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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대 사건과 신소제도KOLOFO 칼럼 제529호

남북한은 공통점이 많지만 차이점도 또한 많다. 교류와 협력을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 수준이 높을수록 교류가 원활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제도와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나는 북한의 법과 제도를 연구한다. 특히, 남북한 분쟁해결제도에 대한 관심이 많다. 사실 남한의 법제도, 특히 분쟁해결제도는 복잡하다. 일반인에게 간단히 설명하기 어렵다. 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사건의 종류에는 민사, 형사, 행정, 특허 등 유형이 다양하고, 법원 이외에도 중재재판소, 고충심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 각종 분쟁조정위원회 등 여러 기관이 각자 역할을 한다.

남한주민이 북한의 분쟁해결제도를 이해하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에도 검찰소와 재판소가 있다. 재판은 2심제로 진행되는데 1심은 판사 1명과 인민참심원 2명이 재판한다. 일반인이 판사 역할을 하는데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인민참심원은 인민재판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제도의 한 특성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중에는 인민참심원과 검사가 한 명씩 있는데 필자는 이들과 비공개 회의를 한 적이 있다. 대화과정에서 북한의 사법 현실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으나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학술적으로 연구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북한의 제도 중에서 남한에는 생소한 것으로 신소제도라는 것이 있다. 신소는 자신의 억울함을 당국에 호소하는 제도다. 남한의 민원제기 내지 청원과 유사하다. 북한은 신소청원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통해 신소가 제기되었을 때 처리하는 절차와 회신의무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신소는 일반 주민이 당국에 대해서, 더 나아가 최고 지도자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치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고, 당국은 신소제도를 통해 당기관이나 행정기관의 잘못을 감시할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경험에 의하면, 신소가 제기되면 온 동네에 그 사실이 소문나고 상부에도 보고되기 때문에 담당기관에서도 바짝 긴장하며, 제기된 신소는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그 결과를 회신한다.

최근 북한 뉴스 중에 신소와 관련한 사건이 있어 소개한다. 2020년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평양의대 당위원회의 범죄행위를 비판하고 관련자를 철직하여 지방으로 추방했다. 평양의대 다니는 남학생들이 동료 여학생을 괴롭혔는데 그 여학생이 자살하였다. 여학생의 어머니가 평양의대 당위원회에 남학생 처벌을 호소했으나 묵살당하자 중구역 안전부에 신소를 제기하였다. 그런데 아무런 회신이 없자 중앙당에 직접 신소를 제기하였고 중앙당 조직지도부에서 신소가 윗선에서 묵과되었다고 보고 내사하여 관련자들을 문책한 사건이다. 평양의대 당위원회와 신소 처리기관의 담당자 등 수십 명이 지방으로 쫓겨나고 잘못을 저지른 남학생들은 총살형에 처해졌다는 소식이다. 신소를 통해 억울함을 해결한 사건인데, 평소 당 간부들의 행태에 불만이 있던 주민들에게는 시원한 소식일 수도 있다.

신소청원법에는, “자기의 요구가 담긴 신소청원을 하는 것은 국가의 주인으로서의 당당한 권리”라 한다. 당국은 조사를 한 이후 그 “처리결과를 신소청원자에게 제때에 알려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양의대 사건을 통해 북한에서 신소제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권은민/ 박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권은민  korealof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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