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국제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 외교 포석의 평가와 과제평화재단 현안진단 제306호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국제질서 재편 움직임, 핵무장을 사실상 완성한 북한의 전례없는 위협,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출구 없는 기싸움 등 어려운 외교안보 환경에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임기 초반 외교 포석이 마무리되었다.

비록 미국의 국내 사정으로 짧은 회동에 그쳤지만, 히로시마 G7 회담에 윤 대통령이 초청받은 것을 계기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동(5. 21)은 윤 정부 임기 초반 외교 포석을 마무리하는 상징적 행사가 되었다. 아직 중국과 러시아와의 정상외교가 남았지만 조만간 실현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출범 1년, 윤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기시다 일본 총리와 서로 수도를 오가며 각각 2번의 정상회담으로 호흡을 맞추고 한·미·일 3국이 공조체제를 구축했다는 신호를 내외에 보냈다. 공조체제 구축 자체가 목표라면 나름의 성과라고 하겠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공조체제이며, 어떠한 내용을 담은 공조체제인가라는 점에서 출범 초기부터 윤 정부 외교가 보여준 위태로운 모습은 여전히 불식하지 못하고 있다.

 

불균형 편향 외교의 불안함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실효성을 높이는 것은 노골화된 북한의 핵위협에 대처할 필요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안전장치 없이 동참하는 것은 대북한 안보 강화를 위해 또 다른 차원의 안보 불안 불씨를 키운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2022년 6월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러시아에 대항하는 회원국들의 세력과시에 합류하고,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보폭을 맞춘 ‘한국판 아태전략’보고서를 발표(22. 11)했다. 글로벌 외교 차원의 행보라고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감을 불사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의 기존 경로에 비추어볼 때 과감한 행동이었고, 중국 및 러시아와 비외교적인 거친 언사를 주고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국, 러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와의 관계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어왔고, 이들과 얽힌 우리의 이해(interest)는 경제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여전히 우리 국익에 사활적이다. 최근 중·러간 무역량이 급증하고 러시아가 중국에 블라디보스토크 항만 사용권을 제공하는 등 양국 경제협력이 긴밀화되는 추세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가 한·미·일 공조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동안 또 다른 축과는 대립과 배척관계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이들 국가와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지난 30년간 유지되었고 앞으로도 지속해야 할 우리 외교의 변함없는 과제다. 글로벌 가치 외교라는 명분으로 이들과 척지는 것은 아무리 따져보아도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추종하는 것이지 우리나라 국익을 위한 글로벌 외교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

 

대일 포용외교가 남긴 부작용들

윤 정부 외교가 역대 정부의 외교와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대일외교다. 한·미동맹 중시 정책은 역대 정부가 계승해 온 방향이고, 대북 강경노선은 역대 보수정부의 공통 정책이다. 다만 대일외교는 일본의 외교가에서도 놀랐다고 말할 정도로 상식 파괴적이었다.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의 소위 제3자 변제방식을 내놓고 일본의 책임을 대신해서 맡으며 사과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5월 서울 정상회담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하여 시찰단을 파견한다고 하여 일본의 일방적 방류조치에 절차적 명분의 부담을 덜어 주었다. 히로시마에서는 원폭 피해자 위령비(비록 조선인 피해자 대상이더라도)에 참배해 전범국가 일본의 피해자 코스프레(costume play)에 들러리 서는 역할도 꺼리지 않았다.

우리가 대승적으로 먼저 물잔에 반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를 채울 것이라지만, 일본의 절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이 우리가 먼저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앞으로 일본이 교과서 문제나 독도 문제, 신사참배 문제, 어업협정 중단이나 제7광구 문제 등 줄줄이 남은 난제들에 있어서 우리에게 양보할 가능성은 여전히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우리의 사과 요구는 한국 외교가 국제외교 무대에서 도덕적 우위에 서서 이러한 난제들을 해결하고 아울러 일본의 재무장, 우경화 움직임 등을 견제하는 데서 중요한 대일외교 레버리지 역할을 해왔다.

우리의 대승적 조치와 상관없이 한·일 관계는 현재의 국제역학 환경에서 선린우호의 길을 벗어나기 어렵다. 양국이 줄곧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도 경제 등 각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이유다. 지금 시점에 우리가 먼저 양보해야 할 긴박한 사정이 있다는 상황 변화도 없다.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일본도 우리도 같이 받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대일 외교 레버리지만 소득 없이 날린 셈이다.

외교 레버리지의 상실보다 더 뼈아픈 것은 우리 스스로 나라의 정통성을 훼손했다는 점이다. 강제동원 피해자 갈등의 핵심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우리 사법부가 전혀 다른 입장에서 관련 판결을 내린 데 있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합법인가 불법인가가 그것인데, 윤 대통령은 결국 우리 대법원이 아니라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에 손을 들어 준 셈이 되었다.

일본 사법부 논리대로라면 조선을 합법 지배하던 총독부는 합법정부인 반면 같은 시기 존재하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불법정부가 된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한민국도 불법정부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잘못된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가 지난 5월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나란히 참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핵위협을 노골화한 북한을 방치하는 위태로움

윤 정부는 북한 핵위협이 이미 도를 넘어선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함과 절박함은 윤 정부가 임기 초반부터 대미와 대일외교를 서둘러 한·미·일 공조체제를 긴밀하게 구축하고자 한 배경일 것이다.

올해 4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워싱턴 선언’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설치하기로 한 한·미 핵협의그룹(NCG)은 아직 수사적 수준이지만 점차 내용을 채우고 발전시켜나간다고 하니 그건 그것대로 진행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이 빠졌다.

‘워싱턴 선언’을 포함하여 한·미동맹의 핵억제력을 높여나간다 하더라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핵무장한 북한이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윤 정부가 천명한 ‘담대한 구상’은 실질적 대북 핵협상에 앞서서 억제(Deterrence)와 단념(Discourage) 단계를 설정해 대화를 미루고 있으며, 미국은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고 있으나 사실상 ‘조건 없는 대화’ 자체를 조건화하고 있어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는 데 소극적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무절제한 도발을 감행하고 한반도 긴장이 그 수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 지금, 미국도 우리 정부도 유사시 대비에만 매달려 평시 한반도 상황 관리를 방치한다면 우리 국민은 감당할 수 없는 안보불안감을 안보불감증으로 해소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결론적으로 윤 정부 임기 초반의 외교 포석을 살펴보면 취임 당시 대북문제와 대일외교의 아포리아(Aporia, 막다른 길)를 인계받은 중압감에 눌린 정부가 이들 과제를 서둘러 대응하려는 마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나 남북관계 문제의 해법을 찾기보다는 문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조급해 보인다. 앞뒤를 살피거나 득실을 따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이는 단호함은 조급함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정부는 글로벌 차원의 가치동맹에 앞서 우리 헌법정신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입각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외교 전략을 다듬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당당하고 끈기 있게 스마트한 외교를 해나가길 바란다. 우리 손안에 카드를 많이 쥐어야 우리의 외교력이 강해지는 법이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