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남북관계
다시 한번 반전의 가능성을 이끌어내자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94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자축하는 북한

북한이 연일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7형의 발사 성공을 자축하고 있다. 수차례의 발사 실패 이후 사정거리 15,000㎞ 이상의 미사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7년 11월 29일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5년만이다. 시험 발사 성공 당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등장했다. 연이은 성공 축하 정치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후계구도를 추측하기도 하지만 북한은 현재는 물론 미래세대에도 강력한 핵무력으로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여전히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하고, 미국의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강한 어조를 담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성공 자축행사를 마무리하면서 북한은 11월 30일 당 중앙위 8기 11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예년과 같이 당 중앙위 제8기 제6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2022년도 당과 국가 정책들의 집행정형을 총화하고 2023년도 사업계획과 현 시기 당과 혁명 발전에 나서는 일련의 중요 문제들을 토의 결정하기 위해” 소집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2021년에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2년을 마무리하고 3년차 계획을 점검하는 것과 함께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변화된 안보 환경에 대해 북한의 대응방향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당 중앙위 결정문으로 대체할 듯하다.

 

2017년 상황에 대한 반추

5년 전인 2017년 11월 29일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및 미국과의 대화를 언급한 바 있다. 이후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될 때까지 한반도는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및 판문점 만남을 이어갔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김정은 위원장은 일체의 대외활동을 중단한 채 핵무력 완성에 주력했다. 이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최고조에 달했고, 중국과 러시아도 제재에 동참했다. 그리고 반전을 만들어 냈다. 북한 스스로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그 뒤 2018년 핵실험장 폭파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의 약속을 지켰다.

이 기간 동안 북한은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북한경제에 일상화됐던 경제 운영방식을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와 포전담당제 형식으로 공식 도입했다. 대외무역에서 석탄, 강철, 섬유류 등 주요 수출품목의 무역계획을 철폐하여 대외무역을 확대하기도 했다. 2019년 개정된 북한 사회주의 헌법에는 대안의 사업체계를 대신하여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를 북한경제운영의 기본원칙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경제는 시장이 확대되고, 북한주민들의 삶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호전되는 듯했다.

이렇듯 북한은 정치, 경제, 안보 등의 내부 준비를 마치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민생과 관련된 5개 항목의 제재를 완화하면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포기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회담 결렬이었다.

 

조급한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북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2019년 4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만 좋아지면 잘 될 것이라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북한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너무 조급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밀고 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장기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 기간 동안 자력갱생을 통해 정면 돌파해 나간다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군사력 증진을 위한 5개년 계획도 아울러 수립해서 추진해 오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외부의 도움 없이 경제를 개발하기 위한 자력갱생 노선을 강화하면서 핵무력 증진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이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은 이러한 계획의 성공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자축 분위기가 고조된 것이라고 본다. 당초 장기전은 적어도 5년 이상 지속될 것임을 염두에 둔 것이었으며, 미국이 필요해서 북한의 입맛에 맞는 당근을 제시할 때까지 버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그런데 장기전 결속이 조금 앞당겨 진 듯하다. 미국과는 상관없이 제 갈 길을 가겠다고 호언했지만,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한·미·일 정책공조는 강화되고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5년 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의 전략자산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북한문제보다는 우크라이나 및 중국문제에 집중하며 북한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로 일관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전략 테이블에 오를 기미가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신냉전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북한 문제를 미국의 최우선 순위 관심사로 끌어 올리고 싶어 한다.

한편 시장의 확대로 많은 혜택을 봤던 계층은 북한의 중간층이다. 하위 계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경제적 어려움에 별반 차이가 없지만, 북한의 주축을 이루는 중간계층은 다르다. 경제제재가 강화되고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가 장기화됨에 따라, 경제활동의 상당 부분을 시장에 의존해온 중간계층이 느끼는 상대적 빈곤은 과거에 비해 더 크게 와닿을 것이다. 곳곳에서 이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음을 북한 당국은 감지할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 재개를 기다렸지만, 최근 재개된 북·중 무역은 5년 전에 비한다면 턱없이 부족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크기 마련이다. 자력갱생을 외쳤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북한의 발표와는 달리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북한경제는 외부세계와의 교류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국경봉쇄 이후 갑작스럽게 내부자원을 조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북한에 반전의 길을 열어 주자

2013년 9월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이 평양을 방문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로드맨은 딸 김주애를 만났으며, 김정은 위원장이 주변 원로들을 가리키며 자기가 무엇을 하려 하면 안 된다고만 한다는 불만 섞인 농담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단편적인 내용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으로 만난 외부인사에게 북한 내부의 분위기를 전한 셈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부인 이설주를 대동하고 미키마우스 공연을 관람하는가 하면 비행기 레드카펫을 깔고 여느 정상들이 했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방세계에서 교육받은 김 위원장은 북한도 서방 국가와 같이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그 대상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내부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하는 경험도 누적해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권력을 가지고 밀어붙인 끝에 미국과의 담판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그것을 자인하는 결과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야망은 여전히 잠재해 있을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장기전이라고 표현한 것은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 내부 사정이나 외부적 환경이 녹록치 않다. 내부의 반대를 누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면서 외부세계와의 관계 개선에 저항하는 내부 세력들의 수요를 충족함과 동시에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것은 아닐까?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남북한 간의 비공개 접촉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의 요구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의 내용을 듣기 위해 제3국에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과거의 사례를 볼 때 간과할 사안이 아닐 수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긍정적 신호다. 북한의 계속되는 무력도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이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을 관리하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북한의 상황을 감안할 때 경제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에 비례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속에 품은 생각 역시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의 자서전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어린 시절 “우리 인민들이 왜 어렵게 살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후지모토 겐지에게 질문했던 내용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그 마음이 남아 있다면, 딸 김주애를 미사일 시험장에 데리고 나왔던 심정이나, 북한의 현실을 생각하는 마음 등에 남아 있을 것이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에 추진되었고,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 간에 물밑 대화가 진행되었던 사례, 2017년 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의 초강경 대응과 북한의 연속되는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반전이 이루어졌던 사례 등을 상기해 본다.

과거의 사례를 반추하고 북한의 현 상황과 김정은 위원장의 심적 갈등, 그리고 한반도 위기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지금 시점은 한반도의 격돌 분위기를 바꾸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다시 뛰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북한이 내뱉는 험한 말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속내를 들여다보는 통찰력이 중요하다. 북한에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책무다.

평화재단  hyeonan@pf.or.kr

<저작권자 © 유코리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박혜연 2022-12-24 11:28:35

    김주애의 모습을 볼때 남들은 철천지원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사랑하는 딸 존귀한 딸이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