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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큰 수고하셨습니다 무티!

독일 국민에게 무티(Mutti, 엄마)라는 애칭으로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지난 16년 동안 네 번의 총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정계를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 그녀는 독일 국민에게만 사랑이 넘치는 무티가 아니었다. 유럽 공동체를 실질적으로 이끈 정치지도자로서 유럽인들을 위해 책임있는 정치를 실현한 무티였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난민들, 특히 내전으로 고통당하던 100만이 넘는 시리아 난민들에게는 삶의 둥지를 제공한 자비로운 무티였고,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면서도 국익을 우선한 미국 트럼프 정부에 대해선 세계공동체로의 관심을 촉구한 세계인의 친구 같은 무티였다. 그녀에게는 무신론자라도, 비개신교인이라도, 타종교인이라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에 재임하는 동안 이스라엘을 8번이나 방문하며 상호 관계를 돈독히 했다. 최근 그녀는 퇴임 직전조차 이스라엘을 방문해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는 반인륜적인 범죄로서 독일인들이 영원히 짊어져야 할 책임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독일의 제3제국 총통 히틀러와 그에 동조했던 독일 국민의 죄악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죄했고, 독일의 부끄러운 과거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또는 주변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자 역사의 선물이라 고백했다.

헤르초크 이스라엘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그녀에 대해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좋은 친구’이자 ‘현대사에서 가장 훌륭한 지도자’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녀가 일본 방문 시 한국의 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과거청산을 강조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메르켈 총리는 헬무트 콜 총리 당시 환경부장관의 임기를 4년 간 수행했으며, 1995년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열흘간 개최된 베를린의 유엔기후대책회의를 주관한 환경부장관으로서 세계기후문제를 발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앞장섰다. 2004년 11월 22일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했고,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수행하던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진보정당 녹색당의 탈원전 정책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독일 내에 있는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독일은 전력 공급의 30%를 차지하던 원전을 폐쇄하면서도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자연에너지로 전력 공급을 완벽히 대체했다. 환경에 대한 그녀의 정치적 입장은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생명 존중의 청지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독일 가톨릭 프레스센터의 편집주간이었던 폴커 레싱(Volker Resing)이 저술한 『개신교 여성 신도,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Die Protestantin)의 마지막 단락은 메르켈의 말을 인용하며 마치고 있다. “하나님께서 존재하신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겸손한 삶은 자신이 아니라 타자의 존재가 삶의 중심에 있습니다. 남을 도와줄 때 느끼는 행복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누구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산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러한 단락은 메르켈의 삶의 원천과 정치적인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녀의 정치와 모든 정책은 바로 자신의 기독교 신앙과 정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 그녀는 목사의 딸 이전에 기독교 신앙인이었다. 그녀는 정치인과 총리 이전에 개신교 신자였다. 그녀가 무티로서 모든 사람을 품고 섬기려고 노력했던 것,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서 누구와도 소통하며 돕고자 애썼던 것, 독일의 총리지만 퇴근 후에는 동네 슈퍼마켓을 방문하여 생필품을 챙기며 살림했던 것, 본인이든 친인척이든 스캔들에 연루된 적 없이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었던 것 등 그 이면에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의 겸손, 인간의 죄성과 한계에 대한 그녀의 신앙고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형교회를 찾아다니며 교인행세 하거나 표를 구걸하지 않았다. 예수의 길을 겸손히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고자 했다. 우리는 그녀에게서 신앙이란 말이나 습관에 있지 않고, 삶 자체에 있음을 배워야 한다.

정종훈/ 연세대 교수, 평화통일연대 공동대표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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