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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속의 일자리 문제: 유연안전성은 가능할까?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39호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노사정은 비교적 긴급히 움직였다. 3월에 노사정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위기극복을 위한 협력을 약속하는 원칙적 합의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는 원칙적 합의일 뿐 각자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총고용의 보장과 해고금지를 요구하는 사회적 캠페인을 전개했고, 경영계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법‧제도 개선과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 만회를 위해 특별연장근로를 폭넓게 인정하고 향후 확대될 고용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유지 지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늘려주고 기업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책을 강구해서 시장을 안정시키고자 했다.

노사정들의 위기 대응이 비교적 빠르게 전개되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이에 연동한 일자리 위기가 계속 증폭되고 있고 최소한 올해 말까지 위기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총리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를 열어 경제 및 일자리 위기 대응 노사정간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내자는 시도가 5월 들어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라고 해서 많은 이슈들을 다루어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차별화하고 기존 사회적 대화 참여를 거부해온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방식이다. 말이 원 포인트라고 해서 사뭇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어려운 상호 고통 분담과 원하는 것들간 교환을 해야 해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업종별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도 있어 이 둘간을 조화시키는 방안, 위기국면에서 일을 못한 기간도 많아 추가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근로시간 규제에서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안, 비정규직, 여성, 청년 등 취약성이 더 많은 계층들을 위해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 등이 노사정에게 주어진 과제들이다.

 

본격화되고 있는 일자리 위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은 기업경영에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다. 정부는 특별고용위기 업종을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최대 90%까지 지원하는 방안과 기간산업에 대한 유동성 위기 대응 기금을 40조 원으로 편성하는 등 즉시 정책을 내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등으로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내수의 부진은 말할 것도 없고 주요 기간산업에도 여파가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핵심 수출업종인 자동차의 경우 3월까지는 내수로 수출 부진을 보완했으나 4월부터는 수출 급감의 여파가 국내생산 축소로 연결되고 있고 항공은 해외입국제한 등으로 여객이 급감하여 대·중·소형사 모두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여 긴급 유동성 지원을 받고 있다. 정유산업의 경우도 수송용 연료 중심의 매출 감소,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등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5월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 223개사(응답 기업 기준)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업 인식 및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약 30% 정도 더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겪은 3번의 경제위기에 대한 충격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들의 충격 체감도(평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100으로 볼 때 IMF 외환위기는 104.6, 코로나19 사태는 134.4로 집계되었다. 즉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34.4%, IMF 외환위기보다 30%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의 이런 위기국면은 고용동향에도 악화된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 상황 악화는 전방위적으로 심화하는 흐름이다. 3월에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는데 지난달엔 47만6000명이 줄어들며 감소폭이 두 배 넘게 뛰었다. 3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위축 여파가 두드러졌다.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가 21만2000명 감소했고,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도 13만명이 줄었다. 도소매업에서도 취업자가 12만3000명 줄었고, 협회·단체 개인서비스업 등에서도 9만9000명 줄었다. 대면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5만2000명), 건설업(3만명) 등에서 취업자가 줄어든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취업해 있지만 휴직 등을 이유로 조사 기간 기준 일주일 동안 1시간도 일하지 못한 4월 일시휴직자는 전년 동월 대비 113만명 늘었다. 3월 일시휴직자가 126만명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줄었지만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일시휴직자가 두 달 연속 100만명 넘게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자리정책의 효과와 숨어 있는 한계

기업들과 정부 사이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협력 기조가 있지만 예상되는 난점들이 있다. 여러 가지 난점 중에서 예상되는 중요한 이슈들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의 고용유지지원 정책의 보완과 구조조정과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 유연근로제 개선 필요성에 대한 쟁점들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향후 제조업의 해외로부터의 U턴과 투자유치를 위한 제도개선과 관련된 것이다. 위 세 가지 이슈들 모두 궁극적으로는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기 위한 목표에서 나타난 것이고 기업들과 정부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문제 해결에서는 노사정간의 갈등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이를 현명하게 극복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고용유지지원 정책이다. 국가기간산업을 보호해야 경제위기 극복 및 이후 고용유지가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정부는 긴급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다. 정부는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하에서 40조원의 기금지원방안을 마련했고 자금 지원이 경영권 간섭으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주었다. 그러나 항공이나 자동차, 유통 등 몇몇 업종에서는 코로나 19와 생산 및 소비방식 변화로 인해 업종 내 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전반적인 고용유지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부분적으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과 그로 인한 노동자들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 위기업종들에 대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확대가 이루어졌고 기업들의 신청도 대폭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는 사업장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사업주에게 휴업 수당의 90%를 지원해 휴업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영세사업장은 나머지 10% 부담도 어려워서 노동자들에게 무급 휴직이나 권고 사직을 종용하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 영세사업장들에 대해 자기 부담을 완전 면책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

다음은 유연근로제의 개선과 관련된 이슈이다. 유연근무제도의 개선에 관한 기업들의 요구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3개월) 최소 6개월로 확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1개월) 3개월 이상으로 확대 △특별연장근로 인가범위 확대 및 절차 간소화 △연구·개발, 해외영업, 보건 관련 업무 등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검토 등이다. 코로나 19 이전에 노동계가 반대해온 사안들이라 쉽게 정부나 국회가 제도 개선을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그러나 해고의 유연성이 아닌 근로시간의 유연성은 경제 위기국면에서 정부가 특별히 고려할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고용유지가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은 줄어든 생산과 영업시간과 기일 동안 이익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유연하게 인력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고용 축소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국회에서 관련법의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고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이룬 유연근무제 합의 정신을 훼손하지는 않으면서도 코로나 위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제에서 그 기간 동안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사무기술관리직을 중심으로 확산된 재택근무도 위기 이전 근무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을 계기로 재택근무를 확산시켜 일/가정 양립과 장시간 노동을 피하고 성과 중심 직장문화를 정착시키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동시에 코로나19나 이와 유사한 방역 위기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재택근무 등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도도입도 여전히 필요하다. 참고로 코로나19 탓에 전세계적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된 가운데, 독일 정부가 ‘집에서 일할 권리’를 노동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위기 뒤에도 노동자들이 재택근무 권리를 갖게 하자는 취지이다.

마지막으로는 해외투자 기업들의 U턴, 즉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추진과 관련된 이슈이다. 전 세계 경제를 연계시킨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고 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요 경제국이 자국이나 인근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되찾으려고 노력함에 따라 방향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 투자 유인의 제공이나 규제 완화 등 기업들의 자국으로의 U턴을 촉진하는 여러 정책들이 필요하지만 노동의 유연성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임금, 근로시간, 해고제한 등을 규제하는 고용제도의 유연화는 리쇼어링의 주요 원동력이다.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위한 사회적 합의

위에서 제기한 향후 위기극복 단계에서 발생할 세 가지 난점, 즉 고용유지와 구조조정간의 균형, 유연근로제 개선, 기업 U턴을 위한 노동유연성 확대는 매우 복잡한 갈등 요인들이라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세부 합의안을 도출하려면 결국 고용안정과 임금양보간 타협이 주요 교환 이슈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고 단기간의 긴급지원을 받으면 회복가능성이 높은 내수부문과 달리 수출 및 대외교역조건에 영향을 받는 기간산업들(자동차, 정유, 조선, 항공 등)에선 장기적 차원의 구조조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 노사간 갈등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업 내 배치전환, 산업 내 재훈련, 대량실업시 사회안전망 마련 방안을 노사정간 합의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제조업만 보자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나타난 생산과정에서 로봇의 가치가 재발견된 이상 생산방식에서 큰 변화가 올 것이며 우리 제조업의 무인화, 자동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기업이 위기가 아니라도 선제적인 인력조정 및 무인화, 자동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노사참여적인 혁신방안을 활성화시켜 로봇과 사람이 같이 일하는 대안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차별적인 고용안정정책을 펼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 청년 고용이 위기를 거치면서 위축될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은 위기 초반부터 집중적인 실업이 나타나는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을 대변할 노조역량도 부족하기에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도 제대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힘들다. 최소한 사회보험을 확대해서 보호하는 비정규직 대책이 중요하다. 즉 정규직만큼 고용유지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들을 실업 위기로부터의 보호해줄 장치를 노사정이 비용을 분담해서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코로나 19의 조기 종식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사시 일/가정 양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력 활용상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인력 활용을 제한하려는 암묵적 경영관리전략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임신부, 학령기 아동을 둔 워킹맘 등에 대한 배려가 이후 인력관리비용 요인으로 인사관리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인력 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정책들을 강화할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제위기 및 고용유지 조건 정부지원으로 인해 신규채용이 장기간 축소될 것이기에 청년실업의 악화와 인력구조의 불균형 및 신기술, 지식의 활용이 저하되는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아 청년고용을 늘리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과 기존 직원들 고용을 유지하는 정책을 연계해서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이장원은 현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96년 한국노동연구원에 들어가 연구조정실장, 노사관계연구본부장 등을 거쳤고, 미국 코넬대학교 방문연구원(2005), 고려대 경영대 초빙교수(2017), 연세대 경제대학원 초빙교수(2019),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2018-2019)을 역임하고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차기회장(2020-2021)으로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노사관계, 사회정책, 일터혁신 등이다.

이장원  mail@ke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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