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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 언제 다시 오려나평화재단 현안진단 제252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과 봄을 맞이하는 자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남·북·미의 대범한 움직임이 ‘하노이 노딜’로 멈춘 지 2년이 지났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21.1.20)하고 북한이 8차 당대회(21.1.5-12)를 마치면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움직임이 있으리라는 기대도 아직은 막연할 뿐이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힐 뿐, 의미를 부여할 만한 대북 메시지는 아직 없다. 바이든 대통령과 일본 스가 총리의 전화통화에서 기존의 CVID를 주장하는 대신에 2019년 6월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에서 밝힌 ‘완전한 비핵화(CD)’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를 존중할 것인지 새로운 토대에서 한반도정책을 펼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시대가 남긴 국론분열의 후유증과 코로나 사태에 대한 대처 등 내부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한반도의 봄을 위해 미국에게 선제적이고 긍정적으로 움직이라고 채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훈 안보실장과 설리번 안보보좌관의 대북정책조율을 위한 통화(3.2)에서도 양국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동향’을 공유했을 뿐이다.

북한도 8차 당대회 이후 코로나 방역과 경제, 사회질서 등 내부 위기 대처에 전념하고 있다. 한반도의 봄을 위해 먼저 움직일 여유는 없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가까운 시일에 얼마든지 3년 전 봄날과 같이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남조선 당국에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반도의 봄을 맞는 태도와 관련해서는 ‘남북관계를 근본문제부터 풀어가는 입장, 상호 적대행위의 중지, 남북합의들의 성실한 이행’을 주장했으며, 남측이 제기하는 방역협력, 인도협력, 개별관광은 비본질적 문제로 규정하고 본질문제로 한미군사연습 중지를 요구했다.

관련국들이 이렇게 ‘한반도의 봄’을 잊고 황망한 가운데 남북관계는 점차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가 호주의 브리즈번을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우선 협상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하여 우리에게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7년 전에 결정해온 올림픽 유치도시 선정과정을 앞당긴 것이다. 비록 확정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2018년 평양 공동선언에 따라 2032년 올림픽의 서울-평양 공동개최를 추진해 왔는데 그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우리가 남북간 합의를 이행하여 봄을 맞을 준비를 하지 않으면 겨울은 마냥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라 할 수 있다.

 

남북관계의 오래된 논쟁, 협력관계 구축과 적대관계 청산의 우선문제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근본문제 우선 해결’ 주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에 대한 남북간 오래된 논쟁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정치군사 문제를 중심으로 적대관계 청산 등 남북관계의 근본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면서 남북교류협력은 후순위로 미루었다.

반면 우리는 남북교류협력 등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정치군사적 근본문제를 풀어나갈 환경을 먼저 만들자고 했다. 쉬운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 나가면서 신뢰를 쌓자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꼬일 때마다 근본문제 우선론과 쉬운 문제 우선론이 대립하면서 근본문제도 쉬운 문제도 둘 다 풀지 못하는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협력관계가 구축되지 못하면 적대관계를 해소할 수 없고, 적대관계 속에서는 협력관계가 유지되지 못한다는 것은 지난 시기 남북대화의 교훈이다.

협력관계가 후퇴한 자리에는 적대관계가 다시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과 의지를 보인 남북의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남북관계를 한발 한발 풀어왔다. 정치군사 문제와 교류협력 문제가 우선순위를 다툴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바탕이 되었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가 그랬고, 이 토대 위에서 6.15 공동선언이 산출되었다. 그리고 이를 이어 4.27 판문점 선언이 마련되었고 그 기반 위에 6.12 싱가포르 합의가 가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본질적 문제라고 폄하한 남북 방역협력, 인도협력 등의 문제가 비본질적 문제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적대관계 해소가 근본문제라면 협력관계 구축도 근본문제다. 두 문제는 본질문제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특히 인도협력에 남북이산가족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시급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도주의 문제를 비본질적 문제로 규정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령의 전쟁 실향민 1세대가 점차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현실을 보라. 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과제다.

이산가족 문제를 푸는 최종 책임과 기회는 남북의 현 지도자들에게만 있다. 불행히도 몇 년 내로 이산가족 문제 자체가 문제로 남아 있지 않는 현실을 맞이하게 된다. 현 지도자들은 후임자에게 그 책임과 과제를 미루고자 해도 미룰 수 없다.

 

이산가족 고향방문 허용은 한국전쟁 1세대들을 향한 종전선언이다

취임 초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새로 구성된 미국 하원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첫 번째 법안으로 금년 2월 4일 미국과 북한 간 이산가족 상봉지원 법안이 발의되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후보시절 한국의 언론사에 보낸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망’이라는 기고문에서 북·미간 이산가족 재회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도 있다.(20.10.29, 연합뉴스 기고문) 만약 한·미 양국과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고 협력하는 기회가 열린다면 한반도 평화문제 논의 재개의 여건과 발판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이 완화되면 북한 금강산 개별관광 재개부터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금강산 방문이 인도주의적 가치가 있다며 대북제재가 유연해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발언이 대북제재를 먼저 완화하자는 취지로만 왜곡되면서, 잠시 국내외 논란을 야기한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 대유행이 완화되면 ‘금강산 개별관광’이 아니라 ‘이산가족 고향(개별)방문’부터 추진하겠다고 포커스를 맞추었어야 했다. 개별관광이라는 목표에 비해 이산가족 고향방문은 시한부의 성격도 있어서 인도적 시급성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데 용이할 것이다.

또 이를 추진한다면 고향방문 기회를 여는 과제는 정부만이 아니라 적십자, 여행사를 포함한 기업과 단체가 모두 뛰어들 수 있도록 허용하면 좋겠다.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인식해서, 세월호 사고 당시 생존자 구조를 위해 인근 민간 어선이 모두 뛰어들었던 것처럼 총체적 구난망을 펼친다면 희망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정부는 유엔안보리 회원국을 대상으로 이 문제의 인도적 시급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한편, 유엔대북제재위원회에 협력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한·미간에도 외교당국, 의회, 관련 기구들간에 협력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이를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문제를 위한 첫 출발점으로 종전선언 문제가 제기되었고 아직도 그 실효성 논란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실향민 고향방문은 최소한 이들 전쟁 1세대들에게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이 문제를 풀어 나가면서 북한이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한다면 북한이 제기하는 근본문제에 대해서 남한과 국제사회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평화재단  inst1@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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