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란 무엇인가>, 한디디, 빨간소금, 2024)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어떤 이는 돈을 버는 방법을 떠올릴 것이다. 어떤 이는 철학자가 던져 놓은 짧은 경구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떤 이는 정치적 이상과 지향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커먼즈란 무엇인가>의 저자 한디디는 ‘커먼즈’를 말할 것이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커먼즈란 말은 사람들에게 아직 친숙한 단어는 아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커먼즈라는 말을 설명하고 그런 삶의 예를 제시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커먼즈란 이런 것이라고, 여러 가지로 커먼즈를 정의한다. 저자가 말하는 커먼즈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하는 활동 속에서 만들어지고/나뉘는 것, 혹은 그런 관계’다.(20) 저자는 커먼즈를 독서 모임에 빗대어 말했다. ‘친구들 모두 공통의 앎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지만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계산하거나, 만들어진 결과를 어떤 기준에 따라 분배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모두가 똑같은 지식이나 감상을 얻어가지도 않고요, 그 자리에서 만들어진 무언가는 각자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나누어지는 한편,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향유한 어떤 공통의 경험으로서 우리라는 관계를 형성하는 기반이 됩니다.’(18)

저자는 커먼즈가 우리가 전혀 모르는, 낯선 어떤 원리가 아니고 우리가 관계 �섟킬� 삶을 꾸려온 원리라고 말한다. 커머닝은 매일의 일상에서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지만 문제는 이러한 집합적 활동이 만들어낸 다양한 커먼즈가 화폐로 환산되고 몇몇 사람에 의해 사유화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21) 저자는 자본주의 형성 과정에서 커먼즈가 파괴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태동의 과정에서 사람을 자연과 분리하고 자연을 신성과 분리하였다. 그 결과 자연은 자원이 되었고, 생계 수단인 자연에서 분리된 사람은 살기 위해 유일한 소유물인 노동력을 팔아야만 하는 조건에 놓였다. 근세초기 지주들은 양모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땅에서 농민들을 내쫓고 공유지를 목장으로 바꾼다. ‘인클로저 운동’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부랑자가 생겨났다. 자본주의 성립은 노동생산성을 잣대로 삼아 사회와 인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이었다. 다양한 물질적 커먼즈, 즉 생산수단을 사유화하고, 정치적, 경제적 실천의 주체로서 ‘개인’을 만드는 동시에, 이들의 몸을 가장 빨리,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재조직하는 프로젝트였다. (107)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핵가족이 ‘정상가족’으로 장려된 이유와 그러기 위해서 몸과 섹슈얼리티가 ‘인클로저’된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화폐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본주의 체제에서 화폐가 단지 교환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욕망을 구조화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는 커머닝을 위해 소유의 새로운 형식을 발명하고 생산과 나눔의 새로운 방식을 창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와 정체성을 넘어서 개인들의 자율성이 넓은 공통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방식과 관계, 생산적인 만남을 잘 조직하고 소통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방법을 설명하며 제시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난곡희망의료 협동조합, 가족의 커머닝 빈집, 도시를 둘러싼 이중 가치투쟁(경의선 공유지), 공동체를 넘어 잉여를 나누는 금융실험, 빈고 등, 한국의 커먼즈의 예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온전히 이루어진다는 것은 세상의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 일일까? 세상에 반드시 변해야 하는 것들은 알겠는데 그게 당초에 변할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없고, 태어나서 살아온 게 이 세상이라 이 세상과 다른 세상, 다른 삶은 상상하기도 힘들어 무엇을 시도해야 할는지, 감이 올동말동한 필자와 같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세상이 요모양 요꼴이 이유와 과정과 대안이 명확하다. 하나님의 나라를 갈망하는 사람으로서 변화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웠고 역사적 과정이나 대안적 활동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김국진 목사 (산돌학교)