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복음서와 한국교회

도올 김용옥

1. 큐복음서는 현재 세계 기독교인들이 존숭하는 신약성서 정경 내에 함장되어 있는 또 하나의 복음서이며, 2세기를 걸쳐 신학자들이 엄밀한 문헌비평을 통하여, 특히 공관복음서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갈래의 자료더미에서 발굴해낸 문헌이다. 따라서 큐복음서에 관한 논의는 보수신학의 입장에서도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정경 외(外)의 외경자료가 아니라 기독교신앙의 원점으로서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성경 그 자체에 내장되어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큐복음서를 신학논의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경을 부정하는 것이며, 자신의 신앙의 원점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독교의 궁극적 존립근거를 외면하는 것이다. 큐복음서는 기독교의 여하한 논의로부터도 소외될 수 없다. 따라서 큐복음서의 도전은 여태까지의 어떠한 도전보다도 더 본질적인 것이며, 기독교신앙의 원래적 모습과 미래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2. 큐복음서는 기본적으로 마가자료를 제외한 마태, 누가에 공통된 자료이지만, 학자들의 추정범위에 따라, 마태, 마가, 누가에 공통된 자료, 혹은 마태⋅누가에 각각 독자적으로 있는 자료도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포용된다. 그러나 이 자료는 기본적으로 예수의 말씀을 기록한 가라사대파편(Logion-Quelle)의 모음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論語󰡕에는 孔子의 생애에 관한 정보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공자의 말씀(語)만을 편집(論)한 것이다. 큐복음서는 공자의 󰡔논어󰡕와 같은 어록복음서(語錄福音書, Sayings Gospel)이다. 공자의 생애에 관한 정보는 司馬遷의 󰡔史記󰡕 ｢孔子世家｣에 집약되어 있는데, ｢공자세가｣야말로 신학적으로 말한다면 설화복음서(說話福音書, Narrative Gospel)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다. 현존하는 4복음서는 모두 설화복음서의 장르에 속한다.

3. 󰡔논어󰡕와 󰡔사기󰡕 ｢공자세가｣의 관계와 󰡔큐복음서󰡕와 공관복음서의 관계 사이에는 모종의 유비가 성립한다. “내러티브”는 예수의 말씀이 아니라, 예수에 관한 이야기(說話)이다. 그런데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장 기초적으로 사용된 자료가 바로 예수의 말씀자료이다. 설화복음서 내에 어록복음서가 채입(採入)된 것이다.

4. Q자료의 가설은 19세기 초부터 크리스티안 빌케(Christian Wilke), 크리스티안 헤르만 바이세(Christian Hermann Weisse) 등에 의하여 논리적으로 제기되었고 20세기 초 아돌프 폰 하르낙(Adolf von Harnack)은 Q자료를 희랍어원문으로 재구성해내었다. 그런데 Q자료가 가설적 문헌으로서 논리적으로 구성되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확고한 체제를 갖춘 하나의 복음서로서 실체화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바로 도마복음서의 출현이었다.

5. 도마복음서의 출현으로써 어록복음서가 설화복음서 이전에 이미 엄존한 하나의 문헌양식이라는 사실이 역사화 되었으며, 따라서 큐자료는 더 이상 설화복음서에 종속된 가설적 문헌이 아니라 마가복음서 이전의 예수운동(Jesus Movement)의 실태를 전하는 독립적 복음서로서 새로운 인식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큐공동체(Q Community)를 전제로 하게 되었으며, 큐공동체의 사회사적 연구는 예수운동에 관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다. 오순절교회나 예루살렘교회, 혹은 안티옥 중심의 바울의 선교활동과는 맥락을 달리하는 수많은 다양한 예수운동의 실체를 상정하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예수운동을 단순한 초기형태의 소박한 기독교운동으로 보는 시각을 탈피한다. 예수운동을 유대교라고 하는 좁은 민족사적 울타리에서 해방시켜 헬레니즘-로마문명 속의 보편적 사상운동의 한 양태로서 조망케 만드는 것이다.

6. 나 도올은 예수교와 기독교를 개념적으로 구분한다. 예수교란 문자 그대로 예수의 가르침(敎)이다. 그런데 기독교는 역사적 예수가 그냥 보통 사람이 아니라 그리스도(=메시아)라고 하는 사도들의 신념을 따르는 신앙공동체의 운동을 말하는 것이다. 대체로 교회(에클레시아)라고 하는 것은 기독교의 회중을 말하는 것인데, 설화복음서는 당초로부터 교회 즉 그리스도공동체의 소산이었다. 교회는 애초로부터 종말론적 회중(eschatological congregation)이었다. AD 70년 이후, 예루살렘성전이 멸망하고 종교적 하이어라키의 권위가 상실되고 국가와 민족이 해체되어 가는 위기상황에서, 이스라엘사람들에게 메시아사상은 절박한 요청이었다. 이 메시아사상에 부응하는 이미지로서 역사적 예수(Historical Jesus)의 실상은 별로 적합한 그림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부상한 주제가 절박한 재림사상(imminent Second Coming)이었다. 재림은 부활을 요청하고, 부활은 죽음(십자가)을 요청하고, 죽음은 수난(Passion)을 요청하고, 수난은 드라마적 기술 즉 내러티브를 요청한다. 설화복음서는 이러한 논리적 맥락에서 탄생된 교회의 요청이다. 그러나 어록복음서는 이러한 교회의 요청 이전의 산물이다. 즉 어록복음서는 기독교의 산물이 아닌, 예수교의 산물이다.

7. 큐복음서 내에도 종말론적 함의를 지니는 파편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현재 우리가 발굴한 큐복음서는 이미 설화복음서의 드라마적 맥락에서 윤색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반추되어야 한다. 종말은 역사 즉 시간 자체의 종말이 아니라, 역사 속의 한 사건일 수도 있다. 큐복음서 속의 종말론은 묵시론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지혜론적 경고로서 해석될 수도 있다.

8. “本立而道生”이라는 말이 있듯이(󰡔論語󰡕 ｢學而｣), 본(本)을 먼저 정확히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록복음서는 설화복음서의 본이다. 말(末)을 가지고 본을 흐리게 할 수는 없다. 예수의 말씀이 본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예수에 관한 이야기(내러티브)가 본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9. “예수를 믿는다”는 명제는 실제로 별 의미가 없다. 그것은 마치 “장미꽃을 믿는다”라는 명제와 비슷하다. “장미꽃의 형태적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든가, “장미꽃의 향기를 좋아한다”라고 말한다면 명제는 보다 유의미해진다. 즉 “예수를 믿는다”라고 할 때에 그 예수는 반드시 더 기술되어야만 하는 개념이다. “예수의 말씀을 나의 삶의 신조로 삼는다”라고 말하면 그것은 보다 구체적 함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예수를 믿는다” 할 때 과연 “예수의 말씀을 믿는다”는 것이 옳은가,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믿는다”는 것이 옳은가?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해보라.

10. “예수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도 기독교인들에게는 빼어놓을 수 없는 신념의 일조(一條)이기는 하나, 그러한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예수의 부활을 믿는다”고 하는 것이 과연 우리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의미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바울조차도 부활을 물리적 사건으로 말하지 않았다.

11. 큐복음서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큐복음서는 기본적으로 기독론(Christology) 형성 이전의 문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큐공동체의 사람들은 부활론적 사상을 그들의 신념의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의미맥락을 노출시킨다. 나는 큐복음서의 사상에서도 십자가는 부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에서도 궁극적으로는 부활보다 십자가가 더 중요하다. 십자가는 자기부정이요, 자기희생이며, 현세적 모든 가치의 전도를 수반하는 것이다.

12. 현금의 한국 기독교는 십자가 없는 부활만을 외치려 하며, 현세적 가치의 부정이 배제된 현세적 가치의 영화를 향유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13. 큐복음서는 살아있는 예수의 말씀의 핵심이다. 따라서 그것은 기독교인들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할 지고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다. 공관복음서에서 큐복음서의 메시지를 제거해버리면 그것은 실제로 디오니소스의 신화이야기나 오시리스의 부활이야기와 별 차이가 없어진다. 죽음과 부활의 내러티브는 지중해연안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유역문명에 공통된 신화적 패러다임이었으며, 그 이전에 그것은 융이 말하는 바 인간의 집단무의식의 한 아키타입에 불과한 것이다. 부활을 중심으로 기독교의 교리를 구성하면 오히려 기독교의 생명력이 상실된다. 부활이나 재림(종말)사상이 의미를 지닐 수 있었던 것도 1세기말 전후의 시대적 환경의 제약 때문이었다. 기독교의 영원한 생명력은 오직 역사적 예수의 말씀에 있다. 예수의 말씀으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것만이 기독교인의 생명적 삶의 眞面이다.

14. “예수의 말씀”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큐복음서에 담겨있다. 큐복음서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내가 지금부터 본 토론회에서 강술하려는 것이다.

15. 한국의 기독교는 서방의 선교사들이 일방적으로 전해준 것이 아니라, 조선왕조 후기의 유학자들이 조선왕조에 내재하는 이념적 허구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주체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이러한 주체적 수용은 세계 기독교 전도사에 별로 유례가 없다. 이러한 주체적 수용의 형극의 길은 조선왕조의 멸망을 가져오고 개화의 개벽을 초래했으며, 신교육과 과학을 진흥시키고, 일제에 항거하는 저항정신을 길러주었다. 그리고 반독재투쟁의 시기에는 자유이념의 보루로서 해방신학⋅민중신학의 발흥과 함께 역사의 진보를 이룩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16. 그러나 그러한 역사의 주체세력으로서의 성장과 함께 교회가 대형화 되면서 세속적 가치에 집착하게 되었으며, 또 기독교신앙과 서구화(미국화)가 오버랲 되면서 현대적 교육의 첨단에 서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기독교적인 가치를 보수적 가치로서 해석하고 수용함으로써 방대한 반동 블록을 형성하였다. 우리 사회의 진보적 가치가 질식되어가고만 있는 불행한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예수의 말씀을 외면하고 묵시론적 환상에만 매달리며, 논리적 토론을 거부하고 맹목적 신앙에만 굴종함으로써 우리사회의 합리적 소통을 저하시키는 역할에 기독교가 앞장서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큐복음서의 메시지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새로운 상식적 소통과 보편적 담론의 기풍을 진작시킬 수 있다고 나 도올은 확신한다.

17. 큐복음서는 기존의 어떠한 교리에도 안티테제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교리 이전의 원초적 핵심을 일깨울 뿐이다. 그것은 기독교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18. 20세기를 통하여, 브레데, 슈바이쳐의 담론, 불트만의 비신화화를 거쳐 오늘날의 역사적 예수의 재발견, 그리고 쿰란, 나그함마디 문서의 출현, 큐복음서의 발견에 이르기까지 1세기의 찬란한 신학적 성과는 2천 년 동안 가톨릭 중심의 기독교가 받아온 어떠한 도전과도 비교가 될 수 없는 매우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혁명적 도전을 이미 야기시켰다. 이 도전에 대해 아무리 눈감으려 해도 기독교는 눈감을 길이 없다. 한국의 기독교가 이 도전을 적극적으로 수용치 않는다면 잠시 극성했다가 폐허가 되어버린 사막의 고문명처럼 쓸쓸한 잔해만을 남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도전을 수용하여 주체적인 생명의 길을 걸을 것인가, 기존의 교리만 답습하여 종속적인 죽음의 형해만을 남길 것인가 하는 것은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스스로 선택해야 할 일이다. (完)

Q와 그리스도교의 기원

김명수교수(경성대)

최근 도올 김용옥 선생이 『큐복음서』(통나무, 2008)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신약성서 속의 예수의 참 모습, 참 말씀”이라는 부제가 말해주고 있듯이 이 책에는 평소 선생의 역사적 예수에 관한 지대한 관심이 엿보인다. 책의 앞부분 “도론(導論)”에서는 ‘예수 가라사대...’로 시작되는 Q복음의 150년에 걸친 연구사가 평범한 한국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개괄적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돋보이는 뒷부분 “Q복음서”에서는 Q-텍스트와 본문에 대한 간략한 해석이 곁들여있다. 이 책에는 그동안 성서학자들에 의해서 진행된 역사비평학(historical criticism)의 연구성과들이 전제되어 있지만, 저자는 그것에 매이지 않고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자재하게 자신의 신학적 견해를 개진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부흥과 팽창일로에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보편성을 상실하고 일반인의 상식으로부터 점차적으로 고립되어 소수집단(sect)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세계화 시대의 교회현실이다. 한 때 목사가 될 꿈을 안고 신학대학에 다닌 적이 있는 도올선생은 이러한 한국교회의 병든 현실을 직시하면서 한국 그리스도교가 과연 어디에 근거하여 복음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신앙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평소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큐복음서』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도올 자신이 고백하고 있듯이 “새벽기도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의 한 결실이요,” 기독교 문화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의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사랑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1) 두 자료설(Zwei Quelle Theorie)

일찍이 바울은 ‘다른 복음’(heteros euanggelion)(갈1:6-9), ‘다른 예수’(allos 'Iesus), '다른 영‘(pneuma heteros)(고후11:4)을 전하는 자들에 대해서 공격한 바 있다. ‘다른 복음’, ‘다른 예수’를 전하는 자들이 누구를 가리키고 있으며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우리는 Q복음서를 읽을 때 바울이 전해준 것과 성격이 전혀 ‘다른 복음’과 ‘다른 예수’를 만나게 된다. Q가 전하는 복음과 예수는 바울이 전한 부활의 복음 및 부활의 예수와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또한 Q가 전하는 예수는 현대 회중교회 그리스도교인의 신앙형태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Q의 복음과 예수는 현대 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도 여전히 ‘낯선 복음’으로 남아있다.

Q복음서를 읽으면서 우리는 바울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인가, 아니면 바울의 입장을 대변하여 Q복음 전승자들을 저주해야 할 것인가? 이 결단은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

마태복음과 루가복음 저자가 마가복음 외에 독립된 예수 로기온(말씀) 전승자료를 기초로 그들의 복음서를 기록했다는 두 자료설(Zwei Quelle Theorie)이 헤르만 바이쎄(Ch.H.Weisse)에 의해서 주창된 이후(1838), 이 가설은 19세기 이후 성서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두 복음서 저자가 마가복음 이외에 공통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말씀자료(Logienquelle)는 요하네스 바이쓰(J.Weiss)에 의하여 최초로 “쿠”(Q)로 명명되었다(1890). '자료'를 뜻하는 독일어 크벨레(Quelle)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에, 영어식 “큐”보다는 독일어식 “쿠”로 발음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 이후로 Q의 존재는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면서 그 문서 자체에 대한 역사비평학적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학자들 간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 150년에 걸쳐 진행되어 왔던 Q에 대한 비평학적 연구 성과들은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1) 마가복음에는 등장하지 않으나 마태복음과 루가복음에 중복되어 나타나는 자료를 일컬어 Q라고 부른다.
2) Q는 아람어 전승(aramic tradition)의 헬라어 번역이 아니라, 처음부터 헬라어로 쓰인 문서로 존재했다.
3) Q는 문학양식 상 예수 말씀 모음집(sayings collection)의 형식을 띤다. 예수의 탄생, 기적행위, 수난, 부활 내러티브는 발견되지 않는다. 예수 시험 내러티브(Q4:1-12)는 예외에 속한다.
4) Q에서 예수는 지혜 선생, 묵시적 심판 예언자, 사람의 아들로 등장한다.
5) Q의 예수는 가정, 고향, 소유의 끈에 매이지 않은 출가자(出家者)의 삶을 살았다. 출가자 예수는 무주(無住), 무상(無相), 무아(無我)의 삶으로 일관했다. 그는 어떤 상(相)에도 머물지 아니한 떠돌이 영적 예언자(Wandercharismatiker)였다.
6) Q전승자료는 몇 차례의 편집단계(Q1,Q2,Q3)를 거쳐서 오늘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7) 유대전쟁(66-70)이 암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Q의 최종편집은 70년을 상회할 수 없으며, 초기 편집작업은 40년 전후하여 진행되었을 것이다.
8) Q는 하나의 단순한 문서(Document)라기 보다는 독자적인 복음서(Gospel)의 성격을 띤다. Q 복음서설이 받아들여질 경우, 초기 그리스도교 예수운동에는 사도정통교회와 신학적 입장을 달리했던 교회가 존재했을 것이다. Q교회는 40-60년 경 갈릴리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활동했을 것이다.
9) Q교회와 바울의 본격적인 선교 활동기간(50-60)은 상당 부분 서로 겹친다.
10) 바울의 복음운동이 도시 지향적이라면, Q교회는 목가적이요 반문화적이다.
11) 문장의 배열 면에서 볼 때, 마태보다 루가의 자료가 Q-Text에 더 근접해 있다.(A.D.Jacobson)

(2) Q 우선설

Q를 독자적인 복음서로 인정할 때, 마가복음서가 최초의 복음서라는 종전의 입장은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초의 복음서’(The First Gospel)(A.D.Jacobson)요 '잃어버린 복음서‘(The Lost Gospel)(B.Mack)인 Q는 마가복음서(70년 직후) 보다 대략 10년 이상 앞서 집필되었을 것이다.

학자들 사이에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두 복음서에 준해서 추산된 Q복음서는 65개의 로기온 단위와 200절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H.K.Kee).(도올은 83개의 로기온 단위로 확장한다)
전기 자료비평에 의하면 Q자료는 수난과 부활 케리그마가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반쪽 복음'(das halbes Evangelium: A.Harnack) 또는 신도들의 신앙교육을 위한 ’보조자료‘(supplementary)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연구 성과에 따라, Q는 사도정통교회의 신앙교육을 위한 이차 자료가 아니라 독자적인 신학체계를 갖춘 독립된 복음서임이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 필자도 함부르크 대학에 제출했던 학위논문에서 Q복음서설을 수용하여, Q교회의 예수운동을 당시 갈릴리의 사회적 소수자들(Die soziale Diskriminierten)의 지평에서 논구한 바 있다(Die Träggergruppe von Q. Hamburg. 1990). 이 논문은 IQP에 의해서 Q 캐논(Canon)으로 선정되었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했지만, 도래한 것은 교회였다"(Loissy).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으나, 교회는 예수를 선포했다(R.Bultmann). '선포자'(Verkündiger)가 '선포 대상'(Verkündigte)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신학의 지월성(指月性)을 연상시킨다. 마치 예수께서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보라고 했는데, 교회는 예수의 손가락만 쳐다 본 격이다. ‘예수의 복음’(Gospel of Jesus)이 교회에 의해서 ‘예수에 관한 복음’(Gospel about Jesus)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불트만은 ‘예수(의 복음)’를 신학의 전제로, ‘(부활의) 그리스도’를 신학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스도교의 기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제자들의 부활체험 사건에서인가, 아니면 예수의 하나님 나라 사건에서인가? 예루살렘교회 - 바울을 잇는 소위 사도정통교회 복음전통에서는 ‘수난과 부활’이 케리그마(설교)의 중심에 서있다. 그들은 예수 사후(死後) 제자들의 부활체험 신앙을 교회의 시작으로 잡고 있다.

그러면 Q에서는 어떠한가? Q에서는 바울과 달리 ‘하나님 나라’가 케리그마의 중심에 서있다. 만약 교회의 기원을 부활체험 사건에 한정시킨다면, Q의 전승집단을 교회로 간주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왜 그런가? Q에서는 수난과 부활 케리그마가 전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의 기원을 부활체험 사건에 한정시켜, Q를 교회운동에서 배제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역사의 예수에 소급하여 교회의 기원을 찾을 것인가? 교회의 단초(端初)를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에서 찾는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역사적 예수의 목소리를 가장 충실하게 담고 있는 Q야말로 교회의 기원에 가장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Q는 예수와 바울 사이에 위치(locus)한다. 다시 말하면 40년 전후하여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Q운동은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30년경)과 바울의 회중교회 운동(50년경)을 잇는 가교(架橋) 역할을 하며, 예수에서 바울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마태와 루가는 마가복음서 자료로부터 입수한 사도정통교회의 복음전승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들의 복음서를 집필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마가에 의해서 전승된 예수 공생애 이야기(public life story)(기적, 수난, 부활이야기)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 그들은 보다 생생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담은 자료들이 필요하지 아니했을까? 그러한 과정에서 그들은 바울과 ‘다른 복음’, ‘다른 예수’를 접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다른 복음’, ‘다른 예수’는 팔레스타인의 변두리 갈릴리와 시리아 접경 시골지역에서 명맥을 이어갔던 초기그리스도교 소종파(sect)들에 의해서 전승되었을 것이다. 그들에 의해서 전승된 예수의 육성(肉聲)을 담은 자료들이 다름 아닌 Q복음서였을 것이다.
마태와 루가는 그들의 복음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마가 자료와 이 ‘다른 복음’ 자료를 두 축(軸)으로 삼아 마가복음서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풍부하며 역사적 예수에 근접한 복음서를 완성했을 것이다. 마태와 루가에 의해서 ‘로기온 복음’(Logion Gospel)과 '네러티브 복음'(Narrative Gospel)이 종합된 '제 3의 복음서', 곧 통합 복음서가 집필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마태와 루가복음서를 단순히 설화복음서로 규정하는 것은 필자가 보기엔 온당치 않다.

Q복음서뿐만 아니라 마태특수자료(SMt), 루가특수자료(SLk) 역시 이와 유사한 초기그리스도교 소종파 그룹에 의해서 전승되었을 것이다. Q복음서와 비슷한 문학 장르로 구성된 도마복음서(Thomas Evangelium) 원본은 2세기 초(130년경) 헬라어로 쓰였을 것이다. 이 복음서는 4세기경에 이르러 알렉산드리아의 나그함마디 지역에서 콥틱어(Coptics)로 번역되어 영지주의 그리스도교 소종파들 사이에서 널리 읽혔을 것이다. 콥틱어 번역본 이전의 헬라어 원본이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3) 클로펜보륵(J.S.Kloppenborg)의 공과(功過)

마태와 루가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Q에 의해서 전승된 예수의 생생한 육성자료는 빛을 보지 못하고 그리스도교 역사의 뒤안길에 영원히 묻혀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들의 용기와 결단이 없었다면 우리는 예수의 육성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실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수말씀들이 일정기간 구전(oral tradition)으로 내려오다가 헬라어 편린(片鱗)문서로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40년 전후로 추정된다. 40년-60년 사이에 활동했던 Q교회의 말씀전승에 관한 편집사적 탐구는 제임스 로빈슨(J.Robinson: LOGOI SOPHON)과 류어만(D.Lührmann: Die Redaktion der Logienquelle)에 의해서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클로펜보륵(J.S.Kloppenborg: The Formation of Q)에 이르러 꽃을 피우게 되었다.

클로펜보륵은 Q자료를 잘게 썰어 분석한 결과 3가지 서로 다른 편집층(層)을 발견하였다. 지혜말씀층(Q1)과 묵시말씀층(Q2)이 중심을 이루고 여기에 예수유혹 내러티브층(Q3)이 첨가됨으로써 Q편집이 완결되었다는 것이다. 지혜말씀(Q1)의 청중은 공동체 구성원들이고, 극빈자 축복(Q6:20b), 제자도(Q9:59-60), 하나님 나라를 주제로 삼고 있으며, 이 층에서 예수는 지혜스승으로 나타난다. 이에 반해 묵시말씀(Q2)의 청중은 공동체의 적대자들이고, 심판, 회개의 촉구, 악한 이 세대에 대한 저주가 주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예수는 묵시적 예언자로 등장한다. 최종 편집단계인 Q3는 신화적 언어 사용과 내러티브 형식으로 예수 유혹사건을 기록하고 있으며, 처음이요 마지막으로 여기에서 ‘하나님의 아들’ 칭호가 등장한다.

이러한 클로펜보륵의 3단계 편집설은 과연 정당성을 지니는가? 지혜말씀과 묵시말씀이 예수에게서 확연히 이분법적으로 드러나는가? 지혜문학은 유대사회에서 묵시문학보다 먼저 등장했으나, 신구약 중간시대에 이르러 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게 되었다. 예수의 말씀에서도 마찬가지다. 클로펜보륵에 의해서 대표적 지혜말씀으로 간주되고 있는 하나님 나라는 오히려 묵시-예언적 개념에 더 가깝지 않은가? 그는 지혜말씀을 Q교회의 낙관주의적인 처세철학으로, 묵시말씀을 비관주의적인 종말사상으로 너무 도식적으로 이분화하여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은 관념의 세계에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지혜묵시적 에토스의)컨텍스트에서 포괄적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Q 형성 단계설이 빠질 수 있는 오류를 도올도 그의 책에서 정당하게 지적하고 있다(위책, 52).

클로펜보륵은 Q1(지혜말씀)을 진정한 예수말씀으로 그리고 Q2(묵시말씀)을 예수의 입을 빌렸지만 교회의 의해서 생성된 2차 전승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Q에서는 지혜말씀과 묵시말씀은 모두 예수에게 뿌리를 두고 있으며, 순차적 편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병렬적 편집이다. 묵시말씀과 지혜말씀은 Q복음서에서 한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필자가 보기엔 최근 북미의 연구들은 그레꼬-로망 세계에서 흔히 발견되는 지혜문학이라는 보편성(Universalität)의 틀에서 Q를 연구하는데 극단적으로 치우치고 있다. 그들의 연구에서는 Q교회 예수운동이 로마제국의 식민지 치하 도시문화에서 소외된 경계지대의 반문화적 에토스(Counter Cultural Ethos) 속에서 살아갔던 사회적 소수자들에 의해서 전개되었다는 것, 그리고 Q민중(Q-people) 처한 지정학적인 특수성(Partikularität)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4) Q 케리그마(Kerygma)
불트만이 말한 바와 같이 모든 복음서는 신앙고백의 산물이다. 우리가 신앙하는 예수는 도대체 어떤 분인가? 복음서는 이에 대한 공동체의 답변이다. Q복음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Q교회의 신앙고백서이다. 복음은 상식을 초월하지만, 동시에 상식 위에 기초해야 한다. 우리는 Q에서 일반인의 상식세계에 기초한 복음을 듣게 된다.

Q교회의 사회적 구성은 어떠했는가? 극빈자(ptochos:Q6:20b-21, Q9:58), 날품꾼(ergates:Q10:2, 7), 참새와 머리카락(Q12:6-7), 까마귀와 들꽃(Q12:24-28), 겨자씨(Q13:18-19), 누룩(Q13:20-21) 등으로 형상화되는 사회적 소수자들(soziale Kriminierte), 삶의 뿌리가 뽑힌 채 오로지 조물주의 보살핌에 의지해서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무주(無住)의 오클로스(Wander-ochlos)(Q12:31, Q9:58, Q14:26-27), 이들 민중이 Q교회의 주된 사회적 구성이었을 것이다. 그 외에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떠돌이 영적 지도자들(Wandercharistmatiker)을 영접하고 민중과 밥상교제를 나눈 지역교회의 후원자들(Sympathisanten)(Q10:2-12)과 복음서 편찬작업에 참여했던 Q교회 율사들도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그들에게 예수는 누구였는가? 일차적으로 가족, 고향, 소유라는 일체의 상(相)에 머물지 않고 머리 둘 곳 하나 없이 출가자(出家者)의 삶을 살았던 '사람의 아들'이었다(Q9:57-62). 갈릴리 전역을 떠돌며 무상(choris)으로 병자를 치유하고 악령을 추방했던 치유자요 축귀자였다(Q7:18-22).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의 친구라는 낙인이 찍힐 정도로 사회적 약자들의 동반자로 살았던 '사람의 아들'이었다(Q7:33-35). 사회적 소수자들을 하나님 나라의 수혜자로 선언함으로써 그들에게 자존감과 희망을 갖게 해준 예언자였다(Q6:20b-26). 그의 죽음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사회적 모순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였다(Q13:34-35). ‘내가 하나님 아들이다’라는 생각(相)을 놓아버림으로써 오클로스와 화작(化作)의 삶을 살았던 참 하나님의 아들이었다(Q4:1-13). 일체의 차별상을 여의고 원수까지 선대하며,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무주상 보시(無住相布施)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의 완전하심(teleios)을 본받아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 된 분이었다(Q6:32-35).
바울 케리그마가 회중교회를 위한 복음(Gospel for congregational church)이라면, Q 케리그마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복음(Gospel for social outcast)이다. 바울 케리그마에서 예수는 인류구원이라는 거대 지평에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선포되지만, Q 케리그마에서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일상적 고통을 덜어주는 삶의 동반자로 선포된다. 바울 복음이 예수의 ‘큰 이야기(big story)’를 선포하고 있다면, Q 복음은 예수의 '작은 이야기'(small story) 를 선포한다.

바울 케리그마의 중심에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이 서 있다면, Q 케리그마의 중심에는 예수의 육성(ipsissima verbum)과 하나님 나라가 서 있다. 예수의 죽음이 바울에 의해서 대속적인 구원사건으로 선포되고 있다면, Q에서는 신명기 사관의 지평에서 사회의 불의세력에 의해 희생당한 순교사건으로 선포되고 있다(Q13:31-35). 복음이 바울의 회중교회 운동에서 사적제의화(私的祭儀化)되고 있다면, Q의 오클로스교회 운동에서는 사회화되고 있다. Q교회는 예수를 예배 대상으로 숭배하는 데서가 아니라, 그의 가르침(法)을 충실히 본받는 삶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았던 것이다. Q 민중에게 예수는 진리의 길을 밝혀준 지혜의 등불이요, 시대의 징조를 예견한 카리스마를 지닌 영적 마이스터였다.

(5) 통전(統全) 복음서

A.D.1세기 초 팔레스타인에서 시작된 초기그리스도교 예수운동은 단선적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진행되었다. 사도정통교회, Q교회, 그리고 그들보다 약간 뒤에 나타난 도마교회의 예수운동이 그것이다. 이들은 서로 협조와 경쟁관계를 이루면서 초기그리스도교의 예수운동을 형성했을 것이다. 사도정통교회가 예루살렘과 그레꼬-로망세계의 메트로폴리탄들을 선교지로 선택했다면, Q교회는 로마의 도시화 정책에 의해서 소외된 갈릴리-시리아 접경의 농촌마을을 선교지로 설정했다.

기적과 수난(부활) 네러티브 중심의 복음 선포는 유대전쟁(65-70년)이라는 참화(慘禍) 속에 선교해야 했던 마가교회의 현실에서는 절실하게 요청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20-30년 후의 달라진 컨텍스트에서 선교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마태와 루가는 마가가 전하는 복음만으로는 그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바울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Q교회의 복음에서 보다 생생한 예수의 육성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태와 루가는 바울-마가로 이어지는 ‘예수에 관한 복음’(Gospel about Jesus)과 Q가 전하는 '예수의 복음'(Gospel of Jesus)을 통합하여 보편성(universality)을 지니면서도 아울러 정체성(identity)을 잃지 아니한 이른 바 ‘통전(統全) 복음서’를 완성했을 것이다.

Q복음서는 예수의 목소리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어느 복음서보다도 예수의 육성(法)에 가장 진솔하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가이드북임에 틀림없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달(指月)을 보라고 했다. 사도정통교회와 달리 Q교회는 예수의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직시(直視)했던 것이다.

복음서 Q에 대한 이해

유 태엽 교수(감신대) 

◇ 초기 기독교는 지역과 인종 그리고 어떤 사상적 체계를 지니고 있었느냐에 따라 다양한 ‘복음’의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타이센이 추정하는 것처럼 초기의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삶의 스타일을 모방한 카리스마적인 순회 전도자들로서 여러 지역을 다니며 예수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라일리 교수는 당시에는 현대의 기독교 교단의 수보다 더 많은 기독교 공동체가 존재하였다고 추측한다. 여러 공동체들은 자신들이 고백하는 예수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예수전’을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곧 다양한 공동체에서 다양한 예수에 관한 책들이 나오게 되었다. 교류가 오늘날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동떨어진 공동체에서 다양한 예수에 관한 책들이 나왔다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예수의 생애와 교훈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 ‘유앙겔리온’이란 용어는 네 권의 복음서뿐만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에서 나온 많은 문서들을 지칭하기 위한 적절한 용어가 되었다. 따라서 ‘복음서’란 용어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 내에서 순환되었던 예수에 관한 문서들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게 되었다. 정경에 포함되어있지 않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읽혀졌던 ‘복음서’란 이름을 가진 책들을 조사해보면 ‘복음서’란 용어가 다양한 형태와 폭넓은 내용을 지닌 모든 작품들에게 적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가상의 문서 Q도 ‘복음서’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 ‘Q 복음서’는 사해사본이나 나그함마디문서처럼 우연히 발견된 것이 아니라,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발견되어졌다. 이미 150년전부터 Q의 존재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공관복음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1835년에 라흐만(Karl Lachmann)은 처음으로 마가가 공관복음서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으며 마태와 누가는 자신의 복음서를 위해서 마가를 자료로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은 곧 바이쓰(C. H. Weisse)와 홀쯔만(H. J. Holzmann), 그리고 바이스(J. Weiss)와 같은 학자들에 의하여 지지를 받았다. 마가가 마태와 누가의 자료로 사용되었다면, 마가의 우선성을 제안하는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세 개의 복음서들 간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태와 누가가 마가에는 없는 자료를 공동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이나, 혹은 마가와는 다르게 예수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다루면서, 학자들은 마태와 누가가 마가 이외에 또 다른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제안하였다. 즉, 예수의 ‘어록’(the Sayings Collection)인 Q이다. Q는 오늘날 어떠한 문서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아마도 세례 요한의 설교(눅 3:7-9, 16-17), 유혹설화(눅 4:1-13), 그리고 백부장의 종의 치유(눅 7:1-10)와 같은 몇몇의 설화부분들을 포함한 예수의 말씀 수집으로 보여진다.
마가의 우선성과 Q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오늘날 가장 널리 인정된 공관복음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두 자료설’(Two Sources theory)로 알려진, 이러한 제안은 마태와 누가는 서로 연관이 없으며, 동시에 마가와 Q에 의존하였다고 주장한다. 더 나가서 1924년에 스트리터(B. H. Streeter)는 마태와 누가에만 포함되어 있는 자료들에 대해서는 각각 M, 그리고 L이라는 약어를 사용하였다. 이 자료는 기록된 자료들, 구전, 기자 자신의 자료들, 혹은 어떤 것들의 결합으로부터 이루어졌을 것으로 고려된다. 그의 제안은 ‘사문서설’(the Four-Document Theory)이라 칭해졌다. 공관복음서의 자료와 연관하여 논의되어져왔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마가] [Q]
↓ ↘ ↙ ↓
M →[마태] [누가] ←L

◇ 마태와 누가가 마가 이외에 공동으로 사용된 자료에 대해서 Q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오늘날 Q는 독립된 형태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시대에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학자들은 Q에 대해서 ‘Q 문서’, ‘복음서 Q’, ‘처음 복음서’, ‘잃어버린 복음서’, ‘예수의 말씀 어록’, ‘로기아’, ‘말씀 자료’ 등, 여러 가지 칭호를 첨가하고 있다. Q는 마태와 누가에 의해 공동으로 사용된 220-235절에 해당하는, 주로 예수의 말씀 부분을 지칭하게 되었다(예수의 시험, 백부장의 병든 종, 예수에게 온 세례 요한의 제자들과 같은 설화를 제외하고는). Q는 독일어의 Quelle(자료)에서 첫 글자를 따서 명명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러한 예수의 말씀 자료에 대해 이러한 약어가 사용되었는가는 분명하지가 않다. 1876년에 괴팅겐의 벨하우젠(Julius Wellhausen)이 구약성서에서 기본이 되는 문서를 뜻하는 상징으로 Q(라틴어 quattuor, 4)를 사용하였다. 당시의 같은 대학에서 벨하우젠의 작업에 친숙한 젊은 성서신학자들이었던 바이스(Johannes Weiss), 부세(Wilhelm Bousset), 그리고 워네(Paul Wernle) 등은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신약의 유사한 상황에서 Q라는 상징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처음으로 복음서에 있는 말씀 자료에 Q라는 상징을 사용한 사람은 바이스로 믿어진다. 그는 한 논문에서 눅 11:14-26은 부분적으로 “마태와 누가로부터 재구성되어진, 말씀 자료(Redenquelle)로부터 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 문장 이후에 그는 어떠한 설명과 괄호 없이 Q라는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에 있어서 Q는 말씀자료(Redenquelle)를 지칭하기 위하여 사용되었다. 하지만 왜 그가 Redenquelle의 첫 글자인 R대신 Q를 사용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이후로 말씀 어록에 대한 공인된 상징으로 Q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 마태와 누가가 공동으로 사용한 Q 자료는 구전이 아닌 문서(Document)였다는데 학자들은 일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이 부분에 해당하는 마태와 누가의 어휘의 일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예. 마 3:7-12/ 눅 3:7-9, 16-17; 마 4:1-11/ 눅 4:1-13; 마 11:2-11, 16-19/ 7:18-28, 31-35; 마 23:37-39/ 눅 13:34-35). 이러한 일치는 마태와 누가가 동일한 문서화된 자료로부터 전승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마태와 누가가 마가를 동일한 자료로 사용하였듯이 동일한 말씀 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Q를 사용함에 있어서 마태와 누가가 모든 곳에 있어서 어휘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마 7:21, 24-27/ 눅 6:46-49(집 짓는 자의 비유)에서 내용은 유사하나 사용되어진 어휘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또한 마 23:4, 6-7, 13,23, 25-27, 29-32, 34-36/ 눅 11:39-52에서는 유사한 내용이 동일한 순서로 기술되고, 단어도 매우 밀접하다. 하지만 마 25:14-30/ 눅 19:11-27에서는 내용은 같으나 큰 변형이 있음을 보게 된다. 둘째로 자료를 취급함에 있어서 마태와 누가가 서로 다르다고 해도 순서에 있어서는 동일함을 볼 수가 있다. 적어도 85%의 전승이 동일한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Q가 문서였다는 것을 뒷받침해준다. 셋째로 어떠한 동일한 전승은 반복되어진다. 예를 막 4:25/ 마 13:12/ 눅 8:18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유사한 말씀이 마 25:29과 눅 19:26에서 발견된다. 또한 막 8:34-35/ 마 16:24-25/ 눅 9:23-24에서 찾아볼 수 있다(유사한 내용 마 10:38-39/ 눅 14:27; 17:33). 이러한 사실들은 Q의 내용이 구전이었다는 것이 불가능하며, 오히려 Q가 문서였음을 확증시켜준다.

◇ 학자들은 Q의 내용이 마태보다는 누가에서 순서적으로 더 잘 보존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마태와 누가에서 인용되어진 Q를 비교해보면, 누가에서 Q자료는 주로 덩어리로 묶어져 있다(예. 3:7-4:13; 6:20-7:35; 9:57-10:24; 11:1-12:59; 13:18-35; 14:15-15:7; 17:1-37). 이것들 외에 누가는 간단한 Q 전승을 다른 곳에 분산시켰다. 하지만 마태는 Q자료를 작은 단편들로 분산시키는 경향이 있었음을 쉽게 알 수가 있다. 마태와 누가를 비교할 때, 눅 11:32까지는 자료의 순서가 일치하나 그 이후부터는 일정한 순서 없이 마태복음에 Q가 분산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따라서 학자들은 마태의 병행 구절보다는 누가의 병행 구절을 따라서 Q의 내용을 언급하는데 동의한다. 즉, Q 3:7-9은 누가복음 3:7-9를 말하는 것이다.Q의 내용

<누가> <마태> <내용>
3:7-9, 16-17 3:7b-12 세례요한의 회개의 설교, 오실 이
4:2-13 4:2b-11a 사탄에 의해 예수가 당한 시험
6:20b-23 5:3, 6, 4, 11-12 축복
6:27-30 5:44, 39b-40, 42 원수사랑, 뺨을 돌려대라
6:31 7:12 황금률
6:32-33, 35b-36 5:46-47, 45, 48 자비를 행하라
6:37a, 38c 7:1-2 남을 판단하지 말라
6:39-40 15:14; 10:24-25a 소경이 소경을 인도한다
6:41-42 7:3-5 형제의 눈의 티와, 자신의 들보
6:43-45 7:16-20(12:33-35) 좋은 나무와 좋은 열매
6:46-49 7:21, 24-27 두 명의 건축자
7:1-2, 6b-10 8:5a-10, 13 병든 하인을 둔 가버나움의 백부장
7:18-28 11:2-11 세례요한의 질문
7:31-35 11:16-19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는 세대
9:57-60 8:19-22 머리 둘 곳도 없는 인자
10:2-12 9:37-38; 10:7-16 추수할 것은 많으나 일꾼이 없음
10:13-16 11:21-23; 10:40 선교를 위한 교훈
10:21-24 11:25-27; 13:16-17 계시와 아들에게 모든 것을 알게 함
11:2-4 6:9-13 주기도문
11:9-13 7:7-11 구하라 주실 것이다
11:14-15, 17-23 12:22-30 바알세불 논쟁
11:24-26 12:43-45 돌아 온 악한 영
11:29-32 12:38-42 표적을 구하는 세대
11:33-35 5:15; 6:22-23 등잔과 빛에 대한 말씀
11:39-44 23:25-26, 23, 6-7a, 27 바리새인에 대한 저주
11:46-48 23:4, 29-31 율법사에 대한 저주
11:49-52 23:34-36, 13 하나님의 지혜가 말함
12:2-10 10:26-33; 12:32 두려움 없는 고백
12:11-12 10:19-20 공회에서의 성령의 도움
12:22-31 6:25-33 염려하지 말라
12:33-34 6:19-21 천국에 있는 보화
12:39-40, 42-46 24:43-44, 45-51 인자의 오심을 준비하라
12:51-53 10:34-36 평화가 아닌 검을 주러왔다
12:54-56 16:2-3 기후와 천기에 대한 표식
12:58-59 5:25-26 고소할 자와 화해하라
13:18-21 13:31-33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
13:23-39 7:13-14, 22-23; 8:11-12 두 길/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
13:34-35 23:37-39 예루살렘에 대한 탄식
14:16-24 22:2-10 잔치에 초대받은 자들
14:26-27 10:37-38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라
14:34-35 5:13 맛을 잃은 소금
15:4-7 18:12-14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
16:13 6:24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함
16:16-18 11:12-13; 5:18, 32 율법/이혼
17:1, 3b-4 18:7, 15, 21-22 실족케 하는 자/용서
17:6 17:20 겨자씨 만한 믿음
17:23-24, 37 24:26-28 인자의 오심
17:33 10:39 목숨을 얻고자 하는 자/ 잃고자 하는 자
17:34-35 24:40-41 한 사람은 데려 감/ 한 사람은 남겨 짐
19:12-27 25:14-30 므나/달란트의 비유
22:28-30 19:28 열 두 지파의 심판

◇ Q는 예수의 말씀으로 어떤 탄생설화, 세례, 혹은 예수의 수난설화와 부활 이야기를 포함하지 않는다. Q의 내용은 아래의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선적으로 지혜 말씀, 예언적 혹은 종말론적 선언, 그리고 윤리적 권고의 수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태와 누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자료가 그 전승이 나온 한 공동체의 신학을 전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Q 문서에 나타난 기독론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Q 자료는 기독론에 있어서, 다른 정경복음서가 보여주는 관심에서 벗어난다. 예수의 십자가 사건의 의미가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부활에 대한 언급도 없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 초기 기독교의 케리그마와 신앙에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였음을 생각할 때, 차이가 있다. 또한 예수는 다윗의 자손으로서의 메시야가 아니다. 따라서 예수의 탄생과 그의 신분을 밝혀주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 Q가 문서였다는 이해는 다른 복음서들에서처럼 Q도 현재의 내용을 갖추기 전에 몇 번의 편집의 과정을 경험하였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를 들면, 최근의 Q 학문에서 ‘Q 문서’라는 용어를 사용하듯이, 학자들은 Q가 세 번의 편집과정을 거쳤다고 믿는다. 또한 Q는 서로 다른 유형의 말씀을 포함한다는 것이 명확하게 되었다. 이러한 결론들은 Q가 다양한 발전의 단계를 거쳤다는 것을 전제한다. 즉, Q전승의 여러 층이 유사한 신학적인 강조 혹은 유사한 문학적인 특성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논증하는 것이 가능하다. 야콥슨(Arland Jacobson)과 클로펜보그(John Kloppenborg)가 Q는 세 개의 자료의 층에 의해 구성되어졌다는 견해에 공헌하였다. Q는 50-70년 시기에 세 번의 편집과정을 거쳤다고 보았다. 이러한 과정을 구분하기 위하여 Q¹/ Q²/ Q³라는 부호를 사용한다: 편집과정에 따라, Q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가 있다.

Q¹- 3:7-9, 16-17; 6:20-21, 27-37, 39-44, 46-49; 9:57-62; 10:2-11; 11:2-4, 9-13; 12:2-7, 13-14, 16-34; 13:18-21, 24-30; 14:11, 16-24, 26-27, 34-35.
Q²- 6:22-23; 7:1-10, 18-20, 22-28, 31-35; 10:12-16, 23-24; 11:14-26, 29-35, 42-54; 12:8-12, 39-40, 42-46, 49, 51-59; 15:4-10; 16:13; 17:1-4, 6, 23-24, 26-30, 34-35, 37; 19:11-27
Q³- 4:1-13; 10:21-22; 11:27-28; 13:34-35; 16:16-18; 22:28-30.

앞에서 보는 것처럼 Q¹에 해당하는 말씀의 유형들은 내부자들을 염두에 두고 형성되어진 공동체를 위한 말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들은 자기-규정에 관련이 있다: 세상에 대한 태도, 제자직, 선교 그리고 박해와 죽음의 전망. 이러한 연설들은 지혜 말씀이 우월적으로 많고, Q의 장르인 ‘logoi sophon’에 더 가깝다. 이러한 이유로 Q의 초기 형성층에 해당한다고 본다. 특히 Q¹는 예수를 견유학파(cynics)의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다. 반면에 외부 자들을 향한 심판을 선언하는 종말론적인 예언의 말씀들은 다음 단계인 Q²에 해당한다. 공동체가 유대인들 가운데에서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단계는 심판과 종말에 대한 강조를 하게 되었다. 또한 외부 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부정적인 유대반응을 대조하는 Q 7:1-10도 이것에 속한다. Q¹의 그룹은 50년대에 가장 오래된 예수에 관한 기독교 문서를 작성한 사람들로서, 주로 예수를 지혜의 교사로서 이해하였으나 시대의 흐름과 함께 종말 지연과 국가적 위기가 그들의 관심을 차차 묵시적인 경향으로 기울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Q³는 율법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준다. 이것은 Q에서 가장 후기의 층에 해당한다.
◇ 신약성서의 문서들의 연대를 설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두 자료설’에 따라서 Q는 마태와 누가에 의해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두 개의 복음서 이전에 작성되었음에 분명하다. 마태와 누가는 70년 사건을 인식하였음을 보여주지만, 반대로, Q는 그러한 지식을 전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 사건이전에 작성되었음을 결론지을 수가 있다. 그것은 또한 마가보다 앞선다. 왜냐하면 마가가 아마도 유대전쟁(A.D. 66-70년) 혹은 직후에 기록되었음에 분명하다. Q가 예루살렘 멸망에 대해서는 아무런 진술이 없기 때문에 시기의 상한선을 70년까지 내려 잡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하한선을 어떻게 잡는 가에 있다. 학자들 사이에 바울이 자신의 주요편지를 쓸 때에 Q를 알고 있었는가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바울서신과 Q의 신학적 특성을 비교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고린도전서에서 몇 가지 유사성을 찾아볼 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바울이 Q를 알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된다. 아무리 빨라도 바울서신 이전에 Q가 기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Q의 기록 시기를 50-70년으로 설정하게 된다(Q¹-50년대초 / Q²-5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 / Q³-70년초로 추정한다).

◇ 바울 서신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신약성서의 책들이 기록된 장소를 추정하는 것 역시 쉬운 작업이 아니다. 최근의 Q 연구는 이것이 갈릴리 혹은 남부 시리아로부터 나왔다고 가정하고 있다. Q에는 예수가 이스라엘의 모든 도시로 제자들을 파송함에도 불구하고(Q 10:1), 그리고 예루살렘을 두 번(Q 4:1-13; 13:34-35) 그리고 요단 주변 지역을 한번(Q 3:2-4) 언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급되는 다른 지역들은 대부분 북부 갈릴리 혹은 서부 시리아이다. 고라신과 벳세다(Q 10:13)는 공관복음서 다른 곳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가버나움(Q 7:1; 10:15)은 두 번 언급됨으로 이 지역에 속하고, 이방도시 두로와 시돈(Q 10:13)은 북부 갈릴리와 멀지 않다. 이러한 도시들의 언급은 북부 갈릴리와 서부 시리아가 Q공동체의 중심을 이루는 지역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초기의 기독교 문학이 시리아에서 나왔다는 것에 의해 지지되어진다. 더욱이 Q의 지혜담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회적 정서(ethos)는 1세기 갈릴리의 사회/문화적 상황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 Q 문서의 운명은 마가가 문학적 기술을 발휘하여 작성한 복음서와 마태와 누가가 마가와 함께 Q를 자신들의 복음서 안에 결합시켰을 때 찾아오게 되었다. 기독교인들은 설화복음서들이 예수를 더 바람직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믿게 되었다. 따라서 정경화 과정에서 Q를 배제함으로서 사실상 Q는 폐물이 되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Q의 소멸은 그것을 낳은 공동체의 운명과 함께 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Q 문서는 다른 복음서에서 지니고 있는 케리그마의 요소들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것은 주로 예수의 교훈과 말씀으로 구성된 어록이었다. 학자들은 마태와 누가가 예수의 말씀에 대한 정보를 위해 자료로 사용하였으나 초대 교회의 분위기에서는 읽혀지기가 거부되고, 소멸하였다고 본다. 초기 기독교가 발전하면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고백은 정통신학을 위한 기초였다. 교회가 확립되면서 이러한 고백을 하지 않은 교회는 존재할 수가 없었다. 예수를 메시야로 이 땅에 와서 수난을 경험하고 부활하여 이 세상에 종말을 가져오는 자로서 고백하지 않는 신앙공동체는 소멸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Q 공동체는 기독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복음서 Q는 1세기 중엽에 기독교신앙 형성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기독교의 발전과정에서 사라져버린 문서였다. 우리는 결코 Q에 관하여 알고자 하는 모든 것을 재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Q를 통해 신화가 첨가되어진 설화복음서들을 벗어나 진정한 예수 전승을 찾아볼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Q는 역사적 예수의 교훈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에서 특별히 중요한 것으로 고려되었다. 많은 학자들은 Q가 예수의 진정한 교훈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즉 Q는 기독교 의 기원을 추구하기 위해서 설화복음서 보다 신빙성 있는 기록으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Q는 초기 기독교의 다양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본다. Q 공동체의 신학은 바울과 마가 즉 십자가에 대한 중심성에 대한 강조와는 다르다. 그들은 예수가 유대인들의 모함으로 십자가에서 죽었다거나, 부활하여 구세주가 되었다는 고백을 하지 않았다. 단지 예수의 말씀에 따라 행동하며 살았던 예수의 추종자들이었다. 그러한 빛에서 보면 그것은 기독교가 아니다. 하지만 초기 기독교에서 이처럼 종교적 체험이나 케리그마의 유형을 지니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기독교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가장 이른 예수운동(The Jesus Movement)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단적인 한 예로, 도마복음서와 같이 2-3세기까지 예수의 수난과 부활 없이도 오직 예수의 말씀만으로도 기독교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었음을 알게 된다. 또한 Q의 세 번의 편집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혜담론→묵시담론→기독담론(도울의 표현)으로의 발전과정은 역사적 예수 연구와 기독교 기원을 수정하는 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즉 예수는 묵시종말론적 인물보다는 현자에 더 가까운 인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도울의 [큐복음서]

◇ 도울은 학문적 논의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Q를 한국교회의 재건을 통한 모티브로 삼기 원한다. 도울의 외침은 분명해 보인다. 즉 “기독교를 믿는 다는 것은 예수를 믿는 것이고 예수를 믿는 다는 것은 곧 역사적 예수의 말씀을 믿는 다는 것이다.” 도울은 교회의 관심을 도그마로 채색된 신앙이 아닌 역사적 예수의 음성으로 이끌고자 한다. 묵시종말론적 관점에서 벗어나 예수의 주요 메시지를 신앙의 규범으로 삼고 살아가는 기독교 공동체를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신화적 안락에 안주하는 진부한 목회자의 설교를 역전시키는 창조적인 신앙역정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일찍이 버튼 맥도 자신의 저서인 The Lost Gospel에서 이 시대의 기독교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즉 교회가 정치적 관심과 심령치료, 그리고 개인 구원의 자기중심적이며 묵시종말론적인 태도를 지적하면서 그것의 대안으로 Q를 제안하였다.) 또한 도울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Q에 대한 학문적 주석들(예. H. T. Fleddermann의 100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저서)을 비웃듯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주관적 견해로 풀이하였다. 도울의 작업에 경의를 표하며, 또한 그의 의도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몇 가지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
1. 초기 기독교 문서는 그것이 어떤 장르이든지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그러한 이해에 따르면 Q도 예외일 수는 없다. Q 전부(220-235절)를 “살아 있는 예수”의 “참 말씀, 직접적인 말씀”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니면 그 중에서 부분적으로만 인정할 수 있는가? 이와 관련해서 “4복음서가 예수의 말씀이 아닌 예수를 주제로 한 사도들의 말씀”이라면 Q는 이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2. 도울은 갈릴리 지역을 이스라엘의 아이텐티티를 지니고 있지 않은 지역으로 규정하며 예수를 지혜담론의 스승으로 이해하였다. 이는 그동안 예수를 예루살렘 중심의 가치체계에 예속된 자로서 로마와 유대의 체계에 도전한 인물로 보았던 견해와 상충한다. 지혜담론을 펼친 예수의 토양이 되었던 갈릴리의 정서(ethos)는 무엇인가? 갈릴리와 연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예수를 어떤 인물로 생각할 수 있는가? 도울이 생각하는 역사적 예수상(像)은 무엇인가?
3. 팔레스타인에서 시작된 예수운동(the Jesus Movement)은 헬라의 많은 종교들과 경쟁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예수가 지혜 담론의 스승으로 활동하다 죽은 후에(십자가가 아닌), 그를 추종하던 자들에 의해 이어졌던 종교운동이 로마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예수의 말씀에 의한 ‘행동의 삶’이었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 있었는가?
4. 학자들은 Q¹-Q²-Q³로 이어지는 말씀의 첨가는 공동체가 경험하였던 사회적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본다. 살아남기 위한 한 공동체의 몸부림이 교훈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본다. 하지만 도울은 Q를 “완전한 하나의 유기적 전체”로 보면서 Q의 편집과정을 인정하면 “Q의 존재의미가 약화될 수 있으며 설화복음서의 가치체계 속에 다시 Q를 파묻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역으로 현대인의 가치체계 안에 Q를 다시 가두려는 시도는 아닌가?
5. 도울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교회는 재건되어야 한다. 예수를 믿는 것이다. 고로 예수의 참 말씀을 믿는 것이다.” Q는 우리가 알듯이 설화복음서(마태/누가) 안에 모두 포함되어있다. 교회는 이전부터 Q를 포함한 모든 복음서의 내용을 ‘믿고’ 있다. “예수의 참 말씀을 믿어야 한다”는 제안은 현실적으로 교회재건을 위해 호소력이 적어 보인다. 도울이 생각하는 좀 더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는가?
6. 도울은 Q공동체가 어떠한 교회조직과 무관한, 예수의 말씀만을 소박하게 사모한 집단이었다고 주장한다. 그것에 대한 근거로 바울의 생애를 Q공동체와 병행시키고자 하였다. 바울의 복음은 역사적 인간들과 관련이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즉 바울과 역사적 예수 그리고 예루살렘 교회의 관련성을 단호히 부인한다(예. 갈 1:11-12). 하지만 바울의 친서에 나타난 다음의 사항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게바와 야고보를 만났다(갈 1:18); 다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기둥같이 여기는 야고보, 베드로, 요한과 교제의 악수를 나누었다(갈 2:8). 또한 바울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수는 유대인으로서 여인에게 태어났다(갈 4:4); 그에게 형제가 있었다(고전 9:5); 그 중 하나는 야고보였으며(갈 1:19), 유대인 가운데 사역하였으며(롬 15:7); 그리고 그에게는 열 두 제자가 있었다(고전 15:5); 그리고 배신당한 후에(고전 11:23), 십자가에 죽었다(고전 2:2). 더욱이 바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근거해서 유대지방에서 교회를 핍박한 자였다(갈 1;22-23; 참조. 빌 3:5-6; 고전 15:8-9). 이와 같은 구절들에 근거해 볼 때, 바울과 기존의 기독교 공동체의 체계와 고백과의 무관성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가?

Q 복음서와 한국교회

토론발제: 채수일(한신대학교)

1.
Q 복음서 자체에 대한 성서학적 논의는 제 몫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토론회 주제가 상기시키는 문제, 곧 Q 복음서와 한국교회와의 관계에 대한 도올 선생의 입장 가운데서 더 토론되어야 할 주제들을 정리하고, 그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데 제 소임을 두려고 합니다.
도올 선생은 ‘기독교 공동체의 확산이......... 공동체 자체의 조직과 권력과 부를 유지하기 위한 세속적 운동으로 변질되어 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여로를 노출시켰다’고 기독교 전체의 역사를 조망하면서, 한국의 기독교 역시 ‘영혼 없는 육체, 생명력이 없는 형해, 신앙 없는 허세, 공동체유지의 필연성이 결여된 콘크리트 건물이 되어가고 있다’(8)고 비판합니다. 팽창일로를 거듭하다가 갑자기 마이너스 성장기에 들어선 한국교회가 ‘탈레반 선교로 우려를 상쇄시키려는 우행’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습니다. 유럽의 대형교회들은 중세기의 유물로라도 남아있지만, 건물유지조차 어렵게 되는 상황이 오면, ‘한국의 교회건물들은 관광자원조차 될 가치가 없는 조잡한 모조품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계속 콘크리트 건물만 짓고 체조경기장에서 부흥회만 되풀이하는 한국교회, ‘재건되어야 한다!’고 도올 선생은 주장합니다(10).
도올 선생의 한국교회 현실진단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리스도교, 한국교회가 재건될 수 있단 말일까요? 그것은 ‘기독교의 본질을 항상 새롭게 구현하는 데서부터 출발할 수 밖에 없고’, 기독교의 본질은 ‘역사적 예수의 말씀’에 있는데(11), 역사적 예수의 말씀이 담겨있는 문헌은 공관복음서이고, 그 가운데 ‘Q 복음서’야말로 ‘유대교와 초기 기독교의 미싱 링크를 연결할 수 있는 원초적 자료였으며, 역사적 예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순결한 자료’(19), ‘살아있는 예수의 직접적 말씀’(29)이니, ‘Q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기독교 재건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Q 복음서가 시간적으로 역사적 예수에 더 가깝고, 설화가 배제된 어록이기 때문에 더 진정성 있는 말씀이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기독교 재건의 길이라는 것을 의심할 이유는 더욱 없습니다. 그러나 ‘Q 복음서’가 발견되기 전에도 그리스도교는 복음서들을 경전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도올 선생은 기독교의 재건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학자인 저보다 더 신앙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교회재건 혹은 개혁은 역사적으로 ‘말씀의 재발견’에서 비롯된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도 역사적 예수의 삶과 가르침은 현실교회에게 걸림돌입니다. 문제는 교회가 역사적 예수의 말씀과 삶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2.
도올 선생은 ‘Q의 어필이...... 교리적 예수에서 역사적 예수로 전환시켜.... 예수를 지나치게 인간화시키고 그 신비감을 상실시킨다면,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를 신앙한다고 하는 소이연이 과연 어디에 있을 수 있겠냐’고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반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의 신비감은 그의 ‘탄생, 죽음, 부활, 이적과도 같은 신화적 이야기’에 의해 드러나지만, 이런 신비스러움으로부터 신앙을 얻는다면, 그것은 ‘정말 하찮은 신앙이다’(29)고 도올 선생은 지적합니다. 이적을 구하는 신앙, 신화적 세계관과 신비체험에 사로잡힌 신앙은 ‘하찮은 신앙’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예수의 직접적인 말씀, 곧 Q 복음서야말로 신비의 원천이며 신앙의 연원이며 산문이 아닌 시적인 영감이다. 그것은 논리적 분석의 대상이 아닌, 성스러움의 심연이다. 그 말씀을 총체적으로, 순수하고 순결하게, 그러니까 신화적 허세나 우회적 언어희롱을 뛰어넘어서 곧바로 예수의 삶의 진실과 맞부닥치는 체험을 얻을 때만이 우리는 진정한 크리스찬이 될 수 있다’(30)고 합니다.
도올 선생을 매우 위험한 비신앙적인 그리스도인, 이신론적 철학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도올 선생의 이 말에 충격을 받을지 모르겠습니다. 제게는 도올 선생이 신비주의자로 보입니다. 예수의 삶의 진실과 곧바로 맞부닥치는 ‘체험’을 도올 선생은 역사적 예수의 말씀(Q복음서)의 순수하고 순결한 실천에서 찾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종교로서의 기독교는 - 다른 모든 종교도 마찬가지겠지만 - 말씀(경전) 위에만 서있지 않습니다. 다양한 종교체험도 종교의 종교성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도올 선생에게는 ‘예수의 삶의 진실’이고 그것은 ‘역사적 예수의 말씀’(Q복음서)과의 만남에서 체험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종교체험 자체는 그것이 어떤 형태이건 당사자에겐 결코 ‘하찮은 신앙’일 수 없습니다. 종교 체험, 신앙의 동기를 ‘소중한 신앙’과 ‘하찮은 신앙’으로 구별하는 것은 자칫 기독교를 귀족종교, 지식인의 종교, 중산층 교양인의 종교로 오해할 소지를 남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역사적 예수 주변의 사람들이 민중(가난한 사람들, 박해받는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 병든 사람들, 여인과 어린이들, 세리 등)이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3.
‘Q 복음서’의 저자 혹은 편집자는 누구인지, 어느 지역에 있는 어떤 형식의 공동체에 속했는지 확정적으로 알 길이 없다고 전제하면서, 도올 선생은 Q 복음서를 생산한 사람들이 기독교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37). 그 근거로서 그들이 ‘예수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이나 이적 같은 이야기에 그들의 믿음을 근거하는 신앙공동체의 사람들은 아니었고’, ‘그들에게는 예수가 메시아라는 생각이 없었으며,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 인하여 나의 죄가 대속된다고 하는 황당한 생각이 없었고’, ‘예루살렘 멸망 이후의 긴박하고도 비극적인, 존재상실의 비관적 색채가 별로 없었다’(37)는 것을 제시하면서, ‘그들은 살아있는 예수의 지혜로운 가르침을 인생의 교훈으로 삼고 살아가는 건강한 상식인들이었고’, ‘기독교도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예수를 ‘지혜담론의 사상가’(50), 지혜의 교사, 아니 지혜 그 자체로서 보는 입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인간의 정체성은 그의 어록을 통해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많은 경우 ‘관계’에서 구성되고, 현재에 의해서만 규정되지 않고 과거(기억)와 미래(희망)로부터도 규정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혜담론인 ‘어록복음서’ 못지않게 ‘설화복음서’도 정체성 규명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록이건 설화건 중요한 것은 모든 텍스트는 해석될 때 의미가 있고, 해석은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것입니다. 성서의 상호모순성과 불일치는 텍스트의 사실성을 의심하게 할 수 있지만, 텍스트의 진실성, 저자나 편집자의 삶의 자리의 다양성, 거기에서 비롯된 풍요로운 정체성을 오히려 드러냅니다. 이 점에서 지혜담론과 설화담론을 함께 담고 있는 성서는 이슬람의 경전인 계시어록담론 중심의 꾸란 혹은 논어나 도덕경과도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Q 복음서 공동체가 예수의 지혜로운 가르침을 인생의 교훈으로 삼고 살아가는 건강한 상식인이지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무슨 관심에서 예수의 어록을 모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종교가 상식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로버트 퍼시그는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종교에는 상식을 포용하면서도 상식을 초월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성서에 나타나는 신화적 탄생 이야기나, 이적설화, 십자가와 부활사건 등은 역사적 근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역사적 예수의 어록자료인 Q 복음서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를 근거로 이차적인 의미에서의 기독교 정체성 구성요인으로 폄하될 수 없습니다. 신화적 언어가 더 현실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정체성이란 것도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4.
쟁점이 되는 것은 ‘예수교’와 ‘기독교’, ‘예수 기독교’와 ‘바울 기독교’의 대립인데, 사실 신학사에서 이것은 새로운 쟁점이 아닙니다. 도올 선생이 지적하는 것처럼, ‘예수 사후 직후로부터 전개된 기독교 운동의 역사가 바울적 그림으로 도배질당해 있다’는 것, ‘30년대로부터 60년대의 기독교운동사가 모두 바울의 활약상이나 예루살렘교회, 안티옥교회의 특수한 사례에 국한되어 있다’(39)는 것, 바울의 기독교는 ‘헬라화된 기독교였고, 바울은 예수의 천국선포 대신에 하나님의 의를 선포했다는 것’(41), ‘기독교로부터 바울의 케리그마를 탈색시킬 때, 오히려 예수교를 발견한다’(43)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또 도올 선생은 ‘죽음과 부활의 신화적 세계는 헬레니즘의 미스터리컬트나 그 이전의 중동지역이나 이집트 문명의 모든 신화양식에 만연되어있는 진부한 상식이다. 그와 관련된 정화의 제식이나 성찬의식, 이 모두가 기독교적이라기보다는 기독교화된 이방문명이다. 기독교에서 이러한 신화적 이방문명의 컬트를 탈색시키고나면 오히려 예수교(예수의 가르침)를 얻는다’(42-43)것도 학문적으로 맞는 주장입니다.
문제는 탈색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와 기독교화된 이방문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또 그것을 구별하지도 못하는 현실만이 작업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운 것은 이른바 ‘바울 기독교’가 아우구스티누스, 마틴 루터를 거쳐 오늘의 서방 그리스도교(로마 가톨릭과 개신교) 전통과 정통으로 구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교리논쟁에서 이단으로 정죄받은 다른 그리스도교 전통, 그리스도교 신앙과 신학 형성에 크게 영향을 끼친 다른 종교들, 동방 정교회 전통도 그리스도교 정체성의 구성 요소들입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이신칭의’교리(의인론 혹은 의화론)로 분열되었던 종교개혁 전통의 교회들과 신학적 화해를 한 사건이나, 서구 신학의 아버지로서 교회와 세상을 분리시키고 인간 안에 내재하는 악을 강조한 아우구스티누스와의 신학적 논쟁에서 모든 생명의 중심과 모든 사람 안에 하나님이 현존하신다고 주장하여 이단으로 정죄당한 영국의 교부 펠라기우스가 최근 가톨릭교회로부터 복권되었다는 것도 이런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5.
성서와 그리스도교 전통의 다양성과 차이가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앙을 더 풍요롭게 하고, 하나님 체험의 가능성을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도마복음서는 물론, Q복음서 연구는 그리스도인을 신앙적으로 더 성숙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예수의 참된 말씀을 순결한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교회를, 아니 한국교회를 재건하는 길이라는 도올 선생의 확신에 여기 참여한 분들이 아마 대부분 동의할 것입니다. ‘Q 복음서를 평범한 한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사명을 지니게 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60)고 도올 선생은 서문에서 밝혔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