었다.

질의 사항은 전우택(연세대 의대) 교수가 2002년에 하나원 입소자 1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과 동일했다.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조사 결과에서 긍정률은 “매우 그렇다” 54.6%, “조금 그렇다” 20.2%로 74.6%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10% 정도 낮은 수치인 셈이다.

   
 

이를 연령별로 보면, “매우 그렇다”는 강한 긍정은 3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47.0%,와 45.9%,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73.5%와 60.7%로 높게 나타난 데 반해, 10대와 20대에서 각각 23.3%와 28.7%로 매우 낮게 나타나 연령에 따른 의식의 차이를 나타내었다. 특히 탈북시기와 관련해서 1999년 이전 탈북자 중 63.0%, 2000~2002년 탈북자의 71.3%가 긍정의 응답을 한 반면에, 2003~2005년 탈북자의 59.3%, 2006년 이후 탈북자의 59.0%만이 긍정의 응답을 하여 “최근에는 북한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이제는 먹고 살기 힘든 시기는 지났다”는 새터민들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로 이해된다.

이와 관련하여 “돈만 있으면 북한도 살 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에 대하여도 “매우 그렇다”(41.7%)와 “조금 그렇다”(27.0)를 합하여 68.7%의 비교적 높은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은 3.9였다. 새터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에 식량과 물자가 부족하지만 돈이 있으면 크게 부족하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북한 사회는 공직자들의 부패가 심하여 돈만 있으면 웬만한 법률도 어겨가며 자신의 편의를 취할 수 있고, 심지어는 살인을 하더라도 돈이 있으면 바로 풀려나올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돈만 있으면 굳이 북한을 떠나지 않고도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물신주의나 경제주의적인 사고의 일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되어 우려를 낳는다. 특히, 남한 생활과 관련하여 제시한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진술에 대해 “매우 그렇다”(52.0%)와 “조금 그렇다”(23.6)를 합하여 75.7%의 높은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4.2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 중 일부는 돈을 많이 벌려는 목적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한 것일 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칫 황금만능주의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갖게 한다. 다만 개신교의 경우, 긍정률과 평균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동의도를 나타내고 있어 교회를 통한 가치관 교육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경제주의식 사고방식의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주의는 “경제라는 안경을 끼고 사물을 바라다보고, 경제라는 잣대를 갖다대어 모든 것을 평가하고, 일상생활을 경제적으로 파악하고, 경제로 자족해 하는 것”으로,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 사회가 온통 경제주의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국민들의 의식이 경제화 되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문제를 지나치게 돈 문제로 귀결시키는 경향이 짙다. 국가나 개인이나 모두 돈 문제에 급급하며 살고 있고, 다른 무엇보다도 돈이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적 생산이나 부의 축적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모든 활동은 마땅히 능률과 효율의 경제 원리에 지향되고, 이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은 수단시 되고 있다. 이것은 성경에서 죄악시하고 있는 물신주의와도 이어지는 것으로 이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대비가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탈북자들의 가족에 대한 인식
다음으로 가족에 대한 생각에 관한 진술들을 제시하였다. 흔히 우리 사회의 중요한 습속 가운데 하나로 ‘가족주의’가 얘기되는데, 북한 사람들에게도 이러한 가족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지가 연구의 관심 중 하나였다. 먼저 핵심 진술로 “누구보다도 우리 가족이 잘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를 제시하였는데, “매우 그렇다”(69.8%)와 “조금 그렇다”(20.9)를 합하여 90.8%의 매우 높은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4.6으로 모든 동의도 질문 중에 가장 높았으며 모든 연령대에서 고르게 동의하였다.

   
 

반면에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우리 가족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에 대해서는 26.4%의 긍정률에 53.6%의 부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2.54로 북한 생활에 대한 질문 중 가장 낮은 동의도를 나타내었다. 이것은 물론 북한 정부에 대한 불신의 표시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가족을 중시하는 사고를 드러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가족이 잘 된다면 나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에 대해서는 “매우 그렇다”(50.5%)와 “조금 그렇다”(28.4%)를 합하여 78.8%의 높은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 역시 4.2로 높게 나왔다.

이러한 내용에서 볼 때, 남한 사회에서 작용하는 가족주의의 습속이 체제가 다른 북한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사회의 가족주의와 관련하여 필자가 수행한 이전 조사(n=1,000)에서 “나는 평소에 가족의 발전이 나의 발전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진술에 대해 한국인들이 “매우 그렇다”(37.8%)와 “조금 그렇다”(31.3%)를 합하여 69.1%의 긍정률을 보였고, 평균은 3.97로 나온 것에 비하면, 새터민들(또는 북한 주민들)의 가족주의 성향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조사 연구에서는 이러한 가족주의 성향이 집단 이기주의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주의가 강할수록 학연, 지연을 중시하는 유사 가족 이기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제로 문제 해결 방법으로서 공공 원리보다는 친인척이나 유사 가족 집단인 선후배의 힘에 기대려고 하는 경향이 있음이 드러났다. 나아가 님비 현상으로 지적되는 지역 이기주의와도 가족주의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유사 가족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지역 이기주의 성향에서도 강한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에서 가족주의는 도덕적 가족주의보다는 가족 이기주의 성향이 강함을 이 연구 결과가 보여 주었다. 새터민들의 가족주의 성향 역시 집단 이기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계속)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종교사회학>

 

정재영  ccyong@gspt.ac.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