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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보고서에 대한 단상

통일연구원(KINU)이 한국리서치를 통해서 2021년 4월 26일부터 5월 18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1,003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통일의식조사를 한 결과가 얼마 전에 발표되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통계치들을 비교하며 보여주는 다양한 수치들은 우리 국민의 현실과 수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과제를 감당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이제 국가기관의 이러한 발표가 국가정책과 시민운동에 적극 반영되어서 한반도에 평화통일체제를 형성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국민 56.5%는 단일국가로 통일하기보다는 평화공존에 이르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다. 남북 간에 상호 왕래하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곧 통일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63.2%에 이른다. 이는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2000년 6.15 선언 이래로 남북 당국자 간에 이미 합의한 기조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을 단일한 국가로 보지 않고, 기어이 남한에 흡수되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제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유엔에 가입한 정상국가로서 인정해야 할 것이다.

통일연구원 2021년 통일의식조사 결과. 통일 선호 평화공존 선호를 비교했다. 통일연구원 제공

우리 국민 61%는 북한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고, 사실 기대하는 것도 없다. 그저 북한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대해서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좋겠다는 분위기이다. 특히 30대 IMF 세대의 무관심(68.3%)과 30세 이하 밀레니얼 세대의 무관심(74%)의 정도는 매우 높다. 이는 ‘헬 조선’의 사회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하는 그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남북의 통일과 평화공존이 ‘헬 조선’의 상황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됨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통일연구원 2021 통일의식조사 결과. 북한에 대한 무관심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 통일연구원 제공

우리 국민 67.7%는 그동안 이루어낸 남북 당국자 간의 합의사항을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남북 간에 합의한 성과를 부정하지 말고, 계승 강화 발전시켜야 한다는 국민의 인식이자 명령이라 할 수 있다. 동서독 분단 시절의 서독 정부가 정권이 계속 바뀌어도 이전 정권의 합의를 계속 존중한 결과로써 통일을 이룬 것을 고려하면, 국민은 지극히 상식적인 반면에 ‘잃어버린 10년’을 운운하는 정치권이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남북한 당국은 우리 민족의 ‘통일과 평화공존’ 관련해서 긍정적인 합의를 적지 않게 도출해왔다. 이제라도 우리 국회는 노태우 정권의 남북합의서 이래로 김대중 정권의 6.15선언과 노무현 정권의 10.4선언, 문재인 정권이 최근 합의한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등 일련의 합의문들을 승인하고, 힘겹게 합의한 결과를 정권에 상관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법적이고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64.5%는 통일이 국가에 이익이 될 것으로 보는 반면, 개인에게도 이익이 될 것으로 보는 국민은 29%에 불과하다. 독일이 통일을 이룬 후 소위 ‘통일세금’이 서독 출신 국민에게 큰 부담이었던 것을 미루어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 평화통일 운동가와 전문가들은 현재의 분단체제가 지속됨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무한대의 분단비용과 평화통일의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부담할 한시적인 통일비용의 차이를 합리적으로 제시하고, 평화통일의 체제 속에서 개인에게 주어질 많은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21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의 와중에서 정전협정을 한 68주년의 날이었다. 당시 이승만 정권은 북진통일을 운운하며 정전협정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전쟁을 쉬는 것이 전쟁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았는가. 그러나 전쟁을 쉬는 중에 긴장과 갈등,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기보다는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하고 평화를 만들기로 작정하는 것이 더 나음을 알아야 한다. 이때 우리 국민의 73.3%가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음은 매우 유의미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맺음으로써 평화를 위한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통일연구원의 2021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한 손에 성경과 한 손에 신문을 들고 균형있게 서야 하나님의 ‘카이로스의 역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처럼, 나는 한국교회가 국민 일반의 정서와 상황을 제대로 읽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음은 언제나 세상 한 가운데서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외면한 복음의 선포는 맛을 잃어서 길바닥에 버려지는 소금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교회 전반의 기조와 많은 교인이 세상의 상식적인 수준에 이르기는커녕 반공주의에 편승한 극우적인 소수의 입장을 따르는 것을 어찌 보아야 할까.

정종훈/ 연세대 교수, 평화통일연대 공동대표

정종훈  chjeong5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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